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자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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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즈
작품등록일 :
2024.08.13 00:53
최근연재일 :
2024.09.09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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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4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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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DUMMY

"샅샅이 찾게"


헨릭의 언성이 올라갔다.


아쉐리트를 비롯하여 프렌달이 좀 더 깊은 안쪽을 향해 뛰어들어갔고, 엘버데일과 듀란은 주위 골목길을 살피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나...'


혹시라도 아리스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로웨나 공작을 볼 면목은 커녕 자신 스스로가 경멸스러워질 것 같았다.


헨릭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주머니에서 자그마한 막대기 처럼 생긴 것을 꺼내들었다.


막대기를 손으로 매만지며 한번 더 이것을 써야 할지 말지 고민하던 헨릭은 단호히 결정을 내렸다.


'아가씨가 우선이다.'


"흐읍!"


헨릭이 하늘을 향해 주머니 속의 막대기를 집어 던졌다.


얼마나 세게 던진 것인지 주위 건물 보다 높게 올라간 막대기는 하늘 허공에서 빙글빙글 돌았고 곧 펑하는 소리와 함께 붉은 불꽃이 허공에 일었다.


일부 사람들이 하늘에 그려진 붉은 불꽃 형상을 눈치채고 신기해했지만 곧 바람에 흩날려 없어져버렸고, 헨릭만이 초조함과 함께 우두커니 서 있었다.


몇분이 흘렀을까


5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 흐른 뒤


헨릭의 앞에 검은색 복면과 두건으로 얼굴을 가린 5명이 나타났다.


"무슨 일입니까 갑자기"


리더로 보이는 자가 헨릭을 노려보며 물었다.


"아가씨가 사라졌습니다."


"......?"


"후... 경과는 추후에 보고드리더라도 일단 이 근처인 것 같습니다."


"같습니다?"


헨릭의 표현이 납득이 되지 않는 듯 미간을 찌푸렸지만 따지기엔 상황이 좋지 않았다.


"이 근처로 추정하는 이유는?"


"제 감 입니다."


"감이라... 감이 좋으신 편이긴 하니..."


리더가 뒤에 서있는 네 명을 향해 고개를 까딱였다.


네 명은 신호를 받자마자 일사분란하게 그 자리에서 사라졌고, 리더와 헨릭만이 자리에 남았다.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아버지"


리더는 복면을 풀며 헨릭을 아버지라 칭했다.


"말 그대로다. 휴우... 아가씨께서 축제 인파에 녹아드시는 바람에..."


"그럼 납치라는 것도..."


"추정이긴하나 그럴 확률이 높다. 아쉐리트 휘하가 추적했으나 찾지 못했어."


"알겠습니다. 찾으면 바로 신호하겠습니다."


리더는 복면을 다시 코위까지 올려 눈만 드러나게 한 다음 빠르게 헨릭의 뒤로 사라졌다.


'제발 무탈하시길...'


헨릭의 타들어가는 속과 상관없이 해는 천천히 넘어가고 있었다.


----------


문이 열리길 빌며 마냥 앞에서 세월 좋게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었기에 레온은 침착하게 쇠문을 살폈다.


'생각보다 두껍진 않다.'


살짝 두드렸을 때 울리는 느낌과 주위 벽을 고려했을 때 단순히 뚫리지 않을 정도의 두께로만 제작한 것 같았다.


'이 문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면...'


만약 오러를 사용해 문을 연 순간 들이닥칠 상황도 꼼꼼히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생각이 정리된 레온은 검을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소품이라 가벼운 탓에 무게감이 제대로 느껴지진 않았지만 괜찮았다.


'출력을 올린다'


어설프게 오러를 둘렀다간 긁어내는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드래곤하트의 출력을 순간적으로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흐름이 좁은 탓에 넘쳐나는 출력을 전부 사용할 수 없었지만 최대한의 오러를 검에 두르기 시작했다.


레온이 살짝 눈을 감고 자세를 잡았다.


살아오면서 몇 번이나 했는지 감히 셀 수 조차도 없을만큼의 내려치기 자세


호흡을 집중하고 감았던 눈을 떴다.


천천히 움직이던 검 끝이 순간 폭발적인 힘에 의해 아래로 휘둘러졌다.


스으윽-


쇠와 부딪히는 소리도, 어딘가에 걸리는 소리도 없이 그저 검이 휘둘러지는 소리만 들렸다.


"후우..."


쇠문 한가운데에 가느다란 검은선이 생겼다.


레온이 이마에 흐르는 굵은 땀을 닦아내며 쇠문을 살며시 밀자 쿵하는 소리와 반으로 갈라진 쇠문이 넘어갔다.


