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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청(卍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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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삼대포(三大炮) (2)

DUMMY

19.





천채(川菜), 즉 사천 요리의 맛을 대표하는 말이 있다면 마랄(痲辣)일 것이다.

정확히는 혀가 저릴 정도로 얼얼한 매운 맛을 마(痲)라 하고, 한국 사람에게 익숙할 얼큰한 매운맛을 일컬어 랄(辣)이라 하는 것이다.

사천인불파랄(四川人不怕辣) 호남인랄불파(湖南人辣不怕), 귀주인파불랄(貴州人怕不辣)이라는 말이 있다.

사천 사람은 매운 걸 두려워하지 않고, 호남 사람은 매운 것 따위가 두렵지 않으며, 귀주 사람은 맵지 않은걸 두려워한다는 뜻으로 그만큼 사천과 호남, 그리고 그 사이에 낀 귀주야말로 넓고 넓은 중원 땅에서 매운맛의 요리을 좋아하는 지역이란 의미다.


‘그런 지방인 만큼, 달콤한 디저트가 발달했지.’


매운 요리를 먹고 나면 당연히 물을 찾거나, 그 매운맛으로 인해 뜨거워진 몸을 달래고 싶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기에 사천의 첨채(添菜), 디저트는 달콤한 쪽으로 발달했다.

보통은 정월 보름에 열리는 축제인 원소절(元宵節) 때 먹는 탕원(湯圓)이라던가 백서군이 내놓은 삼대포 같은 것들이 그렇게 발달한 사천 특유의 디저트다.


‘이 시대에 백설탕과 흑설탕, 두 가지가 다 있으니 다행이지.’


백서군은 흑설탕즙이 뿌려진 인절미, 삼대포를 정신없이 퍼먹는 사람들을 보며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명나라 시대 이전까지는 백당(白糖), 즉 흰 설탕이 없었다.

백서군이 눈을 뜬 시대가 명나라 시대여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여러모로 골치 아파졌을지도 모른다.

백설탕 구한다고 이리 뛰고 저리 뛰어야 했을 테니까.

다행히 그 정도까지 수고를 할 필요는 없게 된 것이 다행이라 할까.


“이거, 돈은 안 받는 거요?”


한참을 퍼먹다가 눈치를 보듯 이야기하는 남자.

백서군이 돈을 받지 않겠다는 말도 하지 않았는데, 너무 막 퍼먹었으니 양심에 찔리는 듯 했다. 물론 백서군은 돈을 받을 생각이 없었다.

이건 시식 코너 같은 거니까.

첫 개시인 상품은 시식자들이 많이 있어야 입소문이 퍼진다. 오늘 아침,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숫자는 많아도 스무 명 안팎.

그리 많지는 않지만, 아주 적다고도 할 수 없는 수였다.

백서군이 웃었다.


“아침에 일찍 오신 분들께만 특별히 드리는 겁니다. 혹시 또 모르지요. 제가 변덕이 일면 또 돈을 안 받고 이렇게 나눠드릴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오오!”

“또 나눠주는 거요?”

“매일 와야겠구먼.”

“물론 매일 공짜는 없습니다.”


백서군의 말에 여기저기서 아쉽다는 듯이 탄식하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어딜 매일 와서 공짜로 먹으려고.’


이런 시식 행사는 한 번에 끝내야 한다.

스무 명이면 너무 많지도 않고, 적지도 않은 적당한 숫자다. 적당히 입소문을 퍼트려 줄 것이다.

그게 1단계다.

삼대포는 어디까지나 다음 단계를 위해서 준비해 둔 것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떡을 먹었으면 또 목을 축일 게 필요한 법이지요. 마침 제가 다관을 하고 있으니, 오신 김에 한 잔씩 하고 가시지 않겠습니까?”

“크흐흠.”

“그, 그럴까.”

“떡만 먹고 가기에는 좀 그렇지 않나.”

“맛있는 걸 먹었으니, 차 한 잔 정도는 괜찮지.”

“들어가세.”

“어어, 밀지 말게.”


손님들이 천천히 줄을 지어 다관 안으로 들어섰다.

백서군은 안으로 들어가기 전, 흘깃 명해루의 노점 쪽을 보았다.

아직 눈을 뜨지 않은 대호(大虎)처럼 웅크려 있는 명해루의 노점이 자신을 노려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쪽을 돌아보는 것도 잠시.

가판대를 접은 백서군은 안으로 들어섰다.


“주인장! 여기 엽차 하나!”


다관 안이 시끌벅적해졌다.



***



“사람이 엄청난데요, 당 언니?”


남궁화가 당소군의 등 뒤에서 고개를 내민다.

의아하다는 듯이 내뱉은 그녀의 의문에는 당소군도 동감하는 바였다.

사람이 많다.

