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님을 위한 순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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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수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8.16 00:11
최근연재일 :
2024.09.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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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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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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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EP 3-2. 편입생

DUMMY

12. 편입생


두 사람은 한동안 서로를 바라봤다.

먼저 입을 연 건 에코였다.


“너같은, 평민이. 어떻게 아카데미에 들어온 거야?”

“하.”


그레이가 건조한 미소를 띄웠다.

이 계집아이는 4년의 세월 동안 달라진 것이 없다.


“반역을 저지른 몰락 귀족의 영애도 들어오는데. 평민이라고 안 될 것 있나.”

“······.”


그레이는 곧바로 돌아올 모멸적인 말을 기대했다.


뭐라고 대답할까.

천한 것이라든지, 건방지다든지.

뻔한 욕설을 내뱉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 그래, 그렇구나. 역시 너는 그 곳으로 들어간 거구나.”


예상을 벗어나, 에코가 작게 중얼거렸다.


“응?”

“넌 그 때 모든 것을 잃었어. 너를 이렇게 키우고, 아카데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곳은 하나 뿐이지.”

“··· 모두 기억하고 있나?”

“물론이야.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순간, 에코의 발 밑이 가볍게 흔들렸다.

그레이는 은은한 푸른 빛이 에코 주변에 일렁이는 것을 발견했다.


“초상 능력을 각성했군.”

“너처럼.”


변칙적 에테르 감응자였던 에코 또한 모종의 계기로 초상 능력자가 되어 있었다.

이것이 반역자의 딸임에도 불구하고 아카데미에 예정대로 입학할 수 있었던 이유다.


“뭐, 축하한다. 그리고 난 이제 ‘그레이’야. 주의하면 좋겠다.”


그레이는 몸을 돌렸다.

그러자 에코가 빠르게 말했다.


“마을의 일은··· 유감이야. 그리고 고마워.”


그레이가 우뚝 멈췄다.

뭔가 들으면 안 될 말을 들은 것 같다.


“··· 변했구나, 에코.”

“어?”

“고마움을 표현할 줄 아는 아이인지는 몰랐군.”


몸을 살짝 떤, 에코가 머뭇거리다 중얼거렸다.


“··· 흥. 천한 녀석에게 괜한 말을 했어.”

“큭큭.”


그레이가 짧게 웃음을 흘린 뒤 기숙사로 돌아갔다.


“그래, 그게 네게 어울리지.”


에코는 정원 한복판에서 한동안 혼자 서 있었다.


***


아카데미에서 첫 날이 시작됐다.

이미 1학기는 한창이었고, 아침 조회를 위해 그레이는 ‘C반’으로 향해야 한다.


채비를 마친 그레이에게 제논이 다가와 팔을 내밀었다.


“자.”

“······?”


그레이가 고개를 꼬았다.


“뭐야?”

“팔짱.”

“팔짱?”

“기사학부 층까지 에스코트를 해 주지.”

“······.”

“말하자면, 노블리스 오블리주.”

“지랄한다.”


탁.


그레이가 몸으로 제논의 팔을 치고 지나갔다.


“호오.”


제논이 눈을 반짝이며 중얼거렸다.


“역시 흥미로워. 같이 가지.”


그가 그레이의 뒤를 좇았다.


‘진짜 미친 놈이네.’


그레이가 헛웃음을 지으며 발을 재촉했다.

뒤에서 제논이 뭐라뭐라 재잘대며 따라온다.


궁금한 것도 많다.

자신의 호의를 거절한 평민이 존재할지 몰랐다, 어쩌면 그렇게 안하무인으로 행동할 수 있는 건가, 용병계에는 어떻게 발을 들일 수 있었는지, 대체 그 놀라운 감각의 비밀이 뭔지.


일방적인 대화는 ‘클래스 타워’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됐다.

클래스 타워는 모든 교실이 모여있는 거대한 건물로, 학교와 비슷하다.

주로 이론 수업이 이루어지며 간단한 실습도 가능한 곳이다.


참지 못한 그레이가 우뚝 멈춰 제논에게 물었다.


“눈도 멀쩡한 놈이, 주변 상황이 보이지 않는 거냐?”


어제와는 다른 느낌으로 구경꾼들이 몰렸다.

여전히 장님 평민 편입생은 흥미로운 존재지만, 뒤를 졸졸 따르는 제논이 더욱 큰 볼거리를 제공했다.


제논이 평온하게 답했다.


“그런 건 신경 안 쓰는 성격, 아닌가?”

