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가 사랑하는 괴물 천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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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퍼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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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몸값 (3)

DUMMY

연세호는 도민준을 보자마자 눈빛 칭찬 스킬을 시전하며 친근하게 다가왔다.

최대한 좋은 첫인상을 남기고 싶은 연세호의 바람이 투영된 주책이었다.


같은 팀에 서 있던 문수경과 김선호, 조안철도 놀랍긴 마찬가지.

연세호가 그런 기름진 멘트를 던질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하하, <올드 비즈니스> 연 감독님께서 무척 좋아하셨거든요. 이번 <감시의 비밀>도 재밌게 보신 것 같구요.”


문수경이 설명하듯 덧붙였다.


구태윤은 의아했다.

연세호의 작품 톤만 봐도 다크함의 끝판왕으로 암울하고 우울하고 잔인하고 자극적인지라 사람도 당연히 무겁고 빡세겠거니 싶었는데...

자상함이 묻은 얼굴이 완전히 살갑다.


연세호가 접한 <올드 비즈니스>, <감시의 비밀> 뿐만이 아니었다.

‘<달의 도둑>, 그거 도민준 때문에 뜬 거예요.’

그는 박지훈이 던진 말 한마디에 완전히 꽂혀있었다.


박종찬의 아들이 괜히 그런 소리를 뱉었겠는가?

<달의 도둑>을 시작으로 박종찬이 고점에 올랐다면, 이후 그의 작품에 도민준이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겠는가?


송창한 피디도 곧 도착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전한 후.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사실 이야기라기 보다는 문수경의 일방적인 질문 세례에 가까웠다.

카랑카랑한 목소리와 도민준의 순둥한 목소리가 번갈아 리듬을 이뤘다.


“도민준 작가님께선 지금 작품 하시는 거 있으세요?”

“얼마 전에 단막극 끝나서, 다음 작품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혹시 나이가?”

“스물입니다.”


디팡 측 나머지 세 사람이 고개를 까딱이며 반응했다.


박지훈이 ‘보조작가 하던 애’라고 하길래, 어리다는 건 예상하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더 앳된 얼굴에 문수경은 잡던 펜을 잠시 놓았다.

<올드 비즈니스>는 노인 얘기인데, 갓 스무 살이 이토록 잘 그려냈다니.


“첫 작품이 노인 이야기고, 다른 경력도 좀 있으시잖아요? 그럼...”


다른 경력? 보조작가 일을 말하는 건가?


도민준이 생각하고 있을 때, 구태윤이 설명을 덧붙였다.


“저희 측에서 제시한 기획 방향성이 ‘노인’ 주제라서 이에 맞춰주셨습니다. 원래 이런 쪽만 주로 쓰시는 분은 아니에요.”

“그럼요?”

“다양하게 장르 가리지 않고 잘 쓰시는 걸로 압니다.”

“그래서 전혀 다른 분위기인 <감시의 비밀>이 나왔군요.”


구태윤이 내게 대답을 넘긴다는 듯 쳐다봤다.


“네. 그렇습니다.”


도민준은 자신에 대해 딱히 정의하기가 어려워 동의만 했다.

얼어붙은 분위기 때문에 머리가 하얘졌다는 게 맞겠다.

마치 면접을 보는 것 같달까.


“음... 몇 가지 편하게 물어봐도 될까요? 리뷰도 잘 봤고 <올드 비즈니스>도 저희에게 많은 영감을 주는 작품이었거든요.”

“네네.”


윤태준의 친구들처럼 물어보는 거라면야.

도민준은 얼마든지 편히 대답해주고 갈 의향이 있었다.

애초에 자문을 전제로 한 미팅이라 생각하고 있었고, 그게 디팡에 도움이 된다면.


더불어 <감시의 비밀> 피드백도 듣고 싶었다.


“박종찬 작가님 보조로 오래 계셨던 거예요? 언제부터? 제가 듣기론 <달의 도둑>부터 함께했다고 알고 있어요. 그럼 최소 4년이라는 건데...”

“5년이요. 지금은 나왔구요.”

“지금 나이가 스물이라면서요?”


하지만 작품 질문이라기보다 개인적인 스펙 질문 비중이 더 컸다.

문수경 대표는 은근 추궁하듯이 고개를 쭈욱 뺐다.

매서운 수사관 같기도 했지만, 어투 자체는 상냥했다.


“네. 중학생 때부터 보조작가로 들어갔습니다.”


도민준의 말이 놀라운지 그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배우나 아이돌, 소설 작가까진 그렇다 쳐도... 중학생 시나리오 보조작가라... 들어본 적도 없네요.”


궁금한 게 그거였던 건가.

빚쟁이 아빠가 일궈낸 난폭한 환경 때문에, 생계의 벼랑 끝에 몰려, 보조작가라는 월급의 동아줄을 쥐었다, 구구절절 설명해야 하는 건가.


“그러니까 보조작가 5년... 단막극 하나라는 거죠. 괜찮네요.”


뭐가 괜찮다는 거지.


그들은 도민준을 평가하고 있었다.


급작스럽게 문수경의 눈빛이 그윽해졌다.


