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자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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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즈
작품등록일 :
2024.08.13 00:53
최근연재일 :
2024.09.09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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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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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DUMMY

아쉐리트와 헨릭이 문을 지나 나타난 곳은 레온이 미행을 했던 갈림길이었다.


프렌달과 엘버데일, 듀란이 곧이어 도착했고, 지하에 나타난 넓은 공간과 갈림길은 순수하게 탄성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와..."


"도대체 얼마나 뻗어져 있는 걸까요?"


"그보다 어디로... 누구냐!"


프렌달이 뒤에서 나타난 인기척에 검을 꺼내들며 뒤로 돌았다.


자신들이 왔던 통로에서 아까 길을 안내했던 안내자를 포함하여 5명이 나타났다.


하나같이 얼굴을 복면으로 가리고 있는 자들


프렌달이 레온에게 잘려나간 검을 움켜쥐며 자세를 잡으려하자 아쉐리트가 손을 뻗어 프렌달을 저지했고, 헨릭이 엘버데일과 듀란을 막아섰다.


"왜 그러십니까?"


자신들을 막는 헨릭과 아쉐리트의 행동에 의문을 품으려던 순간 헨릭이 자연스럽게 나타난 이들을 향해 다가가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고 프렌달이 아쉐리트에게 물었다.


"누굽니까?


"그림자"


"그림... 아!"


아쉐리트가 말한 그림자라는 단어를 듣고나서야 프렌달이 뭔가 떠오른듯 했고, 아쉐리트에게 눈치를 보내자 아쉐리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로웨나 가문에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조직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었다.


로웨나 가문의 그림자이자 암암리에 비밀 임무를 수행하는 전담 조직


철저하게 음지에서 활동하며 유일하게 알려진 것은 로웨나 가문의 구성원 혹은 수행원으로 조직된다는 점


소문으로만 무성한 조직을 눈으로 확인하자 프렌달이 검을 다시 검집에 집어넣었다.


헨릭과 이야기를 마친듯 리더로 보이는자가 손으로 가볍게 지시를 하자 두명씩 왼쪽과 오른쪽 통로로 빠르게 사라졌다.


그렇게 몇분이 흘렀을까


"이렇게 가만히 있어도 되는겁니까?"


아무런 설명도 없이 그저 갈림길에서 가만히 서 있는 것에 대해서 듀란이 불만을 표했다.


"쉿"


헨릭이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며 조용히하란 제스처를 취하자 듀란이 인상을 구기며 리더로 보이는 자를 쳐다봤다.


"도대체 뭘하는거야..."


그 때


삐이이---


들으려고 해도 잘 들리지도 않을 정도의 얇고 작은 소리가 양쪽 통로에서 들려왔다.


소리를 캐치한 리더가 손을 들어 정면으로 향했다.


그 손짓을 확인하자마자 아쉐리트가 선두로 나서며 지시를 내렸다.


"이동한다!"


타다다닥-


방금까지 불만이었던 표정은 온데간데 없이 셋은 아쉐리트의 뒤를 쫓아 달려나가기 시작했고, 그 뒤로 헨릭이 바싹 간격을 좁혔다.


아쉐리트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 모습에 순간적으로 발을 멈추며 오른손을 들어보였다.


아쉐리트의 손동작에 일사분란하게 멈춰섰고, 조금씩 앞으로 발을 내딛으며 걸어가기 시작했다.


'또 시체인가?'


쓰러져 있는 시체를 보고 아쉐리트가 입술을 깨물었다.


이 사람들을 죽인 자가 누구인진 모르지만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는 인물임은 분명했다.


조심스레 통로를 살펴봤으나 함정도, 사람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걸어가던 찰나 통로 끝에서 익숙한 붉은머리가 보였다.


"아가씨!"


아쉐리트의 몸이 쏘아진 화살처럼 앞으로 내달렸다.


-------------------


'언제까지 눈을 감고 있어야 되는거야?'


아리스는 눈만 감은 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상황이 불만스러웠다.


거기다 들려오는 비명소리


'살짝 정도는 괜찮겠지...'


아리스가 레온의 말을 무시하고 실눈을 떠 상황을 살피려 했다.


하지만 꾹 감고 있던 눈 때문에 실눈을 떴을 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답답한듯 그냥 두 눈을 떠버렸다.


갑자기 눈을 뜬 탓에 흐릿하게 윤곽만 보였던 풍경은 곧 조금씩 선명해지기 시작했고, 곧 통로 반대편에 서 있는 레온의 모습이 보였다.