“어지럽단 말이다. 나는 시각이 아닌 감각으로 건물을 찾아야 한다고.”

“걱정 마라. 네 적응을 돕는 것도 내 업무 중 하나니까.”

“하아. 도움은 필요 없다니까.”

“천한 주제에 역시 건방지단 말이지.”

“이 새끼는 친절한 거야, 불친절한 거야.”

“네가 아니라면 당연히 말도 섞지 않았겠지. 너를 본 날은 눈을 닦고, 귀를 씻었을 것이다. 흥미로운 인간인 것을 감사히 여기도록.”


그레이가 미간을 팍 찌푸렸다.


‘변칙 개체 아니야?’


사람의 속을 박박 긁는 변칙성을 지닌, 정신 공격형 변칙 개체.

이 정도면 능히 C급은 받을 수 있을 듯하다.


그 때, 누군가 큰 소리로 조롱을 던졌다.


“어이, 제논! 이제는 장님과 어울리는 거냐? 그야말로 병신과 머저리구만?”

“하하하하!”


동시에 재학생의 폭소가 터졌다.


‘이것 봐라?’


그레이가 신선한 표정으로 제논에게 고개를 돌렸다.

제논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계속 걸음을 옮긴다.


건물 안에 입장하고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구경꾼 누구도 그들과 함께 타지 않았다.


반투명한 네모 상자 안에 두 사람이 덩그러니 서 있다.

그레이가 슬쩍 물었다.


“너도 제법 화려한 대우를 받는군?”

“건방지구나. 이 몸과 너는 근본부터 다르다.”


제논이 웃음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


“말하자면, 내가 지닌 천재성에 대해 질투하는 거지.”

“나도 앞으로 ‘제논식 사고’를 연습해보도록 할게.”

“우등한 사고방식을 본받는 것은 훌륭한 일이다. 배우는 것이 빠르구나.”

“······.”


한 마디를 안 진다.


“그레이, 너는 초상 능력자인가?”


단도직입적인 물음이다.

그레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그게 궁금해서 질척거린 거냐?”

“전혀. 변칙적인 감각은 초상 능력이 아니면 설명이 안 된다. 아마 네 시력이 선행적 영향을 미쳤겠지.”


그레이가 살짝 굳었다.


“... 변칙성에 해박하군?”

“천재성에 대한 질투. 부디 넌 자제했으면 좋겠다.”


문이 열리고, 제논이 등을 떠밀었다.


“9층이 기사학부 층이다. C반은 복도 끝, 코너를 돌아 세 번째 교실이다. 이 몸은 11층에 있으니, 도움을 원하면 찾아오도록.”


‘죽어도 안 간다.’


수업 시작도 전에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으며, 그레이는 C반으로 향했다.


***


담임이 그레이를 교탁 앞으로 보냈다.


담임 교사는 퇴역 기사다.

현장에서 30년 이상 굴러 잔뼈가 굵었다.

커맨더 클래스의 막바지에 도달한 기사로, 상위 1%의 실력을 지녔다.

이 정도는 되어야 공인 아카데미에서 선생 노릇을 할 수 있다.


“그레이 군, 자기소개를 하도록.”


‘전학 온 기분인데.’


그레이는 흥미 가득한 급우들의 눈길을 느끼며 볼을 긁었다.


수강신청 제도에 자유로운 동아리 활동.

휴학과 등록 유예가 있고 방학까지 기니 무의식적으로 대학교를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정말로 교실이나 다름 없다.

법적 성인이 되는 나이인 17세도, 생각해 보면 고등학생 나이다.


“난 그레이 케이든이라고 한다. 케이든 남작가 출신이며, 편입 전에는 용병으로 생활했어. 잘 부탁... 한다?”


말이 묘하게 끝났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온갖 변칙성이 난무하는 현장에서 연장자들과 일했으니 어색할 수밖에 없다.


‘고등학교 때 어떻게 했더라?’


“그레이 군에게 질문이 있는 학생은 손을 들도록.”


동시에, 모든 학생들이 손을 번쩍 들었다.

작게 한숨을 쉰 담임이 턱짓으로 맨 앞의 학생을 가리켰다.


“꼬리 물기로 답해라. 리디안 군부터.”

“예, 선생님.”


리디안이 일어나 입을 열었다.


“너, 진짜 장애인이냐?”

“큭!”


여기저기서 실소가 터져나왔다.

그레이는 대답 대신 오랜만에 안대를 풀었다.


유백색의 눈이 드러났다.

