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님을 위한 순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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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수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8.16 00:11
최근연재일 :
2024.09.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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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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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EP 4-13. 흉수

DUMMY

028. 흉수



“재판관님도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장에는 팔뚝만한 발자국이 존재했습니다.”

“그건 발자국이 아니다.”

“그럼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네가 조사 과정을 물을 권리는 없다.”


그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진다.

그레이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에코가 초상 능력을 사용했다는 증거-가령 땅 위의 균열 등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어찌하여 그녀가···.”

“그만! 더 이상 듣지 않겠다. 학부생인 네가 초상 능력에 대해 뭘 알겠느냐? 다만, 그건 생명체의 발자국 따위가 아니라는 것만 분명히 하지.”


재판관이 수정구를 흘긋 바라보고 말을 마쳤다.

만일 저 수정구로 지금 장면이 송출되고 있지만 않았다면, 부연 설명따위는 친절하게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생명체의 발자국은 그럴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레이가 품 속에서 주먹 만한 수정구를 꺼내 땅바닥에 내려놓았다.

이것 역시 영상 송출이 가능하다.


수정구에서 빛이 흘러나오며 큼지막한 화면을 만들었다.


“골렘이라면 어떨까요?”


멀찍이 떨어진 학생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영상은 어두운 공간을 비추고 있다.

갑자기 빛이 훤해지더니, 금색으로 빛나는 수 미터의 골렘이 나타났다.


“··· 음?”


재판관의 눈이 동그래졌다.

화면은 골렘의 손과 발을 자세히 비추기 시작했다.


“현장에 있던 발자국과 크기, 모양이 비슷하지 않습니까?”


그레이가 화면을 가리켰다.


“이 주먹 또한, 학생들의 사인(死因)에 더 적합하지 않습니까? 에코의 초상 능력보다 말이지요.”


영상이 꺼진 뒤 설명을 덧붙였다.


“사건 현장에서 고작 수 km 떨어진 거리입니다. 재판관께서 아실지 모르겠지만, 변칙성을 활용하면 골렘을 소환할 수 있습니다. 아카데미의 재학생을 해칠 정도의 인물이라면 충분히 계획할 능력이 있습니다.”


말 없이 설명을 들은 재판관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 확인했다. 제법 쓸 만한 논리구나. 그런데 그게 에코 실바너스의 무죄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지?”

“에코의 능력으로 다섯 명의 학생이 죽었다는 것보다는, 골렘을 사용한 제3자의 짓이라는 것이···.”

“그렇다면. 죽은 학생들이 이전 에코 실바너스와 관련한 사건으로 징계를 받았다는 사실은?”

“그 또한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네 말에는 허점이 가득하다.”


재판관이 턱을 치켜들었다.


“모두 추측일 뿐이다. 증거를 끼워맞추기만 하고 있어. 백 번 양보해, 저 골렘의 주인이 에코 실바너스라면? 그녀가 골렘을 소환해 학생들을 죽였다면?”

“······.”

“본관은 오히려 이 쪽이 더 믿을 만하군.”


에코가 파리한 얼굴로 두 사람의 설전을 바라봤다.

그레이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재판관이 완벽히 반박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녀가 이렇게 생각할 정도면, 상황을 지켜보는 학생들은 더할 것이다.


‘완벽히 논파되고 있다.’


카이가 심각한 얼굴로 입을 가렸다.

그레이의 발언은 그의 생각과 일치한다.

심지어 골렘을 직접 찾아 증거 자료로 제시할 줄은 몰랐다.


그러나, 재판관의 논리보다 그레이의 논리가 훨씬 빈약하게 들린다.

어떤 방식으로도 ‘에코를 노린 학생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뒤엎을 수 없다.

그렇기에 ‘만일 에코가 골렘을 조종했다면?’이라는 가설을 쉽게 논파할 수 없다.


‘실제로··· 실바너스 가문은 그런 시도를 한 전적이 있으니까.’


그가 저 자리에 서있었다면 어땠을까.

그레이보다 잘 할 수 있었을까.


카이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레이가 작게 한숨을 쉬고 재판관에게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까?”

“먼저, 골렘을 찾아 조사해야겠지. 그 다음에 소유권을 파악해야 할 것이다. 네가 촬영한 그 골렘이 누구의 것인지 말이다.”

“간단한 방법이 있군요.”


