피안화, 지옥에서 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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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hangmoo
그림/삽화
장무
작품등록일 :
2024.08.12 18:40
최근연재일 :
2024.09.17 19:00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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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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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2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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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2쪽

울리는 전화벨소리

DUMMY

‘정말 이상하다. 전화도 안 받고 문자도 없고, 이런 적이 없는데···.’


불이 꺼진 방, 침대 위에서 잠 못 이루며 뒤척이던 현우는 그냥 있을 수 없어 몸을 일으켜 앉았다.


핸드폰 액정에 나타난 시간


(새벽 3시 40분')


현우는 불도 켜지 않은 채 방을 나가 식탁에 핸드폰을 내려놓고 냉장고에서 생수병을 집어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어두운 집안엔 커튼 틈 사이로 은은한 달빛과 냉장고 램프 등이 현우의 굴곡 지고 다부진 몸에 음영을 남기고 있었다.


생수병을 식탁에 놓고 핸드폰을 집어 든 현우는 거실 소파에 거칠게 앉아 등을 기대고 천정을 잠시 응시한 뒤 다시 핸드폰 액정으로 눈을 돌려 통화목록을 살폈다.


‘유림아! 대체 어디서 뭘 하는 거야!’


핸드폰 통화목록에는 수십 차례 표시된 현우의 발신자 표시가 찍혀 있고, 통화를 요구하는 문자 메시지만 숫자가 지워지지 않은 채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통화버튼을 다시 누르는 현우


“뚜뚜 전화기가 꺼져있어···.” 무미건조한 안내음, 배터리가 다된 모양이었다.


현우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소름이 돋았다. 멍했던 정신에 찬물을 끼었듯 등골을 타고 전기가 흘렀다.

잠시 후 새벽 밤 정적을 깨는 전화벨이 울렸다.


“딩딩딩∼” 정적과는 어울리지 않는 컬러링 소리


“여보세요" 액정에 표시된 발신자는 유림엄마였다.


“아 여보세요! 현우니 나 유림이 엄마야 미안한데 유림이랑 통화했니? 연락받은 적은 있니?”


유림엄마의 다급한 목소리는 현우의 대답을 기다리지 못하고 계속 질문을 해대기 시작했다.


“유림이 가 그제 학교에 간 후 집에 오지도 않고 연락도 안 돼서 현우야 우리 유림이한테 전화 받은 적 없니?”


“네 그게 저도 요 며칠 연락을 못 받···.”


대답을 끝나기 전 전화기 넘어 유림 엄마가 허탈하고 낙심한 한숨과 울음 섞인 소리가 들려왔다.


“아 현우니? 나 유림이 아빠다. 늦은 시간 미안하다. 혹시 유림이랑 통화한 적 없니?”


유림이 아버지가 핸드폰을 넘겨받고 똑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네 저도 연락이 안 돼 걱정하던 중이었어요. 아저씨”


“오 그래 미안하다. 혹시나 유림이에게서 연락이 오면 전화 주렴, 우윽”


냉정한 것 같았던 유림이 아빠도 끝내 끝말을 잊지 못했고 전화기 너머에서는 유림의 엄마 울음소리가 섞여 들려왔다.


“네 아저씨, 바로 연락드릴게요.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뚜~뚜”


유림이 가족과는 어렸을 적부터 이웃에 살았다.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후에 현우 집은 형과 현우 이렇게 둘만 남았다. 이웃에 살던 유림의 부모님은 더욱더 우리를 친자식처럼 살펴주셨고, 유림과도 자연스럽게 친남매처럼 지냈다.


올해 초 대기업의 지점장이던 유림의 아버지의 임원 승진과 함께 서울 본사 발령으로 고등학교 2학년에 진학했던 유림과 현우는 유림이가 서울로 전학을 가게 되면서 헤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부쩍 외로움을 많이 탔던 유림이는 하루에 한두 차례 학교와 학원이 끝나면 나와 매일 전화와 문자를 주고받았다.