커다란 덩치를 가진 사내가 엎드려 머리를 숙인채 가만히 있었고, 그 사이로 널려있는 시체들


"헉..."


적어도 스무명은 넘어 보이는 듯한 숫자에 아리스가 묶인 손으로 입을 가리며 경악에 휩싸였다.


'얼마나 강한거야...'


문득 아쉐리트가 식당에서 말했던 말이 떠올랐다.


아쉐리트가 자신의 말을 듣기 싫어서 하는 거짓말이라고 생각했었다.


'그게 정말이었어?...'


순간 등줄기에 소름이 돋아 몸을 살짝 떨었다.


'그런데 뭐하고 있는거야...'


멀리서 보고있는 레온의 앞에는 대머리와 칼튼으로 보이는 사람이 엎드려 있었다.


레온의 검이 천천히 움직이자 비명소리가 통로안을 가득 채웠다.


그 소리에 아리스가 놀라 몸을 움츠렸고, 옆을 보자 베니와 노엘은 아직도 눈을 꼭 감은 채 덜덜 몸을 떨고 있었다.


"아가씨!"


그 때 자신이 있는 통로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아리스가 고개를 돌렸고, 아리스는 그제서야 활짝 웃을 수 있었다.


"아쉐리트!"


아쉐리트의 뒤로 프렌달, 듀란, 엘버데일 그리고 마지막으로 헨릭까지


그 모습을 확인하고 흥분한 아리스가 노엘과 베니의 몸을 잡아 흔들었다.


"얘들아! 이제 괜찮아! 우린 살았어!"


"에...?"


"......?"


"괜찮아 눈 떠봐!"


아직도 두 눈을 꼭 감고 있는 베니와 노엘에게 소리치자 둘이 조심스레 눈을 뜨기 시작했고, 곧 아리스의 곁으로 다가온 남자를 볼 수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아쉐리트가 아리스의 상태를 살피는 동안 노엘은 아쉐리트의 얼굴을 보고 식당이 떠올랐다.


"아!"


아리스의 상태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아쉐리트는 곧 올 일행에게 아리스를 맡기기로 하고 이어진 통로 쪽으로 몸을 옮겼다.


눈앞에 펼쳐진 참혹한 광경에 미간을 좁혔다.


"이, 이게 무슨..."


온 사방에 흩뿌려진 피와 쓰러져 있는 시체들


그리고 그 끝에 서 있는 백금발의 사내


'분명 식당에서 본 사내가 맞군'


힐끔 고개를 돌려 아리스와 같이 있던 노엘을 휙 쳐다봤다.


'저 아이 덕분인가...'


불행인지 다행인지


어찌된 영문인지는 자세히 알아봐야겠지만 아리스의 곁에 있는 저 아이가 납치된 덕에 저 사내가 움직였을 것이란 추측이 맞아 떨어졌다.


'그러면 다른 아이는?'


고개를 휙 저었다.


남자아이를 저 사내가 직접 챙겼다고 했었으니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괜찮으십니까! 아가씨!"


헨릭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려퍼졌고, 이어서 도착한 프렌달, 듀란, 엘버데일이 헨릭의 지시에 따라 묶여 있는 아리스와 노엘, 베니의 상태를 살폈다.


그 탓에 레온이 힐끔 고개를 돌렸고, 레온을 향해 걸어가고 있던 아쉐리트와 눈이 마주쳤다.


아쉐리트가 마른 침을 삼켰다.


'무... 무슨 놈의 눈빛이...'


고작해봐야 20을 넘긴 것 같은 레온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와 눈빛에 아쉐리트가 식은땀을 흘렸다.


레온의 눈은 아쉐리트를 넘어 뒤에 있는 노엘 쪽을 향했고, 노엘의 곁에 있는 프렌달을 보고나서야 레온이 한숨을 내쉬며 기세를 거둬들었다.


카강-캉-


들고 있던 검을 휙 내던진 레온이 몸을 돌려 아쉐리트를 향했다.


자신을 향해 걸어오기 시작한 레온을 본 아쉐리트가 다시 한번 마른 침을 삼켰고,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가 되어서야 레온이 먼저 입을 열었다.


"뒤처리를 부탁드립니다."


"아?... 아! 예! 근데 도대체 이게..."


"저도 잘 모릅니다. 다만 저기 보이는 저 두놈이 여기선 제일 한가닥 하는 놈들일겁니다."


레온이 고개를 까딱하며 뒤를 향하자 아쉐리트는 뒤로 엎드린채 널부러져 있는 두 명을 볼 수 있었다.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산더미인 아쉐리트였지만 끓어오르는 호기심을 꾹 참았다.


