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자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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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즈
작품등록일 :
2024.08.13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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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4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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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DUMMY

그 뒤로 그 곳에서 일어난 생전 처음 보는 몬스터들의 전투와 얄케와의 전투까지 이야기를 마치고 빛무리를 통해 다시 이곳으로 넘어오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했다.


이야기 중 맥스는 크게 박수를 치기도, 다시 주먹을 꽉 움켜쥐기도 했으며, 끝에는 입을 쩍 벌린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그 입 좀 다물지?"


레온은 그런 맥스의 모습에 웃음이 절로나왔다.


"그리고 너라도 얘기할 수 없는 것들도 있어서 생략했으니까"


로리안이 자신의 드래곤하트를 본인에게 넘겨주었다는 것, 그리고 얄케와의 전투에서 자신은 이미 빈사상태였다는 것


어떻게 된 일인지 본인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을 굳이 떠벌리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결국 믿을 수 있는 것은 본인 자신 뿐이었다.


이야기를 듣고 난 맥스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레온을 향해 물었다.


"그럼 혹시 다른 분들도..."


맥스가 생각하는 바가 무엇인지 눈치 챈 레온은 단호히 고개를 가로지었다.


"그곳에 떨어진건 나와 로리안 둘 뿐이었어. 그건 확실해"


"그럼 역시..."


"응 하퍼는... 좋은 곳으로 갔을 거야"


하퍼의 웃음소리가 귀에 맴도는 것 같았다.


하퍼 셀림


드워프의 피가 섞여있는 셀림가는 엘 제국의 건국 당시 초대 황제의 검을 만들었던 유서 깊은 대장장이 가문이었다.


가문의 대부분이 무기와 갑옷을 만드는 것에 흥미를 느끼는 것과 다르게 하퍼는 대장장이는 낭만과 멋이 없다며 검을 들었다.


남들보다 키가 작은 특징 탓에 난쟁이가 무슨 검술이냐며 많은 사람들의 비웃음을 사기도 했지만 하퍼는 끝내 제국의 소드마스터 중 한 명이 되었다.


남들의 몇 배 이상 가는 노력으로 소드마스터가 된 것을 알게 된 레온은 하퍼를 꽤 많이 좋아했다.


그리고 가문의 기린아 같은 하퍼를 동경하며 자신도 검을 들고 싶다던 맥스


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맥스는 늙고 힘 없는 노인이 되어 있었다.


"이제 네 이야기도 듣고 싶군."


레온의 말에 맥스가 천천히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원정대의 출정 이후


"아무런 소식도 없이 시간만 흐르다 갑작스레 왕자가 마왕을 해치웠다는 소식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맥스가 술을 한모금 들이켰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아마 알고 있었을 겁니다. 형님이 마왕을 해치우고 그 공을 왕자에게 넘겼을거라고"


피식-


아마 왕자가 원했으면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레온은 피식 웃어버렸다.


"배신자 얘기는 원정대의 귀환 행사 날에 왕자 입에서 나왔습니다."


마왕을 토벌했다는 소식에 제국 수도에서는 축제가 열렸다.


이제는 대륙의 영웅이 된 원정대의 귀환을 축하하는 환영 행사


영웅들의 귀환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수 많은 인파가 원정대를 보기 위해 광장으로 몰렸다.


소드마스터인 브랜든과 토르엘을 선두로 영웅들의 행렬이 시작되었고, 사람들은 영웅들을 향해 열렬한 환호와 박수갈채를 보냈다.


어린 맥스와 셀림가문의 사람들도 환영을 위한 그 곳에 서 있었다.


레온과 하퍼를 찾기 위해 맥스가 빠르게 행렬을 쫓아 다녔지만 하이엘프 마그누스와 기사단장 키엘의 부축을 받는 왕자가 행렬의 끝이었다.


"어머니! 하퍼 형님이랑 레온 형님이 없습니다!"


어린 맥스는 행렬에 하퍼와 레온이 없다는 것을 눈치채고 어머니에게 달려갔고, 그 말에 맥스를 끌어안은 손에는 힘이 들어갔다.


