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자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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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즈
작품등록일 :
2024.08.13 00:53
최근연재일 :
2024.09.09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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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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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화

DUMMY

"확실한 겁니까!?"


교황이 흔들거리는 다리를 가까스로 짚으며 성녀와 추기경을 향해 걸어갔다.


성녀의 몸에서 뿜어져나오던 밝은 백색의 오오라는 어느새 줄어들고 있었고, 성녀는 추기경의 품에서 겨우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이렇게 누워서 알현하는 것을 용서하세요. 전하"


신성공국은 초대 성녀가 대공으로 추대되며 만들어진 공국


종교가 건국의 시발점이었기에 교황이 전권을 갖는 구조를 지니고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성녀와 교황이 동시에 존재하며 실권을 서로 견제하는 특이한 구조였다.


"괜찮습니다. 몸은 어떠세요."


교황의 물음에 성녀가 살짝 웃어보였다.


온화하지만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 미소


교황이 조심스럽게 성녀의 반대쪽 손을 꼭 잡았다.


자신이 교황직에 오르기 전부터 시로엔 교의 성녀직을 수행했던 그녀


주름으로 가득한 성녀의 손을 매만지던 교황은 성녀의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얼른 일어나셔야지요?"


교황의 말에 성녀가 힘겹게 한마디를 내뱉었다.


"짓궂으시네요."


성녀의 미소를 지켜보던 교황은 아무말도 하지 못하며 고개를 살짝 떨구었고, 성녀의 곁을 수행하던 추기경이 성녀에게 농담을 건넸다.


"아직 정정하신데요. 시로엔께서 아직 성녀님을 뵙길 웒치 않나 봅니다."


교황과 추기경도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


교황이 성녀와의 시선이 마주쳤다.


끄덕-


고개를 끄덕인 교황이 성녀의 손을 조심스레 내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런 말도 없었지만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했다.


"다들 들으세요."


작은 목소리였지만 교황의 목소리는 공간을 가득 매웠다.


귓가에 울리는 교황의 목소리에 기도를 올리던 자들이 정신을 차렸다.


교황을 수행하던 무리 또한 정신을 차리고 황급히 몸을 일으켜세웠다.


"신탁의 내용은 극비로 취급하여 그 누구에게도 발설되어서는 안됩니다."


꿀꺽-


군데군데 침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곳에 계신 이들이라면 이게 무슨 뜻인지 다들 알고 계실거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애초에 성녀가 기도하는 이 곳에 발을 들일 수 있는 자들은 시로엔 교에서도 오랜 시간을 시로엔 교에 헌신하여 인증된 자들이었으며, 대부분이 추기경에 버금가는 고위 사제급의 사람들.


아무런 해석 없이 신탁만이 유출되면 일반 사람들이 전부 혼란에 빠질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최대한 은밀하게 대주교 회의를 소집합니다. 최대한 신속하게 제국의 주교들에게 연락을 넣으세요."


그리고 교황이 살짝 뜸을 들였다.


"얼른 움직입시다. 우리에겐 시간이 부족합니다."


너나 할것 없이 고위 사제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자 그리고 다음 성녀로는 현재..."


그 이후로는 따분한 시로엔 교의 역사 설명이 이어졌다.


슬쩍 다음 전시물을 살펴보던 레온이 관광객들이 서 있는 행렬을 이탈했다.


이대로라면 궁금증을 해결하긴 커녕 관광객들 사이에 껴서 하루종일 시로엔 교의 홍보만 들을 것이 뻔했다.


혼자서 돌아다니는 레온을 본 사제 한명이 레온에게로 다가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몇가지 좀 물어볼게 있어서요."


"교에 대한 궁금증이라면 안에서 다른 사제들이 설명해줄 겁니다."


"아 그런게 아니라 신전의 치료와 관련한거라..."


얼굴을 가리고 있지만 얇은 천이다보니 사제의 눈이 위아래로 움직이며 레온의 행색을 훑는게 느껴졌다.


"어느 자제분의...?"


"네?"


"치료받으시려는 분 가문의 수행원 아니십니까?"


"아닙니다."


레온의 답에 사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럼 치료받으시려는 분이 귀족이 아니신겁니까?"


"아닙니다만?"


사제가 들으라는 듯 한숨을 내쉬었고, 그 탓에 레온이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치료는 어렵습니다."


"무슨 소리죠?"


