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자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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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즈
작품등록일 :
2024.08.13 00:53
최근연재일 :
2024.09.09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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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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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DUMMY

"네"


자신과 직접 마주하고도 아무런 변화 없는 레온의 표정에 로웨나는 흥미로운듯 웃었다.


"내가 직접 찾아갔어야 했는데 이렇게 불러서 미안하네. 내 사과하지."


"아닙니다."


"일단 같이 식사나 하겠나?"


로웨나가 식기를 들어보이자 레온도 고개를 끄덕이며 둘의 말없는 식사가 시작되었다.


누구의 말소리도 없이 그저 접시와 식기가 소리, 음식을 씹는 식사소리만 조그맣게 들리는 와중에 아쉐리트가 로웨나 공작의 귀에 대고 무언가를 전달했다.


아마 마차에서 했었던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으리라고 짐작한 레온은 말없이 식사를 이어갔다.


레온이 눈 앞의 로웨나 공작의 모습을 살피며 이제는 자신의 기억속에 남아있는 과거 로웨나 가문을 떠올렸다.


비록 소드마스터에 오르진 못했으나 뛰어난 검술과 함께 기사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는 올곧은 성정, 황제를 향한 진심어린 충언으로 주위의 눈총을 샀던 그레온 로웨나 공작을 필두로


그의 자식들 또한 그런 아버지를 빼닮아 검에 죽고 사는 바보들이었다.


'지금의 로웨나 공작은 어떤 사람일까'


어느새 두 사람의 접시가 깨끗이 비워지고, 로웨나가 운을 띄었다.


"식사는 입에 맞았나 모르겠군."


"괜찮았습니다. 오랜만에 먹어서 그런지 반가웠습니다."


"입맛에 맞았다니 다행이군! 아참, 아쉐리트한테서 들었다만 자네 실력이 꽤 괜찮다면서?"


"아마 기대하시는 것 보다 조금 더 괜찮을겁니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거만하게 말하는 레온의 태도에 로웨나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지어졌다.


오히려 옆에서 둘을 지켜보고 있는 아쉐리트만 속으로 진짬을 흘리고 있었다.


"자네만 괜찮다면 이렇게 앉아서 얘기하기보다는 잠시 걷고 싶은데 어떤가?"


"그러십시오."


무슨 속셈인지 알기 위해서, 그리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당장 로웨나 공작의 심기를 건드릴 필요는 없었다.


로웨나 공작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레온도 따라서 몸을 일으켰다.


아쉐리트가 급히 공작의 뒤를 따라가며 레온에게 눈치를 줬지만 레온은 어깨를 으쓱할 분이었다.


건물을 빠져나와 넓은 정원을 향하는 로웨나 공작의 바로 옆에 레온이 따라 걷기 시작했다.


"그래. 검술은 어디서 배웠는가?"


"이전에 기회가 닿아 은퇴한 기사에게 배웠습니다."


"흐음... 은퇴한 기사라... 혹 이름을 알고 있는가?"


"어릴 때였던지라 이름을 듣진 못했습니다."


"그거 아쉽군."


또 잠깐의 침묵


"그래 지금 소속된 곳이 없다고?"


"그렇습니다."


"이전에는 있었나?"


"...이전에는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레온이 뜸을 들이며 답을 하는 모습에 로웨나 공작의 눈썹이 살짝 꿈틀거렸다.


"혹시 다른 국가에 소속되었었나?"


레온이 피식 웃어버렸다.


"아쉐리트경을 통해서 들으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렇지. 다 들은 답변들이지!"


살짝 가시가 박혀있는 레온의 답변에 로웨나는 아무렇지 않아하는 눈치였지만 옆에 있는 아쉐리트만 가시방석에 앉아있는듯 했다.


"합!"


"하앗!"


그 때 기합소리가 들려왔고 자연스레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커다란 연병장에 기사단으로 보이는 인원들이 검술 훈련을 하고 있었다.


"자네 눈엔 어떻게 보이나?"


로웨나 공작이 슬그머니 레온의 생각을 물었다.


'능구렁이 같으니...'


처세술이 본인과 맞지 않는 것을 알고 있는 레온이었지만 로웨나의 페이스에 말려들 자신이 아니었다.


"굉장하군요."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무미건조한 말에 로웨나가 만족스러운듯 웃었다.


"으하하하하!"


그 웃음소리에 연병장에 있던 모두의 시선이 로웨나와 레온에게로 향했다.


로웨나를 확인하자 모두 들고 있던 검을 내려들고 로웨나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예를 표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공작님!"


