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자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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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즈
작품등록일 :
2024.08.13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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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9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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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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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DUMMY

털썩-


레온이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고, 천장을 바라봤다.


조금 전


집 앞에 도착하자 주위를 확인한 엘버데일이 돌아갔고, 품에 잠들어 있던 지크와 노엘을 침대에 눕히고 나서야 먼저 돌아와 남은 짐 정리를 하고 있던 맥스에게 오늘 일었던 일들을 얘기할 수 있었다.


토끼 눈이 된 맥스가 아이들만 보낸 자신 잘못이라며 크게 자책했지만 레온은 괜찮다며 맥스를 위로했다.


'내가 없었더라면...'


만약 지크가 울던 것을 보지 못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만약 노엘과 지크를 같이 따라갔더라면'


그런 일 따위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평생 상처가 될 기억이 생겨버렸다.


그 생각에 가슴이 답답했다.


천장을 향해 손을 뻗었다.


'정말로 할게 많군...'


그토록 바래왔던 귀환


혹시 자신은 지금 죽어가고 있는 순간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적도 있었지만 오늘 일로 마음을 굳게 먹기로 했다.


'꿈이면 어때'


뻗은 손을 움켜쥐며 주먹을 꽉 쥐었다.


아직 안정되지 않은 상태로 오러를 남발한 탓인지 주먹이 덜덜 떨렸고, 전신의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괘념치 않았다.


'내일부터 움직여야겠군'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고 있었다.


-------


"이른 아침부터 무슨 그렇게 험악한 표정입니까"


맥스가 괴상망측한 것을 보기라도 한 것 같은 표정으로 레온을 바라봤다.


"죽겠어"


"...? 형님이 말입니까?"


맥스는 자신이 잘못들은건가 싶어 귀를 후벼팠고, 레온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레온이 자신의 팔다리 이곳 저곳을 주물렀다.


어제 잠들기 전보다 통증이 조금 더 심해졌지만 레온은 이 통증이 몸이 새로운 마나, 드래곤하트에 적응하면서 생긴 과부하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흡족스러웠다.


"넘어오면서 몸에 아직 무리가 있단 말이지."


드래곤하트에 관한 내용은 자신과 노엘만이 알고 있는 사실이기에 넘어오면서 몸이 달라졌다고 대충 얼버무린 덕에 맥스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사 그 당시의 형님은 정말 괴물이었으니까요!"


맥스가 과거를 추억하며 엄지를 척 들어보이자 레온의 이마에 힘줄이 팍 솟았다.


"내가 어째서?!"


"형님만 모를겁니다. 하하하!"


맥스의 웃음이 작아지고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아이들은 괜찮을까요?"


"글쎄... 노엘은 괜찮은 것 같긴 한데..."


"지크는요?"


"자기 눈 앞에서 노엘이 납치되는 것을 봤으니... 트라우마로 남긴 하겠지. 어떻게 케어해주느냐는 우리 손에 달렸고"


그 말의 의미를 잘 알고 있는 맥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쯤 신전을 찾아가봐야겠군요."


끄덕-


레온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신전은 외부적인 상처를 치료해주는 역할도 하지만 종교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어 정신적인 부분 또한 케어하는데 안성맞춤이었다.


다만 한가지 걸리는 것이 있었다.


"더럽게 비쌀텐데..."


레온이 과거의 신전을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돈은... 어떻게든... 될 겁니다!"


맥스가 밝게 말했지만 레온의 눈치가 더 빨랐다.


"기다려봐 돈은 내가 해결해볼테니까"


"... 형님이 말입니까?"


맥스가 선반을 닦다 놀라 소리쳤다


"왜 나는 돈 벌어오면 안되냐?"


"아, 아니 그건 아닌데... 호, 혹시 누구를... 때...리신다던가..."


"......?"


"하, 하하하 아닙니다 형님! 제가 농담을 좋아해서 하하"


"걱정마 올 때가 됐으니까"


"예? 누가?"


똑똑-


레온이 맥스를 향해 씨익 웃어보였다.


"우리의 돈 줄"


레온이 몸을 일으켜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익숙한 얼굴들이 나타났다.


"아, 안녕하십니까"


레온의 모습을 확인한 아쉐리트가 활짝 웃으며 인사를 건넸고, 그 뒤로 프랜달, 엘버데일도 고개를 숙였다.


레온도 자연스럽게 화답하며 이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들어오시죠."


"아! 감사합니다."


맥스가 레온의 안내에 따라 들어온 이들을 살피며 마른 침을 삼켰다.