재판관이 고개를 끄덕이는 그레이를 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병신같은 평민 놈. 애초에 골렘을 사용했을 리가 없지 않는가.’


발자국에 대한 보고는 들었다.

그러나 순식간에 폐기된 증거다.

명백한 범인이 있는데, 흐릿한 발자국 몇 개만으로 골렘을 떠올리는 건 망상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흉수가 그레이 따위에게 들킬 장소에 골렘을 보관했을 리가 없다.

운 좋게, 어떤 귀족이 숨겨놓은 골렘을 발견한 것이 분명하다.

웬만한 가문은 골렘을 두 기 이상 보관하고 있다.

황도의 숲 속, 황무지의 지하에 천 개가 넘는 골렘이 잠자고 있다.


골렘은 핵으로부터 소환된다.

그러나 물리 법칙을 거스르지는 못한다.

빈 공간에서 몸체가 구성될 수 없는 것이다.

핵을 매개로, 어딘가에 존재하는 골렘의 신체를 소환해 재구성한다.


‘만일 정말 골렘의 소행이라도 상관 없지.’


재판관이 슬그머니 미소를 지었다.


이들의 담화는 모든 학생들에게 송출되고 있으며, 이 일을 꾸밀 범인이라면 분명히 듣고 있을 것이다.


‘만일 정말 골렘을 썼다면, 이미 그 자리에는 없을 것이다.’


그레이도 마주 미소를 지었다.


“직접 확인하시겠습니까?”

“흠. 원래는 정식 절차를 밟아야하나, 노력한 네 성의를 보아 직접 가도록 하지. 그러나 만일 네 말이 거짓으로 밝혀진다면, 너는 징계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에코 실바너스의 사형도 당연히 이루어진다.”

“물론입니다.”

“자, 안내해라. 어디지?”

“아, 안내는 제가 안 합니다.”


그레이가 뚜벅뚜벅 걸어가 재판관의 앞에 멈췄다.

품 속에 손을 넣어, 엄지손가락 만한 단추를 꺼내 책상 앞에 올려놨다.


“··· 뭐냐?”


재판관이 괴상한 표정으로 단추를 들어 이리저리 살펴봤다.


딱!


그레이가 손가락을 튕기자, 재판관의 눈 앞에 둥실 떠오른다.

이윽고 마법으로 만들어진 화살표가 나타나 어딘가를 가리킨다.


“위치 탐지기입니다. 미다스 가문 물건이니 믿을 만합니다.”


그레이가 산뜻하게 웃었다.


“친구 제논 미다스의 말에 따르면, 반경 30km는 탐지된다는군요. 조그마한 놈이 제법이지 않습니까?”


재판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


“여기는···.”


재판관이 입술을 깨물었다.


“타이미안··· 백작가지 않나.”

“그렇습니까?”


그레이가 볼을 긁었다.


“신분이 신분인지라, 귀족 가문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그래도 중요한 건 잊지 않았습니다, 재판관님.”


그가 재판관의 눈 앞에서 진동하는 화살표를 가리켰다.


“탐지기가 정확히 성벽 아래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파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재판관이 말 위에서 뒤를 돌아봤다.

구름처럼 몰려온 아카데미의 학생들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다.

이 둘의 모습과 대화가 모두에게 영상으로 송출된다.


“··· 글쎄. 그건 회의적이군. 백작정도 되는 귀족의 사유지-영지를 마음대로 훼손할 수는 없지. 애초에 정식 수사권이 없으니···.”

“진짜 잘 몰라서 하는 말입니다만. 아까까지 에코를 사형시키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건 수사권과는 별개입니까?”


그레이가 얼굴 가득 궁금한 기색을 떠올렸다.

손가락을 들어 하나하나 짚어가며 말했다.


“죽은 학생들이 백작가 넷에 후작가 하나··· 아니었습니까? 이번 사태에 관해서는 황실도 인정해줄 것 같습니다만.”

“이 마법 공학품, 위치 추적기 하나만 믿기에는···.”

“재판관님.”


그 때, 냉막한 미성이 들려왔다.

제논이 모습을 드러내며 예를 표한다.


“미다스 가문 소속, 마법 학부의 2학년 제논 미다스입니다. 해당 제품은 사용 전 제가 엄밀히 검토했습니다. 분명한 양품으로, 이 정도 거리에는 확실히 작동할 것을 장담드립니다.”

“이 놈들···.”


