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자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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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즈
작품등록일 :
2024.08.13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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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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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DUMMY

자신을 노려보며 묻는 노엘의 눈빛에 레온은 헛웃음이 나왔다.


"뭐라는거야 꼬맹이가"


혼잣말로 투덜거리며 과연 예전의 자신이라면 어땠을지 보고도 피하지 않는 눈빛에 레온은 살짝 기가 찼다.


'요즘 애들이란 '


노엘의 질문을 가볍게 무시하고 멧돼지를 손질하려던 찰나 칼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레온은 방향을 틀어 쉼터 쪽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점점 자신에게 다가오는 레온의 모습에 노엘은 겁을 먹었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그 때 맥스가 노엘의 앞쪽을 막아서며 끼어들었다.


"귀, 귀공은 누구십니까!?"


자신을 막아서는 노인의 모습에 레온은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어쩌다 이런 상황이 되었는지는 아마 워프로 나타난 자신 때문이 분명했으니 자신에게 책임이 있었다.


"다들 일단 밥이나 먹지?"


"에...엣?"


레온이 노엘과 맥스를 가볍게 지나쳐 쉼터안으로 향했다.


"어이 꼬마야 여기 칼 같은건 없니?"


"아 그게..."


"미안, 없겠구나"


다시 눈에 들어온 쉼터안의 모습


낡을대로 낡고 부서진 벽과 지붕, 수납장이라고는 구석에 조그맣게 있는 것이 전부였고, 지크가 들고다녔던 찌그러진 양동이아 쇠컵, 곧 부러질것 같은 포크와 깨진 접시들


레온은 골똘히 생각하다 다시 문 밖으로 나왔다.


지크와 노엘은 겁먹은 미어캣마냥 레온의 움직임을 따라 고개를 움직이고 있었고, 맥스 할아범이 무언가 생각난듯 레온에게 말했다.


"잠깐만 기다리게! 나한테 작은 칼이 하나 있으니"


레온이 아무말 없이 맥스를 쳐다봤다.


'내가 정상적으로 나이를 먹었으면 나도 저랬을까'


눈 앞의 노인을 보며 레온은 입안이 씁쓸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럼 부탁하지"


레온은 다시 멧돼지 쪽으로 걸어가 불을 피우기 위한 준비를 했다.


불을 피울 부싯돌이 없어 생각해낸 것은 갑옷


갑옷이라고 부르기엔 민망할,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인 갑옷을 벗은 뒤 어깨 부위를 떼어내 돌과 부딪혔다.


끼긱- 끼긱-


부서진 갑옷 부분과 돌과 부딪히며 듣기 싫은 소리가 울렸고, 자그마한 불똥이 튀며 불이 만들어졌다.


그와 동시에 맥스 할아범이 수레에서 한뼘정도 되는 길이의 조그마한 칼을 가져왔다.


"여기있네"


칼을 건네 받은 레온은 순간 움찔했다.


오래된 손잡이, 하지만 잘 관리된 칼날, 원래는 이러한 형태가 아니었을 것이다.


레온은 내색하지 않고 아무말 없이 그 자리에서 멧돼지의 배를 갈랐다.


"윽..."


그 모습에 지크와 노엘이 눈쌀을 찌푸렸지만 레온은 덤덤하게 작업을 이어갔다.


정교한 칼의 움직임에 순식간에 가죽과 살이 분리되었고, 피 또한 거의 튀지 않았다.


미리 준비한 꼬챙이에 살점들을 끼어 꼬치로 만들어 불 근처에 올려놓은 후 추가적으로 필요한 살 부분만 남긴뒤 남은 부위를 챙겨 샘물이 있는 반대편으로 향했다.


'뭘 하려는 거지...'


노엘은 레온의 행동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쫓았고, 레온은 조용히 손으로 흙을 파내 구덩이를 만들어 그 곳에 멧돼지의 사체를 묻었다.


불꽃이 타닥거리며 타는 소리와 함께 불에 고기가 익어가는 냄새가 퍼지기 시작했다.


"꼬르르륵"


그제서야 노엘도 허기를 느끼기 시작했는지 배에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어색한 적막


적막을 깬건 레온이었다.


"조금있으면 먹을 수 있을것 같으니 다들 앉지?"


레온의 말에 악의가 없음을 느낀 것일까 노엘이 쭈뼛대며 불가로 다가가기 시작했고, 지크는 어느새 레온의 옆에 앉아있었다.


"고기다! 고기 누나! 얼른와! 할아버지도요!"


그 목소리에 노엘과 맥스 할아범도 얼떨결에 불가에 자리에 앉게 되었다.


"궁금한게 많겠지만 그렇게 경계하지 않아도 돼"


어느새 맛있게 익은 돼지 꼬치를 지크와 노엘에게 건넸다.