명해루에 비하면 적다고 할 수 있지만, 백운관이 아는 사람만 아는 작은 다관이었음을 생각하면 스무 명이 넘는 손님은 확실히 많은 수준이었다.

게다가 다관 안에만 스무 명이 넘는 손님이, 그리고 그밖으로는 기다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 정도 숫자의 손님을 단 둘이서 어떻게 받아내고 있는지 의아할 지경이었다.


“장칠! 7번!”

“예, 점주 어른!”

“다음에 나오는 건 바로 9번으로 가져가라!”

“예!”


바쁘다.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이들 가운데는 무림인들도 적지 않게 섞여 있었다.

성도에 사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지만, 사천 각지에서 온 무림인들이거나 전병지연에 참가하러 온 이들이 뒤섞여 있다.

주루도 아닌데 시끌시끌한 것이 시장통이 따로 없었다.


“내가 아는 다관 하고는 분위기가 너무 다른데. 다관이 이렇게 시끄러울 수도 있었군.”

“그러게요~.”


농담이 아니다.

다관이 아니라 주루에 온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시끄러웠으니까.

당소군 일행이 안으로 들어서기가 힘들 정도였다.


“명해루 쪽도 손님이 적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백운관 쪽은 생각보다 더 많은데요. 발 디딜 틈도 없다니.”

“그러게나 말이오. 이거, 자리라도 좀 채워줄까 해서 왔더니 그럴 필요까진 없었구만.”


팽우현의 말에 남궁화가 긍정의 기색을 내비친다.

나름대로 백운관에 드나들며 백서군과 안면이 있는 그들이니, 조금이라도 매출을 올려줄까 싶어 온 것인데.

팽우현의 말대로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대체 뭘 어떻게 했길래 이렇게 사람이 많을까요?”

“그건 모르겠소만.”


팽우현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백서군이 작심하고 사람을 끌어모은 게 아니고서야 이 정도 인파가 노점 앞에 몰려 있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당소군 일행이 오히려 밖으로 물러나야 할 지경이다.


“장칠! 손님 더 받지 마라! 재료가 없다!”

“예에!”

“뭐?”

“이런.”

“재료가 없을 정도라니, 도대체 손님을 얼마나 받은 건가요.”


시장통이 따로 없다.

밖에 서 있는 당소군 일행을 발견한 듯, 주방에서 나온 백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왔다.


“들어오시지 않고 밖에서 기다리고 계십니까.”

“하핫! 자리가 없어서 말이오. 아무리 무림인이라 해도 이미 있는 자리를 뺏을 만큼 몰염치한 놈팡이는 아니거든.”


팽우현의 웃음소리에 백서군이 어색하게 웃었다.

말이야 저렇지만, 무림인들이 병기를 차고 객잔이나 다관 안으로 들어서는 것을 보면 자연스럽게 공기가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당소군의 일행은 하나 같이 강호에서 명가로 손꼽히는 가문의 자제들이다.

남궁세가, 팽가, 당가, 그리고 저 멀리 산동의 악가 사람도 끼어 있다. 물론 백서군도 이름을 모르는 엑스트라지만, 그렇다 해서 명가 반열에 못 드는 것도 아니다.

당소군이 물었다.


“생각 이상으로 사람이 많군요, 백 점주. 무슨 요술을 부린 건가요?”

“음,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이대로 볕을 받으면서 서 있으시게 두는 건 좋지 않으니, 잠깐 준비를 좀.”


안으로 들어간 백서군이 길고 커다란 우산 같은 걸 품에 안고 나오더니, 안에 있는 장칠을 손짓으로 불렀다.


“내가 준비해 놓으라 한 그거 가져와라. 뒤뜰에 있을 거다.”

“예, 점주 어른.”

“뭘 또 준비해놓은 건가요?”

“별 건 아닙니다. 이걸 펼 테니 잠깐 물러나 주십시오.”


장칠이 가져온 것을 조립한 백서군이 내려놓았던 커다란 우산 같은 것을 쫙 펼쳤다.

노점이라면 밖에도 손님을 받을 수 있게 공간을 만들어두는 게 당연하지만, 사천지회에 참가하는 가게들의 노점은 말만 노점(露店)이지 임시 분점에 가까웠다.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는 했다.

명절 때를 제외하면 사천지회처럼 사천 각지에서 사람이 모이는 이런 대목은 흔치 않으니까.

당연히 노점이 아니라 분점 형태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마어마하게 크네요!”


남궁화의 감탄대로 백서군이 펼친 우산은 꽤나 커다란 크기였다.

의자만 잘 붙여 앉는다면 그 그늘 아래에 사람 여섯 명 정도는 우습게 들어가 앉을 정도의 크기를 자랑하는 우산.

조립한 탁자 중앙에 난 구멍에 적당히 끼워넣어서 완성한다.

파라솔이었다.

