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자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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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즈
작품등록일 :
2024.08.13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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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9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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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4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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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DUMMY

"맞나보군"


레온이 자신을 향해 날이 서있는 칼을 무시하고는 덤덤히 술을 들이켰다.


이전까지 분명 달콤한 술이었지만 쓴맛만이 남았다.


"누구냐! 날 죽이러 온게냐!"


맥스가 크게 소리쳤다. 칼을 쥐고 있는 맥스의 손이 덜덜 떨렸다.


누구에게도 알려준 적 없는 자신의 가문의 성


아니 알려줬다간 현상금 사냥꾼들에게 잡혀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을 것이 분명했기에 그래서 평생을 숨어 살았다.


그런데 지금 옆에서 같이 술을 마신 젊은 사내가 자신의 성을 얘기했다.


맥스의 침삼키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레온이 씁쓸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맥스를 내려다보았다.


자신보다 작은 키


아니 여느 일반인들의 평균 키보다 작은 키


"다른 셀림 가는 살아있나?"


레온의 한마디에 맥스는 심장이 철렁했다.


자신이 알고 있는 한 지금 시대에서 자신의 가문을 알고 있는 부류는 딱 한 부류였다.


제국의 암살자들


"주, 죽어라!"


맥스카 늙은 몸으로 레온을 향해 뛰어들었다.


하지만 레온에 의해 손쉽게 저지당했다.


어느새 레온의 손이 칼을 잡고 있는 맥스의 손을 잡은 것이었다.


옷 때문에 보이지 않았지만 노인이라고 하더라도 앙상하게 얇은 손목


"쯧"


레온이 혀를 찼다.


"일단 아이들부터 옮기지"


레온은 아무렇지 않게 등을 돌린 뒤 지크와 노엘에게로 향했다.


맥스는 현 상황이 혼란스러웠다.


자신이 생각하는 제국의 암살자가 맞다면 자신은 이미 저 남자의 손에 죽었어도 이상할게 없었다.


하지만 눈 앞에 레온이라는 저 사내는 자신에게 큰 관심도 보이지 않을 뿐더러 아이들이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쉼터로 옮기고 있었다.


미칠듯이 쿵쾅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크게 숨을 들이마시기도 했지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레온은 이미 지크와 노엘을 쉼터에 눕혀놓고 맥스가 있는 불가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어느덧 해는 저물어 숲에는 저녁이 찾아오고 있었고 선선해진 바람이 불어왔다.


"언제까지 그러고 있으려고?"


레온의 물음에 맥스는 자신이 레온에게 칼을 겨누고 있단 사실을 인지했다.


"저, 정체를..."


"레온"


레온이 지겹다는 듯 자리에 주저앉으며 말했다.


"뭐, 뭐라..."


"몇 번을 말해 레온이라고, 그리고 자리에 앉지? 몸도 성치 않은 것 같은데"


레온은 덤덤하게 술병의 남은 술을 입에 모두 털어넣었다.


"크으... 하퍼 놈 술 따라가기엔 멀었지만 뭐 나쁘진 않네"


"... 바, 방금 하, 하퍼라고..."


맥스가 뭐에 홀린 듯 레온을 쳐다봤다.


손에 힘이 풀려서일까 맥스의 손에 있던 칼이 땅에 툭 떨어졌다.


레온은 아무렇지 않게 그 칼을 줏어 손잡이를 바라봤다.


"새끼... 이게 뭐라고"


손을 보호하는 부분에 아주 자그맣게 글씨가 써져있었다.


「바보 맥스에게 레온 형이」


레온은 말없이 엄지손가락 끝으로 그 부분을 매만졌다.


콧잔등이 시큰했다.


맥스는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눈 앞에 자신의 가문을 알고 있고, 자신의 큰 형님인 하퍼와 가문을 알고있는 사내


혹시나 하는 생각을 떨처버리기 위해 머리를 가로저었으나 다른 의미로 심장이 쿵쾅거렸다.


"진짜... 레, 레온님이십니까"


맥스의 눈에 살짝 눈망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울지마 어쩌다 나보다 더 늙어버렸냐"


"허...허허.... 허허허!"


맥스가 미친사람처럼 웃기 시작하더니 레온의 앞에 엎드려서 어린아이처럼 펑펑 울기 시작했다.


레온은 아무말 없이 맥스의 등에 손을 올렸다.


그렇게 둘은 한동안 그저 아무말 없이 그렇게 있었다.


