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자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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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즈
작품등록일 :
2024.08.13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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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9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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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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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화

DUMMY

레온이 자신의 이야기를 마치자 슈르한이 의외라는 표정으로 레온을 바라보며 웃기 시작했다.


"으하하하하! 자네 생각외로 말재주도 있는 편이었군!"


"......"


"지금 그걸 나보고 믿으라고 한 소리는 아니겠지"


"......"


"그래 생각해보면 과거에 그런 얘기도 있다고 들었었네. 드래곤들이 뭐가 아쉬워서 인간들을 배신하겠냐고. 레...온이라는 최강의 검사가 뭐가 아쉬워서 배신을 하겠냐고!"


웃던 슈르한이 자신도 모르게 배신자 레온의 이름을 내뱉을 때 설마 하는 눈빛으로 레온의 표정을 잠깐 살폈지만 레온의 표정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슈르한의 눈이 빠르게 눈 앞의 레온을 훑었다.


그러고보니 이야기 속의 배신자 레온과 눈 앞에 있는 레온은 무척이나 비슷한 점 투성이었다.


눈에 띄는 백금발의 머리


처음보는 검술과 기술을 간파하는 눈과 그것을 구현해내는 검술실력


의심과 불신의 씨앗이 슈르한의 가슴 깊은 곳에서 물결치며 자라기 시작했다.


"백번 양보해서 자네 이야기가 맞다고 치세! 그렇다면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자네가 레온이라는 소린데, 그 사건 이후 100년이 지났네만 내 눈앞에 자네는 많아봐야 스물 셋? 스물 넷으로 보이는군!"


"그래서 제가 신뢰할지 말지는 공작님의 의지라고 했던 겁니다."


"자네 그럴싸한 거짓말은 거기서 멈추는게 좋을 게야!"


슈르한이 크게 호통쳤다.


레온의 말대로라면 현재 황제며 주요 공직에 있는 자들의 근본이 흔들리는 사건이었다.


"자네 도대체 나에게 이런 거짓말을 해서 얻을 것이 무엇이냔 말일세!"


레온을 노려보는 슈르한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슈르한의 눈을 본 레온은 하고 싶은 말들이 굴뚝같았지만 레온은 애써 웃어 보이며 말을 아꼈다.


"하하! 농이었습니다. 흥분하신 것 같은데 오늘은 여기서 돌아가보겠습니다. 그럼"


레온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아무렇지 않게 돌아서서 훈련용 검을 세우고는 대련장 아래로 내려갔다.


자신에게 가볍게 목 인사를 하고 사라지는 레온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슈르한은 그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바깥에서 레온을 확인한 아쉐리트가 허겁지겁 슈르한을 향해 달려와 무슨 영문인지 물었지만 슈르한은 꽤 오랫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


커다란 연병장 쪽을 걸어나와 정원에 들어선 레온이 터덜터덜 정문쪽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오히려 이게 정상이겠지'


맥스 때처럼 쉽게 넘어갈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막상 슈르한의 반응을 보고나니 입 맛이 씁쓸했다.


"여긴 또 왜 이렇게 큰거야?!"


꽤 걸었다고 생각했음에도 아직도 정원인 모습에 괜히 신경질이 났다.


괜스레 길가에 있는 자그마한 돌을 발로 휙 차버렸다.


"그거 맞고 누가 다치기라도 하면 어쩔려고 그래요?!"


부드럽지만 살짝 가시가 박혀있는 듯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레온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미간을 찡그리며 뒤를 돌아보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선선하게 불어오는 아침 바람에 붉은 머리를 찰랑이며 아리스가 서 있었다.


"그... 미안한데... 이름이...?"


진심으로 기억나지 않는 듯한 레온의 모습에 아리스가 빼액 소리를 질렀다.


"이익... 아리스! 아리스 로웨나잖아요!"


"아 그렇지!"


"이름도 못 외우는 거예요?!"


"미안하게 됐군"


레온의 사과에 아리스가 입을 삐죽였다.


다시 가던 길을 가는 레온의 옆에 아리스가 바짝 붙었다.


"벌써 돌아가는 거예요?"


"응?"


"아버지가 불렀다면서요!?"


"용건은 끝났어."


"흐음? 어떤걸 받기로 했어요?"


"몰라도 돼"


"듣기로는 검술 고문이 되기로 했다고 하던데..."


아리스가 슬쩍 운을 띄며 레온의 눈치를 살폈다.


