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검사가 회귀할수록 강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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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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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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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의 무한회귀자 4

DUMMY





나는 허둥지둥 달려가 코리손의 팔을 살펴보았다.


"팔 보세요. 원래 살아있을 때 칼 맞으면 저도 모르게 손을 들어 올려서 상처가 생기는데, 여기 코리손 씨의 상처는 그런게 없단 말입니다? 즉 이 훼손은 죽고 나서 이루어졌단 말이죠!"

"⋯⋯그렇군요."


내 대단한 발견에 대한 에릭의 감상이었다.

평소의 포커페이스가 무너진 얼굴에는 나를 무슨 괴상한 생명체로 보는 일면이 드러나있었다.


나는 코리손의 피가 묻은 손을 허벅지에 붙어있는 바지의 나풀거리는 부분에 슥슥 닦은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편하게 할 수 있겠어."

"루카스 님."

"네?"

"이런 의심을 말하는 게 실례인 줄은 압니다만 그러지 않을 수가 없군요. 혹시 시련의 도전을, 편리한 자살법이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닙니까?"

"아뇨? 진지하게 도전하고 있습니다만."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난 이후 내게는 죽음이 끝이 아니게 되었다.

아니, 아니게 되었다고 믿는다.


새로운 삶에 대한 확신을 위해서는 죽음을 도구로 삼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차피 이대로 비루한 삶을 살 바에는 죽음을 딛고 올라가 최고에 도전하리라.

미궁의 끝을 보리라.


'나는 죽지 않는다.'


도전에 실패하면 죽는다는 켈리어의 시련은 나에게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선택이다.

죽지 않으면 성공하니까.


죽지 않는 나에게는 성공밖에 답이 없는 셈이다.


편리한 자살법? 하늘에 맹세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죽을 생각이 없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완전한 죽음이라는 단어를 선택지에 넣을 생각이 없다.


"저는 반드시 시련에서 살아남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겁니다."

"⋯⋯저도 물론 그러기를 바랍니다. 루카스 님의 시련으로의 도전은 내일, 코리손 님이 들어간 이 시간입니다."


이후 점심을 같이 먹으며 코리손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나눴다.

나는 잘 구워진 애플파이를 우걱우걱 먹었다.


"코리손 님은 귀족가의 사남이었습니다. 평민이신 루카스 님은 잘 모르시겠지만 코리손 님이 시련에 도전하시게 된 사유는 조금 복잡합니다."


나는 입을 쓰윽 훔치고 오물거리며 답했다.


"대충은 압니다. 뒷골목에서도 첫째만 잘 챙겨주고 둘째부터는 동냥을 시키기 마련이죠. 그게 귀족적으로 이루어진 모양입니다?"

"⋯⋯맞습니다."

"사람 사는 곳 어디가나 똑같다더니."

"흠흠. 젊은 나이에 3위계에 도달한 코리손 님은 자신감이 넘쳤고, 자신의 위명을 떨칠 야망이 가득했습니다."


물론 미궁 탐험가로 명성을 드높이는 것도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직 무(武)로 계승 남작의 위를 얻어낸 렐드 남작가의 기준에 맞는 수준은 '미궁 탐험가의 성공'이란 단어로는 부족한 면이 있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켈리어의 시련이었다.

코리손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도박을 감행했고, 모든 도박이 그렇듯이 리스크의 대가는 참혹했다.


"덕분에 렐드가의 계승 경쟁은 첫째로 굳어졌군요. 이남, 삼남은 경쟁에서 배제된 지 오래니."


딱히 무재(武才)가 없는 두 아들과 달리 첫째는 이미 완숙한 3위계의 경지에 도달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 자리를 위협하던 사남이 죽었으니 더 이상 첫째의 지위를 방해할 요소는 없는 셈이다.


역시 귀족 가문의 암투는 복잡하고 음울하다.


그 일면을 증명하듯 도시의 하수구에서는 잊었다 하면 시체가 떠내려온다.

일단 건진 뒤 품을 뒤지는데, 이 사업이 꽤나 쏠쏠할 때가 많았다.


기본적으로 입고 있는 옷이 비쌌고, 검을 차고 있는 시체들도 더러 있었다.

정말 가끔씩은 금과 보석으로 만든 장신구들이 발견되기도 한다.


'그때는 하수구에 잠깐 피바람이 불지만.'


보나 마나 암투에 진 귀족들의 시체일 것이라는 생각이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하기야 이렇게 흔적을 알아서 지워주는 하류층 인생들이 있으니 시체를 처리하기 얼마나 편하겠나.


뭐, 미궁 탐험가로 먹고사는 나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는 일이다.


"내일 시련, 꼭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루카스 님에게 거는 기대가 큽니다."

"넵."


되는대로 대답을 주워삼긴 뒤 이제 마음 놓고 식사를 이어갔다.

홍차와 함께하는 티타임에는 에릭이 시련에 대한 정보를 읊어줬다.


"켈리어 님께서는 미궁에서 발견한 아티팩트를 사용해 인조 영혼들을 만드셨죠."

"여기. 칼리움에서 제가 관리하는 인조 영혼은 무술의 시험을, 북쪽의 나디움에서 관리되고 있는 인조 영혼은 마법의 시험을 맡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3위계 도전자들 중 시험에 통과한 사람은 5명, 2위계는 2명입니다. 루카스 님의 의욕을 위해 도전자의 총 숫자를 밝히지는 않겠습니다."

"인조 영혼의 유지를 위해, 도전자가 사망할 경우 도전자의 영혼은 인조영혼의 동력원으로 사용됩니다."

"에? 뭐라고?"


이게 뭔 개뼉다구 같은 소리인가?

내 영혼이 뭐?