"좋은 아침입니다! 공작님!"


로웨나가 손을 들어보이자 언제그랬냐는 듯 각자 자신의 검을 들어 다시 검술 훈련을 시작했다.


"한참 멀었네"


"......"


"그래 내가 은인을 모시고 쓸데없는 소리만 늘어놓았군."


"괜찮습니다."


"어떤 경위인지 정확히는 모르나 자네 덕분에 내 막내 딸이 무사했다는 것은 알고 있네"


"당연한 일을 한 것 뿐입니다."


"당연한 일이라... 그 당연한 일을 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지"


"......"


"혹시 원하는게 있는가?"


'지금부터다.'


드디어 로웨나의 입으로부터 듣고 싶은 말이 나왔다.


하지만 무턱대고 여기서 지르기엔 더 얻을 수 있는 것들도 놓치게 된다.


레온은 짧은 시간동안이지만 자신이 느낀 로웨나 공작의 본질을 자극했다.


"제가 듣기로는 엘 제국에서는 무력만으로도 정착이 가능하다 들었습니다."


"흐음?"


로웨나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로웨나 공작님의 공식적인 지지를 받고 싶습니다."


로웨나 공작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대충 돈이나 재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면 못할 것이 없다.


하지만 눈앞의 레온이라는 사내는 자신이 생각하던 것 보다 훨씬 큰 것을 요구했다.


"큰 욕심은 화를 부르는 법일세."


"그건 그릇이 작은 이들이 큰 욕심을 부릴 때나 일이죠."


"자네는 큰 그릇이다?"


"아마 그렇지 않겠습니까?"


로웨나가 몸을 돌려 레온을 빤히 바라보며 기세를 올리기 시작했다.


"크헙"


순식간에 뿜어져나오는 살기에 옆에 있던 아쉐리트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소드마스터가 뿜어내는 살기와 기세는 아쉐리트에게도 충분히 위압감을 주기 충분했다.


하지만 레온은 그 기세에도 아무렇지 않은 듯 태연하게 앞으로 걸어갔다.


"확인해보시겠습니까?"


싸구려 도발


자신이 아는 로웨나 가문이라면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그럽세."


레온이 씨익 웃어보였다.


---------


"뭐야 무슨 일이야?"


"그게 대련을 하신다는데..."


"공작님이 누구랑?"


"저 남자인가?"


연병장이 순식간에 웅성거림으로 가득찼다.


걸치고 있던 겉옷을 벗고 편한 옷차림의 로웨나 공작이 준비된 대련장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옆에 준비되어 있던 훈련용 검 중 하나를 들어올렸다.


곧 레온도 로웨나를 따라 대련장 위로 올라갔고 마찬가지로 훈련용 검 하나를 들어올렸다.


일반 검보다는 훨씬 무거운 무게


'오랜만이군.'


익숙했던 감촉에 몸을 다시 적응시키듯 검을 몇번 휘둘렀다.


훙- 훙-


"보는 눈이 많은데 괜찮으십니까?"


다시 던지는 도발


아무렇지 않아 하는 표정과는 다르게 검을 쥔 로웨나의 손등 위로 힘줄이 살짝 솟았다.


"걱정말게."


로웨나가 주위를 둘러보며 크게 소리쳤다.


"오늘 이 대련은 나 슈르한 로웨나의 이름을 걸고 진행된다!"


"어?!"


"예!?"


"고, 공작님...! 컥... 컵"


백금발의 사내에게 가벼운 검술 지도를 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던 병사들의 눈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고, 아쉐리트는 갑작스러운 공작의 말에 사레가 들렸다.


레온 또한 자신이 생각했던 것 보다 일이 커지자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원래는 조용하게 해결하려 했는데...'


둘 만의 대결을 통해 조용히 원하는 바를 얻고자 했으나 물은 이미 엎질러졌따.


슈르한이 들고 있던 검이 레온을 향했다.


'모르겠다... 후우'


눈을 살짝 감았다 뜬 레온이 검을 들어 슈르한을 향했다.


"레온입니다."


싸늘하게 식은 레온의 눈이 슈르한을 향했고, 천천히 호흡을 들이마셨다.


방금까지의 장난스러운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파도와 같은 기세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자신의 생각보다 강한 레온의 기세에 슈르한은 살짝 당황했으나 곧바로 자신도 기세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두 마스터급의 강자가 뿜어내는 기세에 주위에서 구경하고 있던 구경꾼들만 숨이 턱 막히기 시작했다.