‘이상하다. 뭔가 찜찜해’, ‘아니야 괜한 생각을’ , ‘아니야 집하고 학교, 학원뿐이 모르던 유림인데’, ‘아니야 친구들과 놀러 갔을 거야 배낭여행 같은 거’, ‘그렇다고 연락을 안 하고···.’ , 온갖 추측과 걱정과 그리고 자기 최면적 생각들로 머릿속이 복잡해져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카톡" 액정이 밝아졌다.


(자냐?) 초희였다. 현우는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현우냐 안 잤어?”


“응, 너도 전화 받았어?”


“응, 유림이 부모님 엄청나게 놀라신 것 같고, 그리고 유림이 엄마는 막 우시던데 큰일 난 거 아닐까 현우야?”


“쓸데없는 소리하지 마! 별릴 없을 거야”


현우는 애써 부정하는 말을 하지만 초조한 마음은 감출 수 없었다.


“그래서 말인데 초희야! 우리 내일부터 방학이잖아, 한번 서울 갔다 오지 않을래?”


“서울엘?!”


“웅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많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손 놓고 있을 순 없잖아”


“그래, 근데 난 할머니 때문에··”


“너무 부담 갖지 마! 그래 너는 할머니도 돌봐드려야 하니까 나 혼자서라도 갔다 올 생각이야.”


“알아서 몇 시에 언제 어디에서 갈 거야?”


“응 내일 오전 기차로 갈 생각하고 있어 기차표 시간 확인해 보고”


“웅 그럼 아침에 몇 시 기차인지 나한테 연락해”


“웅 알아서 기차표 확인하고 연락할게”


“그럼 잘 자”


“알았어! 너도”


전화를 끊고 현우는 KTX 기차표 시간을 확인했다.

그리고 혹시 몰라 초희의 표까지 예매를 해두었다.

다시 현우는 자기 방으로 들어간 후 침대에 누워 뒤척이며 다시금 생각에 빠져 유림과 마지막으로 나누던 메시지를 여러 번 확인하였다.


(나 학원···. 인데, 비가 오네 이제 집에 가려고.)


점점 창밖이 밝아지자 현우는 자리에서 일어서 욕실로 가 간단하게 찬물로 샤워를 하고 가지고 갈 가방에 몇 가지 속옷과 생필품을 챙겨 넣고 초희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서울행 KTX 10시 35분)



* * *


현우는 형과 같이 간단한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형에게 자초지종을 얘기한 뒤 서울에 며칠간 다녀오겠다고 말을 했다.


“현우야 뭐 필요한 거 있으면 얘기해! 서울에 잘 곳은 어떡할 거야?”


“아직 거기까진 생각 안 했는데, 뭐 모텔 같은데”


“야 무슨 미성년자가 모텔이야! 형 친구 창수 알지. 내가 창수에게 전화해 놓을게 거기서 지내면 되겠네”


“창수 형?”


“그래 얼마 전에 역삼동으로 이사했다더라, 며칠 있을 거잖아 그럼 신세 져도 될 것 같은데”


현우와 형 현도는 식사를 마치고 각자 일어섰다.


“설거지는 내가 할 테니, 차 시간 늦지 않게 준비하고 나가고”


“응, 알았어! 다녀올게”


현우는 가방을 들고 현관문을 나섰다. 부산역으로 가는 택시를 탔다.


“부산역으로 가주세요”


(9시 05분)


출근 시간을 충분히 고려한 시간이다. 여기서 부산역까지는 넉넉하게 30분 정도 걸린다. 마음이 급해서인가 이것저것 신경 쓸 것이 많아 현우가 오늘은 아침부터 서둘렀다.


“카톡”


(현우야 나 할매한테 얘기했고 허락받았어 그리고 옆집 미순이 이모께도 부탁했다. 10시까지 부산역에서 보자)


현우는 초희의 메시지를 받고 초희에게 전화를 걸어 차표 미리 예매한 것과 역내 카페에서 기다리겠다는 말을 했다.


