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자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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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즈
작품등록일 :
2024.08.13 00:53
최근연재일 :
2024.09.09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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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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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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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DUMMY

무엇이든 시간은 피해갈 수 없는 법


레온은 손에 닿으면 바스라질 것 같은 옷을 조심히 들어올렸다.


자신에겐 고작 십년도 되지 않은 기억 속의 옷이었지만 100년이라는 현실은 잔인했다.


"죄송합니다. 찾았을 땐 이미..."


맥스가 그런 레온을 보며 조용히 얘기했지만 레온은 아무래도 괜찮다는 듯 고개를 살짝 저었다.


흙냄새 밖에 나지 않는 옷


하지만 레온은 그 옷에 조용히 얼굴을 파묻었다.


레온은 소리없이 흐느겼고, 맥스는 레온 혼자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조용히 위층으로 올라갔다.


쿵-


위층으로 가는 문이 닫히는 소리가 살짝 들려왔고 레온은 소리내어 그리움을 토해냈다.


-----


2층에서 내려오던 노엘은 구석에 있는 문에서 나온 맥스와 마주쳤다.


"아저씨는요?"


마주친 맥스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의미를 알 것 같은 노엘은 맥스의 곁으로 다가갔다.


"나 좀 도와주련?"


"네! 시켜만 주세요!"


맥스는 바깥으로 나와 수레에 담긴 짐을 풀기 시작했다.


무거운 것들을 제외하고 들기 쉬운 것들부터 노엘과 함께 옮기기 시작했다.


"흐읍... 이걸 어떻게 혼자서 다 하신거예요?!"


노엘이 조그만 옷 뭉치를 나르면서 맥스를 도왔고, 맥스 또한 집기 부터 짐들을 옮기기 시작했다.


"우와..."


저 자그마한 체구에서 어디서 저런 힘이 뿜어져 나오는지 신기하게 쳐다보던 노엘은 밖으로 걸어나오는 레온을 볼 수 있었다.


"혀, 형님"


조금 더 있을 줄 알았던 레온이 눈앞에 있자 오히려 맥스가 당황했다.


"이것들 다 옮기면 되는건가?"


아무렇지 않은 듯한 레온의 모습에 맥스는 놀라움에 살짝 혀를 찼지만 그런 맥스의 눈에도 살짝 발갛게 변한 레온의 눈가가 보였다.


애써 웃으며 레온에게 짐 나르는 것을 부탁했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짐을 어깨위로 올리려던 레온은 무게에 살짝 당황했으나 쉽게 들어올렸다.


맥스의 얇은 팔과 다리를 보면서도 이런 힘을 낸다는게 새삼 드워프의 혈통인게 느껴졌다.


'하기사 하퍼 녀석도 힘은 괴물이었으니'


술병이 아니라 술통을 들고 마시던 하퍼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맥스의 저 앙상한 팔다리가 두꺼워진다면 아마 자신도 힘에서는 이길 수 없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게 마지막인가?"


레온의 지원 덕에 짐 정리는 빠르게 끝났다.


가구 배치를 조금 수정하자 휑한 느낌은 사라지고 근사한 공간으로 바뀌어 있었고 레온은 눈앞에 놓여져 있는 작은 쇼파에 몸을 걸터 앉았다.


노엘과 지크는 자신의 방을 꾸미기 위해 2층으로 올라갔고 맥스와 레온만이 1층에서 정리를 끝내고 있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손을 올려 양쪽 관자놀이를 어루만지던 차에 맥스가 차가운 물을 건넸다.


"고마워"


레온이 툭하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맥스의 눈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아까 짐을 옮기면서 봤는데 이 곳 혹시..."


맥스가 움찔하더니 멋쩍게 웃어보였다.


"역시 눈썰미는 여전하시네요."


"그래서 여기였군."


"제일 저렴한 곳이기도 했으니 저한텐 딱이었죠."


"여기가 뭐라고..."


레온이 살짝 멍한 표정으로 바깥을 바라봤다.


맥스가 고른 이 공터에는 100년 전 레온이 가족들과 살던 집이 있었다.


"배신자라는 딱지가 붙고나서 이 곳 주민들도 아닌 사람들까지 전부 몰려들어 집을 불태우고 남은 터와 재마저도 짓밟아 없앴다고 하더랍니다."


"......"


"시간이 약이라고 100년 정도 지나니 딱히 의식하는 사람들도 없고 하니 제가 싸게 인수했습니다. 하하하"


"...왜 그렇게까지 한거냐?"