웅성웅성-


곧 행렬에 하퍼와 레온을 비롯한 몇몇이 보이지 않는 점에 대중들의 의문이 커져가던 와중 왕자가 키엘의 부축을 받으며 단상 위로 올라가 황제의 앞에 섰다.


황제와 제국을 지탱하는 여러 고위 귀족, 수 많은 국민들이 모여있는 광장


왕자가 마왕의 머리를 꺼내들어 보이자 광장에서 환호와 탄성이 터져나왔다.


그리고 그 환호가 가시기 전에 배신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광장에 모인 황제와 귀족, 국민들 모두가 충격에 휩싸였다.


"처음에 소식을 듣고서는...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들고 일어났습니다."


낭만과 멋을 쫓아 소드마스터가 된 하퍼였다.


「어차피 한번 사는 사나이 인생 마왕원정대라니 로망 아닌가!? 크하하하하」


어떻게든 원정대에 참여하기 위해 극성있던 하퍼가 겁이나서 원정대를 포기한다?


하퍼를 알고 있는 가문의 구성원 누구도 그 사실에 동의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한다는 소리가 레온 형님이 드래곤과 함께 배신했다는 사실... 아시잖습니까 드래곤이 어떤 놈들인지"


드래곤들에게 자주 착취당하던 종족 중 하나인 드워프, 그들의 역사에서 드래곤은 좋아할래야 좋아할 수 없는 존재였기에 그들이 탐탁치 않았지만 드래곤이 약속만큼은 절대적으로 지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왕자측의 귀족들을 중심으로 정치모략이 펼쳐졌다.


"보시오! 하이엘프 마그누스 또한 그들의 배신이 있었다고 하지 않소!"


"하이엘프가 무슨 이득이 있다고 그런 거짓말을 하겠소!"


"그리고 그렇게 레온과 골드드래곤이 강했다면 어찌 그보다도 약한 왕자님 일행들이 돌아오고 그들은 꽁무니도 보이지 않는단 말이오!"


말도 안되는 논리였지만 국민들은 서서히 왕자의 말을 믿기 시작했고, 곧 대중들의 분노는 폭발했다.


"셀림 가문은 배신자 가문으로 낙인찍혔고, 수도에서 축출당했죠."


맥스가 덤덤하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미 백년이나 되어버린 이야기


하지만 어제의 일 처럼 생생했다.


가문을 대표하던 이들은 결정에 대해 항의하러 황제를 알현하러 갔으나 제국을 배신, 아니 대륙 전체를 배신했다는 낙인이 찍혀 참수 당했고, 가문의 능력 있는 대장장이들은 전부 감옥에 수감되었다.


"어린 저나 다른 이들은 철을 거래하는 거래처의 짐마차에 숨어 겨우 탈출했습니다. 어머님도..."


맥스는 말을 잇지 못하고 남은 술을 한번에 들이켰고, 다른 술병을 주섬주섬 꺼내 레온에게 건넸다.


"어딜가든 수배서와 이 특징 때문에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 덕에 이렇게 외지에서 떠돌이 생활을 해왔습니다."


맥스가 겪어온 세월을 자신이 이해할 순 없었지만 자그마치 100년이었다. 레온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 탓에 이렇게 폭삭 늙어버린 걸지도 모릅니다 하하"


어색한 분위기를 끌어올리려 맥스가 웃어보이자 레온 또한 어색하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


"솔직히 이 혈통을 원망 많이 했습니다. 저희 가문 특징이 키가 작다는 거 외에도 일반적으로 다른 인간들의 두 배 이상의 수명을 가지고 있잖습니까?'


레온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100년이 지난 지금 맥스가 살아있는 이유였다.


"죽었어도 진작에 죽었을 것을 왜 혈통때문에 살아있나 했는데... 지금 보니 다행입니다. 이렇게 형님을 만날 수 있어서"


맥스의 눈에서 굵은 눈방울이 뚝 뚝 떨어졌다.


"그런데 겉이 늙는 거는 또 다른 것 같더군요. 원래대로라면 아직 팔팔했을 텐데..."


맥스가 자신의 앙상한 손목을 내려보았다.


레온은 그런 맥스를 바라보며 덤덤하게 말을 건넸다.


"네가 만든 술 맛있더라."


맥스가 레온의 칭찬에 쑥스러운지 머리를 긁적였다.