“저희가 기획하려는 큰 프로젝트가 하나 있어요. 디팡 오리지널로.”


들어보니, 자기 플랫폼의 간판 같은 드라마를 만들어내고 싶어 기획중이며 관련한 논의를 해봤으면 한다는 거다.


디팡 쪽에서는 모험이었지만,

이만큼 고무적으로 와닿는 모험이라면 그들은 실행하기로 마음먹은 상태였다.


스카웃을.


“그리고 저희가 가장 찾는 기획인 것 같아요. SF <감시의 비밀>요. 마침 장르도 추진하려고 했던 것과 알맞구요.”


본부장 김선호도 나름대로 냉철하게 판단하려 했건만, 이미 <감시의 비밀>에 빠져버린 후였다.

이 이야기가 씬으로 구성되는 걸 빨리 보고 싶었다.

그래서 묵비권 행사하듯 아무 말 없이 고개만 흔들거리고 있었다.


어찌 되었든 ‘리뷰’와 ‘최근치 단막극’이 1차 측정을 도왔고, <감시의 비밀>이 종지부를 찍었다.

작가 스카웃을 결심한 디팡 측.

문수경은 먼저 계약부터 하자고 요건을 들이밀었다.


도민준의 뇌리에 과거 송창한과 나눈 대화가 불현듯 떠올랐다.


다음 작품도 같이 하자고 했는데...

자신보다 더 높은 계약을 부르면 가라고 했지.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혹시 계약 조건을 먼저 여쭤봐도 될까요?”


아무리 좋다고 한들, 송창한과의 의리가 있으니까.


듣고, 문수경이 피식 – 웃음을 내뿜었다.


당돌하네.

역시 보통은 아냐. 몸값부터 측정해보다니.

프라이드 높은 작가란 이래야지.


문수경이 눈짓하자, 조안철이 고려 중인 조건을 읊었다.

두 번째 메인 작품이라지만, 첫 작품이 단막극인 신인에게 이 정도면 괜찮은 액수였다.


“드라마는 총 8부작. 한 부당 구백만 원으로 계약하면 좋을 듯 합니다. 그 전 기획안까지는 2달 잡고 천만 원으로 하구요.”


한 회의 시나리오는 보통 한 달이 걸린다.

길게는 수정까지 두, 세 달도 잡을 수 있지만.

보통으로 잡을 때 한 달 구백이면 도민준에게 꽤 좋은 조건이었다.

아니, 뜀박질해서 천장을 뚫고 싶을 정도다.


“기획안은 100% 선 계약금으로 드리며, 시나리오 집필 시작하면 4부작씩 또 선금으로 드릴 겁니다.”


생각지도 못한 조건에 구태윤의 머리가 비상하게 돌아갔다.


와. 그럼 얼마냐.


고민하고 말 것도 없지만, 눈을 끔뻑이던 도민준은 대답하기를 잠시 멈췄다.


송 피디님은 얼만큼을 제안 주시려고 했던 걸까.


정말 순전히 궁금증에 말의 텀을 두고있는 중이었다.


구태윤이 옆에서 아리송하게 눈짓했다.


“도 작가님?”


이 정도면 괜찮은데요? 아니, 좋은데요?

라는 말이 목 끝까지 튀어나왔지만.

작가의 협상에 섣부른 첨언은 독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문수경도, 연세호도 나이가 어려도 보통 내기가 아니라는 생각에 다들 자세를 고쳐 앉았다.

이 침묵 사이.

다들 도민준의 속을 뚫어서 투시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모두가 암묵적 기다림의 정적을 만들어냈다.


다시 문수경이 점 찍듯 말했다.


“적당한 대우라고 생각되는데요. <감시의 비밀> 회당 구백요.”


문수경 말에 동의하듯 김선호, 조안철도 입술을 침으로 다시며 허리를 폈다.


그때. 송창한이 백기사처럼 등장했다.

단칼 휘젓듯 진행을 끊어버렸다.


“우린 회당 천만 원으로 어떠십니까- 도민준 작가님.”


???


일정을 마치고 급히 달려온 그였다.

디팡과의 논의가 진행 중인 세미나실을 바깥 직원에게 안내받았고,

회당 구백을 부르는 것을 목격했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고.


“<감시의 비밀>, 그 정도 값어치는 더 된다고 판단합니다만? 아, 참고로 전 좋은 손 스튜디오 피디 송창한입니다.”


명함을 내뺀 송창한은 몸값 측정에 불을 지켰다.

미소 아닌 미소를 지은 문수경이 되받아쳤다.

입꼬리가 꿈틀거리는 게 여간 불편한 게 아닌 듯 하다.


“...그러세요? 저흰 천 이백까지도 협상 가능할 것 같습니다. 도민준 작가님.”


둘의 눈이 허공에서 부딪히며 스파크가 일 듯 튀었다.


“저흰 천 오백으로 가죠. 도 작가, 우리 얘기했던 게 있잖아?”


송창한이 도민준 옆에 친근하게 앉으며 어깨를 툭 쳤다.


삽시간에 몸값이 뛰었다.