한 점의 빛도 느끼지 못하지만, 정확히 리디안이 있는 곳을 향하고 있다.

초점은 없었다.


“··· 윽.”


리디안이 움찔하더니 자리에 앉았다.


“징그러워.”

“섬뜩해.”

“뭐야···.”

“그레이 군. 위화감을 조성하는 행위는 자제해라.”

“죄송합니다, 선생님.”


‘담임도 똑같군.’


안대를 벗는 것이 위화감을 주는 일이라면, 초면에 내뜸 ‘장애인이냐?’라고 묻는 건 정상인가.


“피에나 양, 질문해라.”

“예, 선생님.”


총 서른 명의 급우들은 남자 반, 여자 반이다.

약간은 바뀐 분위기에서, 피에나가 일어나 물었다.


“눈이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불편함 없이 움직일 수 있지?”

“그건.”


살짝 고민하다가 그레이가 답했다.


“내가 초상 능력자라 그렇다.”

“초상 능력자?”

“그렇군.”

“그거라면, 뭐.”


이미 제논에게도 말했다.

미리 말을 해두는 편이 편할 것이다.

담임도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카데미에는 그레이 외에 초상 능력을 지닌 재학생이 제법 있다.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야 하는 곳이니, 초상 능력자의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 비율은 재학생의 10%인 300명이다.

단체가 아니라면 이 정도의 초상 능력자가 한 곳에 모이는 일이 없다.

이들은 다른 학생들에게 부러움과 동경의 존재가 되고는 한다.


“평민이 과분한 선물을 받았군.”

“재밌지 않아? 장님인데 초상 능력자라니.”

“감각이 예민하면, 고통도 더 느끼나?”

“시험해 보든지.”

“장애인을 어떻게 때리냐.”


‘적어도 나는 아닐 것 같군.’


“다들 정숙. 다음으로, 루시드 군이···.”


학생들의 무례한 질문은 계속 이어졌다.

예상한 일이었다.

이를 막지 않는 담임조차 생각대로다.


“평민들의 생활은 어떻지? 진짜 돼지들이 먹는 죽을 먹나?”

“··· 그럴 수도 있지. 힘든 시기에는.”


애새끼들과 놀아주는 기분이다.


‘특임단으로 복귀하고 싶다.’


처음에는 그럴 듯한 질문들이 나중에는 아예 그레이를 놀리는 말이 됐다.

무가치한 질의응답 시간이 끝났다.


“1교시 수업은 못 하겠군. 이래서야, 참.”


담임이 그레이를 탓하는 말투로 말했다.


“네 자리는 맨 뒤다.”


덩그러니 놓인 책상 하나가 있다.

두 명이 짝을 이루는 다른 자리와 조금 더 떨어져있다.


“오늘은 금요일이다. 참관하고, 주말 동안 적응하도록. 네게는 낯선 환경일 것이다.”

“선생님, 그레이는 눈이 안 좋은데 맨 뒷자리도 괜찮을까요?”

“하하하하!”


비웃음 속에서 그레이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가능하다면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도록.’


단장의 말이 머리속을 떠돈다.


***


기숙사에 복귀하니 제논이 먼저 도착해 책을 읽고 있었다.


“첫 날은 어땠지?”


그레이는 말 없이 의자에 걸터앉았다.

제논도 대답을 기대하지 않은 듯 독서에 집중했다.


‘젠장.’


고민은 짧았다.

결코 하기는 싫었지만, 머리를 벅벅 긁은 후 그레이가 애써 입을 열었다.


“··· 이봐.”

“왜 그러지?”

“혹시, 도움을 좀 받을 수 있나?”

“흥미롭군.”


제논이 씨익 웃었다.


“말해 보도록.”

“바로 다음주 초에 쪽지 시험을 본다더라.”

“아카데미에는 매주 쪽지 시험이 있다. 성적에도 반영되니 중요하지. 참고로 나는 매번 상위권의···.”

“좀 닥쳐. 공부할 것들이 필요한데, 구매를 도와줬으면 한다.”

“교재와 필기구 등 말인가?”

“그래.”

“내가?”

“응.”

“지금?”

“··· 그렇다니까.”


황실의 지원을 받는다고 해도 수업에 필요한 모든 비용은 학생이 부담해야 한다.

엄밀히 말해 학생의 가문이 부담한다.

돈이 썩어 넘쳐나는 고위 귀족이 대부분이니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다.


“음, 그레이. 너무 도와주고 싶지만···.”


제논이 아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안 되겠어.”

“내 적응을 도와주는 게 네 일이라며. 왜?”