“응 그리로 와 기다릴게”


택시 밖에 무더운 날씨와 싸우며 달려가는 자동차들과 멀리 부산항의 푸른 바다는 장관을 이루고 청명한

한여름의 날씨 속에 새털 같은 구름이 뜨거운 햇살을 가리지 못한 채 하늘에 걸터앉아 있다.


어느덧 부산역 앞에 택시는 정차하고 현우는 짐을 들고 택시에서 내렸다.

현우는 서둘러 예약한 기차표를 발권한 후 초희와 만나기로 한 1층 로비 카페에 들어가 아이스아메리카노 2잔을 테이크아웃 시키고 창가족 테이블에 자리를 잡아 앉아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다.

아직 초희와 약속한 시각이 20분 정도 남아있었다. 현우는 카페에서 먼저 도착했고 초희는 얼마나 걸릴지 메시지를 보냈다.


(응, 나도 도착! ~ 카페로 이동 중, 음료는 아아로)


현우는 카페 입구를 바라보았다.

현관 유리문 너머로 160센티 정도 아담한 체구에 단발머리를 하고 흰색블라우스 원피스를 입고 조그만 가방을 멘 초희가 반가운 듯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들고 들어오고 있었다.


초희와 유림이과는 초등학교 때 부터 같이 지내던 둘도 없는 친구 사이였고 유림이가 서울로 전학 간 후로는 같은 반에서 늘 초희와 다녔다.


초희가 자리에 앉아 콜 진동이 울렸다.


“초희야 앉아있어 내가 가져올게” 현우는 초희가 앉기를 권하고 카운터 쪽으로 걸어갔다.


현우와 초희는 커피를 앞에 놓고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먼저 입을 연 쪽은 초희였다.


“아무 일 없을 거야” 그리곤 커피잔의 스트롱을 입에 가져갔다.


“초희 너는 언제 마지막으로 유림이랑 통화했냐?”


초희는 핸드폰을 액정을 드래그하고 현우에게 내밀었다.


(초희야! 나 학원 가는 버스) 2024년 7월 24 수요일 오후 9:00, 이틀 전 밤 내가 받은 메시지보다 2시간 정도 먼저 초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 후론 연락이 없었다.


“통화는 없었어?” 현우는 핸드폰을 다시 초희에게 건네며 물었다.


“없었어. 나도 그 후에 메시지를 몇 번 보냈는데 답이 없었어.”


“그래∼” 너무도 답답했다.


현우는 이런 감정이 무엇인지 몰라 더 혼란스러웠다. 아무 일 없길 바라는 기대에 혹시나 하는 마음, 기타 등등

어느새 기차 시간이 다가왔다.


현우와 초희는 가방을 들고 카페에서 나와 승강장으로 이동을 했다. 그전 같으면 서로 장난도 치고 수다도 떨면서 갔을 텐데 서로 약속이나 한 것처럼 조용히 승강장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었다.


차량에 탑승하고 현우는 자신의 가방과 초희의 가방을 선반에 올려놓고 좌석에 앉았다.


오랜 시간이 걸려 돌아올 것만 같은 여행이 될 듯한 생각이 들었다.


창밖을 말없이 바라보는 초희에, 얼굴에도 그늘이 진다.


“초희야 우선 유림이 집에 가서 유림이 부모님을 찾아뵙자. 그러고 나서 뭐부터 할지 생각해 보자. 아마 유림이 부모님께서 경찰에 신고도 했을 거야 그럼 경찰에서 조사도 시작했겠지”


“응 알았어! 그런데 숙소는 정했어 나 서울 친척 언니 집에 전화했어.”


“응 나도 너도 알 텐데 창수형이라고 우리 형 친구 있잖아. 그 형 집에서 며칠 신세 지기로 했지!”