그걸 본 남궁화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차일(遮日)···?”

“보통 차일은 넓게 펼쳐 쓰지만, 그 정도 천을 쓸 여유는 없어서 말입니다. 그래서 큰 우산 모양으로 만들었지요.”


차일은 보통 연회가 열리는 곳에서 대규모의 사람을 수용할 때 천막처럼 쳐서 넓은 공간을 확보할 때 쓰는 것이다.

기둥을 박고 그 위에 천을 씌워 적당히 공간을 확보하고 그늘을 만드는 것이 차일의 역할이니까.

하지만 백서군이 차지한 자리는 그 정도 공간은 없다.

아니, 있어도 굳이 차일을 만들 생각이 없었다.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야 하니까.

장칠이 가져온 것을 조립해 세 개 정도의 탁자를 추가로 만들고, 그 위에 파라솔을 차례대로 꽂았다.

그렇게 여섯 명 정도가 앉아도 넉넉할 공간이 금방 만들어졌다.

백서군이 손을 탁탁 털었다.


“노점 안만큼은 아니어도, 땡볕을 피하기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겁니다.”

“안에 손님을 받을 수 없으면 밖에서 받는다···. 이건 예상 못한 해법이네요. 그쵸, 당 언니?”

“그러게.”


당소군이 살짝 웃었다.

물론 그것도 잠깐 뿐이었다. 평소와 같은 표정으로 돌아간 당소군이 백서군을 보았다.


“재료가 다 떨어졌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그럼 손님을 받아도 의미가 없겠죠.”

“그것도 그렇지요. 그래서 쉬는 시간을 좀 두려고 합니다.”

“쉬는 시간을요?”

“백운관은 규모가 작아서, 이 정도 손님을 소화하고 나면 재료가 동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최대한 넉넉하게 준비한다고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삼대포로 보여준 퍼포먼스 덕분인지 사람들이 잔뜩 몰린 것이 예상치를 웃돌았다.

그렇기에 오전 파트가 다 끝나기도 전에 재료가 동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물론 백서군이 준비한 무기들을 아직 전부 공개한 건 아니다. 삼대포는 사실 퍼포먼스가 그럴 듯 해서 그렇지, 사실 그렇게 만드는 게 어렵지 않은 간식이고.

장칠에게도 떡을 쳐서 굴리는 것 정도는 가르쳐놓았을 정도니까.


“그럼 오히려 불리한 거 아닌가요?”

“대신 보여줄 무기가 남았지요.”


남궁화의 말에 답한 백서군이 웃었다.

농담이 아니다. 백서군이 준비한 무기는 다 꺼내놓지 않았다.

명해루는 뭘 해도 자신들이 이길 거라고 자신하고 있겠지만, 백서곤의 다관은 객잔을 겸하고 있다.

‘차’만이 무기가 아니라는 뜻이다.

물론 전문 분야는 역시 차겠지만, 이도류가 아예 안 되는 건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쉬는 시간이 있는 거지요.”

“그 시간 동안 실제로 쉬는 게 아니라 모자란 걸 다시 준비한다는 뜻인가요?”

“예.”


사실상 일주일 동안 몸을 갈아넣는 수준으로 일해야하는 셈이다.


“사실 오늘은 생각했던 것보다 손님이 너무 많이 와서 그렇게 된 거긴 합니다만.”

“얼마나 많이 온 건가요?”

“명해루보단 적겠지만, 그래도 다른 곳보단 많을 겁니다.”

“주인장! 잘 먹고 가오!”


그가 당소군 일행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도 돈을 탁자에 놓고 나가는 이들의 숫자가 적지 않다.

백서군은 파라솔을 꽂아놓은 탁자 앞에 휴식이라는 푯말을 꽂았다.


“오늘자 매출을 결산할 때, 명해루주 표정이 궁금해지는군요.”

“그 정도로 자신 있으신가요?”

“어느 정도는 있습니다. 물론 힘들긴 하겠습니다만.”


가능성이 아예 없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백서군은 손을 탁탁 털었다.


“격차는 좁혀나가면 될 뿐입니다. 명해루 본점과 겨루는 것도 아니니.”


지지 않는다.

백서군은 이마를 타고 흐르는 땀을 닦았다.


“그리고, 당 소저께서 이렇게 찾아와주셨는데. 이겨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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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 재미있겠네요 +19 24.09.03 14,044 285 12쪽
» 19. 삼대포(三大炮) (2) +12 24.09.02 14,443 296 12쪽
19 18. 삼대포(三大炮) +15 24.09.01 14,454 292 12쪽
18 17. 사천제일루라는 간판, 내려주셔야겠습니다 (4) +22 24.08.31 14,950 293 15쪽
17 16. 사천제일루라는 간판, 내려주셔야겠습니다 (3) +15 24.08.30 15,448 29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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