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님을 위한 순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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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수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8.16 00:11
최근연재일 :
2024.09.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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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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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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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EP 4-7. 재회

DUMMY

022. 재회


다음 날, 수업이 끝나자마자 제논은 자취를 감췄다.


“배려해준 건가. 굳이 그럴 필요는 없는데.”


그레이가 쓴웃음을 지으며 보고를 마쳤다.


협동 임무, 파티원, 리아에 대한 보고를 들은 단장은 한참을 생각하다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네 마음이 끌리는 대로 행동하라’고.


글쎄, 단장의 말이 그레이를 위한 조언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그는 뛰어난 리더이며, 그만큼 말을 아낀다.

뜬구름 잡는 소리인줄 알았던 말이 나중에는 큰 그림인 경우가 자주 있었다.


어쨌든 그레이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가볼까.”


리아를 만나러.

기숙사 문을 열었다.


보름달이 뜬 밤이다.


***


같은 시각, 에코도 고민을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역시, 지금이 가장 나아.”


다음 주부터는 일정이 바쁘다.

사흘 간 협동 임무를 위해 합숙이 이어지며, 목요일에는 툰드라 지대로 향하는 마차를 탄다.

그레이와 개인적인 대화를 나눌 시간이 없다.


남자 기숙사 앞에 도착한 에코가 잠시 멈칫했다.


새로운 경비원이다.

지금껏 뇌물-야식과 애교로 친분을 쌓아온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레이의 방까지 가기는 요원한 일이다.


“··· 어쩔 수 없나봐.”


차선책으로 주말을 노릴 수밖에 없다.

그녀처럼 돌아갈 집이 없는 그레이는 종종 도서관에 출몰한다.

아주 잠시, 미처 전해주지 못한 선물만 준다면 그레이도 화내지 않을 것이다.


이게 뭐라고.

에코가 이제는 잔뜩 더러워진 포장지로 싸인 박스를 내려다봤다.


사실 별 것 아니다.

에코 형편에 비싼 선물을 살 수 없을 뿐더러, 그레이에게 필요한 물건이 아닐 수도 있다.


위잉 -


별안간 기숙사의 자동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에코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


그레이가 안대를 고쳐 쓰며 나온다.

예상 밖의 소득이다.


에코가 초상 능력을 끌어올렸다.

새롭게 연습한 능력이 있다.

기묘할 정도로 기척이 없는, 그레이를 닮은 스킬이다.


‘- 후우.’


그녀의 초상 능력은 진동이다.


지금까지는 진동의 ‘방출’만 생각해왔다.

이번에는 ‘공명’이다.


진동을 최대한 미약하게 방출하며, 몸에서 나는 소리-가령 숨소리, 발자국, 옷의 마찰 등을 상쇄한다.

은신과 잠입, 도주 등 생존에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


‘생각보다 쓸 만해.’


심지어 그레이조차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


에코는 최대한 기척을 숨긴 채 그레이의 뒤를 좇았다.

오늘따라 그의 걸음이 늦다.

절뚝이는 다리로도 거리를 유지한 채 따라갈 수 있을 정도다.


정원으로 밤산책이라도 나온 걸까, 생각했지만 그의 걸음은 생소한 곳으로 향했다.

정원도, 클래스 타워도, 연무장도 아니다.

이건 ‘학생회관’으로 향하는 길이다.


‘배가 고픈가?’


에코가 고개를 갸웃했다.


학생회관의 지하 3층에는 학생 식당이 있다.

그래이는 편입한 후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식사를 그 곳에서 해결했다.

그래서 고마움의 표시로 도시락을 싸줬던 것이다.

정작 그 도시락이 더 맛이 없는 것이 함정이었지만.


그레이는 학생회관 앞에 도착해 한참을 어딘가를 올려다 본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눈치다.


어느덧 보름달이 남쪽 하늘에 걸렸다.

체감 상으로는 두 시간이 넘게 흐른 것 같다.

저린 다리를 주무르며 에코가 침을 삼켰다.


‘이제··· 괜찮지 않을까?’


생일 선물을 주기에는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지금이 최고의 타이밍이다.

확실하게 그레이는 혼자다.


수풀 속에서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누군가 학생회관의 입구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제법 멀리 떨어진 거리지만, 에코에게 그레이의 말이 선명히 전달됐다.


“··· 리아?”


그녀의 몸이 굳었다.