"아. 걱정하실 수도 있는데, 잡아먹는다는 게 아닙니다. 영혼에 잠재된 힘을 가져가고, 영혼 자체는 성불하게 되니까요."

"그런가요?"

"네. 그리고 어차피 루카스 님은 시련을 통과할 생각이시니, 실패했을 때의 일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죠."


알면 알수록 저 에릭이란 놈. 정상이 아니다.

눈치를 보아하니 이 새끼. 코리손에게는 영혼에 관한 이야기 절대로 안 했다.


"그러면 이제 저는 물러나겠습니다. 내일 아침까지 저는 저택을 나가있을 예정이니, 심신의 수련을 하며 하루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필요하신 것들이 있으시다면 메이드에게."

"네 알겠습니다."


나는 그날 저녁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내 방에서 명상을 하며 보냈다.


무한 회귀.

내가 임의로 붙인 내 특성의 이름이다.

사실 특성인지도 잘 모르겠다.


특성의 발동은 일반적으로 정신력의 소모를 야기하는데, 나는 어제 하루 수십 번을 죽고 살아났음에도 이렇다 할 정신력의 소모가 없었다.


'아닌가?'


미궁 2층에 올라왔을 때, 목이 마르기는 했지만 쓰러질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정신줄을 잠깐 놓은 채로 한참을 일어나지 못했다.


'정신력의 소모?'


만약 그렇다고 가정한다면 무한 회귀에는 사용 횟수가 정해져있을지도 모른다.

무한 회귀라는 단어도 내가 지어냈을 뿐.

확실한 것이 아니지 않는가.


"그걸 감안하지 못했어."


검증이 필요하다.

사실 진작부터 이 가능성을 생각했어야 했다.

항상 이 멍청한 머리는 위험이 닥쳤을 때 돌아가는 것이 문제다.


하지만 검증을 위해서는 죽어야 하는데, 자연스럽게 죽을 수 있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더군다나 시련을 위해 파르밀 가의 저택에 몸을 의탁하고 있는 상황이다.

방법의 제한이 많을 수밖에 없다.


당장 생각나는 건 칼로 자살하는 법이지만, 그렇게 끔찍하게 죽고 싶지는 않았다.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해도 죽음은 엄청난 고통과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으으. 명상에 집중할 수가 없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난 뒤 검을 뽑아들었다.


'심장을 찔러도, 목을 찔러도 3분은 걸릴 거야.'


그래도 심장이 낫겠지?

나는 심장을 향해 검을 들었다.

마나를 듬뿍 넣고, 찔러 넣으면 된다.


하지만 다가올 고통을 이미 학습해버린 몸이 어찌할 바 없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래. 그냥 시련에 들어가자! 미친 짓거리 하지 말고. 어쩌면 죽지 않고, 죽어도 적당히 죽고 통과할 수 있을지 누가 알아?'


한심한 수준의 자기 합리화로 결국 검을 내려놓으려고 했다.


내 두 팔이 잘려나갔다.


"어?"


뎅그렁 떨어지는 칼과 털썩 떨어지는 팔들이 내는 불협화음.

몸을 순환해야 하는 피가 길을 찾지 못해 바깥공기와의 접촉을 시도했다.

진득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내 생명이 길을 잃었다.


"으, 으아아아아아!"


나는 뒤로 나자빠지며 팔을 마구 휘둘렀다.

순식간에 온몸이 피범벅이 되었다.


내 시선에 한 남자가 자리 잡았다.

분명 오늘 자리를 비운다고 말했던 에릭 파르밀이었다.

에릭은 특유의 웃는 낯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런. 분명 시련에 도전하시겠다고 하시더니. 왜 심장에 검을 대고 있으셨을까?"

"으악! 으아아아!"


나는 버둥거리며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물렸다.

끔찍한 고통에 말을 잇지 못하자 에릭이 벽에 걸려있던 창을 뽑아 내 오른쪽 어깨를 꿰었다.


"질 나쁜 영혼을 대접하겠군."

"제발! 제발!"


피를 흩뿌리며 끌려간 나는 어느 순간부터 의식이 몽롱해지기 시작했다.

과다출혈로 시야가 희미해지고 있었다.


이내 시련을 치러야 하는 저택의 지하실 입구까지 끌려간 내가 안으로 던져졌다.


"루카스 님."

"으으? 어째서⋯"

"어째서? 이유가 궁금하신 겁니까."


나는 처절하게 답을 구했다.

만약 내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면 이 대답은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 발언에 뒤이은 에릭의 말은 너무나 폭력적이었다.


"그러면 씨발 너라면 안 죽이겠냐!"

"!"

"도전한다 뭐다 해놓고 막상 죽을 것 같으니까 무섭지? 그래. 네가 뭘 하든 뭐라 안 해. 그런데 그건 안 되지. 무서워서 뒤지려고 들어?"

"!!"

"대답 안 하냐? 대답. 대답!"

"으."

"필요 없어!"


미친 새끼!


에릭의 발차기가 내 명치에 틀어박혔고, 나는 데굴데굴 굴러 지하실 구석에 처박혔다.


에릭은 상큼한 미소를 지은 뒤 지하실의 문을 닫았다.

한 점의 빛도 없는 철저한 암흑이 나를 맞이했다.


이제는 쏟을 피도 없어 멈춘 출혈 속에서 의식이 점차 흐려져갔다.


무언가가 내게 다가온다고 느껴졌을 때, 생각이 멈췄다.

공기가 차가웠고, 달뜬 마지막 숨은 뜨거웠다.

짧은 주마등마저 끊긴 정신의 낙하에는 어떠한 감각도 없었다.


죽음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익숙해진 소리가 내 귀를 스쳤다.


-키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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