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자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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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즈
작품등록일 :
2024.08.13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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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9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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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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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DUMMY

레온의 눈이 자연스레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향했다.


건장한 체격의 사내로 보이는 사람 4명과 그 뒤로 로브로 몸을 가리고 있는 사람 2명


로브로 몸을 가린 사람 중 한명은 체격이 작아 보이는 것이 여성으로 추정됐다.


'뭐 높으신 분이라도 되시나보군.'


"어서 오세요! 벨루아의 식당입니다."


사라졌던 종업원이 순식간에 나타나 손님을 받고 있었고, 레온은 그들에게서 관심을 거둔 뒤 지크를 쳐다봤다.


노엘과는 다르게 허름한 옷을 그대로 입고 해맑게 포크를 들고 있는 지크를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근심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그러고 보니 노엘과 지크는 어떻게 알게된 사이지?'


의식하지 않고 있다보니 노엘과 지크에 대해서도 꽤 궁금한 점들과 의아한 점들이 많았다.


노엘이 그런 레온의 시선을 의식한 듯 턱을 괴고 레온을 빤히 바라봤다.


"또 어떤게 궁금한거에요 아저씨?"


"누나 그러면 안돼! 형이라고 해야돼! 아저씨라고 하면 혼난단 말야!"


순간 노엘이 인상을 팍하고 찡그리며 지크와 레온을 번갈아 바라보자 레온이 씨익 웃었다.


자신의 교육이 만족스럽게 된 지크를 바라보다 노엘을 향해 자그맣게 입을 움직였다.


"왜? 꼽냐?"


그에 질세라 노엘이 지크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자그맣게 속삭이듯 말했다.


"아니요. 조. 상. 님"


하지만 지크의 귀가 밝은 듯 해맑은 표정으로 노엘에게 물었다.


"누나 조상님이 뭐야? 먹는거야?"


"어? 아니 먹는건 아닌데... 그런게 있어~ 아주 오래된 거"


순간 레온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노엘의 압승이었다.


-------


"확실히 사람도 없고 좋네요."


로브를 쓴 사람 중 체격이 작은 이가 구석으로 자리를 잡더니 앉자마자 머리를 덮고있는 로브를 재빠르게 벗었다.


"고, 아, 안됩니다 아가씨!"


그 모습에 맞은편에 로브를 쓰고 있던 이가 화들짝 놀라며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아가씨라 불린 사람은 한심하다는 듯 눈앞의 이를 노려보며 말했다.


로브를 벗자 붉은 긴 머리가 어깨위로 쏟아져내렸다.


오똑한 코와 붉은 입술


큰 눈망울과 새하얀 얼굴이 붉은 머리와 대비되어 마치 인형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걱정마요. 여긴 저들밖에 안보이니까"


그녀의 눈길이 향한 곳에는 나온 음식을 받으며 좋아하고 있는 어린 아이 둘과 청년, 노인이 있었다.


로브를 쓴 이는 레온의 테이블과 주위를 한번 쓱 둘러보고는 조심스레 로브를 벗었다.


가지런하게 잘 정리된 흰머리와 얼굴 주름이 그의 나이를 보여주고 있었지만 아직 몸에는 활력이 넘쳐 보였다.


"도대체 여기는 왜 오자고 한 것인지 참"


짜증이 가득 섞인 목소리에 눈 앞의 노인이 움찔했다.


눈 앞에 앉아 짜증을 한 껏 내고 있는 여성의 이름은 아리스 로웨나


자신이 모시는 로웨나 공작가의 삼남매 중 철부지 막내 딸이었다.


"공작님은 이 곳 엘드리온의 성주인 톨엔 백작과 추진 중인 사업으로 바쁘시니까요."


"그럼 톨엔 백작이 와야지 어째서 우리가 여기로 온거야? 우리는 공작가잖아!"


"자세한건 공작님만 알고 있으신거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허허"


"후우... 그렇게 웃지마 헨릭!"


그 말에 헨릭이라 불린 노인은 웃으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아리스의 심기를 살폈다.


가문의 장남과 차녀를 전부 곁에서 돌보았던 자신이었지만 눈 앞의 아리스는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막내 딸이라고 가주가 너무 응석받이로 키운 탓일까


그 덕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리스 떄문에 헨릭의 이마에는 잔주름이 조금씩 늘고 있었다.


"푸하하하!"


그 때 레온의 테이블에서 웃음소리가 퍼졌다.