“잘 됐다. 그럼”


현오와 초희는 부모님을 찾아뵙고 유림이 학교와 경찰서에 먼저 가보기로 약속하고 구체적인 것은 서울 올라가서 정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림이의 행방이다. 서울 올라가는 도중 찾았다는 연락이 올 수도 있으니까



(현우는 가방을 들고 복도 쪽으로 뛰쳐나갔다. 뒤에 초희도 따라오고 친구들이 손뼉을 치고 환송하고 있다.

현우는 뒤를 돌아보며 몇 차례 손짓으로 초희에게 빨리 오라고 재촉을 했다.

계단을 내려오고 밝아지는 학교 현관문을 나서고 운동장을 가로질러 멀리 누군가 교문 앞에 서 있는 방향으로 구름을 타듯 둥실둥실 달려갔다.


점점 교문에 가까워지는데 교복을 단정하게 입은 유림이가 현우와 초희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현우와 초희는 유림이를 부르며 달려갔다. 거의 다가설 무렵 검은 세단의 차가 유림이 옆에 정차하고 문이 열리자 유림이가 차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깜짝 놀란 현우와 초희는 유림이를 불러 보았으나 말이 나오지 않았다. 유림이가 탄 차량이 교문에서 멀어지는 것을 본 순간 현우는 그 자리에서 얼어버렸다. ‘유림아!, 유림아!’)



초희는 현우를 흔들어 깨운다. ‘꿈이구나’ 며칠 잠을 잘못 잤더니 잠이 들어버린 것 같다. 잠시 후 서울역 정차를 알리는 기내방송이 들렸다.


(서울역)


현우와 초희는 가방을 들고 기차에서 내렸다.

수많은 사람이 나름의 목적을 가지고 오고 가고 있었다. 현우와 초희는 유림이 집이 있는 삼성동으로 이동하기 위해 지하철 게이트 쪽으로 방향을 잡고 서둘러 발길을 옮겼다.

사당으로 가는 4호선 지하철에 탑승하고 2호선으로 환승을 해야 했다. 복잡한 서울 지하철, 수많은 사람, 시끌벅적한 소음들이 무척 낯설었다.

부산에서는 지하철보다는 버스를 자주 애용하던 현우였다.


삼성역에서 내린 현우와 초희는 역 주변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택시를 타고 유림이가 사는 아파트로 이동을 했다.

학기 초 유림이가 전학하기 전 이사 갈 주소를 알려주었다. 그러나 헤어진 후 한 번도 못 와 봤는데 이렇게 오게 될 줄은 몰랐다.


택시에서 내린 현우와 초희 눈앞에 고층의 아파트 어지러웠다.

‘S타워’ TV에서나 볼 법한 강남 중심의 8학군, 학원가 꽃 대치동과 얼마 떨어지지 않는 그야말로 또 다른 세상이었다.

유림의 아버지는 누구나 알법한 대기업의 임원이고 어머니는 부산에서도 알아주던 훌륭한 인권 변호사로 정치계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었다.


유림의 부모님은 초등학교 때 고아가 된 현우 형제도 아무 거리낌 없이 살뜰히 챙겨주시던 고마운 분들이었고 유림이 친구를 사귈 때도 배경보다는 친구의 됨됨이를 보시던 훌륭한 분들이었다. 그 덕분에 유림과 현우 그리고 초희는 친구가 될 수 있었다.


유림도 이러한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공부도 인성도 톱클래스여서 늘 주변에 친구들이 많았고 그 누구보다도 현우와 초희와는 둘도 없는 소꿉친구였다.


‘딩동, 딩동’


“누구세요?” 굵지만 힘이 없어 보이는 초췌한 중년남성의 모습이 인터컴의 화면으로 보였다.

현우와 초희는 황급히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아저씨 저 현우예요”


‘디지릭~’ 현관문의 도어록이 열리고 현우와 초희는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섰다.


“오 현우랑 초희 왔구나! 어서 오렴, 괜찮다고 했는데 이렇게 오게 했구나”


“아니에요. 아저씨. 당연히 와야죠”


“응 초희도 많이 컸구나”


응접실로 이동하면서 모르는 낯선 사람이 한 명 앉아있었다. 눈치를 챈 유림이 아빠가 소개했다.


