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자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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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즈
작품등록일 :
2024.08.13 00:53
최근연재일 :
2024.09.09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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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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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DUMMY

카아앙- 카앙-


둘의 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대련장 위를 가득 매우고 있었고, 대련을 보고 있는 병사들은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했다.


'저기서 어떻게...'


'저런 움직임이 가능하구나'


명색이 제국을 떠받드는 무력의 기둥 중 하나인 로웨나 가문의 기사단 답게 레온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는 어느새 사라져있었고, 둘의 대련을 통해 어떻게든 하나라도 배우고자 하는 열기로 가득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아쉐리트 또한 그저 주먹을 꽉 쥐었다.


단장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지만 자신 또한 여기 있는 병사들과 같이 검을 쫓는 이들 중 하나


자신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의 검사들의 대련은 넋을 놓게 하기 충분했다.


슈르한의 검을 막고 빗겨내고 있던 레온의 자세가 순간 바뀌었다.


'온다!'


슈르한이 삼킨 호흡을 멈추며 내질렀던 검을 급히 회수했다.


'오른쪽 얼굴'


카강-!


양손으로 쥔 검을 얼굴 쪽으로 들어올리자마자 레온의 검이 날아들었다.


"크윽"


충격과 동시에 슈르한이 살짝 밀려났고, 레온의 검이 순식간에 회수되었다가 다시 반대쪽에서 날아왔다.


카앙-


아까와는 전혀 다른 속도로 몰아치는 레온의 검


막으면서 발생하는 충격만으로도 이미 손이 저린 상태였다.


그 와중에도 레온의 눈은 검의 움직임을 살피면서 슈르한의 상태를 확인했다.


'살짝 도와볼까'


레온이 뻗은 검을 회수하며 갑자기 뒤로 거리를 벌렸다.


유리하던 고지를 쉽게 내준 레온의 움직임에 슈르한이 순간 당황하며 무슨 의중인지 묻기 위해 레온에게 소리쳤다.


"자네 이게!"


"그런거 아닙니다. 제대로 보십쇼."


"그게 무슨...!"


왼발을 앞으로 뻗으며 잡는 어색한 자세


슈르한의 말문이 막혔다.


자신이 평생 추구하고자 했던 검


처음 레온의 입에서 중얼거렸던 단어


"자네가 어떻게!..."


"제대로 보셔야 할겁니다. 갑니다."


슈르한은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여태 뿜었던 기세는 전부 애들 장난이라도 되었던듯 레온의 몸에서 어마어마한 살기가 쏟아져 나왔다.


레온이 뿜어내는 위압감이 얼마나 대단했던지 주위에 넋을 놓고 보고있던 병사들이 무의식중에 몸을 움츠렸고, 그제서야 넋을 놓고 보고 있던 아쉐리트가 급히 정신을 차렸다.


"자, 자네..."


아쉐리트의 말이 닿기도 전에 레온의 몸이 그 자리에서 순간 사라졌다.


콰아앙-


알고있는 자세기에 겨우 반응한 슈르한이 이를 악물며 레온의 검을 막아섰다.


하지만 이걸로 안도할 수 없었다.


곧 바로 이어지는 사선베기


알고 있던 동작이었지만 슈르한 자신이 예측한 것보다 배는 빠른 속도로 레온의 검이 날아들었다.


슈르한이 뻗은 검 끝이 걸리며 또 한번 아슬아슬하게 막아냈지만 그 다음 목으로 날아드는 검은 막을 수 없었다.


휘이잉-


레온의 검이 슈르한의 목덜미에 멈춰섰다.


"졌네."


슈르한이 양손을 들어보이자 레온이 뻗었던 검과 기운을 회수했다.


공작의 패배


처음부터 대련을 지켜보던 병사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어... 그러니까..."


"고, 공작님이... 졌다고..."


주위의 웅성거림을 의식한 레온이 빠르게 처음의 자리로 돌아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좋은 대련이었습니다."


슈르한 또한 무언가 홀가분한 표정을 짓더니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레온에게 고개를 숙였다.


"좋은 대련이었네."


어색한 침묵이 맴도는 와중에 슈르한이 주위를 둘러보며 크게 소리쳤다.


"다들 보았는가?!"


"......"