노엘과 지크는 침을 크게 삼키더니 허겁지겁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짱 맛있어요 형!"


"고기 많으니까 천천히 먹어"


그 모습에 레온은 쓴 웃음을 지었다. 노엘은 레온을 계속 의심하면서도 고기를 먹고 있는 입을 멈출 수가 없었다.


빵이라도 먹을 수 있으면 다행이던 하루하루


지금 입 안에 있는 고기는 꿈에서나 먹어볼 수 있었던 음식이었기에 어느새 레온에 대한 신경은 뒤로한채 고기에 집중하게 되었다.


레온은 또 꼬치 하나를 맥스 할아범에게 건넸다.


"영감님도 드시죠."


"가, 감사합니다."


"말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제가 한참 어릴텐데"


"그럼 잘 먹겠네"


자신의 예상과는 다르게 예의있는 레온의 모습에 맥스는 안도하면서 꼬치를 받아 먹었다.


아무런 양념이 되어있지 않다보니 약간의 잡내가 나긴했지만 육즙과 불향 덕일까 먹는데에는 크게 문제가 없었다.


그 모습을 묵묵히 지켜본 레온도 꼬치 하나를 들어 크게 한입 베어 물었다.


예상치 못한 고기의 맛에 살짝 눈시울이 붉어질 뻔했다.


'그래 이 맛이지'


과거 살기 위해 먹었던 동물형 몬스터의 고기를 생각하면 가히 천상의 맛이라고 불러도 괜찮을 정도였다.


"형아!"


"응?"


"근데 어떻게 잡았어요?"


"에이 이런 돼지쯤은 한방이지! 하. 하. 하!"


"와 형 대단해요!"


"하. 하. 하.!"


말은 그렇게 했지만 순간 식은 땀이 레온의 등줄기에 타고 흘렀다.


멧돼지를 잡기 위해 흙을 뒹굴었던 조금 전이 떠올랐다.


----------------------


'제발 잡혀라 좀!'


분명 자신의 머릿속에선 가볍게 멧돼지를 잡은 뒤 지크에게 자신의 멋짐을 뽐내려 했건만, 어찌된 영문인지 오러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


마나 또한 사용할 수 없게 되자 레온은 고생이란 고생은 다하고 있었다.


결국 어떻게든 육체 본연의 피지컬로 멧돼지를 잡아야만 했다.


"끄으읍"


멧돼지를 쫓다 아래로 드리운 나뭇가지에 얼굴을 쓸렸다.


"너 이 새끼 잡히면 진짜 통구이로 만들어버린다!"


"꾸이이익-"


얼굴이 시뻘개진 레온이 큰소리를 치며 멧돼지의 뒤를 쫓았고, 멧돼지는 그런 자신을 농락이라도 하듯 덩치에 맞지 않게 날렵하게 몸을 움직였다.


그렇게 쫓고 쫓기는 것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앞에 커다란 암벽이 나타났다.


"잡았다 요놈 흐흐"


멧돼지는 갑자기 나타난 막다른 벽에 당황하며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퇴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 얌전하게 잡혔어야지 이 새.... 어?"


음흉한 웃음을 흘리며 멧돼지를 잡기 위해 슬금 슬금 접근하던 레온은 순간 당황하기 시작했다.


멧돼지가 몸을 돌려 자신을 바라보더니 돌진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어? 야 잠시.. 잠시만 타임!"


오러와 마나도 쓰지 못하는 지금 몸 상태로 저 돌진을 받았다간 복부가 뚫리던가 뼈가 부러질게 분명한 상황


아까와는 다르게 입장이 뒤바뀌어 레온이 멧돼지를 피해 도망치기 시작했다.


"헉... 헉"


숲속으로 도망치던 중 레온의 눈앞에 커다란 나무가 나타났다.


고개를 돌려 뒤를 보자 멧돼지는 여전히 자신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고, 레온은 나무 쪽으로 달려가다 위로 크게 점프했다.


쿠와아앙-


커다란 나무가 부르르 떨렸다.


멧돼지가 그대로 머리채로 나무를 들이박은 것이었다.


"가, 감사합니다. 휘유..."


레온은 앞으로 괜한 폼은 잡지 않기로 결심했다.


---------------------------------


"푸하... 엄청 배불러! 누나 이거 봐봐!"


지크가 커다랗게 부푼 자신의 배를 내밀며 노엘을 향했다.


"어우 너무 많이 먹은거 아냐?"


"아냐 또 먹을 거야! 헤헷"


배가 부른 지크와 노엘은 여느 아이처럼 장난을 치며 놀고 있었고, 레온에 대한 경계심은 어느새 잊혀져 있었다.


그 둘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던 맥스는 자신을 보고 있는 레온의 시선에 헛기침을 했다.


"흠, 흠 미안하네. 이 늙은이가..."