“응 이분은 강남경찰서에서 나오신 형사님이시다. 인사드리렴”


현우와 초희는 가벼운 묵례와 인사말을 건넸다. 형사란 사람도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건넸다.


“유림 학생 친구인가요? 난 강남경찰서 이 형사이에요. 반가워요. 그렇지 않아도 연락을 조만간 하려던 참이었어요”


이 형사는 특유의 무뚝뚝한 표정으로 업무적 말투로 인사를 대신에 했다.


“참 아주머니는 안 계세요 안 보이시는데”


“유림이 엄마는 몸이 좋지 않아 안방에 누워있단다. 나중에 나오면 인사하고, 뭐 좀 마실래?”


“아니 괜찮아요”


유림이 아빠는 부엌 쪽으로 가 냉장고에서 오렌지주스를 꺼내 유리컵에 따른 후 응접실로 가져와 현우와 초희 앞에 내려놓고 마시기를 권했다.


형사는 잠시 뜸을 들인 다음 다시 질문을 이어갔다.


“그럼 그날 마지막으로 유림 양을 본 것은 언제였나요? 유림 양과 같이 다니는 학교 친구는 누군지 아십니까?”


“네 그러니까 7월 24일 등교한다고 나가면서 인사한 것이 마지막이었고 통화는 없었고, 하교할 때 비 온다고 메시지 온 것 빼고는 없었고 학교 친구는 전학을 와서 그런지 친구가 있다는 말은 들었는데 정확하게 누군지는 못 들었네요”


“그럼, 유림 양이 다니는 학원이 대치동 H 학원, 그럼 하교한 후 학원까진 버스나 지하철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나요. 아님 누가 차로 태워주시나요?”


“제가 알기론 버스를 주로 타고 다니는데 몇 번인지 잘 모르겠고 가끔 아이 엄마가 퇴근길에 태워준 적이 있습니다.”


“아 그래요. 버스노선은 잘 모르시고, 그럼 학원 말고 자주 가는 데는 아십니까? 이럴 테면 카페라든지 코노라든지”


“네? 코노요?”


“아저씨 코인노래방이요”


“아~ 아니요 잘 모르겠네요. 학원이 조금 늦게 끝나는 거로 알고 있고 끝나면 바로 집으로 옵니다.”


형사는 질문을 계속 이어나갔다. 취미라 든지 학교 동아리 활동은 하는지, 친구가 집에 놀러는 잘 오는지 등등, 아저씨가 아는 데로 대답을 했지만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형사는 옆에 있던 현우와 초희에게도 언제 마지막으로 연락했는지 등 여러 가지 질문을 하고 수첩을 꺼내 몇 가지는 필기를 하였다.


형사는 그 후도 한참을 질문을 이어갔고 유림이의 방도 잠깐이지만 살펴보았다.


“유림 양 어머니께도 질문하고 싶지만 제가 보니 상황이 아닌 것 같군요. 그럼 제가 나중에 또 필요하면 연락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 형사가 현관 쪽으로 걸어가며 말을 했다.

형사가 나간 후 유림이 아빠와 현우, 초희 이렇게 다시 응접실에 앉았다.


“먼 길 오느라 고생했구나! 형사가 오셔서 너희랑은 안부도 못 물어보고 어떻게 초희 할머니는 잘 계시지, 건강하시고?”


“네 아저씨, 할머니는 잘 계셔요.” 또다시 흐르는 침묵, 어느새 유림이 아빠의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유림이 아빠는 소파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창문 너머는 어느새 노을이 물들 시간 임을 알리고 있었다.


“유림아, 유림아, 어디 있는 거니” 나지막한 유림이 아빠의 흐느낌과 묘한 그림자가 어우러져 암울한 분위기가 더욱더 가라앉고 있었다.


잠시 후 무거운 공기를 깨고 안방 문이 열렸다.


