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삼키는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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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지도
작품등록일 :
2024.08.14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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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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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배신자 (5)

DUMMY

“이분들은 누구세요? 손님이신가?”


서태석은 태연한 얼굴로 괴한들의 주변을 기웃거렸다.


‘뭐야. 저 자식은.’


안의균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용감한건지, 상황 파악이 안 되는 건지.


“이거 진짜 칼이에요? 영화 촬영이라도 하는 건가? 그런데 카메라가 안 보이네.”


어이없는 상황에 괴한들이 멀뚱멀뚱 서 있는 동안,

안의균은 서태석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안의균은 문득 산길에서 강재경 대표와 접선했을 때, 앞을 막아섰던 경찰의 얼굴이 떠올랐다.


“우리 구면이네요.”


그제서야 서태석이 고개를 돌려 안의균과 눈을 마주했다.


“흐음... 나 알아요?”


서태석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안의균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아! 그때 그 검사님이시구나!”


그리고는 손뼉을 치며 방긋 미소지었다.


“서태석씨. 변호사님은 대체 언제 오시는...”


사무실에서 나온 김누리는 순간 말문이 막혀 입을 틀어막았다.


“변호사님!!”


김누리의 시선 끝에는 머리에 피를 흘리며 만신창이가 된 형우의 모습이 보였다.

연장을 든 괴한들, 맞은 편에 서 있는 안의균까지.

서태석과는 달리 김누리는 순식간에 상황파악을 끝냈다.


“선배님.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입니까?”


김누리의 싸늘한 시선에 안의균은 어깨를 들썩이며 고개를 저었다.


“글쎄. 네 눈에는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걸로 보여?”


안의균이 김누리에게 다가가려 하자, 형우가 다급히 서태석을 향해 소리쳤다.


“크윽. 서태석씨. 검사님 모시고 빨리 도망쳐요...!”


목숨을 위협받는 위급한 상황임에도, 형우는 김누리를 걱정했다.

그러나.


“흐음...”


서태석은 제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내가 왜요?”


왜라니.

이 상황에 장난이 나오나.

하지만 서태석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멀뚱멀뚱히 형우를 쳐다보았다.

장난기 없는 진지한 얼굴로.


“근무시간도 아닌데 내가 왜 변호사님의 명령을 따라야 합니까?”


형우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아니. 무슨 말을 해야할지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

위급한 상황에서 도망치지 않겠다는 사람에게 더 이상 무슨 말을 한다는 말인가.


“풉. 사무실 꼬라지 잘 돌아가네.”


안의균은 실소를 터뜨리며 고개를 내리 저었다.

그리고 서태석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잘 생각했어요. 순서대로 보내드릴 테니까 거기서 조금만 기다려요.”

“그게 무슨 뜻입니까?”


여전히 상황파악을 하지 못한 듯한 서태석의 반응에 안의균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이제 곧 죽을 거니까. 목 닦고 가만히 기다리시라고요.”

“누가 누구를 죽인다고요?”


서태석은 잠시 인상을 찡그리더니, 안의균의 코앞에 다가가 그를 내려다보았다.


“당신이. 나를?”


눈을 똑바로 마주하고 위협하는 태도에 옆에 있던 괴한 하나가 서태석에게 달려들었다.


쾅 -


눈 깜짝할 새에 괴한의 머리가 바닥과 강하게 충돌했다.

서태석은 손에 쥔 괴한의 머리를 내려놓으며 다시 일어나 안의균을 노려보았다.


“재밌네. 그럼 어디 한 번 해보시던가.”


서태석은 안의균을 도발하며, 형우에게 되물었다.


“변호사님. 근무시간 외 수당은 5배로 받아야 할 것 같은데. 어떡하실래요?”

“...”


피를 너무나 많이 흘린 탓일까.

의식이 흐릿해진 형우는 서태석의 말에 대답하지 못했다.


“흐음... 이러면 어쩔 수 없지...”


형우에게서 아무런 반응이 없자, 서태석은 머리에 손을 얹고 사무실 안으로 향했다.

당장 사람이 죽게 생겼는데.

정말로 서태석은 형우를 내버려두고 갈 셈이었다.


“제가 드릴게요.”

“음...?”


도저히 가만히 지켜볼 수 없었던 김누리가 다급히 서태석에게 도움을 청했다.


“검사님. 돈 많아요?”

“돈은 얼마든지 드릴 테니까. 당장 어떻게 좀 해보라고요.”


구두 계약도 엄연한 계약이지 그럼.

서태석은 방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원칙상 부업은 안 되지만, 오늘은 특별한 케이스니까 일일 아르바이트한다고 치죠 뭐.”


여유로운 서태석의 태도가 슬슬 짜증이 났는지, 어느새 괴한들은 서태석의 주위를 에워싸고 있었다.


“자. 그럼 하던 일 마저 해볼까요?”


서태석은 괴한들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퍽 –


칼을 휘두를 새도 없이 서태석의 주먹에 괴한 둘이 나가떨어졌다.


보통 칼을 든 괴한을 마주하면 사람은 공포에 떨기 마련이다.

조금이라도 스치면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으니까.