"그건 공작님의 의지니까 언제든 바뀌겠지"


"뭐야 로웨나 공작가의 검술 고문자리인데?! 탐나는 자리 아니예요? 왜 그렇게 시큰둥해요?"


"글쎄 그건 내가 달라고 한게 아니라서"


로웨나 가문 이름 하나만으로도 수많은 사람들과 귀족들이 벌벌 기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어떻게든 연을 만들어보려 애쓰기도 바쁜데 눈 앞의 레온은 로웨나가 별거라는 듯 귀찮아 하는 듯한 레온의 표정에 아리스는 심술이 솟았다.


"그럼 갖고 싶은게 뭔데요? 말해봐요 내가 알지도 모르잖아요?!"


"풉... 성인도 안된 네가 잘도 알겠다."


시큰둥하지만 살짝 웃어보이는 레온의 모습을 본 아리스가 자신만만하게 말을 이었다.


"물어보고나 말해요!"


"음... 뭘 물어보지..."


무엇을 물어보든 답을 하고 말겠다는 아리스의 표정을 본 레온이 입을 열었다.


"롤랑"


"에?"


"롤랑 로웨나"


"......?"


아리스가 무슨 말이냐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자 레온이 고개를 휙휙 저었다.


"내가 애를 상대로 무슨..."


"우리 증고모 할머니?"


레온이 갑자기 걸음을 멈춰서자 레온의 뒤에있던 아리스가 코를 박았다.


"아야! 갑자기 멈춰서면 어떡해요!"


코를 어루만지던 중 레온이 아리스를 휙 돌아봤다.


"왜, 왜 그래요"


"롤랑을 알아?"


여태 본 적 없는 밝은 얼굴을 한 레온의 모습에 아리스는 왠지 모를 뿌듯함이 느껴졌다.


"아, 아는데 근데 우리 증고모 할머니를 어떻게 아는데요?"


"아... 과거에 그냥..."


우물쭈물 하며 시원하게 답하지 못하는 레온의 모습이 통쾌한 듯 아리스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어떻게 해야되나... 아는 걸 말해줄까 말까"


맘에 드는 새 장난감을 발견한 것 마냥 몸을 이리저리 꼬던 아리스가 레온의 눈치를 살피며 놀렸다.


"말해주면 뭐 해 줄거예요?"


레온의 이마에 힘줄이 살짝 솟았다.


"검술 고문도 필요없다고 하시던 분인데... 흐음... 뭐가 많으시겠지? 뭘 달라고 해볼까... 보석?"


레온이 살짝 눈을 감았다.


'아이다. 때리면 안된다... 때리면...'


레온은 참을 인을 새기며 눈앞에서 깐족거리는 아리스를 보며 미소를 유지했다.


하지만 레온의 속을 아느지 모르는지 아리스는 연신 레온을 놀려댔고, 레온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라 미소가 사라지고나서야 재빨리 입을 열었다.


"나한테 빚 하나 지는거예요!"


"그래"


"진짜죠!"


끄덕-


레온이 지쳤다는 듯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순종적인 레온의 모습을 보고나서야 만족스러운듯 아리스가 자신이 아는 내용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저는 잘 모르긴해요. 아버지가 긴밀한 사이셨다는거만 알고 있지."


"...... 그게 다야?"


"기다려봐요. 아직 말도 다 안끝났는데"


"흠, 흠"


"보기보다 성격이 급하시네."


"요 어린게..."


"말 하지 마요?"


"......"


레온이 부르르 떨며 양손을 꽉 쥐었다 폈다.


"헤헤 저도 어릴 때 몇번 찾아뵙긴 했어요. 워낙에 유명하신 분이기도 했으니까"


아리스의 말에 따르면 롤랑은 그토록 목표로 했던 소드마스터가 되지는 못했으나 새로운 검술과 운용으로 로웨나 가문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했다.


그리고 롤랑이 자신의 아버지인 슈르한 로웨나의 검술 스승이었으며, 이를 토대로 소드마스터가 된 것


"그러다 보니까 아버지와는 긴밀하셨죠. 자주 찾아뵙기도 했고요."


이야기를 듣는 동안 롤랑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나름 목표를 이뤘군.'


롤랑 또한 검사의 끝인 소드마스터가 되고 싶었지만 자신이 오러에 대한 재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던 롤랑은 어떻게든 검술을 단련하는데 몰두했었다.


가문에서 자신의 검술을 이어 분명 소드마스터가 나올 것이라는 일념하에


"잠깐 어릴 때 몇번 찾아뵈었다는건?"