"로웨나 가문에서 공식적으로 나서서 처리하겠습니다. 은인"


아쉐리트가 고개를 푹 숙이며 예를 표하자 레온이 피식 웃었다.


"괜찮습니다."


툭-


레온이 아랫사람 대하듯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갔지만 아쉐리트는 이상하게도 전혀 불쾌감이 들지 않았다.


아쉐리트는 천천히 널부러져 있는 칼튼과 대머리를 향해 걸어갔다.


-------


'너무 했군'


주위 모습을 보고나서야 레온이 쓰게 웃었다.


2년 동안 치열한 전투를 해온 탓일까


자신도 모르게 잔인해져 있었다.


숨을 크게 들이마신뒤 내뱉었다.


혹시나 모를 미세한 살기까지도 털어버리려는 레온의 노력이었다.


저벅- 저벅-


걸어오던 레온의 발걸음이 아직도 엎드려 있는 클레이그의 곁에서 멈췄다.


클레이그의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자수해"


"...예? 예! 자수하겠습니다."


"지켜본다."


"네! 걱정마십쇼!"


이전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클레이그는 자신을 죽이지 않는 레온에 감사하며 안도했다.


헨릭을 비롯해 프렌달의 도움으로 자유로워진 노엘이 걸어 오고 있는 레온을 보고 벌떡 일어나 레온에게로 달려갔다.


레온이 몸을 숙였고, 자연스레 노엘이 레온의 품에 안겼다.


"괜찮냐 꼬맹이?"


"네..."


울먹거리는 목소리에 레온이 피식 웃어버렸다.


똑똑하고 똑부러진다해도 영락없는 아이


그런 아이에게 오늘 일은 쉽사리 잊혀지질 않을 악몽 같은 기억이 될 것이다.


천천히 레온이 노엘의 등을 토닥였다.


"보고 싶었냐?"


능글맞은 레온의 목소리에 노엘이 인상을 팍 구겼다.


"뭐예요! 그런건 여자친구한테 하세요."


"풉... 푸하하하"


아직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었지만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은 노엘의 모습에 레온이 크게 웃어넘겼다.


"읏샤"


"아, 뭐해요! 내려주세요!"


"그러다 발 다친다."


레온이 노엘을 한팔에 들어올렸고, 아리스가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


"아가씨... 괜찮으신겝니까"


아직 헨릭은 아리스의 몸 상태를 살피느라 여념이 없었고, 프렌달과 엘버데일, 듀란만이 서로 눈치를 살폈다.


그 때 프렌달이 벌떡 일어나 레온에게 고개를 살짝 숙였다.


"감사합니다!"


그 모습에 엘버데일과 듀란도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괜찮습니다."


그 소리를 듣고나서야 헨릭도 정신을 차린 듯 황급히 레온에게로 향했다.


"가, 감사합니다."


레온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


"저 그러니까... 혹시 묵으시는 데가..."


"엘드리온 성 안에 살고 있습니다."


"아! 혹시..."


머뭇거리는 헨릭의 모습에 레온이 귀찮다는듯 손사래를 쳤다.


"괜찮습니다."


"아닙니다! 로웨나 가문은 은혜를 잊지 않습니다. 꼭 보답하고 싶습니다."


둘의 실랑이가 이어졌다.


그 때 아리스의 목소리가 헨릭의 뒤에서 들려왔다.


"받아요! 뭘 부탁하든 해줄테니까!"


자신의 옆에 있는 벽과 허공 사이쯤을 보며 말하는 아리스의 모습을 본 레온은 한숨을 내뱉었다.


'어째 저건 빼다 박았네.'


고맙다거나 감사의 인사를 하려면 몸을 배배꼬며 죽으려고 했던 과거 로웨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100년이나 지났다는데 피는 못속이나 보군.'


"아니 그러니까... 괜차..."


한사코 거절하려던 찰나 노엘이 레온의 귀를 잡아당겼다.


"아얏 뭐야!"


레온이 노엘을 노려다보려던 찰나 노엘이 무언가를 레온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러니까..."


그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레온의 눈이 점점 커졌다.


"그, 그래? 그렇단 말이지?"


레온의 되물음에 노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굳이 그렇게 보답을 하고 싶으시다면... 일단 우리 나가서 얘기를 해볼까요?"


마치 흥미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같은 표정을 짓는 레온을 본 헨릭의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다.


헨릭의 몸이 이유도 모른 채 덜덜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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