재판관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주동 인물들을 살피고, 다시 고개를 돌려 학생들의 분위기를 살핀다.


여기서 돌아간다면 그 자신이 위험하다.

아카데미의 교사 자격을 잃을 수도 있다.

어쩔 수 없이 어깨를 늘어뜨렸다.


“··· 교직원들에게 부탁하겠소. 타이미안 백작가에게 양해를 구하시오. 마법 학부의 고학년들은 앞으로 나와라. 지금부터 목표 지점을 조사한다.”


천 명이 넘는 사람들에서 수십의 사람들이 튀어나왔다.

누군가는 백작가의 성문을 두드리고, 누군가는 위치 탐지기가 가리키는 지면 앞에서 마법을 준비한다.


그레이는 조용히 뒤로 물러가, 에코의 어깨를 짚었다.


“그, 그레이.”


에코가 얼떨떨한 얼굴로 그레이를 올려봤다.


“선물, 고맙다.”


그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


“아닙니다, 아닙니다!”


타이미안 백작가의 삼남, 세드릭 타이미안이 눈물을 흘리며 끌려나온다.


“저,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 세드릭, 타이미안 백작가는 전통적으로 책사를 배출했다. 골렘의 소환과 동시에, 변칙성을 이용할 수 있는 자는 너 뿐이다.”

“무언가 오해가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게다가 협동 임무에 참가한 재학생으로서··· 모든 상황을··· 알고, 지켜보고 있었겠지. 죽은 학생들, 그리고 에코 실바너스와 어떤 원한 관계가 있었는지는 추후 조사하도록 하겠다.”

“재판관··· 아니, 선생님. 선생님!”


재판관이 착잡한 눈으로 사라지는 세드릭 타이미안을 바라봤다.

옆의 교관에게 작게 물었다.


“··· 백작가 측에서는 뭐라고 했소?”

“처음에는 부정적이었습니다만, 상황을 모두 들은 후에는 적극 협조하겠다고 하더군요.”

“만약의 상황은?”

“받아들이겠다고 했습니다.”


공인 아카데미의 입학으로 가문을 빛낸, 소중한 아들의 죽음까지 감수하겠다라.

진실이든, 거짓이든 중요치 않다.

가문의 존속만이 중요하다.


‘···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이 나의 생존이다.’


“저 학생들은 어쩔까요?”


교관이 눈짓으로 그레이와 에코를 가리켰다.

재판관이 작게 이를 간 뒤 말했다.


“혐의가··· 없지 않소. 풀어주고, 에코 실바너스 쪽에게는 적당한 보상을 하시오. 큰 것까지는 필요 없을 것이오.”

“알겠습니다.”

“세드릭 타이미안에 대한 건 맡기겠소. 가능한 혐의를 벗으면 좋겠군.”


조금 떨어진 곳, 에코는 펑펑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가만히 있어라.”

“히끅! 정말 죽는 줄 알았어. 고마워, 그레이! 고마워, 제논. 감사합니다, 선배님들···.”

“가만히 좀 있으라고.”


제논이 인상을 찌푸리며 회복 마법을 쏟아부었다.

난동을 피우는 탓에 마법 중 50%는 빗나가고 있다.


제이미가 과장된 몸짓으로 제논을 따라했다.


“‘해당 제품은 사용 전 제가 엄밀히 검토했습니다. 분명한 양품···.’”

“선배님!”
“크으! 정말 멋있었어. 이게 동료를 위하는 마음이라는 건가? 다시 봤어, 제논 후배!”


팡! 팡!


제이미가 깔깔 웃으며 제논의 등을 쳤다.


“제발, 회복 좀··· 어휴.”

“훌륭하다.”


케테르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레이를 치하했다.


“잘했다, 그레이.”

“당연한 일입니다. 에코에게 일이 생기면 우리 모두 곤란해지지 않겠습니까.”

“아니지. 그것 보다는 역시 사랑의···.”

“제이미 선배. 제발요.”


안 그래도 모든 학생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집중되고 있다.

그레이가 벌인 일은, 아마 10년 동안은 아카데미 내에서 회자될 것이다.


빠르게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세드릭인가 하는 그 자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아, 세드릭 타이미안?”


제이미가 어깨를 으쓱했다.


“죽겠지, 뭐. 잘하면 퇴학이고.”

“··· 그렇군요.”

“아카데미 학생 다섯 명을 암살했잖아. 당연한 거 아냐?”