심지어 다수를 상대하는 입장에서 여유를 보일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서태석은 마치 놀이터에서 술래잡기를 하는 어린 아이처럼 해맑은 미소로 괴한들을 상대했다.


쉬익 -


“어이쿠.”


괴한의 칼이 서태석의 몸통을 스쳤다.

서태석은 곧장 발로 괴한의 팔을 걷어차고는 그의 칼을 빼앗아 들었다.


“검사님. 지금 이 상황에서 제가 사람을 죽이면 정당방위가 됩니까?”


그게 지금 이 상황에 할 질문인가.

서태석이 아무리 주도권을 가져왔다고 해도, 남은 괴한들의 숫자는 총 6명.

나가떨어진 2명도 슬슬 다시 몸을 일으키고 있는데.

말 같지도 않은 질문을 할 여유가 대체 어디있냐고.


“지금 그런 말 할 때에요?”

“그러니까. 정당방위 맞냐고요.”


갑자기 진지해진 서태석의 태도에 김누리는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됐어요.”


서태석은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괴한 하나에게 다가가 그의 머리 채를 잡았다.

그리고.


푹 -


괴한의 어깨춤에 칼을 강하게 꽂아 넣었다.


“끄아아악!!”


괴한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우지직 -


팔이라도 잘라 내려는 것일까.

서태석이 칼을 발로 짓누르자, 괴한의 몸에서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미친 x끼가.”


가만히 지켜볼 수 없었던 다른 괴한들이 서태석을 향해 달려들었다.


스윽 –


서태석은 어깨에 박힌 칼을 뽑아 순식간에 괴한들의 발목을 그었다.

마치 어린아이를 가지고 놀 듯.

도무지 서태석의 움직임을 쫓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 명, 두 명.

여섯 정도를 쓰러뜨렸을 때쯤.

도저히 당해낼 수 없다고 판단한 안의균은 형우의 목에 칼을 들이밀고 협박했다.


“이 x끼 살리고 싶으면 그 칼 내려놔.”


의식을 잃은 형우의 목숨을 볼모로 한 비겁한 협박.

서태석은 괴한의 허벅지에 박힌 칼을 뽑아내며 몸을 일으키더니, 안의균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가까이 오지 마. 진짜로 죽여버린다.”


형우의 목에서 가느다란 핏줄기가 흘러내렸다.

안의균은 진심으로 형우를 죽일 생각이었다.

하지만.

서태석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가까이 오지 말라고. 이 x발 x끼야.”


안절부절 못하는 안의균의 모습에 서태석은 한숨을 내쉬며 칼등으로 머리를 긁어댔다.


“죽여요.”

“뭐...?”

“죽이라고.”


장난기 하나 없는 진지한 얼굴.

안의균이 형우를 죽이지 못할 것이라는 어설픈 자신감이 아니었다.

정말로 형우가 죽든 말든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분위기.


“뭔가 착각하고 있나 본데. 그 사람이 죽든 말든 난 상관없어. 직장이야 다시 구하면 되니까.”

“...”

“못하겠으면 내가 도와줄까? 난 자신 있는데.”


서태석의 서늘한 미소에서 엄청난 살기가 느껴졌다.

더 이상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고 판단한 안의균은 머릿 속으로 빠르게 계산을 끝마쳤다.


‘일단 이놈을 죽이고 다음을 기약하자.

아직 두 명이 남아있으니, 도망칠 시간은 벌 수 있겠지.’


“안 돼!!”


김누리의 다급한 외침과 동시에 안의균이 손에 힘을 주었다.


푹.


김누리는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돌렸다.

아무리 사건에서 마주한 사이라지만, 도저히 그의 죽음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뭐야... 너는 분명...”


당황한 듯한 안의균의 말투에 김누리는 곧장 눈을 뜨고 형우 쪽을 바라보았다.

시선 끝에는 형우가 손으로 안의균의 칼을 꽉 쥐고 있었다.


“뭐해!! 이놈부터 죽여!!”


안의균의 명령에 괴한 둘이 형우를 향해 칼을 들이밀었다.

그러나 형우는 빠르게 몸을 비틀어 공격을 흘려낸 뒤, 역으로 주먹을 휘둘러 그들의 턱을 으스러뜨렸다.


형우의 주먹에서 피가 뚝뚝 흘러내렸다.

형우는 홀로 남은 안의균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가까이 오지 마!! 오지 말라고!!”


형우의 분위기는 좀 전과 조금 달랐다.

흰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검게 물든 형우의 눈동자.

같은 사람이 맞나 의심이 들 정도로, 엄청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퍽 -


형우의 주먹이 안의균의 콧등을 강타했다.


“크으윽. 제발 살려줘...”


안의균은 바닥에 납작 엎드려 목숨을 구걸했으나,

형우의 주먹은 멈추지 않았다.


퍽 – 퍽 -


“변호사님!! 그만해요!!”


하얀 셔츠가 피로 빨갛게 물들 정도로 코뼈가 완전히 으스러졌다.

하지만 형우는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주먹을 내질렀다.


“좀 말려봐요!! 저러다가 사람 죽이겠어요!!”

