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자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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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즈
작품등록일 :
2024.08.13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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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9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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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8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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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DUMMY

"못난 꼴을 보여서 죄송합니다. 형님"


맥스가 옷을 털며 시뻘개진 눈가를 옷소매로 급히 닦았다.


누구보다 원통했을 그 마음을 잘 알기에 레온은 맥스의 등을 토닥였다.


레온의 위로가 전달되어서였을가 맥스는 빠르게 진정됐고 어느새 코 훌쩍임도 사라졌다.


막혔던 코가 살짝 뚫리는 순간 맥스가 갑자기 인상을 찌푸렸다.


"킁...킁... 형님 근데 이게 어디서 이런 썩은내가..."


냄새를 좇던 맥스의 눈이 자연스레 레온에게로 향했다.


레온의 입가가 부들부들 떨리더니 다시 샘터로 뛰어갔고, 노엘은 이 낯선 광경에 박장대소하며 웃어버렸다.


"푸...푸흡... 으하하하하하"


아무것도 모르는 맥스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노엘과 레온을 멀뚱멀뚱 쳐다볼 뿐이었다.


---------------


"형님 이걸로 싹 다 갈아입으십쇼."


수레에서 옷을 꺼내온 맥스가 샘터 앞에 앉아있는 레온에게 건넸다.


"고, 고맙다"


"그... 2년 동안 한번도 안 씻어서 그런거 아니겠습니까..."


나름 위로랍시고 맥스가 건네는 말에 옷을 받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런거 아니라고 이 새끼야..."


레온의 심기를 눈치챈 맥스는 후다닥 자리를 벗어났다.


말하지 않았지만 레온은 로리안과의 대화를 통해 이 악취가 여태 자신의 몸에 축적되어있던 노폐물과 부정한 것들이 몸 밖으로 배출되면서 발생한 것을 알고 있었다.


'이제 겨우 1단계 진입인가?'


현재 레온의 마나 흐름 수준은 마나 유저 정도의 수준


물론 천천히 마나가 순환하며 조금씩 흐름의 길을 넓히고는 있었으나 그 속도가 너무 느렸다.


순환시키는 요령도 이전과 달라 꽤 많은 연습을 필요로 할게 분명했지만 이미 갔던 길을 다시 가는 과정


이전의 수준까지 회복한다면 어느 정도로 강해질지 기대감에 살짝 두근거렸다.


잠시 수풀로 들어가 멀쩡한 옷으로 갈아입은 레온이 맥스와 노엘의 곁으로 걸어왔다.


노엘이 장난스레 코를 잡으며 냄새난다는 시늉을 했자 레온이 방긋 웃으며 주먹을 살짝 들어올려보였다.


"그보다 저 짐들은 뭐야"


레온이 산더미 같은 짐이 실려있는 수레를 가리켰다. 꽤 무게도 나가는 것들인지 수레를 끌고 온 말은 아직도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누가보면 피난이라도 가는 줄 알겠네"


"일종의 피난이라면 피난이죠?"


"응?"


레온이 맥스를 쳐다봤다.


"실은 원래부터 저도 제 나름 계획이 있긴 했습니다. 다만 형님이 나타남으로 앞당겨진것 뿐이죠."


맥스는 자신의 계획에 대해 주절주절 꺼내놓기 시작했다.


"실은 양조장으로 나름 돈을 벌어놨습니다."


"오오?"


"매번 오가는 것도 힘들고 세월이 지난 덕에 저를 알아보는 사람들도, 추적하는 사람들도 없어진지 5년은 넘은 것 같습니다."


애써 밝은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맥스의 얼굴에 드러나는 씁쓸함은 감출 수 없었다.


"그래서 성 안에 제대로 정착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레온이 훌륭하단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집하고 양조장을 계속할 수 있는 곳을 찾았습니다."


"오?"


"기대하시는 것만큼 근사한 곳은 아닐 겁니다."


"그래도 여기보단 괜찮겠지"


레온이 낡은 쉼터를 쳐다봤다.


자신의 과거 손 때가 한가득 묻어있는 곳


유일하게 가족과의 추억이 남아있는 곳


하지만 이제는 현실에 집중해야 했다.


"그래서 오늘 다같이 움직이려 합니다."


맥스가 물끄러미 노엘도 쳐다봤다.


"물론 노엘과 지크도 함께"


맥스의 말을 듣고나서야 여태까지 어두웠던 노엘의 얼굴에 비로소 활짝 웃음꽃이 폈다.


노엘은 이 사실을 알리러 공터 저 멀리서 검을 휘두르고 있는 지크에게 달려갔다.


"그런데 둘은 정말 우연인거야?"