“그건 ‘일과 중’에 한하거든. 조건이 그렇다. 지금은 모든 수업이 끝났으니, 일과도 끝난 거야.”

“··· 뭐?”

“게다가 나는 범인들과 달리 수업이 끝난 뒤에도 개인적인 일이 제법 있다.”


제논이 그레이의 어깨를 툭툭 치고, 기숙사의 문을 열었다.


“초상 능력자 그레이 군, 자기 일은 스스로 하는 버릇을 들이게.”


쿵.


문이 닫혔다.


“이거 완전히 개새끼네.”


***


빠르게 감정을 추스른 그레이가 기숙사를 나섰다.

두 시간 후면 아카데미 내부의 모든 상점이 문을 닫는다.

당장 오늘부터 공부를 시작해야 하니, 살 물건이 많다.


구입할 물건의 목록은 준비된 상황.

그러나.


“하아.”


상점가에 들어서는 순간 예상대로 큰 난관에 부딪혔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감각을 어지럽히는 건 둘째 치고, 너무나 건물들이 많다.


직접 만져보지 않는 한 간판을 읽을 수 없는 그레이 입장에서는 하나하나 직접 들어가 확인해야 한다.

이러다가는 시간 내에 필요한 물건들을 모두 살 수 없게 생겼다.


“곤란한데.”


주말이 지나면 당장 첫 쪽지 시험이다.

주말에는 상점들도 모두 문을 닫을 테고.


“첫 시험은 패스해야 하나···.”


분위기를 살피니 학생 사이의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의 입시 경쟁보다 몇 배는 심하다.

처음 성적을 조져버리면 만회하기 힘들 수도 있다.


그 때, 이질적인 발걸음이 느껴졌다.

오늘따라 한숨을 쉴 일이 많군, 생각하며 그레이가 몸을 돌렸다.


“왜?”

“··· 그레이스, 아니 그레이.”


에코가 다가와 머뭇거린다.


“저기, 음.”

“뭔데?”


그레이가 짜증스럽게 말했다.

가뜩이나 시간이 없다.


“··· 도와···.”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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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EP 5-1. 뒷풀이 24.09.16 2 1 14쪽
29 EP 4-14. 결투 24.09.13 4 1 14쪽
28 EP 4-13. 흉수 24.09.11 7 2 13쪽
27 EP 4-12. 조사(2) 24.09.09 12 1 13쪽
26 EP 4-11. 조사(1) 24.09.08 10 1 13쪽
25 EP 4-10. 살인 사건 24.09.06 9 1 13쪽
24 EP 4-9. 기행종 파티 24.09.06 10 1 14쪽
23 EP 4-8. 임무 시작 24.09.04 10 1 14쪽
22 EP 4-7. 재회 24.09.03 13 1 13쪽
21 EP 4-6. 제논이 감추고 있던 것 24.09.02 13 1 12쪽
20 EP 4-5. 예상 밖의 손님 24.09.01 13 1 14쪽
19 EP 4-4. 파티 초대 24.08.31 11 1 13쪽
18 EP 4-3. 약간의 증명 24.08.30 12 1 13쪽
17 EP 4-2. 동물의 왕국 24.08.29 14 2 13쪽
16 EP 4-1. 병신 커플 24.08.28 14 1 14쪽
15 EP 3-5. 몰락한 가문의 영애(3) 24.08.27 14 1 12쪽
14 EP 3-4. 몰락한 가문의 영애(2) 24.08.26 10 1 12쪽
13 EP 3-3. 몰락한 가문의 영애(1) 24.08.26 15 1 11쪽
» EP 3-2. 편입생 24.08.25 18 1 13쪽
11 EP 3-1. 인연과 재회 24.08.24 21 1 13쪽
10 EP 2-4. 입학-제국 공인 아카데미 24.08.23 15 1 12쪽
9 EP 2-3. 4년이 지나고 24.08.22 21 1 12쪽
8 EP 2-2. 입단(2) 24.08.22 18 2 13쪽
7 EP 2-1. 입단(1) 24.08.21 19 2 12쪽
6 EP 1-6. 상실 24.08.20 18 1 12쪽
5 EP 1-5. 구출 24.08.19 20 1 12쪽
4 EP 1-4. 변칙성 24.08.19 21 1 11쪽
3 EP 1-3. 인연의 끝 24.08.18 31 1 14쪽
2 EP 1-2. 첫사랑 24.08.17 29 1 11쪽
1 EP 1-1. 퇴역 기사의 양자 +1 24.08.16 3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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