“선배는 정말 세드릭이 그랬다고 생각하세요?”

“미쳤어?”


제이미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세드릭 타이미안이 재수없는 새끼이기는 해도, 학생을 학살할 깜냥이 있는 놈은 아니야.”

“잘 알아요?”

“알지. 걔네 가문이 행정 쪽에서 유명하거든. 세드릭은 마법 학부지만. 3학년으로 제논보다 두 살 많은 놈인데, 무려 학생회 소속이셨다.”

“학생회··· 라.”


제논이 에코를 치료하며 끼어들었다.


“나도 세드릭 선배에 대해선 안다.”

“어떤 사람이야?”

“재수없는 사람이다. 백작가 따위임에도 학생회 소속이라는 것으로 다른 학생들을 무시하곤 했다. 물론, 제이미 선배의 생각에는 동의한다.”

“... 역시 진범(眞犯)이 아니라는 건가.”


그레이의 혼잣말에 파티가 침묵했다.

에코의 혐의가 풀리고, 모두가 무죄를 입증받은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골렘이 있던 마지막 위치-타이미안 백작가의 세드릭 또한 범인이 아니라면···.


그 때, 낮은 목소리가 말했다.


“그 부분은 너희들이 걱정할 것이 아니다. 세드릭 타이미안 정도라면, 아카데미가 아닌 정식 수사관들에게 수사를 요청할 능력이 된다.”


파티원들의 고개가 동시에 돌아갔다.

잊을 만하면 찾아오는 사람이다.


“카이 선배.”

“그레이 케이든.”


조금은 불편하지만, 그레이는 이전보다 긍정적인 시선으로 카이를 보게 됐다.

재판관에게 맞서 에코의 결백을 주장하지 않았나.


탁.


무언가 흐물흐물한 것이 그레이의 얼굴을 때린 후 떨어졌다.


“··· 에? 장갑?”

“나, 카이 제피로스. 그레이 케이든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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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EP 5-1. 뒷풀이 24.09.16 2 1 14쪽
29 EP 4-14. 결투 24.09.13 4 1 14쪽
» EP 4-13. 흉수 24.09.11 8 2 13쪽
27 EP 4-12. 조사(2) 24.09.09 12 1 13쪽
26 EP 4-11. 조사(1) 24.09.08 10 1 13쪽
25 EP 4-10. 살인 사건 24.09.06 9 1 13쪽
24 EP 4-9. 기행종 파티 24.09.06 10 1 14쪽
23 EP 4-8. 임무 시작 24.09.04 10 1 14쪽
22 EP 4-7. 재회 24.09.03 13 1 13쪽
21 EP 4-6. 제논이 감추고 있던 것 24.09.02 13 1 12쪽
20 EP 4-5. 예상 밖의 손님 24.09.01 13 1 14쪽
19 EP 4-4. 파티 초대 24.08.31 11 1 13쪽
18 EP 4-3. 약간의 증명 24.08.30 12 1 13쪽
17 EP 4-2. 동물의 왕국 24.08.29 14 2 13쪽
16 EP 4-1. 병신 커플 24.08.28 14 1 14쪽
15 EP 3-5. 몰락한 가문의 영애(3) 24.08.27 14 1 12쪽
14 EP 3-4. 몰락한 가문의 영애(2) 24.08.26 10 1 12쪽
13 EP 3-3. 몰락한 가문의 영애(1) 24.08.26 15 1 11쪽
12 EP 3-2. 편입생 24.08.25 18 1 13쪽
11 EP 3-1. 인연과 재회 24.08.24 21 1 13쪽
10 EP 2-4. 입학-제국 공인 아카데미 24.08.23 15 1 12쪽
9 EP 2-3. 4년이 지나고 24.08.22 21 1 12쪽
8 EP 2-2. 입단(2) 24.08.22 18 2 13쪽
7 EP 2-1. 입단(1) 24.08.21 19 2 12쪽
6 EP 1-6. 상실 24.08.20 18 1 12쪽
5 EP 1-5. 구출 24.08.19 20 1 12쪽
4 EP 1-4. 변칙성 24.08.19 21 1 11쪽
3 EP 1-3. 인연의 끝 24.08.18 31 1 14쪽
2 EP 1-2. 첫사랑 24.08.17 29 1 11쪽
1 EP 1-1. 퇴역 기사의 양자 +1 24.08.16 3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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