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자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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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즈
작품등록일 :
2024.08.13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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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9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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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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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DUMMY

"어?"


지크와 노엘이 동시에 소리가 들린 쪽을 쳐다봤다.


노엘이 바짝 긴장하고 지크가 노엘의 뒤에 바싹 붙었다.


"이, 이거 놔!"


"...잖아? 이거... 겠는데?"


"... 월척이군."


처음 들렸던 비명의 여자 목소리 외에도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도 드문드문 들려왔다.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집중하자 익숙한 골목길 옆으로 또 다른 골목길들로부터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밝은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건물들 때문에 해가 전혀 들지 않아 어두운 곳


노엘이 마른 침을 삼키고 천천히 뒤로 돌았고, 지크에게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며 천천히 온 방향으로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주위에는 맥스와 레온은 커녕 아무도 없는 상황


이런 음습한 골목가에서 아이들의 목숨이 어떤 존재인지 아는 노엘의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빨리 가기 위해서 괜히 깊숙한 골목길로 들어온 것을 자책했다.


'적어도 아까 옷을 산 상점가 쪽으로만 나가면...'


조용하게 발걸음을 옮기며 걸어가던 지크와 노엘의 앞에 그림자가 드리섰다.


"어...?"


노엘이 고개를 들어 앞 쪽을 보자 대머리에 큰 문신을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얘들아 어디가니?"


머리에서부터 목까지 그려져 있는 커다란 상어 문신, 목 부분에 그려진 상어는 그 큰입을 벌려 마치 목을 물어 뜯는 형태로 그려져 있었다.


문신의 정체를 알고 있던 노엘이 갑자기 손을 떨기 시작했다.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감추려 노력하며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 저 부, 부모님이 불러서요!"


노엘이 황급히 자리를 뜨기 위해 지크의 어깨를 감싸며 자연스럽게 앞으로 걸어나갔다.


지크도 노엘의 손에서 지금의 상황이 위험한 상황임을 느꼈는지 웃음기 없는 얼굴로 바닥을 보며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머리는 음흉한 웃음을 입가에 띄며 말을 이어갔다.


"히히히 부모님? 아아! 그렇구나! 그럼 얼른 가야지!"


대머리가 살짝 몸을 틀어 길을 내주자 노엘은 이 때다 싶어 뛰어가려 했다.


하지만 노엘의 의지와는 반대로 몸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대머리 남자의 손이 노엘의 머리채를 꽉 낚아챈 탓이었다.


그리고 대머리가 확 고개를 숙여 노엘의 귓가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내가 알기로 넌 부모 없는 고아잖아?"


노엘의 얼굴에 핏기가 사라졌다.


"히히히"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노엘의 귓가에 맴돌았다. 머리가 새하얗게 변한 듯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다만 알게된지 며칠되지 않은 레온의 얼굴이 떠올랐다.


노엘이 눈을 질끈 감으며 자신의 앞에 있던 지크의 등을 떠밀었다.


"도망쳐 지크야!"


"어딜!... 끄악! 이 잡년이!"


대머리 남자가 지크도 놓칠 수 없다는 듯 손을 뻗었으나 노엘은 자신의 머리를 잡고 있는 남자의 엄지손가락을 크게 깨물었다.


"흐끕... 누, 누나!"


지크가 울먹거리며 잡혀있는 노엘을 봤으나 노엘이 다시 한번 크게 소리쳤다.


"얼른 가! 가서 레온 아저씨! 아악!"


지크는 레온이라는 단어를 듣고는 고개를 끄덕인채 작은 발로 열심히 골목길 밖을 향해 뛰어나갔고, 대머리는 노엘의 입을 풀기 위해 노엘의 뺨을 때렸다.


"쥐방울만한 년이 곱게 데려갈라고 했더니"


더이상의 발버둥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노엘은 순순히 물고 있던 손가락을 놨고, 끌려가면서 무언가 흔적을 남길 수 있을만한 것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노엘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관심도 없던 대머리는 그저 노엘의 머리채를 잡고 질질 끌고 가기 시작했다.


"으읏"


"닥쳐 죽기 싫으면"


노엘은 머리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참아가며 품에 끼고 있던 원피스를 쳐다봤다.