"하퍼 형님이 비밀 재료만 미리 알려줬어도 더 맛있었을 겁니다."


"그 하퍼가? 알려줬을 것 같아? 그 붉은 수염이 다 뽑혀도 그건 못 알려준다고 고집 부렸을거다."


레온의 말에 맥스가 피식 웃었다.


"그쵸. 그럴 양반이었죠 하하하하"


자신과 추억을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살아있다는 사실에 레온은 행복감을 느끼면서도 곧 분노로 휩싸였다.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맥스가 레온에게 물었다.


레온의 수많은 수식언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를 표현하는 가장 알맞은 수식언이 있었다.


엘 제국 역사 최강의 검


힘 없고 늙어버린 노인인 자신과 다르게 눈앞에 레온은 그 때 그 모습 그대로였다.


"복수해야지"


레온의 한마디에 맥스의 심장이 요동쳤다.


복수는 커녕 하루 하루 살아가는게 힘들었던 지난 날이 떠올랐다.


어떤 것이 진실인지도 알지 못한 채, 가문의 비전과 이야기를 전수해 줄 사람도 없이 그렇게 세상에서 잊혀져 가고 있던 삶


미세하게 남아 있던 불꽃이 다시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형님 필요한게 있다면 언제든 말씀하십시오. 제가 어떻게든 마련해보겠습니다."


맥스가 양손을 뻗어 자신의 손을 감쌌다. 앙상한 손을 본 레온이 눈을 질끈 감았다.


아직 레드문의 둘째 날은 길었다.


--------------------


이후 맥스를 통해 궁금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줴송합... 꺼억...니다."


"아냐 너희 가문만으로도 정신 없었을텐데"


술에 취한 맥스는 연신 죄송하단 말을 하며 레온의 부축을 받으며 쉼터 안에 누웠다.


"하하... 형님이... 형님이 살아있을 줄이야"


"얼른 잠이나 자라"


맥스가 잠에 드는 것을 확인한 레온은 쉼터 밖으로 나와 조금 차가워진 밤 공기를 들이마셨다.


아쉽게도 부모님과 동생에 대한 정보는 얻을 수 없었다.


셀림 가문도 숙청을 피해서 도망치느라 바빴을테니 뭐라할 수 없었다.


다만


'여기가 엘드리온이라니'


자신의 고향이었던 조그마한 촌구석 시골 동네가 이렇게 큰 도시로 발전할 줄 몰랐다.


'어째 낯이 익었어'


밖에서 쉼터를 보던 레온이 추억에 잠겨 웃어버렸다.


자신이 목수인 아버지를 위해서 동생과 함께 만들었던 쉼터


그게 바로 이 낡은 쉼터였던 것이다.


세월을 이기지 못해 부서진 탓에 찾기 힘들었으나 아직 남아있는 구석 구석에서 자신과 동생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여길 좀더 두껍게 했어야 했는데...'


그 때는 보이지 않았던 부족한 점들이 보였다.


아무말없이 그것들을 쳐다보고 있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정작 맥스에게는 복수해야지라고 말은 했으나 진짜 배신자들은 아마 이 세상 사람이 아닐게 분명했다.


그렇다고 그들의 후손에게 복수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


'돌아가기만 하면 다 죽여버릴 생각이었는데...'


쉼터 밖의 계단에 걸쳐 앉은 레온은 눈을 감고 천천히 마나를 들이마셨다.


주위의 마나가 체내에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몸의 혈관을 타고 마나가 천천히 전신을 순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여기서부터 순환을...'


잘 순환하던 마나가 심장을 기점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아까와 동일한 상황에 레온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지나간 100년의 세월, 오러를 쓸 수 없는 몸


지금 당장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답답한 현실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자 붉게 물든 레드문이 떠있었다.


돌아오고까지 나서 저 붉은 달을 보게될 줄 몰랐던 레온은 허공에 대고 크게 욕을 뱉었다.


"이 X발 나보고 어쩌라고!"


고요한 숲 속에서 메아리치는 목소리만이 레온을 반겼다.


그 때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아...저씨?"


"크흠, 큼"


노엘이 눈을 비비며 서 있었고, 레온이 민망함에 헛기침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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