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님을 위한 순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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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수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8.16 00:11
최근연재일 :
2024.09.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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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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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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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EP 4-2. 동물의 왕국

DUMMY

017. 동물의 왕국



욕설이 섞인 대답에 카이의 눈썹이 꿈틀했다.


“청춘 러브 코미디··· 그런 장르는 아니다.”

“에코에게 코딱지만큼의 관심도 없으니 둘이 지지고 볶고 알아서 하십시오.”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거다. 네게 직접 도시락을 싸 줄 정도니.”

“개새끼처럼 사람 뒤를 캐는 건 그쪽 집안 특성입니까?”
“··· 굉장히 무례한 발언. 아카데미가 아니었다면 귀족 모독죄로 처벌받을 수위다.”


차가운 살기가 느껴진다.

그레이가 피식 웃고 몸을 돌렸다.


“아카데미가 아니었다면 선배는 두 발로 못 서있어요.”

“건방진···.”


검이 살짝 뽑히는 소리가 들린다.


“그렇게 신경쓰이면 몰락하기 전부터 좀 챙기던가.”


그레이는 한 마디를 툭 던지고 왔던 길을 되돌아 돌아갔다.

이내 카이의 검이 다시 검집으로 들어갔다.


몇 시간 후.


뎅 - 뎅 -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렸다.


‘성질 좀 죽여야했나.’


수업 내내 에코와 카이의 얼굴이 머리속에 둥둥 떠다녔다.


사실 성질을 죽인 게 이 정도다.

옛날같았으면 귀족이고 뭐고 한 판 붙었다.

‘단원’ 자격이 웬만한 귀족 지위에 밀리지 않는다.


학생회 소속과는 갈등을 빚어서 좋을 것이 없다.

루시드를 비롯한 학생들이 카이 앞에서 설설 긴 이유가 있다.

학생회에 찍히면 아카데미 생활이 여러모로 힘들어진다.


“학생회에 들어갈 생각은 버려야겠네.”


학생회 소속이 되면 시험에 대한 정보를 얻기 쉽고, 선생들도 예뻐한다.

좋은 성적을 받기 쉬워지는 것이다.

이제는 물 건너간 이야기다.


느릿느릿 짐을 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보통 대부분의 학생들이 사라진 후에 기숙사로 돌아간다.

사람이 많으면 여러모로 골치만 아프다.


오늘은 특히 늦었다.

수업이 끝나고 30분 넘게 앉아있었다.

그래서일까, 반갑지 않은 얼굴을 또 만났다.


“늦게 나가는군.”


중저음의 미성이 물었다.


“··· 카이 선배. 또 뭡니까?”

“이 층을 관리하는 것이 본인의 업무다. 너와는 상관 없다.”

“아, 예. 그럼 이만.”


엘리베이터에 탑승하고 닫힘 버튼을 연타했다.

오늘은 아무래도 운수가 좋지 않다.

빠른 걸음으로 기숙사로 향했다.


그러나 도착하기 직전, 그레이는 다시 멈추어 섰다.


“··· 진짜 살풀이라도 해야 하나.”


정원 쪽에서 도저히 넘길 수가 없는 목소리들이 들린다.

가만히 서서 감각을 넓히던 그레이가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향했다.


***


에코가 땅을 짚고 일어섰다.

흙바닥에 몇 차례 부딪힌 무릎이 까져 종아리까지 피가 흐른다.


‘그냥 바로 들어갈걸.’


“하하.”

“돌멩이라도 밟았어?”


그녀의 주위를 둘러싼 학생들이 웃음을 터뜨린다.

두 발로 서기 직전, 누군가 다시 발을 걸었다.


털썩.


“읏.”


이미 헤질 대로 헤진 치맛자락이 붉게 물든다.


“강아지처럼 네 발로 걷네.”

“··· 하지 마.”

“뭘 하지 마? 우리가 무슨 짓이라도 했니?”


다시 일어나려고 할 때마다 번갈아가면서 다리를 걸어 다시 넘어뜨린다.


“에코, 일어나라니까?”

“부축해줄까?”

“저런, 옷이 다 망가졌잖아.”

“그러다가는 백마탄 왕자님도 도망겠는데?”


조롱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레이와 반대로 에코는 누구보다 빨리 교실을 벗어난다.

가뜩이나 걸음이 느릴 뿐더러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다.

그녀를 괴롭히는 학생들은 무리를 이루어 움직인다.