“흐음... 조금 더 지켜보고 싶긴 한데... 돈 주는 사람이 까라면 까야죠 뭐.”


서태석은 무언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며 형우에게 다가갔다.


“변호사님. 그쯤 하시죠.”


의식이 있긴 한 건지.

형우는 서태석에게 아무런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변호사님. 이제 그만 하시라고요.”


서태석이 팔을 붙잡자, 형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서태석과 눈을 똑바로 마주했다.

검게 물든 눈동자에서는 아무런 감정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변호사님 맞아요? 내가 아는 변호사님은 이런 눈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데.”

“...”


싸늘하게 시선을 주고 받는 두 사람.

당장이라도 싸움이 벌어질 듯, 주변 공기가 서늘해졌다.


“내가 했던 말 때문에 섭섭하셨구나. 장난이에요. 장난. 설마 제가 정말로 변호사님을 죽게 내버려 두겠어요?”

“...”


잠깐의 침묵.

그리고.


퍽 -


서태석은 코끝에서 아슬아슬하게 형우의 주먹을 막아냈다.


“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


퍽 -


이번에는 형우의 왼손이 서태석의 복부로 향했다.

서태석은 무릎을 들어 공격을 막아내고는 섬뜩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마침 잘 됐네. 나도 변호사님한테 그동안 쌓인 게 많았었는데. 분명 그쪽이 먼저 시작한 겁니다.”


서태석이 형우를 향해 주먹을 휘두르려던 그때.


삐용 – 삐용 -


경찰차가 사무실 앞에 도착함과 동시에 형우가 의식을 잃고 바닥에 널브러졌다.


“...쳇.”


서태석은 주먹을 거두고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괜찮으십니까?! 이봐!! 당장 119 불러!! 빨리!!”


***


번쩍.


“허억. 허억.”


형우가 거친 숨을 내쉬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안절부절 못하며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이거 찾아요?”


형우는 다급히 김누리의 손에서 묵주를 낚아채고는 눈을 감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김누리가 머쓱한 표정을 짓자, 그제서야 표정을 풀고 김누리에게 사과했다.


“미안합니다.”

“그게 그렇게나 중요한 물건이에요?”

“네... 어머니께서 주신 거라...”


형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살폈다.

익숙한 소독약 냄새.

자신이 어디에 와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다치신 곳은 없으세요?”


누가 누구를 걱정하는 건지.

김누리는 고개를 저으며 형우를 다시 침대에 눕혔다.


“덕분에요.”

“안의균 검사는 어떻게 됐습니까?”

“아무것도 기억 안 나세요?”

“네...”


형우가 안의균을 쓰러뜨린 일부터, 경찰에 넘겨지기까지.

김누리는 어제 있었던 일을 전부 털어놓았다.


“그렇군요... 못 볼 꼴 보여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고개 숙여 사과하는 형우의 모습에 그제서야 김누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에요. 그 자식이 잘못한 건데요 뭘.”


솔직히 걱정했다.

안의균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형우의 모습은 분명 다른 사람 같았으니까.


“정말 아무것도 기억 안 나십니까?”


옆에서 팔짱을 끼고 가만히 지켜보던 서태석은 싸늘한 얼굴로 형우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네. 제가 정신이 없어서요. 혹시 제가 무슨 실수라도 했습니까?”


형우의 표정을 보니 딱히 거짓을 말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서태석은 빤히 형우를 쳐다보다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실수는 무슨. 무사히 깨어나셔서 다행입니다.”


서태석의 말에서 무언가 위화감이 느껴졌지만, 그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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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강재경 대표(3) 24.09.16 21 2 11쪽
27 강재경 대표 (2) 24.09.13 32 3 12쪽
26 강재경 대표 (1) 24.09.12 28 2 11쪽
» 배신자 (5) 24.09.11 39 3 12쪽
24 배신자 (4) 24.09.10 35 3 13쪽
23 배신자 (3) 24.09.09 37 3 12쪽
22 배신자 (2) 24.09.07 38 4 12쪽
21 배신자 (1) 24.09.06 37 3 14쪽
20 진실 24.09.05 42 3 12쪽
19 안의균 검사 (2) 24.09.04 42 4 11쪽
18 안의균 검사 (1) 24.09.03 50 3 12쪽
17 재회 (2) 24.09.02 50 5 11쪽
16 재회 (1) +1 24.08.31 58 5 11쪽
15 홍승호 (1) +1 24.08.30 60 4 15쪽
14 오해 (3) +1 24.08.29 70 5 11쪽
13 오해 (2) +1 24.08.28 81 4 12쪽
12 오해 (1) +1 24.08.27 79 4 11쪽
11 서태석 (3) +1 24.08.26 85 4 12쪽
10 서태석 (2) +1 24.08.24 87 6 11쪽
9 서태석 (1) +1 24.08.23 96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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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김누리 검사 (4) +1 24.08.19 112 6 12쪽
4 김누리 검사 (3) +1 24.08.17 115 6 10쪽
3 김누리 검사 (2) +1 24.08.16 114 4 12쪽
2 김누리 검사 (1) +1 24.08.15 132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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