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자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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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즈
작품등록일 :
2024.08.13 00:53
최근연재일 :
2024.09.09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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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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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

DUMMY

시끌벅적한 길거리


레온이 해맑게 웃으며 축제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 사이를 빠르게 지나쳤다.


불과 하루 전 그런 사건이 있었다는 것을 과연 이 사람들은 알까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축제가 한창이던 길목을 벗어나자 상대적으로 한적한 길거리가 나타났고, 레온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 쪽인 것 같은데...'


왔던 곳으로 다시 몇번 돌아 나오고 나서야 맥스의 설명을 제대로 듣지 않고 나온 자신을 자책하며 길가에 있는 자그마한 벤치에 앉았다.


답답한 마음에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결심을 했지만 여전히 복잡한 머릿속


'다시 생각해봐도 내가 x신이지.'


로웨나 공작 또한 맥스에게 이야기 했을 때 처럼 잘 풀릴 것이라고 생각한 자신을 한심하게 생각하자 실소가 흘러나왔다.


만약 지나가던 사람이 자신이 100년 전 사람이며, 마왕을 해치운 사람이다 라고 말하면 과연 어떤 반응일까


자신이 생각해도 웬 미친놈이하는 헛소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슈르한과의 이야기 이후 롤랑의 묘비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자 괜시리 얼굴이 화끈거렸다.


'언제 이렇게 감정적이게 된건지...'


묘비의 글귀에 새겨진 내용이 자신이 생각한게 맞다면 롤랑이 좋아한 사람은 레온 자신이었다.


레온이 과거 롤랑의 모습을 떠올렸다.


'매일 찾아와서는 지독하게 수련해달라며 괴롭히긴 했지만...'


흰 피부와 붉은 머리, 아름다운 외모에서 뿜어내는 우아한 분위기는 공작 가문에 걸맞았고, 높은 귀족가 자제에 맞지 않게 털털하고 싹싹한 성격


남을 우선으로 챙기는 모습과 사근사근한 목소리는 당시 모든 귀족가 남자들의 가슴에 불을 지피기에 충분했다.


당시 롤랑에 대한 호감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배경을 잘 아는 레온은 애써 호감을 숨겼었다.


'그까짓게 뭐라고...'


하지만 후회해봐야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나버렸다.


자신이 겪은 시간은 2년 정도 였지만 실제로 100년이 지났다는 사실


자신의 현재와 실제 현재와의 사이에서 발생하는 괴리가, 그 사실이 도저히 납득되지 않았다.


차라리 100년의 시간을 체감했더라면, 정신적으로라도 괜찮았을까


크게 한숨을 내쉬며 머리 위에 있는 나무를 쳐다봤다.


'우선 급한것 부터 해결하자.'


로웨나 공작가의 공식적인 지지는 받을 수 있게 되었으니 이를 기반으로 계획을 세워야 했다.


새로운 목표를 다잡고 있던 레온의 귀에 익숙한 멜로디가 들려왔다.


'이건...?'


친숙하고 따뜻한 느낌의 멜로디


자세히 귀를 기울이자 노랫말이 들려오기 시작했고, 레온은 무언가에 홀린 듯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향해 몸을 움직였다.


점점 노랫소리가 크게 들려오기 시작했고, 곧 레온의 눈 앞에 익숙한 조각이 새겨져 있는 신전이 나타났다.


빛과 자애의 여신 시로엔의 신전


한적한 길거리와는 다르게 시로엔 신전 앞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수 많은 사람들 사이로 하얀 천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시로엔 교의 사제들이 직접 신전 밖으로 나와 신도들과 신전을 구경하기 위해 방문한 사람들을 안내하고 있었다.


"신전을 구경하고 싶으신 관광객분들은 이 쪽에 계신 여사제의 안내를 받으시며 안쪽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사제의 안내에 따라 수많은 인파가 여사제가 있는 쪽으로 몰렸고 자연스레 남자 사제 앞쪽에는 눈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적은 사람만이 남았다.


이 모습을 구경하고 있던 레온의 앞에 이제 갓 성인이 된 것 같은 여사제가 다가왔다.


"환영합니다. 형제님"


흰 사제복을 입고 있는 여자가 고개를 숙이자 레온 또한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였다.