혼자서 곧장 기숙사로 돌아가면 마주칠 일이 없다.


‘··· 내일 받을 걸.’


그레이에게 도시락 통을 받겠다는 구실로, 기숙사가 보이는 정원 의자에서 계속 기다렸다.

클래스 타워에서 떨어진 곳이니 괜찮을 줄 알았다.

공교롭게도, 인적이 드문 이 곳이 그녀를 괴롭히는 학생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보는 눈도 없겠다.

이들은 평소보다 심하게 에코를 괴롭혔다.


교묘하게 다리를 걸고, 밀친다.

벌써 열 번이 넘게 넘어지고 있다.


주변을 지나가는 사람들도 흘긋 보고 다시 갈 길을 간다.

장애가 있는, 반역자의 자식에게 손을 내밀어 줄 사람은 없다.


“그만해.”

“왜, 에코. 널 도와주려고 하는 거야.”

“야, 야. 비켜봐.”


한 남학생이 비릿하게 웃으며 다가와 에코의 치맛자락을 확 걷어올렸다.

어느 순간부터 성장하지 못한 다리가 훤히 드러났다.


“와, 많이 다쳤네?”

“하, 하지 마!”

“어디 보자. 어디까지 다쳤나 볼까?”


에코가 발버둥쳤지만 기사학부 남학생의 힘을 이길 수 없다.

남학생들이 상기된 얼굴로 다가오고, 여학생들은 즐거운 웃음을 터뜨린다.


“하지 마라니까!”

“가만히 있어. 야, 여기 봐. 허벅지 안쪽도 다친 거 같지 않아?”

“이번엔 내가 좀 보자.”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손길은 끝 없이 위험해진다.


세간의 인식과 달리 귀족 세계야 말로 동물의 왕국이다.

부와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끝없이 잔인해지기 마련이다.


그 습성을 익히 알고 있는 에코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내 몸에 힘을 빼고 발버둥을 멈췄다.


“이제야 말이 통하네.”

“에이, 재미 없다.”

“야, 그냥 찢자.”


언젠가는 겪어야 할 일이었다.

조금이라도 고통스럽지 않게···.


“쓰레기같은 새끼들.”


그 때, 누군가 나타났다.

에코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아, 아아.”


그러나 다시 급속도로 어두워졌다.


흠칫 놀란 학생들이 불청객에게 고개를 돌렸다.

정체를 확인하자마자 긴장이 탁 풀렸다.


“하하, 뭐야?”

“깜짝 놀랐네.”

“우리 에코의 남자친구가 오셨군?”


남학생들이 허벅다리까지 내린 바지춤을 치켜 올렸다.


“애인을 구하려 왔나?”

“그런데 이걸 어째. 오해하셨네. 우리는 넘어진 에코를 도와주려 했던 거야.”


그레이가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한 학생의 가랑이를 가리켰다.


“그 벌레만한 거, 쓸 수는 있냐?”

“··· 뭐라고?”

“킥!”

“벌레래.”


지목 당한 학생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옆에서 여학생들이 웃음을 터뜨리며 입을 가린다.


“네가 알아? 네가 봤어? 아직 벗지도 않았는데!”

“때로는 보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게 있지.”

“이 천한 개새끼가.”

“주제 넘게 나서는군.”

“정신이 나갔나 본데?”


남학생들이 위협적으로 몸을 부풀리며 다가왔다.

에코는 필사적으로 그레이에게 눈빛을 보냈지만, 당연히 안 보인다.


“아, 안 돼.”

“가만히 있어, 에코.”


여학생이 빙긋 웃으며 에코의 머리채를 잡았다.


“네 남자친구가 망가지는 모습, 놓칠 수 없잖아?”


‘그게 아니야.’


피를 뒤집어 쓴 채, 언니를 구하던 그레이의 모습이 선명하다. 망가지는 건 그레이가 아니다.


에코가 절박하게 외쳤다.


“그레이! 나, 난 괜찮아. 그냥···.”


짝!


여학생이 에코의 뺨을 올려붙였다.


“좀 닥쳐줄래? 집중이 안 되잖아.”


예정대로라면 에코 선에서 끝날 일이었다.

괴롭힘은 계속 이어졌겠지만.

반역자의 자식으로 아카데미에 입학했을 때부터 마음의 준비는 했다.


그러나 그레이가 개입하면 말이 다르다.