***


마계에 속한 초월적인 지성체.

천사의 반대편에 있는, ‘마족’은 전설 속의 존재로 밝혀진지 오래다.

역사 속에 등장한 마족은 모두 변칙 개체의 일종이었다-그런 해석이 단체 내에서는 지배적이다.


그러니 꿈 속에서 남자를 유혹한다는 마족인 ‘서큐버스’도 당연히 이야기 속의 존재일 텐데.


“몽마에게 홀렸나?”


그레이가 피식 웃으며 걸음을 옮겼다.

오랜만에 안대를 세탁했고, 가장 깔끔한 옷을 입었다.

리아의 팔찌에 먼지 하나 남지 않도록 깔끔하게 청소했다.


왠지 수백 미터 떨어진 학생회관의 위치가 훤히 감지되는 듯하다.

반대로 주변의 사물은 머리속에 들어오지 않는다.


“리아 크로노스.”


십 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그레이스! 내가 네 눈이 되어줄게.’


어린 리아의 목소리도, 그녀의 살결도.

밤새 함께 뛰놀던 토이카 마을 뒤의 언덕 내음도 선명하다.

시각을 대신한 나머지 감각이 한계를 넘어 발달했기에 더욱 잊지 못한다.


어느새 학생회관 앞에 도착했다.

학생회관은 6층으로, 아카데미의 건물들 중에서는 낮은 편이다.


대신 가로 너비가 가장 넓다.

한 층에 서른 개가 넘는 동아리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는 동아리 활동의 중심부이며, 최상층은 전부 학생회가 사용하고 있다.


“밥 먹을 때 빼고는 올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리아는 금요일의 회의가 끝난 뒤 마지막까지 남아 회의 내용을 정리한다고 했다.

6층으로 향하기 위해 건물로 들어가려던 그레이가 문득 멈추어 섰다.


에코 실바너스.


그녀는 뜬금없는 타이밍마다 나타나 그레이를 곤란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지금 리아에게는 그레이가 에코와 같은 존재일 수 있다.


그러니 그레이는 기다리기를 택했다.

학생회관에 리아가 있다면, 보름달이 중천에 걸리기 전에는 나올 것이다.


“······.”


풀벌레 소리만 가득하다.

인간의 기척을 잘 느끼는 녀석들이 정신을 놓고 울어제낄 정도로 시간이 지났다.


달의 움직임은 그레이에게 가장 익숙한 것 중 하나다.

보름달은 여섯시 언저리인 일몰 때 떠오르기 시작해, 자정에 남쪽 하늘 중간에 위치한다.

희한하게도 달의 위치만큼은 앞이 보이지 않는 그레이도 느낄 수 있다.

오히려 태양보다 선명하다.


“··· 오늘은, 아닌가.”


풀벌레 소리가 멎었다. 혼잣말 때문이리라.


그렇게 생각하고 몸을 돌리려는 순간, 나지막이 학생회관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익숙한 향기가 느껴진다.

그레이의 감각이 인형을 그리기도 전이었다.


[ - - -. ]


손목의 팔찌가 주변 풍경을 나타낸다.


그레이보다 머리 하나정도 작은 키에, 기억보다 한 뼘은 자라 어깨를 가볍게 넘는 머리 길이.

풋풋한 소녀의 냄새에 뒤섞인 고급스러운 화장품의 향기.

발목을 덮는 원피스, 그 위를 덮은 품이 넉넉한 로브.


그레이는 정확히 학생회관의 문을 바라보며, 말했다.


“··· 리아?”


그의 목소리를 들은 소녀가 그 자리에 멈췄다.

정지한 채 한참을 그레이를 바라보다 입을 연다.


“··· 그레이스?”

“리아, 리아 크로노스.”


그레이의 목소리가 잘게 떨린다.

평소보다 무거운 발을 움직여 리아에게 다가갔다.


2m정도를 남긴 뒤에 그레이가 멈췄다.

그의 머리속에 정돈되지 않은 수많은 단어들이 부유한다.


“··· 풋.”


별안간 리아가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이었네?”

“응?”

“설마 그레이스일까, 했는데. 진짜였구나? 엄청 컸다.”


그레이가 뻣뻣한 몸동작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지금은, 그레이스가 아니라 그레이지만.”

“응, ‘케이든’이라는 성을 듣고 짐작했어. 만일 정말 그레이스-그레이라면, 숨겨야 할 사정이 있으리라고 말이야.”