눈과 입가의 은은한 미소, 온화한 표정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보고있는 마음을 편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어떤 용무로 방문하셨습니까?"


"아, 그냥 몇가지 좀 알아보고자 방문했습니다."


"혹시 귀족이십니까?"


"아닙니다."


"아..."


귀족이 아니라는 말에 여사제의 입에서 짧게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러면 저쪽으로 가서 안내 받으세요."


방금까지 나긋나긋하던 여사제의 말투와 목소리가 싹 변하며 대충 손을 들어 관광객들이 몰려갔던 방향을 가리켰다.


여사제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 안내받은 쪽으로 걸음을 옮기던 레온이 고개를 돌리자 여사제는 어느새 부자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레온이 피식 웃었다.


'그 쪽인가 보군.'


신을 모시는 종교인들 중에는 정말 자신이 원해서 종교인이 된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더러 있었다. 대부분이 고아였거나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종교에 의탁한 사람들이었는데


간혹 나이가 차면 신전을 찾는 부자나 귀족과 연을 만들어 종교에서 벗어나려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런 사람들 대부분이 저렇게 저 여사제처럼 행동했다.


자신에게 피해를 준 것도 아니기에 레온은 여사제의 행동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여사제가 입가를 가리며 웃었고, 그 앞에 있던 남자도 헤벌쭉 웃기 시작했다.


'쯧쯧 한 명 물렸군.'


레온이 남자를 딱하게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다.


------------------


"이 쪽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기계적으로 말하고 있는 사제의 안내에 따라 걸어가자 밝은 햇빛이 내리쬐는 큰 공간이 나타났다.


수백명은 거뜬히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 공간, 그리고 그 가운데에 서있는 시로엔 여신의 조각상


"와..."


없던 신앙심도 생길 것만 같은 광경에 레온의 입에서도 짧게 탄성이 나왔다.


하지만 여신의 조각상 근처로는 접근할 수 없도록 커다랗게 줄이 처져 있었고, 그 앞에는 다양한 전시물들이 세워져 있었는데 각 전시물들 앞에는 시로엔 교의 사제들이 관광객들을 상대로 전시물에 대한 내용을 안내하고 있었다.


"아주 오래전 이 미트론 대륙에는 수 많은 왕국들이 있었습니다. 혹시 고대 왕국들에 대해 알고 계신 분 있으신가요?"


"......"


사제가 방긋 웃어보였다.


"수 백년 동안 고대 왕국들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전쟁을 계속 해왔습니다. 긴 기간만큼 대륙 전역의 모든 사람들이 지쳐갔고, 많은 사람들이 죽었죠. 이러한 인간들의 전쟁을 어리석게 보던 존재가 있었으니, 혹시 아시는 분?"


다시한번 사제의 질문에 가장 앞에 있던 어린아이가 손을 들었다.


"드래곤이요!"


"정답입니다! 우리 어린형제님 역사에 대해 관심이 많나 보군요?!"


사제의 칭찬에 아이가 코를 스윽 만졌다.


"미트론 대륙의 서쪽에는 골드드래곤 엘 로리안이, 동쪽에는 블랙드래곤 쿠엔 디라노가 나서서 작은 왕국에 축복을 내렸답니다. 축복을 받은 왕국은 이를 기반으로 주위 국가들을 빠르게 흡수하여 지금의 엘 제국과 쿠엔 제국이 건국되었답니다."


갑자기 들려온 익숙한 이름에 레온의 시선이 역사를 설명하고 있는 사제를 향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전쟁은 멈추지 않고 지속되었고, 이전보다 더 큰 피해를 낫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그 때! 두 제국의 전쟁터 한가운데에! 아르메네이아 성녀님께서 나타나셨고, 그 곳에서 양 국의 부상자를 살피기 시작했답니다. 수 많은 화살이 날아오는 상황에서도 아르메네이아 성녀님은 부상자를 살피는 것을 멈추지 않았고, 이를 알게 된 두 제국은 잠시 전쟁을 멈추기로 약속했답니다."