에코는 막연하게나마 단체에 대해 알고 있다.

그레이가 힘을 쓰면 걷잡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그녀도, 그레이도 더 이상 아카데미에 다닐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녀의 걱정에도, 그레이는 천연덕스럽게 입을 열었다.


“날 때릴 생각인가?”

“건방진 평민 새끼. 네 놈 하나 찢어버려도 우리에게는 아무 영향 없다.”

“학생 사이의 폭력은 학칙 상 금지되어 있다는데.”

“하하하!”


학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학칙 따위가 무슨 소용이지? 안 들키면 그만이다! 눈도 안 보이는 새끼가 우리가 누군지 알고?”

“그럼 에코는?”

“저 년?”


남학생 하나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당연히 소중하게 다뤄줄 거다, 이 병신아. 졸업할 때까지 열심히 갖고 놀아야지.”

“걱정 마라. 우리 모두 조교에는 일가견이 있거든. 게다가 모두 성인이잖아?”

“어휴, 정말. 남자들이란.”

“큭, 왜? 너도 이런 거 좋아하잖아?”

“에이미도 조교의 기회를 주기로 하자. 에코 이 년, 얼굴은 반반하잖아? 여자끼리 하면 보는 맛이 있을걸?”


남녀 할 것 없이 더러운 말을 쏟아낸다.


“가라고. 빨리 꺼지라고, 그레이···.”


에코가 치욕스러운 얼굴로 눈시울을 붉혔다.


열심히 치마를 내려 치부와 상처를 가려보지만, 주위 여학생들이 가만히 두지 않는다.


‘차라리 내가 낫군.’


에코의 삶은 생각 이상으로 비참했다.


“자. 이제 어쩔 테냐, 장님?”

“그러게. 동급생의 윤간 현장을 목도한 상황에도 할 수 있는게 딱히 없네.”

“하하! 나선 게 후회스럽지, 평민 새끼야?”

“그래도 그 눈으로 여기까지 찾아온 걸 칭찬한다!”


그레이가 살짝 옆으로 비껴섰다.


“나는 할 수 있는게 없으니, 도움을 받아야겠지.”

“··· 뭐?”

“자, 박수로 모시겠습니다. 학생회의 멋쟁이, 카이 제피로스.”


짝, 짝, 짝.


연기하는 듯한 그레이의 박수소리에 모든 학생들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


몇 분 전.

가만히 서서 귀를 기울이던 그레이가 미간을 찌푸렸다.


‘좆같은 새끼들.’


소리만으로도 에코가 어떻게 당하고 있는지 선명하게 그려진다.


명색이 귀족이란 놈들이 행동은 천박하기 그지 없다.

고귀한 척하는 귀족들의 뒷세계가 얼마나 더러운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토악질이 나온다.


그러나, 굳이 개입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찮은 동정심으로 에코를 구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하고싶은 대로 행동했을 뿐이야.’


에코의 언니를 구한 것도, 금화 주머니를 쾌척한 것도 그저 한 순간의 충동이었다.


더 이상 얽혀서 좋을 것이 없다.

지금도 ‘병신 커플’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에코야 어찌 되든 알 바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기숙사로 들어가려던 순간, 또 하나의 기척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떡 벌어진 어깨에 큰 키.

안정된 기도.


주동자들의 주변에 카이 제피로스가 숨을 죽이고 숨어 있었다.

방관자가 된 듯 상황을 관찰하고 있다.


그레이가 경멸하며 중얼거렸다.


“이거, 상종 못할 새끼네?”


‘본인은 에코 실바너스의 약혼자였다.’


카이의 말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은 용납할 수 없지.”


그는 즉시 에코가 있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


“··· 카이 제피로스?”


그레이가 정확히 그가 숨어있는 쪽을 바라보며 재차 말했다.


반응이 늦다.

당황했던 남학생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하, 하하!”

“거짓말을 했구나, 천한 놈!”

“그런 걸로 우리를 겁줘서··· 히익!”


수풀을 헤치고 큼지막한 인영이 모습을 드러낸다.


“··· 하아, 동작 그만.”

“카, 카이 선배?”

“서, 선배님!”


그레이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에코 실바너스를 윤간하려던 자들입니다.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끝까지’ 현장을 지켜보시던 지혜에 경의를 표합니다.”

“······.”


카이가 그레이에게 차가운 눈길을 보냈다.

이내 학생들에게 돌아보며 말했다.