싸구려 옷이어서 다행이었을까 별로 힘을 들이지 않았지만 프릴이 바닥에 툭 떨어졌다.


옷에는 프릴 장식이 8개가 달려있었다.


-----------


"활기차군"


레온은 축제를 즐기기보다는 그저 주위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을 구경만 하고 있었다.


길면 길고, 짧다면 잛은 2년


그 기간 동안 사람의 모습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곳에서 생존을 위해 전투만 했던 기억이 혹시 꿈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사람들의 밝은 모습을 보니 마음 한 구석이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 탓일까 길을 걸으며 주위를 구경하는 동안에도 마나 길과 오러의 흐름을 넓히는 훈련은 쉬지 않았다.


'이런 시끄러운 환경에서의 집중이 꽤나 도움이 된단 말이지. 그보다 그 녀석들 어디서 만날지 약속도 없었는데 잘 놀고 있는건가?'


노엘의 모습을 떠올리며 레온은 또 한번 혼자 웃어버렸다.


레온에게 가족이란 그저 부모와 형제 정도 뿐이었다.


동생이라도 아직 결혼하기엔 나이가 어렸었고, 자신이 가족을 꾸리기엔 아직 할 일이 많아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미래엔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살아왔기에 노엘의 존재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존재이자 만약 자신에게 아이가 있다면 어땠을지를 상상하게 하는 존재였다.


'내 애가 아니니까 귀여운거지. 거기다 이제 고작 이틀 정도 본 애를 무슨'


레온이 고개를 휙휙 저었다.


누군가 말했었다. 애를 낳는 순간 또 다른 지옥의 시작이라고.


'누가 얘기헀더라...'


"와아아!"


상념에 잠겨 무작정 걷다가 환호소리에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축제거리의 중심부에 설치된 큰 무대가 눈 앞에 나타났다.


무대 위에는 화려한 화장을 한 사람들이 손짓하며 대사를 외쳤고, 배우가 대사를 외칠때마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환호가, 어떨 때는 야유가 쏟아졌다.


'연극 무대인가? 무슨 연극...'


무대 위를 보고 있던 레온이 조그맣게 실소를 터뜨렸다.


자신과 다르게 까무잡잡한 피부지만 탄탄한 체격에 금발, 그리고 그 뒤에 키 작은 난쟁이


그들이 검을 들자 야유가 쏟아졌고, 반대편엔 왕관을 쓰고 있는 왕자 배우가 보였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금발의 배우가 레온, 자신을 연기하는 배우임을 알 수 있었다.


'지랄맞군.'


마치 다른생각은 하지도 못하게 그 날과 관련된 것들이, 자신이 손을 쓸새도 없이 지나간 100년과 관련된 것들이 덮쳐왔다.


'그래도 내가 좀 더 잘생긴 것 같은데...'


무대 위에서 레온 역을 연기하고 있는 배우를 아쉽게 바라보고 있는 도중에 무대 앞이 잠깐 소란스러워졌다.


웬 꼬마 아이가 무대 위로 오르려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탓에 무대 위의 배우들의 잠깐 시선이 소란스러운 곳으로 잠깐 향했고, 무대 위의 허슬러 역시 레온이라는 단어에 슬쩍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정체를 확인했다.


온 몸에 흙이 튄 채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아이.


혹시나 싶어 확인했지만 자신과는 관련이 없는 처음 보는 아이였다.


"레, 레온 아저.. 아니 형 ... 아... 레온 형이...아냐... 흙끕..."


도망쳐 나온 골목길 멀리서 무대 위의 허슬러를 레온이라고 착각한 지크였다.


배우들이 아무 일 아니라는 듯 다시 연기를 이어가려던 찰나 연극을 보고 있던 사람들 틈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끄악"


"무, 뭐야!"


콰아앙-


사람들이 일부 쓰러졌고, 순식간에 큰 충격음과 함께 무대 위로 한 남자가 나타났다.


"콜록"


"으악"


충격으로 작은 흙먼지가 일었고 배우 몇몇은 균형을 잃은 듯 엉덩방아를 찧었다.


"뭐, 뭡니까! 당신! 뭔데 남의 무대..."