아르메네이아 성녀의 이름이 나오자 사제는 벅차오르는 듯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아르메네이아 성녀님의 노력으로 두 제국의 전쟁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고, 이 틈을 노려 성녀님께서는 두 제국의 동맹을 제안하셨답니다."


"오오..."


사제의 설명을 듣고 있던 사람들 중 누군가가 양손을 꼭 쥐고 성녀의 이름을 읊조렸다.


"성녀님의 중재를 통해 두 제국이 동맹을 체결하게 되자 두 제국은 성녀님의 공로를 높이 사 대공으로 추대했고, 성녀님은 자신이 부상자를 살폈던 그 곳에 시로엔 신성공국이 선포했답니다."


사제가 자신의 우측에 서 있는 지도 쪽으로 손을 들어보였다.


"그렇게 전쟁이 끝난 뒤 두 제국과 그 사이에 있는 시로엔 신성공국, 주위의 왕국들과 같은 형세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역사서에 기록되어있는 내용을 살짝 시로엔 교의 입맛에 따라 살짝 바꾸긴 했지만, 시로엔 공국과 시로엔 교가 대륙에 퍼지게 된 역사 설명이 사제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


생각보다 괜찮은 안내에 레온이 사제들의 설명을 들으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


같은 시각 시로엔 공국


햇빛이 가득 내려쬐는 공간


자애로운 미소를 띄고 있는 시로엔 석상 앞에는 하얀색 얇은 천으로 얼굴을 가리고 기도를 올리고 있던 여사제의 꼭잡은 두 손이 떨렸다.


곧 참았던 숨이 한꺼번에 입 밖으로 터져나오듯 사람의 것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어려운 목소리가 공간을 가득 매웠다.


"우어어어!"


그 소리에 밖에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왔다.


여신상 앞에 엎드린채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여사제를 확인하고서는 무리 중에 한 명이 급히 달려갔다.


"서, 성녀님!"


성녀의 몸을 조심스럽게 끌어안으며 성녀의 상태를 살폈다.


주름이 자글자글한 성녀의 얼굴과 그 얼굴을 살피는 남자 사제의 주름진 손을 통해 두 남녀가 나이가 꽤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성녀의 눈이 갑자기 뜨이며 자신을 끌어안고 있는 남자의 손을 꽉 잡았다.


"추, 추기경님 시, 신탁입니다!"


짧은 성녀의 목소리 이후 성녀의 몸에서 하얀 빛이 흘러나왔다.


"아아..."


"아아아아!"


성녀의 몸에서 나오는 빛을 목격한 이들은 저마다 짧게 탄성을 내뱉었다.


그리고 마치 머리에서 직접 울리는 듯한 목소리가 성녀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


《어둠이... 부활 한다... ...하고... 영광을 되찾아라...》


그 소리는 작지만 분명 그 곳에 있는 모든이에게 똑똑히 들렸다.


신탁의 목소리를 들은 자들은 제각각 자신이 서 있던 자리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시로엔이시여... 저를 시험에..."


"시로엔 여신이시여..."


일련의 소란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숨을 헐떡이며 들어왔다.


"무, 무슨 일입니까!?"


주위를 둘러보며 소려쳤지만 상황을 전달해 줄 수 있는 자들은 전부 무릎을 꿇고 기도만 올리고 있었다.


성녀를 끌어안고 있던 추기경이 들어온 이를 확인했다.


"교황전하!"


"대, 대체 무슨 일입니까! 토미아 추기경!"


"시, 신탁입니다!"


"대체 어떤! 무슨 신탁이길래 다들 이렇습니까!?"


자신이 잘못들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토미아 추기경은 교황의 물음에도 쉽게 답하지 못했다.


자신의 물음에도 답하지 못하고 있는 추기경의 모습에 교황이 추기경을 향해 소리쳤다.


"무슨 내용인지 대답하세요 추기경!"


"......"


"제가 알아야 할 것 아닙니까!?"


추기경이 교황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어둠이... 부활 한다..."


"그, 그런!"


추기경의 말을 들은 교황이 털썩 주저 앉았다.


"영광을 되찾아라... 마왕이... 부활한 것 같습니다..."


추기경의 설명을 들은 교황과 무리가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마, 말도 안되는..."


교황의 목소리가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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