"큽..."


걔 중에는 가슴을 툭툭 치며 이 곳을 벗어나는 사람도 생겼다.


슈르한이 먼저 왼발을 앞으로 뻗으며 자세를 취했다.


약간 어설퍼 보이는 횡베기 자세


익숙한 모습이 겹쳐 보였다.


"롤랑..."


레온이 무심코 뱉은 단어에 슈르한이 깜짝 놀라며 먼저 발을 움직였다.


순식간에 있던 자리에서 사라진 슈르한이 레온의 바로 코앞에서 나타났다.


슈르한의 검이 레온의 몸을 베기 위해 사선으로 떨어졌다.


캉-


하지만 슈르한의 검로를 미리 예상이라도한듯 레온은 가볍게 막아섰다.


'롤랑보다 빠르군.'


바로 이어지는 슈르한의 몸통베기


검을 비스듬하게 세워 슈르한의 검의 방향을 아래로 유도하고 레온의 검이 휘둘러졌다.


"크읏"


슈르한이 몸을 뒤로 제치며 레온의 검을 피했다.


둘 사이의 간격이 벌어졌다.


'아무렇지 않게 받아낸 다음 반격까지 한다?'


레온을 보고 있던 슈르한의 눈이 번뜩엿다. 레온에 대한 평가가 바뀐 것이다.


"괜찮겠나?"


슈르한이 다시한번 검을 들어보이며 좀 전과는 다른 기세가 풍기기 시작했다.


슈르한이 본격적으로 마나를 운용하기 시작한다는 신호였다.


레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 피해보게"


팟-


발돋움과 동시에 대련장 바닥이 살짝 패였다.


그리고 다시한번 레온의 코앞에서 나타난 슈르한이 검을 머리 위로 들어올려 내려쳤다.


'피하지 않아?'


검이 레온을 향해 가는 중 자신과의 생각과는 다르게 레온은 전혀 피할 낌새를 보이지 않았다.


아무렇지 않게 검을 들어올리며 슈르한의 검과 부딪혔다.


카아아앙-


자그맣게 불꽃이 튀며 슈르한의 검이 옆으로 비껴갔다.


"......!"


'무겁긴 한데 그 뿐이군.'


레온이 비껴간 슈르한의 검을 발로 차 옆으로 걷어내자 활짝 열린 슈르한의 품이 눈앞에 나타났다.


'벤다!'


슈르한과는 반대로 아래에서 올려치는 베기


순간 슈르한의 팔근육이 부풀렀고, 옆으로 뻗어져 있던 검을 회수하여 레온의 베기를 막아냈다.


"크흡"


"막으십쇼"


손이 저릴듯한 충격과 동시에 들려온 레온의 목소리


방금까지 눈앞에 있었던 레온의 검이 어느새 허공을 향해 들려있었고, 곧 자신의 머리 위로 내려오는 것을 확인한 슈르한이 검을 들어 막았다.


카아앙-


카아앙-


연속으로 몰아치는 레온의 검에 슈르한은 자세를 잡을 시간도 없이 막아내기에 급급했다.


"뭐, 뭐야 저 인간"


"누구야 저 사람!"


"도, 도대체 누굽니까 아쉐리트 경!"


주위 구경꾼들 사이로 의문이 커져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토끼눈을 하고 놀라고 있는 것은 아쉐리트도 마찬가지였다.


'공작님을... 능가한다...'


아직 대련이 마무리된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검술 이해도와 응용 능력, 그리고 그것을 구현하는 능력까지


레온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에 아쉐리트는 정신이 아찔해질 지경이었다.


콰아아앙-!


커다란 충격음과 함께 흙먼지가 일었다.


"후우... 후우..."


슈르한이 숨을 몰아마쉬고 있는 것 대비 레온은 작게 호흡을 가다듬었다.


"내 생각이 짧았군."


"표정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요?"


자신이 섣부른 판단을 했다는 것에 자책하는 슈르한이었지만 오히려 표정은 활짝 웃고 있었다.


"그럼! 내 이렇게까지 밀리긴 오랜만일세!"


"병사들 앞에서 지면 좀..."


"전혀! 고이면 도태되네!"


"그래도..."


"이 나이에 다시 한번 성장할 수 있는 길이 보였는데 그깟 지는게 문제겠는가!?"


순간 레온의 몸이 멈춰섰다.


「배울 수 있다면 그깟 지는게 문제겠어요?!」


매일 자신에게 지면서 했던 말


다시 한번 롤랑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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