어깨에 달려있는 붉은 호랑이의 장식 엠블럼


로웨나 공작가를 상직하는 엠블럼이 달려있다는 것은 이들이 공식적인 업무를 수행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아, 이 쪽은..."


"아! 저희 할아버지입니다."


아쉐리트가 자신들을 보며 서 있는 맥스를 향해 묻자 레온이 자연스레 맥스를 소개했고,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았다.


"술 장사를 하시나 봅니다?"


주위를 둘러보던 아쉐리트가 가게 내부를 살피다 어색한 침묵을 깨기 위해 입을 열었다.


"아 네... 자그맣게 술을 공급하고 있는데 아직 연지 얼마 안돼서 준비가..."


맥스가 멋쩍게 웃으며 얘기하자 아쉐리트가 손사래를 쳤다.


"아, 아닙니다! 그런걸 부탁드리려 했던 말은 아닙니다."


"하하하 제가 오해를 한 것 같습니다."


"하하하... 흠, 흠..."


다시 한번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아쉐리트의 눈이 레온과 마주치자 아쉐리트가 헛기침을 하며 말을 이었다.


"실은 이렇게 아침부터 찾아온 이유는 어제 일에 대해 공식적으로 감사 인사를 드리러 왔습니다."


"감사 인사라면..."


"아시겠지만 어제 귀공의 도움으로 아리스 로웨나 아가씨를 무사히 구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아쉐리트가 벌떡 일어나 상반신을 숙였다.


뒤에 서 있던 프랜달과 엘버데일도 몸을 숙였다.


"아닙니다. 어쩌다보니 그렇게 된 건데요."


레온이 어깨를 으쓱 들어보이며 아무렇지 않아 하자 아쉐리트가 말을 이었다.


"그래서 로웨나 공작님께서 공식적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자 귀공께서 한번 찾아뵙길 원하십니다."


"제가요?"


"네"


"흠..."


"혹시 문제라도..."


"아닙니다. 아무래도 아이들 문제가 남아서 섣불리 움직이기가..."


"아! 아이들은 어떻게..."


그제서야 아쉐리트는 어제 납치된 사람들 중 노엘의 존재를 떠올렸다.


"그... 아이는 괜찮습니까?"


"아직 잠들어있는데 생각보다 오래 갈 것 같군요."


"아..."


레온이 심각한 표정을 짓자 아쉐리트가 짧은 탄식을 뱉었다.


"신전이 치료에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아무래도 신전 비용도 비용이다 보니..."


표정변화 없이 자신의 신세를 한타하는 레온의 모습에 아쉐리트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걱정마십시오! 로웨나 가문은 은혜를 잊지 않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그럴일은 없겠지만 로웨나 가문이 제대로 보상하지 않는다면 제 한몸 바쳐서라도 은혜를 갚겠습니다. 그러니 걱정마십시오!"


레온이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짧지만 자신이 본 아쉐리트는 자신의 말은 어떻게든 지키려고 하는 기사.


이로써 신전을 이용할 수단은 마련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데... 믿겠습니다."


자신보다 아이들을 배려하는 레온의 모습에 아쉐리트는 자신의 눈이 틀리지 않았다며 흡족했다.


"그럼 괜찮으시다면 지금 이동하시겠습니까?"


"지금말입니까?"


"네. 아무래도 지금 로웨나 공작님께서 엘드리온으로 출장 중이신 상황이다 보니..."


레온의 머리가 빠르게 굴러갔다.


"그럼 바로 이동하시죠."


레온이 흔쾌히 수락하자 아쉐리트의 얼굴에 미소가 걸렸다.


"그럼 밖에 마차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아쉐리트와 프랜달, 엘버데일이 밖으로 나갔고, 레온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가시는 겁니까?"


"그래야지. 걱정마"


멀찍히 떨어져 옆에서 듣고 있던 맥스가 걱정스러운듯 묻자 레온이 걱정하지말라며 맥스를 진정시켰다.


"아니 제 걱정은 형님이 아니라... 로..."


"응?"


"아닙니다. 그냥 잘 다녀오십시오."


맥스가 말을 끊고 웃어보였다.


"뭐야 시시하긴"


레온이 간단히 채비를 마치고 밖으로 나갔다.


"모르는게 약이지..."


레온을 배웅하던 맥스가 얼굴도 모르는 로웨나 공작에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


다그닥- 다그닥-


로웨나 공작가에서 준비한 마차에 올라탄 레온은 창 밖으로 엘드리온의 바깥을 구경하느라 여념 없었다.