"아닙니다. 그저 궁금한 것들좀 여쭙겠습니다. 영감님"


"물어보게. 내 아는 선에선 다 해드릴터이니"


맥스 할아범도 레온에 대한 경계심이 낮아진건지 어느새 편하게 대꾸하고 있었다.


"혹 10인의 영웅들에 대해서 알고 계십니까?"


순간 맥스 할아범의 인상이 찡그러졌다가 풀렸다. 레온은 사소한 표정 변화도 놓치지 않았지만 아무런 반응 없이 그저 눈 앞의 노인의 말을 듣고 있었다.


"잠시 그런 얘기를 할거라면..."


자리에서 일어난 맥스는 터덜터덜 자신의 수레 쪽으로 걸어갔다.


한켠에 있던 작은 가방을 챙긴 뒤 짐 꾸러미 안에서 몇가지의 야채들을 꺼내 쉬고 있던 조랑말에게 주고 자리로 돌아왔다.


가방을 열자 자그마한 술병들이 들어있었다.


"술은 좀 할 줄 아시는가?"


맥스의 질문에 레온이 씨익 웃었다.


"못 할 수가 없죠."


주섬주섬 가방안을 뒤지던 맥스는 술병 하나를 레온에게 꺼내고 다른 술병을 꺼내들었다.


"잔이 없는것 같으니... 뭐 어쩌겠는가?"


말에 의미를 눈치챈 레온이 병 마개를 열었다.


포옹-


맑은 소리와 함께 은은하고 달콤한 과일 향이 풍겨왔다.


"잘 마시곘습니다."


맥스에게 감사 인사를 하며 레온이 한모금을 들이켰다.


벌꿀향 같은 향과 쌉싸름한 뒷맛 그리고 그 뒷맛을 잊게 하는 과일의 잔향


익숙한 향에 대한 그리운 느낌 때문일까 가슴한켠이 욱신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레온은 그저 아무말 없이 맥스가 먼저 이야기를 꺼낼 때까지 천천히, 조금씩 술을 들이켰다.


어느덧 머리 꼭대기에 있던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고, 따뜻한 햇빛과 모닥불, 배부름으로 아이들은 어느새 옆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 그래 10인의 영웅들이라... 세상 사람들에겐 아마..."


술병을 반정도 비우고 얼굴에 붉은 취기가 맴돌기 시작하자 맥스의 입에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마왕의 등장으로부터 배신자들과 10인의 영웅


지크가 말해줬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고 하면 자넨 믿을 수 있겠는가?"


덤덤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레온이 맥스를 쳐다봤다.


"어떤 이야기 입니까?"


"그게 실은 배신한 사람들이 마왕을 해치웠다는 걸세"


"누가 그런 이야기를 하더랍니까?"


"푸흣... 자네도 역시 믿지 않는구만. 그렇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죄가 되는 세상이니"


맥스가 상념에 잠긴 듯 멍하니 모닥불을 바라보다 다시 술병을 입으로 갖다댔다.


"그러는 자네는 도대체 어디서 온겐가"


"모릅니다."


"모른다?"


"정말입니다. 정신차리고 보니 여기여서"


"그럼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가?"


"아무것도 기억 나지 않다기 보단... 잠깐 사이에 세월이 너무 많이 변했더군요."


"흐음... 뭐 눈 떠보니 시간이 지나있다 그런겐가? 뭐 자네도 내 말을 믿지 않는 것 같으니 나도 이걸로 퉁칩세"


"하하하하"


"허허허"


쓸쓸한 표정을 지으며 웃는 레온을 보며 맥스는 뭔가 가슴 한켠이 간질거렸다.


둘의 웃음소리와 함께 잠깐의 적막이 찾아왔다.


레온이 결심한듯 크게 침을 삼키고 물었다.


"혹시... 그 배신자들... 남은 가족들은 어떻게 됐답니까?"


맥스의 눈썹이 아래로 축 쳐지고, 입으로 갖다대던 술병이 멈췄다.


다시 찾아온 적막, 힘들게 맥스가 남은 술을 들이켰다.


"아마... 다 죽었을걸세..."


레온이 주먹을 콱 움켜쥐었다. 움켜쥔 주먹이 벌벌 떨렷다.


"자신의 아들이 그럴리 없다며 울부짖던 부모며 가족이며..."


"......."


"마을의 자랑이라고 추앙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입장바꿔 손가락질하고 돌을 던졌지"


"......."


"나도 다 전해들은 이야기일세. 이미 100년이나 지났는데 누가 진실을 알고 원하겠는가 허허..."


말을 하던 맥스 또한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는 품에 있던 칼을 꺼내 손잡이에 새겨진 이름을 손끝으로 매만졌다.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 때 레온의 입이 중얼거렸다.


"셀림..."


그 단어에 맥스가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칼을 레온에게 겨눴다.


"네, 네놈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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