레온이 떠날 채비를 하며 맥스에게 물었다.


"어떤게 말입니까?"


레온이 슬쩍 노엘 쪽을 쳐다봤다.


맥스가 너털웃음을 지었다.


"우연입니다. 제가 어떻게 노엘이 형님 쪽 핏줄일 줄 알았겠습니까? 애초에 제가 저 아이들을 알고 지낸 기간도 1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그렇지. 애초에 말이 안되는 부분이긴 하지."


"읏차- 이것 좀 당겨주십시오."


짐이 떨어지지 않게 다시 끈으로 고정하고 있던 맥스가 끈을 레온에게 던졌다.


"어떻게 알게 된거야?"


"1년 전 쯤인가... 제가 하는 양조장에 노엘하고 지크가 갑자기 나타났습니다. 몸 좀 숨겨달라고... 읏샤"


"몸을 숨겨달라고?"


"아마 아이들을 납치해서 파는 인신매매단이었을 겁니다. 다행히 제 술을 약탈하면서 사라지긴 했지만요."


레온의 인상이 확 구겨졌다.


"이제 준비 다 됐습니다."


더 자세히 물어보고 싶었지만 어느새 준비를 마친 맥스가 수레의 앞 쪽에 올라탔고, 그 옆으로 레온이 자리잡았다.


"얘들아 이제 오렴!"


맥스의 부름에 지크와 노엘이 후다닥 뛰어왔고, 노엘이 익숙한 듯 지크를 짐 칸에 앉힌 뒤 자신도 올라탔다.


"이럇!"


맥스의 소리와 함께 수레바퀴가 천천히 굴러가기 시작했다.


--------


덜컹- 덜컹-


경사가 진 숲 길을 나오느라 많이 흔들리던 차에 눈앞에 평탄화가 되어있는 큰 길이 나타났다.


짐 칸에서 지크가 성으로 들어가는거냐며 신나하던 중에 눈앞에 엘드리온 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 저게 엘드리온이라고?"


레온이 깜짝 놀라 성을 가리켰다.


자신이 살았고, 추억이 가득했던 엘드리온의 풍경과는 전혀 다른 모습에 이질감을 느꼈다.


"형님이 사라지시고 나서 많은 시간이 흘렀으니까요."


"뭔가 씁쓸하구만."


레온이 등을 휙 기대었다.


푸르른 하늘과 엘드리온


두번 다시는 볼 수 없을거라 상상만 하던 풍경이 눈 앞에 다시 나타났으나 자신의 기억과 너무 달라진 탓이었다.


"아직 축제기간이라 사람들로 붐빌겁니다."


"그 레드문 축젠가 뭔가 하는 그거?"


"예"


물끄러미 눈 앞에 서 있는 대기 행렬을 바라봤다.


"평화롭군."


"다 형님이 만드신거죠."


내리쬐는 햇빛과 활기차 보이는 얼굴들. 정말 평화로웠다.


그 때 뒤에서 지크의 얼굴이 튀어나왔다.


"저희 오늘 축제 즐겨요?"


"지크야 그런거 아니라니까!"


뒤에서 노엘이 지크를 말렸지만 엉뚱한 지크를 막을 순 없었다.


----------


"자! 임시출입증은 이쪽으로 오시오!"


"오늘도 많구만"


성으로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선 행렬 사이를 오가는 경비병들의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고, 그 옆에 우두커니 서서 이 광경을 보고만 있는 경비대장이 있었다.


성에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인파들이 금방 사라졌고, 커다란 짐을 싣고 있는 맥스의 수레 차례가 되었다.


그 크기를 본 경비병들이 속삭이더니 경비대장이 수레쪽으로 다가왔다.


이를 본 맥스가 레온의 귀에대고 살짝 속삭였다.


"형님 잠시만 조용히 하고 계십시오."


"어이~ 맥스 영감 전에 준 술은 잘 먹었소!"


"하하 또 언제든지 부탁만 주십쇼. 제가 또 기깔난걸로 준비해놓겠습니다."


"좋네 하하 그런데 이 짐들은 다 뭐요?"


"아! 제가 성 안에 판매점을 하나 해볼까 해서요..."


맥스의 손이 재빠르게 움직여 경비대장의 허리츰에 무언가를 찔러넣었다.


내용물을 슬쩍 확인한 경비대장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경비병 하나를 불렀다.


"어이 말콤!"


"예 대장님!"


딱 봐도 들어온지 얼마 안된 경비병이었는지 군기가 바짝 들어있었다.


"이분들 잘 모셔다 드리고 와라"


"예! 알겠습니다!"


"다음에 내 한번 찾아가지!"