“여보, 유림이 왔어요? 유림이 들어오는 소리가 났어? 여보 얼른”


유림이 엄마였다. 응접실로 나온 유림엄마는 초희를 보고 뛰어와 초희를 꼭 부둥켜안고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유림아 인제 오면 어떻게 엄마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왜 인제와 우웅”


“유림이 밥은? 어디 다친 데는”


유림엄마는 초희를 다시 보고 얼굴을 어루만지면서 말을 했다. 초희도 이 상황이 얼마나 가슴이 아픈지 유림이 엄마를 꼭 끼 안으며 엉엉 울었다.


“아줌마 흐 흥”


‘저 울보가 어떻게 지금까지 울음을 참았을까?’ 현우도 가슴을 쓸어내리며 눈가에 이슬을 훔쳤다.


“여보 정신 차려 정신, 초희랑 현우가 왔어.”


한참을 서로 부둥켜안고 울던 둘,


“초희라고, 우리 유림이 친구 초희” 초희를 알아본 유림엄마와 초희는 또 한바탕 울음을 터트린 후에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상황이 조금 진정이 된 후에 유림엄마는 눈물을 닦고 현우와 초희에게 말했다.


“현우야 초희야 너희 밥 안 먹었지 아줌마가 밥 차려 줄 테니 먹어 응, 유림이가 오면 친구들 밥도 안 챙겨줬다고 뭐라 하겠지”


유림엄마는 서둘러 부엌으로 가 쌀부터 씻기 시작했다.

“그래 밥은 먹어야지, 밥부터 먹자 얘들아”


저녁을 준비하던 유림엄마가 가끔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고, 유림 아빠는 끊었던 담배를 들고 베란다로 나가고 현우와 초희는 유림이 방에 들어갔다.



‘유림이의 방’



평범한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의 방이다.. 침대와 단정히 정리된 침구류, 가지런한 책꽂이에 꽂혀 있는 책들 또 사춘기 여학생의 꾸미기 욕구를 채워주는 화장대와 그 위에 화장품들, 책상 위에 높이 현우와 초희, 유림이 함께 찍은 사진 액자가 놓여 있었다.


“야 이거 고등학교 입학식 날 찍었던 사진인데···.”


아무것도 이상한 점을 찾을 수 없는 지극히 평범한 모범생의 방 그 자체였다.


“정말 어디 있니? 유림아! 아무 일 없는 거지, 현우야 아무 일 없어야 해 그렇지!”


초희는 현우를 바라보며 다시금 눈가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아무 일 없을 테니 걱정하지 마! 유림이처럼 착한 애한테 그럴 이유가 하나도 없어. 없게 만들 거야 내가”


현우와 초희는 유림엄마가 차려준 저녁을 먹으면서 학교가 방학을 했고 며칠간 형 친구와 친척 언니 집에서 지내면서 유림이 찾는 데 돕겠다는 말을 했다.


그러지 말고 집에 있으라는 유림이 부모님께 다시 한번 걱정하시지 말라고 하고 인사 후 집을 나셨다.


아파트 앞 편의점에서 잠시 자리를 잡은 현우와 초희는 내일부터 무엇을 할지 의논을 하고 있었다.


“나는 우선 내일부터 유림이 엄마가 주신다는 유림이 관련한 전단을 학원 근처에서 돌릴 생각이야 그리고 유림이가 다닌다는 그 학원에 유림이를 아는 친구들 우선 알아볼게”


초희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나는 학교에 가볼게. 주말이니 학생은 없지만, 숙직 선생님이 계실 수도 있고 학교 주변도 확인해 볼 게 있으니까”


현우와 초희는 우선 모든 정보는 같이 공유하기로 하였다.



고급 검은색 세단이 커다란 저택 정문에 다다르자 경비원으로 보이는 남성 둘이 차량을 확인하고 안으로 통과시켰다.

차량은 내부의 건물 입구에 정차하고 기다리던 한 수행원이 다가와 뒷문을 열었다.