툭- 타닥 타다닥-


레온이 나뭇가지를 모닥불 위로 던져넣었고 나무가 타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어느새 해는 사라지고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아 그러니까 좀 그치라고"


"그치만... 이게 꿈은 아닌거죠 형님, 제가 지금 죽어서 저승인게 아닐까요?"


레온이 시큰둥한 눈으로 맥스를 바라봤다. 맥스의 얼굴은 여전히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아 잠깐만 너 지금 그 얼굴로 나한테 형님하니까 뭔가 기분이 확 나빠졌어, 그리고 멀쩡한 사람을 왜 네 맘대로 죽이냐"


"그치만 분명 100년이나 지났는데..."


"그러니까 나도 궁금해"


"도, 도대체 어떻게 된겁니까"


"그게..."


레온은 덤덤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맥스도 알고있는 마왕 원정대의 이야기


하지만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진실


레온의 이야기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노라드 왕국으로 들어왔을 때까진 아무 문제 없었지 그러다 문제가 발생했지"


"문제라면...?"


"갑자기 왕자 녀석이 뭔가에 홀린 듯 자신은 진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


"왕자가 말입니까?!"


맥스의 눈이 화들짝 커졌다.


"어차피 왕자야 황제의 명령이었을테니까 그리고 전력에 도움도 안되니 문젠 없었지만 그 때문에 겁쟁이 새끼들의 입김이 커졌지"


왕자의 포기 선언을 기점으로 약속이라도 한 듯 원정대에 소란이 일어났다.


마왕이 전력을 갖추기 전에 해치워야 한다는 기존 원정대의 취지의 파벌과 마왕이 진군해오면 각개전투로 갉아먹자는 파벌로 두개로 원정대가 나뉜 것이었다.


제국의 왕자의 포기가 각 국이 자신들에게 영향을 줄 이득손실을 따지게 만든 것이었다.


마왕 토벌을 목적으로 소집된 병사들과 강자들은 더욱 손쉽게 정치 싸움에 휘말렸다.


"그 덕에 노라드 왕국을 기점으로 반에 반도 안되는 전력으로 임무를 수행하게 됐지"


레온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맥스가 주먹을 꽉 쥐었다.


"그 이후론 다들 필사적으로 임무를 수행했지. 그리고 어떻게든 해냈고... 문제는 그 다음이었어"


원정대의 덩치가 작아진 덕에 속전속결로 임무 수행이 가능했지만 희생은 어쩔 수 없었다.


병사들 대부분이 사망했고, 마스터급의 강자들만 겨우 살아남았고, 그마저도 부상 때문에 온전치 못했다.


"마왕을 해치우고 나서 탈출할 때까지 몸을 혹사했으니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지. 더군다나 로리안은 드래곤하트에 금이갔고, 쿠엔은 드래곤하트가 깨졌으니..."


"로리안.. 쿠엔이라면 그 골드드래곤 엘 로리안과 블랙드래곤 쿠엔 디라노 말입니까?"


레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노라드 왕국을 벗어나기 직전 원정을 포기하고 자국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던 원정대들이 나타났다"


레온은 과거를 떠올리며 이를 꽉 물었다.


-----------------------


"마그누스? 키엘?"


부상자들을 부축중인 레온이 눈앞에 나타난 이들은 하이엘프 마그누스와 엘 제국의 제1기사단의 단장인 키엘이었다.


"사, 살았다! 다들 여기서 기다려준거구나, 여기 부상자들이 많아 치료를..."


레온이 환하게 웃으며 둘을 반겼지만 둘의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자신을 노려보는 눈빛과 굳게 다문 입술


순간 레온의 가슴속에 미심쩍은 불신이 올라왔지만 애써 이를 무시했다.


"저 반푼이랑 꼴통도 지금 제 상태가..."


"다들 쳐라!"


키엘의 명령과 동시에 뒤에서 신음소리가 터져나왔다.


끄허억-


끄윽-


같은 엘 제국의 소드마스터 였으나 왕자와 함께 귀환하기로 했던 브랜든, 매그너의 검이 각각 로리안과 쿠엔의 가슴팍을 꿰뚫었고, 쿠엔을 부축하던 셀림의 복부에도 커다란 커다란 대검이 뚫고 나왔다.


"이... 이 개새..."


셀림이 눈을 부릅뜨며 뒤를 돌아보자 쿠엔 제국의 소드마스터 투르탈이 대검을 쥐고 있었다.


레온은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어째서... 어째서 이딴 짓을 하는거야!"


레온의 울부짖음에도 학살은 계속되었다.


레온이 업고 있던 대마법사 루카리온가 급히 레온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검을 막기 위해 쉴드 마법을 펼쳤다.