'확실히 많이 발전했군.'


자신의 기억속에 엘드리온은 그저 촌동네였지만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그야말로 대도시였다.


낯선 이질감에 신비하면서도 씁쓸함을 느끼고 있던 레온에게 아쉐리트가 입을 열었다.


"귀공은..."


"그냥 편하게 레온이라고 불러주셔도 됩니다."


"그래도..."


"저보다 나이도 많으신데 그게 편합니다."


'100년이 흘렀다지만 난 2년밖에 안흘렀으니까 내가 어린거지 뭐'


"큼, 흠 그럼 레온경"


"경도 빼주십시오. 어디 소속되어있지 않습니다."


"그, 그런가!? 하하하"


아까보다 더 밝아진 표정에 레온의 입꼬리가 움찔거렸다.


"그럼 가족은 아까..."


"예 할아버지와 동생 두명과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그렇군. 그럼 원래 엘드리온 사람인가?"


"태어난 건 엘드리온인데 꽤 다른 곳에 있다 돌아왔습니다."


"다른 곳이라 하면 어디였는가? 타국이었는가?"


고개를 끄덕이던 아쉐리트가 조심스레 물었다.


엘 제국의 힘이 강하긴 하지만 타국에 소속되어있었던 자라면 문제의 소지가 생긴다.


'그럴 줄 알았다.'


"타국은 아니고 그냥 아무도 모르는 자연속에서 수련을 하고 왔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수련이라... 흐음..."


'머리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레온은 창 밖에 시선을 두면서도 고민에 빠진 아쉐리트의 얼굴을 슬쩍 쳐다보며 웃었다.


아쉐리트의 수준이라면 자신이 오러를 사용한단 사실을 진작에 눈치챘을 것이다.


오러를 사용하는 마스터급의 강자는 세력 싸움의 판도를 뒤바꿀 수 있을 정도의 영향력을 지녔기에 어떻게서든 자신을 영입하고자 배경을 조사하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로웨나 공작가의 힘이라면 타국이어도 무마시킬 수 있겠지만'


그만큼 로웨나 가문의 힘은 과거에도, 그리고 현재에도 강력했다.


덜컹-


마차가 멈춰섰다.


"아! 벌써 다 온 것 같군."


마차의 문이 열리고 의리의리한 건물과 정원이 나타났다.


"현재 공작님이 머물고 계신 곳이네. 안 쪽은 마차가 움직일 수 없어 여기서부터는 걸어가야하네."


아쉐리트의 설명을 들으며 레온 또한 마차에서 내렸고, 양 옆에 프랜달과 엘버데일이 호위를 서며 건물을 향했다.


"여긴 사유지입니까?"


"응? 그렇네. 엘드리온엔 자주 찾으셔서 마련하게 되었네"


아쉐리트의 설명을 들으며 레온이 주위를 빠르게 훑었다.


"그러다보니 병사들이 수련하는 공간도 같이 마련되어있지. 아 저기 아침 훈련 중이군."


아쉐리트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향하자 아침 훈련을 받고 있는 병사들이 보였다.


엘드리온은 톨엔 백작의 영지


그런데 타 귀족의 영지에서 사병을 훈련시킨다?


그 말인 즉슨 톨엔 백작과 로웨나 공작이 긴밀한 관계에 있다는 것을 대변했다.


'생각보다 잘 풀릴 수도 있을 것 같군.'


"자! 이제 들어가면 되네. 아! 공작님은 신경쓰지 않으실테지만 자네 혹시 귀족을 상대해본 적이 있는가?"


"걱정안하셔도 될 겁니다."


"그런가? 하하 좋구만!"


아쉐리트는 연신 만족스러운 듯 웃으며 레온을 안내했다.


아쉐리트가 안내한 곳에는 맛있는 음식들이 뜨거운 김을 뿜으며 길게 식탁이 늘어져있었다.


"자 여기 앉아서 기다리고 있으면 되네."


끄트머리에 준비된 자리에 레온을 앉힌 아쉐리트는 자연스럽게 맞은 편 자리로 움직여 그 옆에 섰다.


끼이익-


의자 뒤로 있던 큰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털썩-


아무말 없이 의자에 앉은 남자는 자신의 맞은 편에 앉은 레온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래 자네가 레온인가?"


불꽃이 일렁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붉은 머리와 붉은 수염


가슴 한켠이 간질거리며 또한번 그리움이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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