리아가 손을 들어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었다.

그녀의 동작 하나하나에도 집중하게 된다.


먼저 그레이가 말했다.


“··· 오랜만이야.”

“그렇네.”

“종종, 너를 생각했어.”

“그렇구나.”

“때로는, 많이.”

“응.”


그 때처럼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간다.

그러나 어딘가 자연스럽지 않다.


그레이가 재차 물었다.


“너는··· 어땠어?”

“응, 뭐가?”

“우리의 어린 시절을··· 생각하곤 했어?”

“글쎄.”


리아가 입술을 짚었다.


“종종.”

“··· 그렇구나.”

“때로는, 가끔.”


그레이가 입을 닫았다.

이게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든다.


리아가 그레이의 손목을 가리켰다.


“아직 가지고 있구나. 내가 만들어 준 팔찌.”

“아, 그래.”


그레이가 팔을 들었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팔찌는 처음처럼 희미한 진동을 열심히 내뿜고 있다.


“잠시, 볼 수 있을까?”

“물론.”


팔찌를 풀자 허공으로 둥실 떠올라 제작자에게 다가간다.


“아.”


그레이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너도 초상 능력을 각성했지. 염동 계열이구나.”

“‘너도’라면, 그레이도?”

“내 감각이 초상 능력 중 하나라고 하더라. 그 밖에도 더 있고.”

“... 그랬구나.”


리아가 나지막이 대답한 뒤 팔찌를 유심히 살펴봤다.


“관리를 잘 했네.”

“응. 많은 일이 있었지만··· 내게는 소중한 물건이니까.”


그녀가 팔찌 위로, 반원을 그리며 손을 움직였다.

그레이의 시야에 푸른 빛이 번쩍였다.


파사삭.


팔찌가 가루가 되어 리아의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린다.


“··· 어?”

“조금은, 마음이 아프네. 그 때는 최선을 다해서 만들었거든.”

“어째서?”


그레이가 멍하니 입을 벌린 채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이미 형체를 잃어버린 팔찌는 땅바닥에 흩어졌다.


“지금의 그레이라면 필요 없지 않을까?”

“그, 그렇지만.”

“그레이.”


리아가 빙긋 웃고 그레이에게 다가왔다.


톡, 톡.


그녀의 손이 그의 어깨를 두 번 두드리고 지나갔다.


“조만간 연락할게. 그 때 제대로 인사하도록 하자.”

“리아?”

“지금은 시간이 늦었잖니. 그렇지?”

“······.”

“그레이는 착한 아이니까.”


리아가 사라진 후에도 그레이는 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웅크리고 있는 에코를 감지하지 못할 정도로 굳어 있었다.


***


에코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레이와 에코 사이에 얽힌 일은 잘 모르지만, 지금 저들의 대화는 정상적이지 않다.

대화 내용을 차치하고서라도 그렇다.


‘전혀, 웃고있지 않잖아.’


사랑스러움의 아이콘.

학생회의 분홍 튤립, 리아의 얼굴에는 어떤 감정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아니, 엄밀히 말해 약간의 미소는 있었다.

마치 표정 없는 목각 인형 위에 붓으로 호선을 그린 듯한 미소였다.


그레이의 초감각에 대해서는 조금 안다.

‘진동’이 초상 능력인 에코이기에 초감각의 본질을 약간이나마 꿰뚫어 볼 수 있다.


그레이는 보통 사람들은 느낄 수 없는 음파로 주변 환경을 파악한다.

범위가 넓을 지언정 시각에 비해 해상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색깔은 물론이고, 일정 크기 이하의 세밀한 것들을 파악하지 못한다.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에서 비언어적 표현이 차지하는 비율은 70%에서 많게는 90% 이상이다.

비단 음성 언어 뿐만이 아니라, 표정과 자세, 제스처와 시선 등 많은 것들이 화자의 의도를 해석하는 데에 사용된다.


적어도 눈으로 현장을 지켜본 에코의 직관에 따르면, 리아 크로노스는···.


툭.


누군가 에코의 어깨를 건드렸다.

상념에 빠져있던 에코가 소스라치게 놀라 주저앉았다.


“흐응. 그 쪽은, 에코 실바너스?”

“리, 리아 크로노스.”


머리속을 채우던 사람이 실제로 눈 앞에서 얼굴을 들이밀고 있다.