"말 그대로 입니다."


아무런 부연설명도 없이 몸을 돌리는 사제를 레온이 붙잡았다.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게 말을 해주시는게?"


사제가 자신의 어깨를 잡은 레온의 손이 마치 더러운 것이라도 묻은 것 마냥 신경질적으로 털어냈다.


"하여간 못 배운 것들이..."


사제의 어이없는 행동에 레온의 이마에 핏줄이 솟았다.


"지금 당신 뭐라고..."


"경비병! 경비병!"


레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제가 크게 소리치자 무장한 경비병들이 순식간에 몰려왔다.


걸치고 있는 무장을 보아하니 엘드리온의 경비병 외에도 신전 소속의 경비병도 포함된 무리였다.


"무슨 일이십니까?"


경비병이 사제에게 묻자 사제가 레온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더니 갑자기 자신의 어깨를 부여잡았다.


"사제 폭행입니다."


뻔뻔한 사제의 태도에 헛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잠깐 저희랑 가주셔야겠습니다."


사제 폭행이라는 말에 신전 소속 경비병들이 레온의 양쪽으로 다가와 양 팔을 구속시켰다.


큰 소동을 만들기 싫었던 레온이 조곤조곤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이 행동 책임질 수 있습니까?"


레온의 목소리에 그 곳에 있던 모두가 살짝 움츠렀지만 사제는 기세등등 했다.


"책임이고 뭐고, 앞으로 당신이 날 보는 일은 없을거야."


레온이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로웨나 공작의 공식적인 지지가 있다고 해도?"


"로웨나? 그 로웨나 공작?"


이름을 들은 사제가 이마를 탁치며 비열한 웃음을 지었다.


"푸흡 로웨나 공작 가문이 뭐가 아쉬워서 당신 같은 거렁뱅이를 지지해? 거짓말도 정도껏 해야지. 경비병! 귀족 사칭도 추가하세요!"


사제의 지시에 경비병들이 레온을 단단히 결속했다.


붙잡고 있는 경비병들을 모두 제압하는 일 쯤이야 식은 죽 먹기였지만 굳이 시로엔 교와 척을 지는 일을 만들 필요는 없었기에 그 생각은 접기로 했다.


다만 지금 이 상황을 맥스나 로웨나 공작가에 알릴 수단은 필요했다.


'어떻게 한다...'


그렇게 레온은 경비병들에게 구속당한채 어딘가로 끌려갔다.


-------------


늦은 점심때가 지나고 나서야 노엘과 지크가 1층으로 내려왔다.


"잘 잤니?"


주위를 둘러보던 노엘이 물었다.


"아주 푹 잤어요! 그 덕에 늦잠이긴한데... 그런데 아저씨는요?"


"아저씨라고 하면 혼난단 말이야. 형이라고 해야해!"


"그래 그래 형이라고 할게 레온 형"


노엘이 귀찮아하며 레온을 형이라 불렀다.


"잠시 볼일이 있다더구나."


"또 어딘가에서 이상한 짓이나 안하고 있으면 다행일 것 같은데..."


덤덤하게 말하는 노엘을 보며 맥스가 웃어버렸다.


꼬르르륵-


지크의 배에서 배꼽소리가 울려퍼졌다.


"배고픈가 보구나?'


맥스가 정리하던 것을 멈추고 부엌으로 걸어갔고, 어색하게 지켜보고 있는 노엘과 지크를 식탁에 앉혔다.


조촐하지만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빵과 음식들이 식탁위로 올라왔다.


맥스가 조심스럽게 노엘과 지크에게 물으며 식사를 시작했다.


"입맛에 맞을런지 모르겠구나."


"웅움, 맛있어요!"


"괜찮아요 맛있어요!"


"입맛에 맞다니 다행이구나"


밝은 모습을 보고 있자니 둘의 상태가 괜찮은건가 싶기도 하다가도 밝은 척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내심 미안하기도 했다.


맥스가 둘을 안쓰럽게 바라보고 있을 때 가게 문에 달린 방울이 울렸다.


딸랑딸랑-


맥스가 식사를 멈추고 가게에 들어온 이를 확인했다.


"누구십니까?"


"아, 저 그러니까..."


붉은 머리에 낯이 익은 얼굴


"아리스 언니?"


맥스의 뒤에 숨어 있던 노엘이 들어온 이를 보고는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들어온 이는 아리스와 헨릭이었다.