마치 처음 먹어보는 음식인거마냥 신나하는 꼬마들과 노인, 그리고 백금발의 청년


그 중에서도 꼬질꼬질해보이는 지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더러워'


하지만 아리스의 입가는 무언가 재미난 것을 찾은 듯 움찔거렸고, 헨릭의 시선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헨릭은 눈을 살짝 감았다. 오늘은 이마에 주름이 확실하게 늘어날 예정이었다.


-----------------


"이거 진짜 짱 맛이써!"


지크가 입 안에 고기를 가득 넣은 채 우물거렸다.


양념도 되지 않았던 멧돼지 구이를 그렇게 맛있게나 먹었던 지크였는데 완전히 요리된 고기는 어땠을까


"그만! 입안에서 고기가 튀어나오려고 한다. 임마"


"흡"


레온이 입가에 가득 소스를 묻히고 먹는 지크의 입가를 닦아주고 있었고, 그 말에 지크는 고기가 어디로 세어나가지 못하게 재빨리 입을 틀어막고는 우물거렸다.


그 때 옆 쪽의 테이블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이거 여기 전세냈나! 왜 이렇게 시끄러워!"


고개를 돌려 소리가 들린 쪽을 쳐다보자 노골적인 시선과 마주쳤다.


'수행인들이 갑자기 시비를 건다고?'


레온이 슬쩍 안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 광경이 재밌어 죽겠다는 표정의 여자가 보였고 옆에서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있는 노인이 보였다.


'아하'


대충 어떤 상황인지 알 것만 같았다.


'열다섯 정도? 100년이 지나도 저런 애들은 여전하구만'


맥스가 레온을 쳐다보자 레온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구 죄송합니다. 아직 어린아이라"


맥스가 고개를 숙이며 먼저 사과를 전했다.


그 말에 시비를 건 기사가 살짝 고개를 돌려 로웨나를 쳐다봤고, 아리스가 고개를 젓자 시비를 이어갔다.


"노인이 무슨 죄가 있어? 애새끼랑 그 애새끼 관리 못하는 애비 새끼가 사과해야지"


"푸하하하 그렇지 애비도 문제지"


"말 잘했네 프렌달!"


앉아있던 나머지 기사들이 박장대소하며 웃기 시작했고, 레온은 자리에 앉은 채 피식 웃으며 싸구려 도발에 대응했다.


"요즘 기사님들은 그렇게 명예도 모르고 시비를 건답니까?"


"뭐?"


"뭐 저런새끼가! 네가 기사에 대해 뭘 안다고"


4명 중 3명이 발끈하며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레온은 무덤덤하게 식사를 이어갔다.


자신들을 무시하는 행위에 한명이 레온 쪽으로 다가왔고 입에 있던 음식을 다 먹은 지크가 소리쳤다.


"우리 형도 기사예요!"


지크의 입이 방정이었다.


조용히 광경을 보고 있던 아리스가 웃음을 터뜨렸다.


"푸흡 저 사람이 기사라고?"


식당 안의 사람들의 시선이 아리스로 향했다.


아리스는 그런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레온을 빤히 쳐다봤다.


다부진 몸에 좀 생기긴 했으나 그저 그런 사내, 백금발이 도드라져 보이긴 했지만 가난한 평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정도


하지만 어딘가 낯이 익은 레온의 모습


아리스가 박수를 치며 말했다.


"아! 배신자 레온! 그 사람을 따라한거구나?"


레온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순간 맥스와 노엘이 레온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레온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그렇다고 합시다. 그러니 더 이상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으니 여기서 그만두죠."


"흥! 꼴에 폼은 챙기고 싶나봐요?"


레온의 모습에 꼬리를 내린 줄 아는 아리스가 도발을 이어갔다.


"이야기 속 배신자 레온하고 판박이네요! 명예도 모르고 제 살길만 찾는..."


쾅-


레온의 주먹이 탁자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놈! 감히 아리스님께서 말하고 계신데 무례를!"


챙-


프렌달이라고 불렸던 기사가 자신의 검을 빠르게 뽑으며 레온의 목덜미 쪽을 향했다.


"읍!..."


순간 레온의 목이 베이는 줄 알고 노엘이 입을 틀어막았고, 겁에 질려 엉덩방아를 찧는 프렌달의 상상과는 다르게 레온은 꿈쩍하지 않은채 차갑게 식은 눈으로 자기에게 겨눠진 검을 노려봤다.