궁금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이 셀림 가문과 친하게 지내기는 했으나 그것도 하퍼를 중심으로 한 관계였기에 맥스의 행동과 계획은 레온의 입장에선 조금 과하다고 생각됐기 때문이다.


"그렇게 크게 의미 부여 안하셔도 됩니다."


맥스가 술 판매대로 사용할 탁자를 닦으며 말을 이어갔다.


"형님은 모르시겠지만 형님과 하퍼 형님은 제 우상이었습니다. 지금에서야 제 능력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경지인걸 잘 알고 있지만 아이일 때는 다들 꿈을 크게 갖지 않습니까?"


끄덕-


레온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형님들이 배신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셀림 가문이 있던 곳은..."


맥스의 손이 멈췄다.


꽤 오래전에 자신에 대한 추적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된 맥스는 자신의 추억이 깃든 곳인 가문의 집을 다시 눈에 담기 위해 돌아갔었다.


하지만 그 곳에 있던 것은 추억 마저 갉아버렸다.


"10 영웅을 위한 기념 동상이 세워져 있었죠."


"......."


"너무 분했습니다."


쾅 하고 맥스가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쳤다.


"그런데 제가 할 수 있는게 없다는게 더 분했습니다."


맥스가 쥔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이렇게 누구의 기억에도 남지 못하고 없어져 가는게... 그래서 여기만은 지키고 싶었습니다."


맥스의 목소리에는 아직도 분노가 실려있었다.


"난 아직 혼란스럽다."


레온이 툭하고 뱉었다.


"네게 말했듯이 난 그 날을 잊은 적이 없다. 복수? 당연히 하고 싶지. 하고는 싶은데!"


레온이 크게 한숨을 내뱉었다.


"해야 하는데... 내가 지금 가진 힘이 아무것도 없다."


마왕이 살아있다는 사실까지 맥스에게 털어놓기엔 현실이 너무나도 가혹했다.


"......."


"나는 이미 과거의 사람이니 복수는 나 혼자서 진행하고 싶은 생각이다."


레온의 폭탄발언에 맥스의 양 눈이 커졌다.


"안됩니다. 형님! 제가 어떻게 살아왔는데요! 어떻게 그 굴욕을 참고 살았는데!"


맥스의 고생이 짐작이 되는 레온은 그 말에 아무런 반박도 할 수 없었다.


'복수의 대상이 아직 살아있었다면 이렇게까지 복잡해지지 않았을텐데'


레온이 고개를 푹 숙였다.


만약 그 10인의 영웅이라 불리는 쓰레기들이 다 살아있었더라면


그 때 몰래 둘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노엘이 계단으로 내려와 둘을 바라봤다.


"공통적인거 부터 하면 되지 않을까요?"


맥스와 레온이 동시에 노엘을 쳐다봤다.


"공통적인거?"


레온이 노엘을 향해 반문하자 노엘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었다.


"무엇을 하려든 간에 정보와 돈은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저라면..."


노엘이 잠깐 말을 멈추고 침을 삼켰다.


"솔직히 저는... 제 부모님이 누군지도 모르고 도망쳐 살았어요. 기억하기 이전에는 어떻게 살았는지도 모르고..."


"......."


"그런데 그게 누군가의 행동 때문에 내 부모님도, 나도 그렇게 된 거라면... 벌을 내리고 싶어요."


"하지만"


노엘이 고개를 끄덕이며 레온의 말을 잘랐다.


"알 것 같아요. 아저씨 마음도. 자기 조상이 지은 죄 때문에 벌을 내린다는 게 내키지 않는 거잖아요."


자신이 고민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의중을 정확히 파악한 노엘에 레온의 말문이 막혔다.


"그러니까 돈을 벌고 정보를 수집해요. 그 10 영웅이라는 사람들의 후손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벌을 내릴지 말지는 그걸 확인해도 늦지 않다고 봐요."


무심코 노엘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당장 해결할 수 없는 일을 고민해봐야 해결될 리 없는 법


맥스도 약간의 불만은 있으나 노엘의 의견이 타당한 듯 침묵을 일관했다.


자연스레 레온과 맥스의 눈이 마주쳤고 둘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우문현답이군"


"그러게나 말입니다."


레온과 맥스가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벌써부터 고민에 지치기엔 갈길이 멀었다.


"그리고 배고프시지 않아요? 밖은 축제라구요."