문수경은 무섭게도 은은한 미소로 응수했다.


“좋은 손과 이야기 중이셨을 줄은 몰랐네요. 아직 계약은 하지 않으셨잖아요? 그렇다면 저희 디팡은 천 칠백으로 모시고 싶은데요.”


도민준은 어벙벙하게 둘의 경쟁을 지켜봤다.

아니, 도민준 뿐만 아니라 세미나실 안의 모든 인원이.

흥미진진하게 보는 연세호는 ‘디팡 이겨라’ 속으로 외쳤다.


“이천. 도 작가, 어때?”


능글맞은 송창한의 액수 얘기에 문수경이 이번엔 테이블을 탁 – 쳤다.


돈? 더한 액수로 측정 때릴 수도 있다.

그런데 왜 끼어들어 흥정 게임을 하게 만드냐고.

이건 아니지.


“허... 이봐요. 도 작가님과 저희가 협상하는데 왜 좋은 손이 끼어서... 말이라면 몇억도 제시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우린 바로 계약금 입금 가능해요.”

“디팡 쪽도 계약서 아직 안 쓰셨잖아요? 저도 <감시의 비밀>을 읽어버린 상태에서 그대로 넘어가게 둘 순 없구요. 좋은 작품 선점은 피디의 도리 아닙니까.”


이때 김선호가 진정하라고 팔을 잡았기에, 잠시 진정을 취한 문수경의 목소리 톤이 바뀌었다.


“좋은 손 피디님.”

“피디 송창한입니다. 예.”

“네. 송.창.한 피디님. 돈 가지고 장난치는 건 아니잖아요.”

“그렇죠. 전 장난이 아니라 진심이었는데. 이미 도민준 작가와는 여러 번 말을 한 상태구요.”


이천이 넘어가는 건 최소 각색 포함 서너 작품은 한 작가들에 한해서다.


“보조작가 세월까지 다 감안하면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작가구요. 제가 장담합니다.”


송창한은 도민준을 향해 눈을 찡긋 했다.

우리 좋은 손이 널 못 가지면, 네 가치라도 맞게 올려주마, 이런 심보도 있었다.


칼 단발을 귀 뒤로 넘기던 문수경은 고민했다.


하긴.

박종찬의 일반적인 보조작가가 아니라, 도민준이 진짜 박종찬 작품의 영혼이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박종찬이 이뤄온 것들을 훨씬 뛰어넘을 가치를 지닌 보물일 수도 있으니까.

송창한도 그것을 알고 있는 사람 중 하나로 보였다.


문수경은 두뇌회전이 빨랐다.


“그럼 이건 어떨까요. 송창한 피디님. 이천이백으로 하고 공동제작도 생각해 보자구요. 저희, 좋은 손 스튜디오 굉장히 좋게 보고 있으니까요.”


아무래도 도민준 작가, 피디들과의 기존 유대감이 있어 보였으며 <올드 비즈니스> 제작도 성공적으로 봤기에.

좋은 안건이 생각나 제시를 얹은 것이었다.


브라운 뿔테 안경을 얹은 송창한의 얼굴이 한층 밝아졌다.


“아. 좋습니다. 저희도 디팡 아주 잘 봐요. OTT의 신흥 강자 아닙니까! 하하!”


결국, ‘공동제작’이라는 제안이 결합의 장을 마련했다.

제작할 두 회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것.

물론 송창한 혼자 고민할 거린 아니지만, 대표를 설득할 정도의 위치는 됐다.


“도 작가님, 괜찮으세요? 공동 제작으로 이천이백.”


송창한이 도민준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얼떨떨한 대답으로 도민준이 수락했다.


“어... 네... 좋습니다.”


길어진 회의가 종지부를 향해 달렸다.


다 같이 식사라도 하자, 싶지만.

문수경에게 급한 일정이 잡혀버렸고, 구태윤도 외부 촬영장 일정이 당겨져 밥은 다음에 먹기로 하는데...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던 도민준이 모두의 마무리 인사를 멈춰 세웠다.


“저.”


도민준의 한마디에 모두가 주목했다.


“그래서 <감시의 비밀> 피드백은 어떻게 될까요? 아무래도 수정할 부분이 꽤 많거든요. 부족한 점 짚어주시면 잘 참고하려구요.”


...


열정인가.


동작을 멈춘 연세호의 미간이 흥미로 꿈틀거렸다.


몸값이 두 배 넘게 올라간 마당에 감정을 맡기듯 기쁨을 누리기만 하지 않다니.

곧바로 비판 섞인 피드백을 바라는 그의 눈초리에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작품에 진심인 작가.

아마 이 작가가 아닐까,


두 팀의 머리 위로 도민준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피어올랐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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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강한 혜성 같은 작가 (1) +9 24.09.08 7,914 19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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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박차를 가하다 (1) +14 24.09.04 8,653 22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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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신선함을 넘어서 (2) +4 24.09.01 9,376 227 13쪽
26 신선함을 넘어서 (1) +6 24.08.31 9,542 22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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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좋은 선택지 (1) +5 24.08.29 9,736 21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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