"나는 오늘 이 레온이라는 사내에게 검으로 졌다!"


패자의 감정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밝은 음성


예상외의 모습에 병사들과 아쉐리트는 말없이 공작의 뒷 말을 기다렸다.


"소드마스터 경지에 오르면서 나를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이제 몇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꿀꺽-


소드마스터라는 단어에 누군가가 침을 크게 삼켰다.


"하지만 내 생각은 오만이었던 것이 증명됐다! 세상은 넓고! 강자는 많다!"


"......"


"나 슈르한 로웨나의 이름으로 레온을 보증하며! 나 또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나태했던 검 수련을 시작할 계획이다!"


예상치 못한 방법이긴했지만 목적으로 했던 로웨나 공작의 공식적인 지지를 얻은 레온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앞으로 더 이상의 패배는 없을 것이며, 여러분들이 짊어지고 있는 그 상징이! 자랑이 될 수 있게 노력하겠네!"


공작이 진심을 다해 소리치며 병사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짝- 짝- 짝짝짝짝짝-


와아아-


누군가의 박수를 시작으로 사방에서 박수와 환호가 터져나왔다.


"아닙니다! 공작님! 저희가 더 노력하겠습니다!"


"젊은 저희들이 더 빡세게 굴리겠습니다!"


"하하하하하! 공작님 수준도 못되는게!"


누군가는 공작이 병사들에게 고개를 숙인다고 손가락질 할 법도 했으나 슈르한은 전혀 괘념치 않았다.


오히려 남들의 시선 따위 신경쓰지않고 우직하게 하고자 하는 바를 해내는 것이 로웨나 가문 다웠다면 다웠다.


"그리고!"


"......?"


슈르한이 아직 끝나지 않은 듯 말을 이었다.


"레온을 우리 기사단의 고문으로 초빙할 생각이네! 레온! 거부하지 않겠지?"


슈르한의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고, 레온이 입이 살짝 벌어졌다.


'이건... 전혀 상상도 못한 모습인데...'


레온은 슈르한의 처세에 감탄했다.


-----------


"왜 이렇게 소란스러운 거예요?"


아침 산책을 거닐던 아리스가 연병장이 있는 위치에서부터 들리는 큰 소리에 인상을 팍 썼다.


"병사들이 대련이라도 하는거 아니겠습니까"


아리스의 뒤에 따라 걷던 헨릭이 별 거 아니라는 듯 어깨를 들어보였다.


"정말... 검 밖에 모르는 사람들 같으니..."


평소와 다를바 없는 투정이었지만 헨릭은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평소라면 아직도 잠자고 있었을 아리스가 산책을 나가겠다고 보챘던 것이다.


"그런데 그 복장은... 대체..."


헨릭이 아리스의 복장을 위아래로 훑었다.


"왜 그래요?"


"어째 평소에 입으시던 복장과는 많이 다릅니다?"


평소 치렁치렁한 치마나 원피스 대신 아리스는 움직이기 편한 복장을 입고 있었다.


"흠, 흠! 이래야 좀 뛰기 편할거 아니예요!?"


"뛰, 뛴다뇨?"


"진짜 눈치없이"


아리스가 헨릭을 향해 눈을 흘기더니 앞장서서 뛰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멍하게 바라보던 헨릭이 옆에 서 있던 하녀에게 물었다.


"혹시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아, 아닌 것 같습니다."


"대체..."


"안 따라올 거예요?! 먼저 갑니다!?"


아리스의 외침에 헨릭이 급히 몸을 서둘렀다.


하지만 아리스가 자신만만해 하던 것도 잠시


"헉... 헉..."


"벌써 힘드신겁니까?"


"헉... 마... 말... 시키지... 마요!"


아리스가 숨을 헐떡거리며 아까보다 느린 속도로 뛰고 있었고, 헨릭은 여유롭게 그런 아리스의 앞으로 뛰어나갔다.


"그렇게 호흡하시면 힘드실겁니다. 천천히 일정하게 호흡하십시오."


"아, 알고 있... 흡... 하"


벌써 얼굴이 시뻘개진 아리스가 헨릭이 알려주는대로 급히 호흡을 바꿔가며 계속 달리기를 이어갔다.


"무슨 바람이 부신겁니까?"


"후우... 하아... 후우..."