"안녕! 노엘이었지?"


아리스가 활짝 웃으며 손을 들어보이자 노엘의 뒤에 있던 지크도 얼굴을 살짝 내밀었다.


"어 그때 그 누나다!"


"음... 너는..."


아리스의 머릿속에 순간 식당에서의 지크의 모습이 떠올랐다.


자신을 놀리고 나갔던 그 남자아이


"너, 너! 그 메롱!"


아리스가 소리치자 지크가 슬쩍 몸을 다시 숨겼다.


"너 이리와 아주 그냥!"


흥분한 아리스의 곁에 있던 헨릭이 귓가에 무언가를 속삭이자 아리스가 헛기침을 하며 진정했다.


"흠, 흠... 미안해요. 내가 원래 쉽게 흥분하는 타입은 아닌데..."


아리스의 뻔뻔한 거짓말에 맥스와 노엘의 눈이 살짝 가늘어졌다.


"뭐예요 그 눈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하하"


"그, 그럼요 하하! 그런데 무슨 일로 오신거예요?!"


아리스의 눈초리에 노엘이 급하게 화두를 돌렸다.


"아참 내 정신 좀 봐! 레온... 오빠? 아니 오빠라고 하기엔... 음... 기사도 아니라 레온경도 어색한데..."


"레온 아저씨요?"


"호칭이야 뭐 맞아 레온 아저씨 좀 만나려고 왔는데"


노엘이 맥스를 쳐다봤다.


"잠깐 일이 있어 외출 중입니다."


"아... 혹시 언제 들어오는지는 모르나요?"


"원체 그런걸 알리고 다니는 사람이 아닌지라..."


"하기사... 그럴거 같긴해요."


맥스의 답에 아리스도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괜찮으면 여기서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도 될까요?"


아리스의 물음에 맥스가 노엘과 지크를 쳐다보자 지크는 아무런 생각이 없어 보였고, 노엘만이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마세요. 저 그렇게 염치 모르는 사람은 아니니까..."


아리스가 헨릭에게 지시하자 헨릭이 조심스럽게 주머니를 맥스에게 건넸다.


"이건..."


주머니를 조심스럽게 열어보자 그 안엔 금화가 가득했다.


맥스와 노엘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아버지에게 전해 듣기로는 제 목숨을 구해준 보답을 아직 안받았다고 하더라구요. 그래도 아무런 보답도 하지 않기엔 로웨나 공작가라는 입장이 그렇잖아요?"


아리스가 살짝 떨리는 목소리를 뒤로하고 헨릭과 시선을 마주쳤다.


헨릭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게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감사합니다!"


맥스가 살짝 주저하던 중 노엘이 얼른 주머니를 낚아채 고개를 숙이며 감사인사를 해버렸다.


사건의 당사자였던 노엘이 받은 것을 자신이 거절하기엔 말이 되지 않는 상황


맥스도 노엘과 같이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일단 여기서 앉아서 기다리시죠."


맥스가 손님들을 위한 공간으로 아리스와 헨릭을 안내했고, 자리에 앉은 아리스와 헨릭이 들키지 않게 속삭거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쩌실려고 그런겁니까?"


"에이 괜찮아. 어차피 안들킬거야."


"들킬 수도 있습니다!"


"조금만 버티면 학교로 돌아갈건데 뭐"


"하아..."


"딸내미 목숨값이라고 하면 되지! 미래에 줄 돈 미리 땅겨받은거 뭐 그런걸로 쳐!"


헨릭이 아파오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아리스가 건넨 금화주머니는 슈르한 로웨나 공작의 개인 금고에서 몰래 훔쳐왔던 것


들키기라도 하는 날엔 얼마만큼의 불호령이 떨어질지 가늠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아리스의 마지막 말마따나 인질로 잡혔던 딸의 목숨값이라는 명분이 있으니 잘만한다면 좋게 넘어갈 수도 있어 보였다.


"후우... 그래서 뭘 하려고 여기까지 오신 겁니까?"


헨릭이 아리스의 의중을 물었다.


"그냥... 궁금한게 생겨서 물어봐야겠어."


아리스가 아침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분명 아버지와 고모할머님, 레온 사이에 무언가 있어. 틀림없어'


아리스가 확신에 가득찬 눈으로 헨릭을 쳐다봤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현생 본업의 문제로 업로드가 늦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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