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자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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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즈
작품등록일 :
2024.08.13 00:53
최근연재일 :
2024.09.09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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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7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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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DUMMY

집중하느라 정신이 없는 레온이었지만 주위의 소리는 들을 수 있었다.


현재 자신이 이렇게 마나도, 오러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상황이 되는데 지크가 일조했다는 것을 알게되어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지크 이놈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눈앞에 쓰러져 있는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 한 행동이라는 것을 알기에 레온은 다시 편안한 마음으로 현 상황에 집중했다.


"크으읍"


다시 한번 입에서 신음소리가 흘러나오고 머리엔 핏줄이 도드라졌다.


드래곤하트가 배 쪽에 모아놓은 마나를 전부 흡수하고, 이번에는 하트로부터 흘러나온 마나를 다시 되찾으려고 하는 바람에 생전 처음 느끼는 고통이 찾아왔다.


'주도권을 넘길 순 없다.'


레온은 온 힘을 다해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드래곤하트와의 밀당 싸움을 시작했다.


한 걸음을 당겼다가 두 걸음 밀리기도 하고, 다시 한 걸음을 밀리면 그 다음엔 다시 두, 세걸음을 당기는 수순을 반복했다.


흐름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몸에 새기며 레온은 지금보다 더 힘들었던 과거를 떠올렸다.


---------


마왕 강림이라는 소식을 전해듣고 제국에서 원정대 구성을 위하여 인재들을 소집하던 시기


그 당시 레온은 제국에 5명 밖에 없는 소드마스터로 높은 위상을 차지하고 있었고, 특정 세력에 줄을 대지 않은 탓에 온갖 귀족 파벌들의 회유와 아부에 치를 떨고 있던 시기였다.


심지어 물적인 욕심도 별로 없는 탓에 레온의 입장에서 고위 귀족들은 단순히 눈엣가시였다.


그런데 레온의 눈 앞에 로리안은 찰랑거리는 금발에 조각같이 생긴 외모, 하지만 위압적인 기세나 기운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몸뚱아리에 고급 액세서리로 치장된 복장으로 나타났다.


어디 귀하신 귀족가의 자제가 명예나 노리고 마왕 원정대에 참전하는 줄 알고 시비를 걸었었다가 강제로 공간이동 당한 뒤 진짜 죽을뻔했다.


'처음에 로리안이 드래곤인 줄 모르고 깝치다가 진짜 뒤질뻔했지... 웃으며 나한테 손을 뻗을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순간 장면이 흩어지며 다음으로 쿠엔 디라노와의 추억이 떠올랐다.


원정대가 준비되는 동안 어느정도 친해지게 된 레온과 로리안, 디라노는 술을 퍼 마시고 있었다.


마나를 쓰지 않고 마시기로 약속하는 바람에 셋은 술에 취해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고, 레온은 호기롭게 쿠엔의 본 모습을 보고 싶다고 디라노에게 간청했다.


"크흡, 야 너 보면 뒤진다니께?"


로리안의 혀가 고꾸라졌다.


"아니, 내가 그래도 딸꾹, 소드마스터라고?!"


레온이 자신있게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며 눈앞의 디라노를 도발했고, 처음에는 가벼운 농으로 우습게 넙겨버리던 디라노도 지속적인 도발 탓에 눈이 살짝 뒤집어졌다.


"어? 야, 야 잠깐만!"


로리안이 눈치채고 말리려는 찰나 디라노의 워프마법이 발동했고, 셋은 하늘이 뚫려있는 커다란 공동에 나타났다.


웬만한 성벽은 우습게 여길 정도로 높은 암벽으로 둘러싸인 공간


"딸꾹, 뭐야 여기 어디야"


아직 제정신이 아닌 레온은 뒤바뀐 주위 풍경에 신기해했고, 로리안은 정신이 들었는 듯 레온의 어깨를 부여잡았다.


"아, 잠깐만... 설마"


순간 검은 색의 마나가 몰아쳤고, 허공에 떠 있는 쿠엔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야이 흑도롱뇽 새끼야!"


로리안이 미친듯이 소리쳤지만 디라노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뭐야 뭔데"


고개를 들어 디라노를 보고 있던 레온은 볼 수 있었다.


디라노의 몸이 순식간에 커지더니 압도적인 크기의 드래곤의 본체가 나타났다.