“모두 기숙사로 복귀하도록. 조만간 징계위원회를 소집하겠다.”

“서, 선배! 제 아버지는···.”

“조용.누구도 학생회의 징계를 피해갈 수 없다.”


서슬 퍼런 카이의 눈초리에 학생들의 얼굴에 핏기가 가신다.

이내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사라진다.


학생들이 떠나가고 장내가 정리된 후, 카이가 에코의 앞에 한 쪽 무릎을 꿇었다.


“에코.”

“카이 오라버니.”


그가 에코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안심해라. 이제 내가 왔으니.”

“··· 계속 지켜봤던 건가요?”

“음?”

“저 놈들이 저를 욕보이는 걸, 보고만 있던 건가요?”


탁!


에코가 눈물을 글썽이며 카이의 손을 쳐냈다.


“저들이 계속 제 발을 걸며 넘어뜨리고, 치마를 걷어 올리는 꼴을 보면서도 움직이지 않았던 건가요? 그레이가 오라버니를 부르기 전까지, 저 수풀 속에서 숨어있던 건가요?”

“그, 그건. 그레이의 말처럼 증거를···.”

“싫어요!”


쿠구웅-


에테르의 파동이 퍼져나갔다.

반경 수십 미터의 지반이 흔들렸다.


‘제법 강력한데?’


그레이가 새삼스러운 눈길을 보냈다.


“당장 내게서 떨어져요!”

“··· 에코.”

“당신은, 당신은!”


그녀의 눈에서 폭포같은 눈물이 쏟아졌다.


“상종 못할 사람이에요!”

“진정해, 에코.”


그레이가 가볍게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


“······.”


카이가 망연한 표정으로 두 남녀를 바라봤다.

그레이가 카이를 보며 한 쪽 입술을 말아올렸다.


“에코는 당신과 이야기할 기분이 아닌 것 같습니다.”

“나중에··· 이야기하지.”


힘겹게 한 마디를 남긴 채 카이는 몸을 돌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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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EP 5-1. 뒷풀이 24.09.16 2 1 14쪽
29 EP 4-14. 결투 24.09.13 4 1 14쪽
28 EP 4-13. 흉수 24.09.11 7 2 13쪽
27 EP 4-12. 조사(2) 24.09.09 12 1 13쪽
26 EP 4-11. 조사(1) 24.09.08 10 1 13쪽
25 EP 4-10. 살인 사건 24.09.06 9 1 13쪽
24 EP 4-9. 기행종 파티 24.09.06 10 1 14쪽
23 EP 4-8. 임무 시작 24.09.04 10 1 14쪽
22 EP 4-7. 재회 24.09.03 13 1 13쪽
21 EP 4-6. 제논이 감추고 있던 것 24.09.02 13 1 12쪽
20 EP 4-5. 예상 밖의 손님 24.09.01 13 1 14쪽
19 EP 4-4. 파티 초대 24.08.31 11 1 13쪽
18 EP 4-3. 약간의 증명 24.08.30 12 1 13쪽
» EP 4-2. 동물의 왕국 24.08.29 14 2 13쪽
16 EP 4-1. 병신 커플 24.08.28 14 1 14쪽
15 EP 3-5. 몰락한 가문의 영애(3) 24.08.27 14 1 12쪽
14 EP 3-4. 몰락한 가문의 영애(2) 24.08.26 10 1 12쪽
13 EP 3-3. 몰락한 가문의 영애(1) 24.08.26 15 1 11쪽
12 EP 3-2. 편입생 24.08.25 17 1 13쪽
11 EP 3-1. 인연과 재회 24.08.24 21 1 13쪽
10 EP 2-4. 입학-제국 공인 아카데미 24.08.23 15 1 12쪽
9 EP 2-3. 4년이 지나고 24.08.22 21 1 12쪽
8 EP 2-2. 입단(2) 24.08.22 18 2 13쪽
7 EP 2-1. 입단(1) 24.08.21 19 2 12쪽
6 EP 1-6. 상실 24.08.20 18 1 12쪽
5 EP 1-5. 구출 24.08.19 20 1 12쪽
4 EP 1-4. 변칙성 24.08.19 21 1 11쪽
3 EP 1-3. 인연의 끝 24.08.18 31 1 14쪽
2 EP 1-2. 첫사랑 24.08.17 29 1 11쪽
1 EP 1-1. 퇴역 기사의 양자 +1 24.08.16 3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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