여유롭게 자신에게 질문하는 헨릭을 살짝 노려보던 아리스는 아무런 답도 없이 느리긴 하지만 달리기를 이었다.


아리스가 어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생각도 하기 싫은 사건이었지만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을거란 보장은 없었다.


'오빠, 언니 수준까진 아니더라도 강해져야돼!'


이런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헨릭은 옆에서 흡족하게 웃고만 있었고, 어느새 둘은 대련장이 있는 연병장 근처에 다다랐다.


"후아..."


발이 멈춘 아리스는 겨우겨우 튀어나올 것 같은 심장과 폐를 진정시키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후우... 그보다 베니와 노엘은 어떻게 됐어요?"


"베니 양은 오갈데 없는 신세라 현재 하녀들이 있는 별관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리고 노엘 양은 아마 아쉐리트가 찾아갔을 겁니다."


"찾아갔다는 거면..."


헨릭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지금쯤 공작님과 함께 있을 겁니다."


아리스의 머리에 레온의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아쉐리트와 헨릭이 말했던 레온의 수준을 직접 눈으로 목격하고 나서야 실력을 인정할 수 있었다.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에요?"


하지만 침을 튀길정도로 그렇게까지 대단한 실력인지는 아리스의 눈으로는 가늠할 수 없었기에 다시한번 헨릭에게 물었다.


"음... 정확히 어떤 단계의 수준이라고 말씀드리기엔 가진 실력 전부를 보이진 않아서..."


"그러니까 대충이라도요!"


헨릭이 아리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기 위해 어떻게 설명하는 것이 적절할지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제 눈이 맞다면..."


"맞다면?"


"아마 로웨나 공작님과 대등한 수준일 겁니다."


"......? 에? 그럴리가!?"


헨릭의 입에서 나온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아리스가 깜짝 놀랬다.


"아버지는 소드마스터신걸?!"


아리스의 반박에 헨릭도 고개를 끄덕였으나 그럼에도 자신의 입장을 고수했다.


"검을 베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나이프 같은 식기로요."


"......"


"게다가 아가씨를 구하러 내려간 땅굴에 있던 철문들 전부 반듯하게 잘려져 있었습니다."


헨릭이 살짝 뜸을 들었다.


"그건 오러만이 할 수 있는 겁니다. 아가씨"


오러라는 단어를 듣고나서야 아리스가 입을 꾹 다물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아리스의 입이 조그맣게 움직였다.


"사과... 해야겠지?"


하마터면 크게 소리칠 뻔했다.


예상치도 못한 아리스의 말에 헨릭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아마 흔쾌히 받아줄 겁니다."


"그래 그러면..."


"제가 자리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고마워 헨릭"


이전과 비교해 많이 변했고, 변화하고 있는 아리스의 모습에 헨릭의 마음 속은 그 어느 때보다 평화 그 자체였다.


'앞으로 이렇게만 성장해주시길!'


그러다보니 아리스에게 건네는 말도 자연스레 조금 더 부드러워졌다.


"호흡도 괜찮아지셨으면 다시 출발하시는게 어떻겠습니까?"


끄덕-


"아! 그리고 괜찮으시면 한번씩 연병장에도 모습을 보여주십시오. 병사들도 좋아할 겁니다."


아리스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지금 가보지 뭐"


"좋습니다 아가씨!"


의욕적인 아리스의 모습에 헨릭이 앞장서서 연병장으로 향했다.


그 때 연병장에서 박수소리와 함께 환호소리가 터져나왔다.


"하하하하하!"


"무슨 일이지?"


그 소리에 헨릭이 서둘렀고, 곧 헨릭과 아리스는 대련장 위에 서 있는 로웨나 공작과 레온을 볼 수 있었다.


"저 사람이 저기 왜..."


아리스가 의문을 품기도 잠시


로웨나 공작의 입에서 청천벽력 같은 말이 흘러나왔다.


"레온을 우리 기사단의 고문으로 초빙할 생각이네! 레온! 거부하지 않겠지?"


그 말을 듣자 방금까지 레온에게 사과하겠다고 하던 아리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헤, 헨릭 저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하지만 알턱이 없는 것은 헨릭 또한 마찬가지였다.


아리스가 대련장 위에 서 있는 레온을 노려봤다.


레온의 입에 어색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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