문제는 디라노가 천천히 내려온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수직하락 했다는 것이었고, 그제서야 레온은 자신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드래곤의 발바닥을 볼 수 있었다.


"으아아아악"


"[앱솔루트 실드]"


콰아아아앙-


순간 로리안의 마법으로 레온의 머리 위로 투명한 방벽이 생겨났고 커다란 충격음과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흙먼지가 잠잠해지고 레온과 로리안이 정신을 차려 주위를 살폈을 때 눈 앞에는 뒤로 넘어진채 잠을 자고 있는 디라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본체로 돌아간 디라노가 다행히도 실드 위를 밟고 미끄러지는 바람에 뒤로 넘어졌던 것이었다.


"딸꾹"


레온은 딸국질을 하며 술에서 깼고, 로리안이 레온의 뒤통수를 세게 후려갈겼다.


퍽-


"한번만 더 그래봐라 아주 진짜"


로리안이 이를 꽉 물고 있었고, 레온은 아무말 없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


'그놈의 드래곤 놈들 때보다 100배는 낫다고!'


조금씩 조금씩 주도권을 뻇기지 않으며 마나의 순환을 이어갔고, 끝끝내 몸 전체를 한바퀴 순환했다.


마나의 순환이 완료되자 천천히 통증이 잦아들기 시작했고, 가뿐한 느낌에 눈을 떴다.


눈 앞에는 지크와 노엘이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고, 갑자기 눈을 뜬 레온 덕에 지크가 깜짝 놀랐다.


"으아 깜짝아!"


레온은 그런 지크의 모습에 장난스레 머리에 꿀밤을 놓았다.


"아얏 아파요! 왜 때려요!"


"니가 형한테 잘못한게 있어서 주는 벌이야"


"아저씨라고 몇 번 안했는데..."


지크가 입을 삐죽 내밀어 투덜거렸고, 노엘은 그런 둘을 약간은 한심하다는 듯 쳐다봤다.


레온은 혹시나 싶은 마음에 다시 한번 마나를 끌어올리며 몸을 살폈다. 이전과는 다르게 들이마신 마나가 바로 드래곤하트로 흡수되며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고, 아까의 순환을 통해 새겨진 흐름길로 순환하기 시작했다.


마왕전 당시 수준의 100분의 1도 되지 않을 정도로 얇고 좁은 흐름


하지만 드래곤하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순수하고 정돈된 마나 덕인지 손을 쥘 때 느껴지는 기운은 흐름 대비 그 이상이었다.


그리고 몸 전체에 활력이 도는 느낌이었다.


바닥에 떨어져있는 나뭇가지를 들어올려 오러를 운용하자 천천히 나뭇가지를 오러가 둘러싸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뭇가지로 가볍게 풀위로 훑었다. 그러자 풀잎이 날카로운 것에 베인듯 우수수 베여 떨어졌다.


옆에서 이를 구경하고 있던 지크와 노엘은 탄성을 질렀다.


"어때? 대단하지?"


레온이 으스대며 몸을 돌리자 초롱초롱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을 모습 대신에 코를 잡고 있는 노엘과 지크가 보였다.


"뭐야, 뭔데?"


노엘이 손가락으로 레온을 가리켰다.


"으읍... 냄새 안나요?"


"무슨 냄새가 난다는.... 으악 이게 무슨 냄새야"


레온이 자신의 옷에 코를 박자 악취가 뿜어져 나왔다.


"으아 냄새 괴물이다!"


지크가 장난스럽게 소리치며 뛰어가기 시작했고 노엘은 아무런 말없이 인상을 찌푸렸다.


"아니 왜 갑자기..."


레온은 서둘러 샘터 쪽으로 뛰어갔다.


---------------


드그덕 드그덕


수레바퀴가 굴러가는 소리와 함께 짐수레를 끄는 말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소리를 먼저 눈치 챈 지크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소리쳤다.


"맥스 할아버지다!"


"어? 할아버지가 여긴 왜"


뛰어놀던 지크와 노엘은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짐수레를 쳐다보고 있었고, 웃통을 벗은 레온 역시 맥스 쪽을 쳐다보자 저 멀리서 맥스가 크게 손을 흔들며 쉼터 쪽으로 오고있었다.


수레에는 술 대신 많은 짐들이 쌓여있었다.