곧바로 기감을 펼치며 전투를 위한 자세를 취했지만 다행히 주위에 적은 없는 것 같았다.


레온의 시선이 쓰러진 쇠문으로 향했다


손가락 두마디 정도는 될법한 두께


그것을 보자 레온이 혀를 찼다.


'염병... 오러 안나왔으면 하루 종일 여기 있었겠네.'


레온이 쓰러진 문을 밟고 넘어서자 주위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지하임에도 불구하고 주위를 밝히는 수정구들로 인해 어둡지 않았고, 아래로 이어진 통로가 나타났다.


'여기서 더 지하라...'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통로로 천천히 레온은 발을 옮겼다.


-----------


노엘이 뒤를 돌아보며 아리스와 베니를 향해 손짓을 했다.


그 손짓에 아리스와 베니가 조용히 건너편으로 움직였다.


노엘이 뒤따라 아리스와 베니가 있는 곳으로 향했고, 구석 끝에 쌓여진 상자 뒤로 몸을 숨겼다.


"푸후..."


"더 갈 수 있겠어?"


노엘이 혹시나 싶어 참고 있던 숨을 조용히 내뱉으며 몰아쉬었고, 아리스가 노엘에게 속삭이듯 물었다.


감옥에서 탈출한 셋은 들키지 않게 최대한 소리를 죽인 채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었고, 노엘이 선두로 나서 길의 방향을 찾고 있었다.


절레절레-


노엘이 고개를 저었다.


"어, 어떻게 하죠?"


베니가 불안한듯 몸을 달달 떨었고 아리스가 그런 베니의 어깨를 감쌌다.


노엘이 침착하게 지금까지의 과정을 되짚었다.


감옥에서 나오는 통로는 길이 하나 뿐이어서 단순히 누가 오는지만 염려하면 되었지만 그 곳을 벗어나자 갈림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게다가 통로는 조금씩 밝아지기 시작했는데, 다행인지 모를 핏자국을 발견했다.


아마 처음에 끌려갔던 여자가 발버둥 치다 난 상처에서 피가 났을거라고 추측한 노엘은 그것을 토대로 조심스럽게 길을 올라왔고, 현재 지금 장소까지 도달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 였다.


단순한 갈림길이 아니라 조그맣게 짐을 쌓아둘 수 있을 법한 크기의 공간과 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문들이 다 똑같이 생긴 탓에 나가는 곳의 문인지, 누군가 있는 공간의 문인지 판단이 어려웠다.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는 귀를 갖다대 안에서 인기척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는 수 밖에 없었는데 그러다 발각되면 어떻게 될지 끝이 뻔해보였다.


노엘이 둘을 두고 잠시 넓은 통로 쪽으로 조심스레 걸어 나왔다.


왼쪽 길은 자신들이 올라온 통로, 그리고 오른쪽 길은 자신들이 걸어가야하는 통로


노엘은 침을 크게 삼키고는 조심스럽게 오른쪽 길로 걸어갔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는지 울리는 소리도 없이 조용한 통로


그 끝에 다다르자 노엘은 다시 좌우로 길게 뻗은 길을 볼 수 있었다.


'아...'


노엘이 짧게 탄식했다.


좌우로 길게 뻗은 통로 끝에 각각의 문이 있었는데 지금 자신이 서 있는 위치에서는 두 문다 분간이 어려웠다.


그러다 오른쪽 통로 중에 있는 문 하나가 살짝 열렸고 사람 소리가 흘러나왔다.


노엘이 황급히 몸을 엎드리고는 그 소리를 듣기 위해 집중했다.


"크하하하하 오늘은 대박이군!"


누군가 웃는 소리가 크게 울려퍼졌고, 문이 열리며 걸어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노엘의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천만다행으로 나오다가 멈춘 듯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히히히 정말 30골드씩 준답니까?"


노엘의 등에 소름이 돋았다.


정말 듣기 싫지만 낯익은 웃음소리


자신을 납치해온 대머리의 목소리였다.


노엘이 자신의 숨소리가 흘러나올까봐 두 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렇다니까? 게다가 한 년은 귀족가의 딸자식이라며?"


"히히히 그렇답니다. 어느 가문의 자식인지는..."


"그럼 우리가 데리고 있는 척하면서 또 돈을 뜯으면 크하하 150골드는 그냥 넘겠군."


"물론입니다. 아 그런데 칼튼님"


"왜?"


칼튼이라고 불린 사내가 대머리를 쳐다보자 대머리가 씨익하고 멋쩍게 웃어보였다.