고등학생 교복을 입은 한 여학생이 내리고 수행원의 안내를 받아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서자 기다리고 있던 안경을 쓰고 단정히 정장을 차려입은 아름다운 여인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유림 양! 어서 오세요. 오시느라 수고했습니다. 저는 오 집사라고 합니다. 집안의 대소사를 맡고 있지요. 안에서 회장님이 기다리고 계세요! 자 가시죠”


오 집사라는 여인은 유림이를 안으로 안내하면서 회장님을 만났을 때 행동거지 주의할 점을 이야기해 주었다.


잠시 후 넓은 접견실로 오 집사는 유림을 안내했다. 안에는 벌써 중년의 신사가 앉아있었다.


“오 과연! 오느라 수고했어요. 유림 양!”


“네! 안녕하세요. 회장님”


“자 여기 앉아요. 어서”


회장이라는 사람은 유림에게 자리를 권했다.


“오 집사는 차 좀 내오지?”


“네 회장님!”


잠시 후 메이드가 차 쟁반에 다기를 들고 들어와 차를 준비했다.


“어서 들어요. 유림 양!”


회장은 유림을 그룹 차원의 장학생으로 선정하고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설명을 하고 있었다.


잠시 후


유림은 졸린 듯 눈을 깜박이다. 이내 소파에 기대 잠이 들었다.


“오느라 피곤했나 보군! 그나저나 과연 7번을 윤회하여 태어난 도희(桃姬)가 맞는 듯하네! 오 집사 준비는 끝났나? ”


“하이! 준비는 완벽합니다. 회장님!”


“수고했다. 오 집사! 어서 도희를 그 장소로 옮기도록 하지”


서 회장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잠이 든 유림을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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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삼목귀왕(三目鬼王)과의 대결 - 3 +2 24.09.10 21 3 14쪽
24 삼목귀왕(三目鬼王)과의 대결 - 2 24.09.09 27 3 14쪽
23 삼목귀왕(三目鬼王)과의 대결 - 1 24.09.06 22 3 12쪽
22 요망한 것 들! 가만두지 않겠다.- 3 24.09.05 21 3 10쪽
21 요망한 것 들! 가만두지 않겠다.- 2 24.09.04 22 3 9쪽
20 요망한 것 들! 가만두지 않겠다.- 1 +2 24.09.03 27 3 13쪽
19 유림, 삼도천(三途川)을 건너다. - 3 24.09.02 21 3 12쪽
18 유림, 삼도천(三途川)을 건너다. - 2 24.08.30 20 4 16쪽
17 유림, 삼도천(三途川)을 건너다. - 1 24.08.29 24 4 17쪽
16 저승에서의 만난 노인(老人) 24.08.28 23 4 14쪽
15 너의 혼(魂)을 찾으러 험한 곳으로 간다..-2 24.08.27 20 4 13쪽
14 너의 혼(魂)을 찾으러 험한 곳으로 간다..-1 24.08.26 21 4 15쪽
13 저승의 문턱에서 넘어온 것 24.08.25 25 4 14쪽
12 천파성이 범의 시간을 지날 때(Ⅲ)-2 24.08.24 27 4 8쪽
11 천파성이 범의 시간을 지날 때(Ⅲ)-1 24.08.23 28 4 12쪽
10 천파성이 범의 시간을 지날 때(Ⅱ)-2 24.08.22 32 4 11쪽
9 천파성이 범의 시간을 지날 때(Ⅱ)-1 24.08.21 48 4 12쪽
8 천파성이 범의 시간을 지날 때(Ⅰ)-2 24.08.20 36 4 9쪽
7 천파성이 범의 시간을 지날때(Ⅰ)-1 24.08.19 40 4 17쪽
6 서울 상경(上京)-2 +2 24.08.17 44 4 13쪽
5 서울 상경(上京)-1 24.08.16 52 4 13쪽
4 다시 부산으로 - 2 24.08.15 46 4 15쪽
3 다시 부산으로 - 1 24.08.14 66 5 13쪽
2 탐방(探訪) +2 24.08.13 82 5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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