"할아버지 이게 뭐예요?!"


지크가 수레의 짐들을 신기하게 보고 있는 동안 맥스와 레온의 눈이 마주쳤다.


맥스의 눈동자가 희미하게 흔들렸다.


"왜..."


레온이 재빠르게 입을 움직였다.


"닥.쳐"


"흠, 흠"


빠르게 눈치를 채고 헛기침을 하던 맥스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짐수레 쪽을 향하더니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고, 곧 작은 책과 장난감 검을 꺼내 노엘과 지크에게 건넸다.


"얘들아 잠깐 이거 가지고 놀고 있겠니?"


"우와! 검이다!"


검을 받고 신난 지크가 장난감 검을 휘두르며 멀어져갔고, 노엘은 감사인사를 표하며 자리를 뜨려 했다.


하지만 레온이 노엘을 불러세웠다.


"괜찮아 노엘 여기 있어봐"


"네?"


"아, 아니 왜..."


노엘이 뻘쭘하게 그 자리에 멈춰섰고, 레온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던 맥스 또한 갑작스러운 상황에 멈춰섰다.


무슨 상황인지 의문을 표하려던 찰나 레온이 먼저 입을 열었다.


"두 사람에게 얘기할 게 있어."


----------


로리안이 사라지고 난 뒤, 노엘을 눕히고 밖으로 나온 레온은 꽤 긴 시간 생각에 잠겼다.


'무엇을 해야하지?'


다른 차원에서 보낸 2년이란 시간은 이 세계의 100년으로 바뀌어있었다.


'나한테 죽어도 싼 새끼들은?!'


인간의 입장에서 100년은 너무나도 긴 시간


입술을 깨물었다. 순간 맥스와 노엘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우연인지, 아니 로리안이 계획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원래 모습을 알고 있는 맥스와 가문의 혈통이라는 노엘이라는 소녀


그리고 아직 살아있다는 마왕


머리가 복잡했다. 그 순간 로리안이 조금 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와... 진짜 눈치가 없네 이 뇌까지 검에 절여진 새끼...」


웃음이 나왔다.


'그래 내가 언제 그런거 다 따지고 살았냐'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해결한다.'


----------


레온은 우선적으로 마왕과 관련된 내용은 제외하고 자신과 관련된 이야기를 털어놓았고, 듣고 있던 맥스와 노엘은 입을 쩍 벌린 채 충격에 휩싸였다.


"노, 노엘이 형님 가문이라고요?"


"제가 아저씨... 가문이...요? 그, 그리고 할아버지도 100살이 넘으... 어... 어?"


둘 다 혼란스러운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래."


레온이 손을 뻗어 노엘의 팬던트 목걸이의 뚜껑을 열어보였다.


아주 자그맣게 쓰여져 있는 단어


노엘은 자신의 이름이 쓰여져 있는 팬던트라는 것에 1차로 충격을 받았고, 거꾸로 하면 레온이 된다는 사실에 2차로 충격을 받았다.


맥스는 로리안이 남긴 것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리고 내가 이야기 속의 배신자 레온이라는 사실도 인정하고 있잖아?'


노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밤에 있었던 일은 분명 꿈이 아닌 현실이었고, 그 얘기를 토대로 한다면 일반 대중들이 알고 있는 이야기는 왜곡된 것이라는 것을 노엘은 눈치채고 있었다.


"그럼 이제 어쩌실 생각입니까?"


맥스는 상황을 전부 이해한 듯 원래의 목적이었던 레온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할 생각이다."


꼬인 실처럼 이미 운명은 얽혀있었고 이것을 어떻게 풀어갈지는 자신의 손에 달린 것을 알고 있었다.


"말씀만 하십시오 형님.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습니다. 대신... 복수는 해주십시오!"


맥스는 바로 옆에 노엘이 있다는 것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레온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다.


맥스의 하얗게 변해버린 머리를 내려다보는 레온의 눈에 안쓰러움이 묻어났다.


레온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100년이라는 시간도 맥스의 복수심을 잠재울 수 없었는데 고작 2년 정도의 시간이 지난 레온의 복수심은 어떠할까


"맥스"


"......"


"난 그 날을 단 한번도 잊어 본 적이 없다."


최강의 검이었던 사내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에 엎드려있던 맥스가 주먹을 꽉 움켜쥐며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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