"이 새끼 이거 또 그거구만?!"


칼튼이 음흉하게 웃어보이자 대머리도 음흉하게 웃어보였다.


"그래 귀족년은 당연히 안되고 어떤 년이야?"


"아아 걱정마십쇼. 고아인데... 제가 잡아온 녀석으로 하겠습니다."


대머리가 혀를 날름거렸다.


"문제없게 해"


칼튼이 알았다는 듯 손을 휘저었다.


"히히히 감사합니다."


"그보다 이제 한명 나갔는데 나머지 상태나 확인해"


"알겠습..."


휙-


대머리는 말을 하다말고 고개를 뒤로 돌렸다.


"왜? 뭐라도 있어?"


"아닙니다. 그냥 뭔가 보고 있는 듯 해서..."


대머리의 시선이 노엘이 엎드려 있어 보이지 않는 통로 쪽을 향했다.


"확인해보겠습니다. 아 참 그리고 다른 녀석들은 어딨습니까?"


"다들 방에서 거하게 한잔들 하고 있겠지. 네 녀석도 적당히 하고 술이나 퍼마셔"


"히히히 알아서 하겠습니다."


대머리가 천천히 노엘이 있는 통로 쪽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저벅- 저벅-


발소리가 반사되어 울리자 노엘의 심장이 터질 것처럼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다.


'치, 침착하게'


노엘은 한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은 뒤 까치발로 조용히, 그리고 침착하게 한걸음씩 옮겼다.


저벅- 저벅-


대머리가 몸을 돌려 통로로 들어갔을 때에는 다행히 노엘은 그 자리에서 도망친 후였다.


노엘은 까치발 상태를 유지한 채로 샛길로 들어가 상자 뒤에 숨어있는 아리스와 베니에게 도착했고, 황급히 자신을 반기는 두 사람의 입을 틀어막았다.


저벅- 저벅-


걸음소리가 벽을 타고 울려퍼지며 다가왔고, 아리스와 베니의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노엘은 입술을 앙다문채 눈을 질끈 감았다.


저벅- 저벅-


점점 커졌던 발걸음 소리가 다시 작아지기 시작했다.


"......"


"......"


아리스와 베니의 입을 막고 있던 노엘의 손이 맥없이 떨어졌다.


"흑..."


노엘의 눈에서 여태 참고 참았던 눈물이 떨어졌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노엘이 헛된 노력이었다는 생각을 하려고 할 때 쯤 아리스가 노엘의 이마에 꿀밤을 먹였다.


통증에 당황한 노엘이 아리스를 쳐다보자 아리스가 노엘의 두 손을 쥔 채로 들어올렸다.


"나보고 정신차리라며!"


"......"


"살 수 있다며! 그러니 너도 정신차려!"


아리스가 노엘이 자신에게 했던 말을 다시 노엘에게 돌려줬다.


옆에서 둘을 보고 있던 베니도 손을 뻗어 노엘의 눈물을 닦아줬다.


"누가 뭐래요. 우린 살 거예요."


노엘이 자신의 코를 닦으며 자신이 보고 들은 것들을 둘에게 알렸다.


노엘의 말을 다 들은 아리스가 벌떡 일어났다.


"잠깐만 그럼 지금 감옥으로 갔단 소리잖아."


"맞아요. 그래서 우리가 탈출했단걸 곧 눈치챌거예요."


"그럼 이러고 있으면 안되는건데..."


저 많은 문들 중에서 어디가 탈출이 가능한 곳인지, 어느 문을 택해야 하는지 셋은 고민에 빠졌다.


"결국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끝에 있는 문이 확률이 가장 높다는거네?"


아리스가 묻자 노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50 대 50 딱 반반이에요."


"왼쪽이냐... 오른쪽이냐..."


둘이 고민을 하고 있던 차에 베니가 노엘에고 물었다.


"호, 혹시 핏자국은 없었어?"


"아!"


자신들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핏자국


노엘이 급히 머리를 쥐어짜내며 아까 봤던 오른쪽 통로를 떠올렸다.


"문이 열리는 탓에 급하게 숨느라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지만 오른쪽 통로쪽은 핏자국이 없었던 것 같아요."


노엘은 혹시 자신이 보지 못했던게 아닐까 생각했지만 여태 바로바로 핏자국을 찾았던 것을 생각해내면 오른쪽 통로에는 없던게 확실했다.


노엘이 확신하며 말하자 아리스와 베니가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오른쪽이야!"


"그럼 왼쪽이야!"


"...어?"


둘의 의견이 엇갈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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