"허허 감사합니다. 그럼"


맥스는 이러한 일들이 빈번했는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행동했고, 이를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레온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레온은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었다. 괜히 아무것도 모르는 자신 때문에 일이 커질 수 있었기에


경비대장이 인상을 쓰고 있는 레온에게 시선이 머물렀지만 시큰둥하게 금방 다음 행렬로 눈을 돌렸다.


'오늘도 짭짤하겠구만'


경비대장이 허리츰에 주머니를 슬쩍 어루만졌다.


--------------


"여깁니다. 그럼 저는 이만."


경비병은 가볍게 인사를 하고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갔으며 수레에서 내린 레온과 노엘이 맥스를 쳐다봤다.


경비병의 안내에 따라 도착한 곳은 넓은 공터가 있는 곳이었다.


"여기라고?"


다만 주위를 둘러봐도 아무것도 없었다.


마치 성 안에서 이 곳만 다르게 격리된 듯 근방으로 아무것도 없었으며, 주택도 그 흔한 상점도 없는 곳이었다.


단순히 공터 쪽에 새로 지어진 듯 2층으로된 아담한 건물만이 자리잡고 있었고, 건물 앞까지 수레를 끌고 간 맥스가 건물의 문을 열며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엇다


그리고 얼른 안으로 들어오라며 일행을 이끌었다.


미심쩍어하던 것도 잠시, 안으로 들어오자 지크와 노엘의 입에서 탄성이 나왔다.


"어떻습니까? 좋지 않습니까?!"


"우와아!"


"와 이쁘다!"


"확실히 이 정도면 뭐... 괜찮군"


레온의 말에 그제서야 맥스는 안도의 한숨을 뱉었다.


아무것도 없는 외관과는 다르게 안에는 필요한 가구들과 함께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다.


출입문 바로 앞 쪽에는 술을 팔기 위한 판매대와 진열장, 손님들의 편의를 위한 가구들이 위치하여 공간을 분리하고 있었고 그 뒤 쪽으로는 작지만 요리를 할 수 있는 부엌과 식사를 할 수 있는 거실 공간, 그리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다.


"그럼 올라가볼까요?"


맥스의 안내에 따라 2층으로 올라가자 아래와는 다르게 여러개의 방이 있었다.


"여기랑 여기가 이제 지크와 노엘의 방이란다."


노엘의 심장이 미칠듯이 두근거렸다.


맥스가 안내해준 방에 들어가자 창문으로 햇빛이 쏟아지고 있었고, 그 옆으로 지크를 위한 폭신한 침대가 위치해 있었다.


지크가 얼른 침대 위로 올라갔다.


"누나 이거봐! 엄청 부드럽고 편해!"


지크가 발라당 누우며 소리쳤고, 노엘은 아무말 없이 입술을 꾹 다물었다.


지크가 아직 침대 위에서 뛰고 있을 때 맥스는 노엘의 방 문을 열었다.


노엘이 방으로 들어갔을 때 눈에서 참고 있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책을 좋아하는건 알고 있었다만 무슨 책을 좋아하는지 몰라서..."


지크의 방과 큰 차이는 없었으나 옆에는 책상과 의자, 그리고 책들로 가득찬 책장이 있었다.


이 모든게 노엘을 위한 맥스의 배려이자 관심이었다.


노엘이 몸을 돌려 맥스를 끌어안고 펑펑 울기 시작했다.


"고... 고맙우어요 할아...버지... 끕"


맥스는 말없이 노엘의 등을 토닥여줬고 레온은 그 모습을 흐뭇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자 그럼 둘은 방 구경을 좀 하고 있고..."


맥스가 말을 흐리며 레온을 쳐다봤다.


레온이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자 맥스가 고개를 끄덕였고, 레온은 맥스의 뒤를 따라 1층으로 내려왔다.


1층으로 내려와 조금 구석진 곳에 있는 문을 열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타났다.


밖과는 다르게 어두컴컴한 계단을 내려가기 위해 맥스가 벽에 걸려있던 램프에 마나를 주입하자 램프가 밝게 빛났다.


"와! 지하 공간도 준비한거야?"


"하하 여긴 형님을 위한 공간이기도 합니다."


맥스의 뒤를 따라 계단을 내려가자 빈 공간이 나타났고, 맥스가 벽에 박혀 있는 램프에 마나를 주입하자 공간 전체가 밝게 빛났다.


그러자 레온의 눈앞에 드러난 것은 큰 탁자 위로 무기와 갑옷, 잡동사니와 옷가지들이 놓여져 있었다.


"뭐야 이게? 이게 날 위한거라고?"


맥스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오랜 세월을 버틴 듯 바래버린 옷가지들


그 사이로 익숙한 옷이 보였다.


"......설마"


레온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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