허슬로 또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 기침을 하며 무대 위에 나타난 사람을 저지하려 했다.


하지만 그 사람의 눈과 마주치자 온 몸이 얼어붙은 듯 꼼짝달싹 못하고, 그저 멍하니 남자가 움직이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미안. 잠시 이것 좀 빌리지."


그 사내는 허슬러가 들고 있던 무대용 칼을 뻇어 들고는 아이가 있는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배우들 뿐만 아니라 연극을 보고 있던 사람들 모두의 시선이 그 낯선 풍경에 집중됐다.


"레, 레온 형! 누, 누나가! 노엘 누나가 끄흡..."


남자는 지크의 모습을 확인하자 마자 온몸에 오러를 두르고 나타난 레온이었다.


레온이 지크를 한팔로 감싸 안았다.


"어느 방향이야"


"그, 그게 저기 저 쪽!"


울음을 그치지 못했지만 지크는 침착하게 자신이 달려온 방향을 손으로 가리켰다.


"꽉 잡아"


한마디와 함께 레온은 다시 자신이 현재 운용가능한 오러를 전신에 둘렀고, 처음부터 그 자리에 없었던 것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


말 없이 처음부터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레온과 지크가 사라지고 나서야 어찌된 일이냐며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고, 무대 뒤의 대기실에 있던 연극단의 단장이 허겁지겁 뛰어와 관객들과 배우들의 상태를 살피며 연극 중단을 알렸다.


"베스티! 괜찮아?"


"뭐야 연극 어떻게 해 "


갑작스런 연극 중단에 무대 위가 소란스러웠고, 허슬러만이 레온과 지크가 사라진 방향을 응시하며 우두커니 서 있었다.


"이봐 허슬러 괜찮나!?"


단장이 허슬러를 불렀지만 허슬러는 넋이 살짝 나간 듯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레온 형」


어린아이가 불렀던 이름.


그리고 자신의 검을 들고간 새하얀 백금발의 사내


허슬러가 놀란 듯 손으로 입을 막았다.


-------------


"괜찮아 뚝 그쳐"


레온의 말에 그제서야 지크가 울음을 그쳤다.


"여, 여기!"


지크의 안내에 따라 거리를 벗어나 골목길로 들어섰고, 지크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여기서 누나가... 흡"


울음을 참으려고 노력하는 지크를 내려다주고 레온이 주위를 살폈다.


이전이라면 기감을 넓혀 대략적으로라도 사람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지만 현재로는 무리인 상황


그나마 다행인 것은 드래곤하트 덕에 소모한 오러를 빠르게 채울 수 있다는 점이었다.


'괜찮아. 찾을 수 있다.'


흥분된 심장을 진정시키며 레온의 눈이 골목길 구석구석을 훑었다.


발자국이 어렴풋이 보이긴 했지만 추적이 불가능했다.


'무언가 흔적이라도 남겨놓았다면!'


"앗!"


지크가 무언가를 발견한듯 조금 떨어진 곳을 손으로 가리켰다.


"옷 장식?"


분홍 빛의 자그마한 프릴 장식


레온이 장식을 들어보이자 지크가 입을 열었다.


"아까 누나가 산 옷에 있던거!"


지크의 말을 듣자마자 레온이 순식간에 지크를 낚아챘다.


"잘했어 지크야 조금 어지러울수도 있으니까 눈 꼭 감고 있으렴"


프릴 장식이 몇 개 인진 모르겠지만 추적할 수 있는 수단이 생겼다.


다리에 오러를 집중시킨뒤 장식이 발견된 골목의 끝과 끝을 순식간에 왕복했다.


그러면서 샛길 사이사이를 전부 눈으로 훑었다.


한 블록 너머 벽에 딱 붙어 떨어져 있는 장식이 레온의 눈에 들어왔다.


순식간에 방향 전환을 하며 다음 장식이 떨어진 곳에 도착했고, 레온은 다시 주위 골목길을 전부 살피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시간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두 블록 떨어진 골목길에 다시 장식이 떨어져 있었다.


'조금만 기다리렴.'


레온이 조금 더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고, 레온의 팔에 안겨있는 지크가 자신의 두 손으로 레온의 팔뚝을 꽉 움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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