"쿨럭"


온전치 않은 마나써클로 급하게 마법을 펼치다 보니 루카리온의 입에서 검은피가 역류했고, 레온이 검을 꺼내 들었다.


"으아아!"


레온의 새파란 오러에 마그누스와 키엘이 뛰쳐나와 레온의 검을 막아냈다.


카아아앙-


오러와 오러가 부딪히며 엄청난 폭음이 터졌다.


"도대체 왜! 뭐 때문에!"


아무말 없는 마그누스와 키엘의 뒤로 익숙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네가 너무 뛰어나서다"


엘 카리온


원정을 포기한 엘 제국의 왕자가 나타났고 그제서야 원정대를 학살하고 있던 검이 멈췄다.


"무릎을 꿇어라"


왕자의 말에 마그누스와 키엘의 검이 레온의 검을 짓눌렀고, 암살자 하나가 튀어나와 레온의 등에 업혀 있는 루카리온의 목에 카타르를 들이밀었다.


레온이 체념한 듯 검을 손에서 놓고 무릎을 꿇었다.


투둑 툭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레온이 뒤를 돌아봤을 때 멀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반푼이 로리안과 꼴통 쿠엔만이 숨을 헐떡이고 있었고, 루카리온을 포함해 원정대 모두 입에서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었다.


"도대체 왜... 왜!"


레온이 흙바닥을 손으로 내리치며 울부짖었다.


"영웅이 필요한 시대, 네가 너무 뛰어났다."


"......"


왕자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너는 너무 많은 강자들과 친했고, 심지어 세계의 수호자인 드래곤들과도 친해졌다."


비에 젖기 시작한 흙바닥을 걸으며 왕자가 다가왔다.


"그리고 난 네가 알게된 진실이 어디로 세어나갈까 두렵다."


그 말에 레온이 뛰쳐나가려 했으나 키엘에 의해 저지당했다.


왕자는 조용히 레온의 귓가로 다가가 속삭이듯 말했다.


"내가 황제의 아들이 아니라는 사실"


순간 하이엘프 마그누스의 귀가 움찔거렸다.


"너희들만 없으면 내가 영웅이 될 수 있겠지"


스르릉-


엘 카리온이 자신의 검을 뽑아 들었다.


이 상황을 바닥에 쓰러져 조용히 지켜복고 있던 루카리온이 역류하는 피를 삼키며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게 텔레파시 마법을 발동했다.


[레온! 내가 신호하면 바로 눈을 감아!]


머릿속에 울리는 루카리온의 목소리에 레온은 바닥을 다시한번 내리쳤다.


"그렇다고 원정대를 전부 죽이겠다는 거냐!"


왕자가 표정변화 없이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너희 중에 떠벌리고 다닐 놈이 있을지 누가 알겠느냐? 그러니 속 시원하게 전부 다 죽이는것이 편하지"


"이... 이 썩어 빠진..."


"걱정마라 뒤의 드래곤들도 써먹으면 제국은 역대 최강국이 될 것이고 난 황제가 될 것이니까"


카리온의 말을 듣고 있던 로리안이 겨우 입을 열었다.


"푸하하 저 병신같은 새끼가 국가의 수호룡을 찔러놓고는 한다는 소리가 크흡-"


"반푼이 새끼 오랜만에 같은 생각을 하네"


디라노가 겨우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마음대로 지껄여라 드래곤 놈들. 아! 너희들의 드래곤하트는 내가 잘 받아가마"


디라노가 이를 갈았다.


그 때였다


"지금!"


루카리온의 목소리에 레온은 눈을 감았고 순간 레온의 머리위에서 하얀 섬광이 터졌다.


"뭐, 뭐냐!"


단순히 빛을 밝히는 라이트 마법이었지만 대마법사가 응축시킨 라이트는 가히 섬광과 가까울 정도로 빛을 발했고, 사전에 이를 알고 있던 레온과 루카리온을 제외하고는 자리에 있던 전원이 눈을 감았다.


"쿨럭, 지금입니다 로리안님"


로리안이 염력 마법을 발동해 레온을 자신의 품으로 당겨왔고, 쿠엔이 알 수 없는 언어를 중얼거렸다.


그 순간 레온은 볼수 있었다.


자신의 머리 위에 뭉쳐지는 빛무리를


빛무리는 빠른 속도로 레온과 로리안을 향해 날아왔으며 이후 레온이 눈을 뜨자 방금까지와는 다른 풍경이 반겼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서, 성공했나보군..."


뒤에서 들려오는 로리안의 목소리에 레온은 급하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검붉은 땅과 붉은 하늘만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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