안정된 둘의 모습에 노엘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어째 네가 우리들보다 나이가 더 많은 것 같다?"


레온이 웃어버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크 좀 불러오겠니? 네 말마따나 맛있는 것도 먹고 그래야겠구나 허허"


맥스 또한 웃어버리며 방금까지의 고뇌를 털어버렸다.


"헤헤 그러면 지크 불러올게요. 아참 그리고 두 분 호칭 좀 정리하세요. 밖에서까지 할아버지가 아저씨 보고 형님이라고 하고, 아저씨가 반말하면 두분 다 미친사람으로 쳐다볼걸요?"


노엘은 그 말을 끝으로 위층으로 뛰어올라갔다.


노엘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가 있었고 레온이 어색한 눈으로 맥스를 쳐다봤다.


"매, 맥스... 할.아.버.지"


"푸흡..."


맥스와 레온의 입꼬리가 서로 씰룩거렸다.


------


공터를 벗어나와 조그마한 건물들을 지나서니 멀리서 들리던 음악소리가 크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곧 큰 길가로 나오자 여기저기서 축제를 즐기기 위한 인파로 붐비기 시작했고, 맛있는 음식 냄새가 풍겨오기 시작했다.


"우와! 우리 맛있는 거 먹을 수 있어요?"


노엘과 지크는 처음 경험하는 축제에 눈을 뗄 수 없었다.


그건 레온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런걸 일주일이나 한다고?"


레온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만큼 여기저기서 호객행위가 붐볐다.


"자자! 최고급 돼지 꼬치 팝니다!"


"맛있는 닭구이 팝니다. 요리 주문하시면 맥주는 반값입니다!"


맥주라는 소리에 레온이 고개를 휙 돌렸다.


"아까까지 복수니 뭐니 하던 사람 맞아요?"


그 모습에 노엘이 한심하다는 듯 레온을 쳐다봤고 레온은 입을 꼬물거렸다.


'참자...참아... 후손이다...'


"그럼 형... 아니 레온, 노엘, 지크야 저기로 갈까?"


그 모습을 흐뭇하게 보던 맥스가 어느 한쪽의 가게를 가리켰다.


『벨루아의 식당』


깨끗하지만 조금 허름한 간판


그 탓에 다른 가게들보다 사람들이 적어보이긴 했지만 맛있는 냄새가 풍겨져 왔다.


"잘 아는 곳입니까?"


레온의 물음에 맥스가 엄지를 척 치켜세웠다.


"좋아요!"


"밥이다!"


그렇게 셋은 맥스의 뒤를 따라 가게로 들어갔다.


딸랑-


"어서오세요! 벨루아의 식당입니다!"


맑은 방울소리가 울려퍼지며 종업원으로 보이는 여자가 사근사근 웃으며 레온에게로 다가왔다.


"몇 분이세요? 4분이세요? 그럼 이쪽으로 오세요!"


맥스와 레온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종업원은 한 가운데에 있는 탁자로 노엘과 지크를 안내했다.


"신난다!"


"쉿! 이런데선 조용히 해야해"


노엘과 지크를 따라 맥스와 레온도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훑기 시작했다.


"뭐가 먹고 싶으니?"


메뉴판을 노엘에게 먼저 건네자 노엘이 재빠르게 메뉴와 가격의 스캔을 마쳤다.


"지크는 어떤거 먹고싶어?"


"음... 나는 고기가 좋아!"


메뉴판에는 관심이 없는 듯 지크는 연신 고개를 얘기했고, 노엘은 메뉴 중에서 저렴한 측에 속하는 메뉴 두 개를 골랐다.


'이게 비싼건지... 싼건지 알수가 없네'


레온은 새삼 자신이 금전적인 부분에 대해 생각이 없었다는 사실과 그 외의 현재에 대한 지식과 상식이 전무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알아봐야 할게 태산이군'


"걱정마렴 할아버지가 알아서 시킬테니"


맥스가 손을 들자 기다리고 있던 종업원이 탁자로 다가왔다.


"네 할아버지! 주문하시겠어요?"


"여기 축제 정식 4개로 부탁하네"


"축제 정식 4개. 정말 탁월한 선택이세요! 얼른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종업원이 메뉴판을 가지고 다시 부엌으로 사라졌다.


딸랑-


다시 문에 달려있던 종소리가 울려퍼졌고 건장한 체격의 사내들이 식당안을 살피더니 곧 식당안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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