"아, 아리스님께 대한 무례를 무릎꿇고 사과하지 못할까?!


프렌달과 레온의 눈이 마주쳤다.


순간 온몸을 뒤덮을 정도의 살기가 쏟아져나왔다.


'무, 무슨 놈의 눈빛이'


온 몸이 얼어붙은 듯 움직일 수 없었고, 들고 있던 검 끝이 살짝 떨리기 시작했다.


레온이 탁자에 있던 나이프를 들어올려 자신을 향해 있는 검날 옆에 갖다대었다.


"푸흡 저것도 칼은 칼이야 그치?"


프렌달을 부추기던 기사 두명이 킥킥대며 웃었다.


레온이 조용하게 읊조렸다.


"검은 겸손과 같아 뽑지 않는게 미덕이지."


"......!"


나이프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빛이 살짝 감돌았고, 레온은 그저 천천히 나이프를 쥔 손을 휘둘렀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앉아있던 기사 한명과 구석에 있는 헨릭만이 눈치챘다.


챙캉-


"어!?"


"무, 무슨?!"


나이프는 마치 허공을 가르듯 아무런 저항도 없이 검을 뚫고 지나갔고, 그 결과 프렌달의 검의 윗부분이 마치 두부 썰리 듯 매끄럽게 잘려나가 바닥에 떨어졌다.


"이, 이게"


웃고 맞장구를 치던 기사들의 입이 쩍 벌어졌고, 자신의 잘린 검을 바라보던 프렌달은 순식간에 눈앞의 사내와 자신 사이에 어마어마한 크기의 격차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앉아있던 기사 한명이 벌떡 일어나 프렌달의 검을 뺏어 옆으로 내팽겨쳤고, 레온에게로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이익! 뭐하는 거예요!"


그런 기사를 보고 아리스가 소리 쳤지만 기사는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레온이 쳐다보자 프렌달에게 쏟아지던 살기와 압력이 순식간에 사라졌고, 그제서야 프렌달은 급하게 숨을 들이켰다.


"죄송합니다."


"그 쪽은?"


프렌달로부터 거뒀던 압박감이 기사에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크흡... 로웨나 공작님을 모시고 있는 제3기사단장 아쉐리트 입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 레온이 쏟아내던 살기가 사라졌다.


"어린 상사를 모시느라 고생이 많네요."


레온의 말에 기사 넷은 몸을 움찔했다. 눈 앞에 있는 사내는 이미 자신들의 상황을 짐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비를 베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쉐리트는 레온의 실력에 경의를 표하며 예를 표했고, 아쉐리트의 정중한 모습을 보고서야 눈치파악이 된 프렌달과 기사 2명이 아쉐리트 뒤로 서서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아직 무슨 일이 벌어진건지 이해하지 못한 아리스만이 여전히 씩씩 거리고 있었다.


레온의 눈이 헨릭과 마주쳤다.


그제서야 헨릭은 자신이 아직 사람 보는 눈이 없다는 공작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헨릭 보고만 있을거야?"


"조용히 하십시오. 아가씨"


"뭐, 뭐?!"


"오늘 일은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


아리스가 헨릭에게 따지듯이 얘기했지만 헨릭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자신이 가늠할 수 없는 수준


아리스의 기분을 풀어준답시고 까딱하다간 여기있던 전부가 목숨을 잃을뻔 했다.


레온이 방긋 웃으며 헨릭이 들으라는 듯 큰소리로 얘기했다.


"그럼 이 음식이랑 뒷정리 정도는 맡기겠습니다."


헨릭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레온은 탁자에 앉아 있던 맥스와 아이들을 챙겼다.


"얘들아 이제 축제 보러 갈까!?"


레온의 손 짓에 서둘러 나가려는 노엘과 맥스를 뒤로하고 지크가 아리스의 테이블 쪽으로 뛰어갔다.


"봐요! 우리 형아 짱쌔죠?! 기사 맞다니까!"


"이... 이익! 이 꼬마가!"


지크가 메롱하며 레온에게로 뛰어왔고 레온은 작게 엄지를 척 들어보였다.


딸랑-


문 소리와 함께 레온 일행이 사라지고 나서야 다들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뭐, 뭡니까 저건"


프렌달이 딸국질을 하며 소리쳤다.


『검은 겸손과 같아 뽑지 않는게 미덕이지』


아쉐리트가 레온이 했던 말을 중얼거렸다.


로웨나 공작이 자신의 기사단원들에게 늘 조언처럼 하던 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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