리아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소문대로군요?”

“으, 응?”

“‘병신 커플’이라고, 그레이와 엮이고 있다고 들었어요. 여기까지 따라왔군요.”

“아.”


에코가 더듬대며 답했다.


“오, 오해하지 말아줘. 그레이는 모르는 일이야.”

“그런가요?”


가까이서 보니 더욱 섬뜩하다.

입은 웃고있지만, 눈은 그렇지 않다.

부드러운 분홍 빛이 감도는 동공에는 아무런 감정이 실려있지 않다.


“그레이와는 거리를 둘 거야. 오늘은 우연치 않게, 너희 둘의 대화를 듣게 됐어. 미안해.”


에코가 빠르게 말을 이었다.

리아 크로노스는 2학년 중에서 명실상부 최고의 권력을 지닌 학생 중에 하나다.

평범한 학생들에게 따돌림을 넘어 강간까지 당할 뻔했던 에코로서는 그녀에게 밉보여서 좋을 일이 하등 없다.


“거리를 둘 생각이라고요?”

“응. 걱저 마, 그레이는 나를 그다지···.”

“아니, 아니예요.”


리아의 미소가 짙어진다.

그녀가 넘어진 에코를 부축해 일으킨 후 엉덩이를 털어준다.


“··· 에?”

“부디, 그레이와 친하게 지내주세요.”

“어, 어째서? 그레이는 리아를···.”

“그레이가, 저를, 뭐가요?”


리아가 뚫어져라 에코를 바라봤다.


“그레이와 제가 ‘특별한’ 관계인가요?”

“······.”

“부디, 친하게 지내 주세요. 무슨 뜻인지 알았나요?”

“··· 으응.”


에코가 고개를 끄덕였다.

리아는 여전히 미소를 띄운 채 살짝 고개를 숙이고 떠나갔다.


에코가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리아도, 그레이도 모두 사라진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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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EP 5-1. 뒷풀이 24.09.16 2 1 14쪽
29 EP 4-14. 결투 24.09.13 4 1 14쪽
28 EP 4-13. 흉수 24.09.11 7 2 13쪽
27 EP 4-12. 조사(2) 24.09.09 11 1 13쪽
26 EP 4-11. 조사(1) 24.09.08 9 1 13쪽
25 EP 4-10. 살인 사건 24.09.06 9 1 13쪽
24 EP 4-9. 기행종 파티 24.09.06 9 1 14쪽
23 EP 4-8. 임무 시작 24.09.04 10 1 14쪽
» EP 4-7. 재회 24.09.03 13 1 13쪽
21 EP 4-6. 제논이 감추고 있던 것 24.09.02 12 1 12쪽
20 EP 4-5. 예상 밖의 손님 24.09.01 13 1 14쪽
19 EP 4-4. 파티 초대 24.08.31 10 1 13쪽
18 EP 4-3. 약간의 증명 24.08.30 12 1 13쪽
17 EP 4-2. 동물의 왕국 24.08.29 13 2 13쪽
16 EP 4-1. 병신 커플 24.08.28 14 1 14쪽
15 EP 3-5. 몰락한 가문의 영애(3) 24.08.27 13 1 12쪽
14 EP 3-4. 몰락한 가문의 영애(2) 24.08.26 9 1 12쪽
13 EP 3-3. 몰락한 가문의 영애(1) 24.08.26 14 1 11쪽
12 EP 3-2. 편입생 24.08.25 17 1 13쪽
11 EP 3-1. 인연과 재회 24.08.24 21 1 13쪽
10 EP 2-4. 입학-제국 공인 아카데미 24.08.23 15 1 12쪽
9 EP 2-3. 4년이 지나고 24.08.22 21 1 12쪽
8 EP 2-2. 입단(2) 24.08.22 18 2 13쪽
7 EP 2-1. 입단(1) 24.08.21 18 2 12쪽
6 EP 1-6. 상실 24.08.20 18 1 12쪽
5 EP 1-5. 구출 24.08.19 20 1 12쪽
4 EP 1-4. 변칙성 24.08.19 21 1 11쪽
3 EP 1-3. 인연의 끝 24.08.18 31 1 14쪽
2 EP 1-2. 첫사랑 24.08.17 28 1 11쪽
1 EP 1-1. 퇴역 기사의 양자 +1 24.08.16 3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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