"말 그대로죠. 몇번 뵈었었는데"


"지, 지금은?!"


레온이 아리스의 양 어깨를 감싸쥐며 물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감정변화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것만 같았던 레온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지금은 이라뇨?!"


"지, 지금 살아있니?!"


"다, 당연히 별세하셨죠."


레온의 상기된 얼굴이 금세 축 늘어졌다.


"얼마 안되셨어요. 한 5년 쯤... "


"그렇군."


자신의 어깨를 잡고 있던 레온의 손이 힘 없이 떨어졌고, 레온의 고개 또한 바닥으로 축 늘어졌다.


마치 오래전부터 롤랑을 알고 있던 것처럼 보이는 레온의 모습에 아리스의 머릿속에 물음표가 생겼다.


"장례는 어떻게..."


"가문에서 크게 치뤘어요. 원로들 중에서 크게 반대하는 사람도 있긴 했는데 아버지가 앞장서서 해결하셨죠."


"그렇군..."


아리스가 조심스럽게 레온의 표정을 살폈다.


마치 옛 연인을 기억하는 듯한 씁쓸한 눈빛과 표정에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괜찮으시면 찾아가 보시는 것도?"


"응?"


"...? 몰라요? 증고모 할머님이 묻히신 곳이 여긴데"


"?!"


"알고 물어보는 줄 알았는데... 안내해줘요?"


끄덕끄덕-


어린아이마냥 레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아무나 데려가면 안되는 거긴 한데... 따라와요."


왠지 지금은 장난을 치면 안될 것 같은 느낌에 아리스는 앞장서서 움직였다.


--------


정문이 있던 곳과는 정반대 방향


아리스의 안내에 따라 의리의리한 저택의 옆으로 난 샛길로 향했다.


넓은 길은 아니었지만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는 길


그리고 그 앞에 작게 이정표가 세워져 있었다.


「일족 외 출입 금지」


이정표 앞에 잠시 멈춰서 있는 레온을 보고 혹시나 싶어 아리스가 부연설명을 이었다.


"가족들 외에는 아무도 안오는데 혹시나 싶어서 아버지가 세워놓으신 거예요. 누가 더럽히기라도 할까봐"


끄덕-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알고 계신거예요?"


이정표를 따라 살짝 언덕길을 올라가던 차에 아리스가 레온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아까부터 레온이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는 탓에 불안한 아리스의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레온이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가서... 가서 얘기해줄게."


"흐음..."


얼마를 걸었을까


평탄한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자 초록빛 언덕이 나타났다.


그리고 엘드리온 전체가 잘 보이는 언덕 쪽에 아름드리 큰 나무가 하나 서 있었고, 그 아래로 묘비가 세워져 있었다.


그리움과는 전혀 다른 감정


가슴 한켠이 아리는 통증은 묘비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커져갔다.


묘비 앞에 도착한 레온이 털썩 자리에 주저 앉았다.


"괜찮아요?"


아리스가 깜짝 놀라 레온에게 물었지만 레온은 그런 아리스를 무시하고서는 묘비를 향해 손을 뻗었다.


"도대체가... 말을 해야..."


레온을 노려보던 아리스가 입을 다물었다.


짧지만 자신이 본 레온은 어디 한군데 찔러도 눈물하나 흘리지 않을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런 레온의 눈이 시뻘개져서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레온의 눈이 천천히 묘비를 살폈다.


「롤랑 로웨나 이 곳에서 편히 잠들다.」


자신이 지나가는 듯 했던 말이 멋지다며 자기가 써먹겠다고 했던 말도 새겨져 있었다.


「검은 겸손과 같아 뽑지 않는게 미덕이지」


"이게 뭐라고..."


아리스는 조용히 읊조리는 레온의 말을 들으며 묵묵히 레온의 뒤에 서 있었다.


"여기 새긴 것들은?"


"아마 할머님께서 직접 새겨달라고 하신 것들이실거예요. 누군가 볼 수도 있지 않겠냐며"


묘비에 새겨져 있는 글귀들은 마치 누군가에게 자신의 일생이 어땠는지 이야기하듯이 쓰여져 있었다.


레온의 손이 묘비의 마지막 단에 멈춰섰다.


「나는 그 사람이 그랬다고 믿지 않는다. 」


「그 사람은 나의 스승이자 나의 목표였으며 또한 유일한 사랑이었다.」


「마지막으로 그 사람이 보고싶다.」


레온이 머리를 땅에 파묻으며 소리내 울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예약을 잘못 걸어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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