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검사가 회귀할수록 강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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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88
작품등록일 :
2024.08.16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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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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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의 무한회귀자 3

DUMMY



켈리어의 시련은 미궁 도시 칼리움 내 귀족 거리에 있는 파르밀 가의 저택에서 이루어진다.


켈리어의 후손에 의해 엄중히 관리되는 저택은 나와 같은 무지렁이들에게는 오로지 시련에 도전할 때만 개방된다.


시련을 치르는, 소위 '죽으러 가는 멍청이'는 매년 30명가량 있고, 파르밀 가는 매년 그 정도 숫자의 장례식을 치른다.


쇠뿔도 단 김에 빼라고 했다.

나는 콜린을 먼저 보내고 혈혈단신으로 파르밀 가의 저택 앞에 섰다.


제국 공신의 저택은 비록 제국의 수도와 한참 떨어진 별장 같은 곳이라도 철저한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저택의 경비병이 설마 하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그 설마였다.


"시련에 도전하기 위해 왔습니다."


경비병의 표정이 살짝 경직되더니 풀어졌다.


"이름은?"

"루카스입니다. 성은 없습니다."

"평민이겠군. 미궁 탐험가인가?"


내 끄덕임을 본 경비병은 정해진 대사를 읊듯

내 신상을 캐물었다.

마지막 질문이 이러했다.


"본인의 의지인가?"

"네?"

"본인의 의지인지 물었다."

"맞습니다."


내 행색을 본 경비병이 한숨을 숨긴 헛숨을 들이켰다.

나는 그것만으로도 경비병에 대한 평가를 한층 더 높였다.


콧방귀나 손짓, 비웃음을 당하지 않은 게 어디인가.

동네 상인들에게도 그런 취급을 당했던 나에게는 이 정도의 반응도 그냥저냥 받아들일만했다.


그 와중 먼저 보고를 위해 들어간 경비병이 돌아왔다.


"들어와라."


나 같은 하류층 인생에게는 절대로 열리지 않을 저택의 문이 열렸다.


꿈에 그린 듯 아늑한 저택이었다.

이름 모를 나무와 덤불들이 잘 포장된 길을 따라 오와 열을 맞춰 정렬되어 있고, 심지어 중앙광장에서도 운용 비용 문제로 정해진 시간에만 작동하는 분수가 손님 하나 없을 이 시간에도 물을 펑펑 쏟아내고 있었다.


그야말로 다른 세계였다.


멍 때리는 것도 잠시, 경비병의 안내를 받아 본관이라고 부르는 곳에 도착했다.

문 입구에는 서글서글한 인상의 청년이 웃는 낯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루카스 님. 환영합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스스럼없이 내 꼬질꼬질한 손을 잡고 자신을 에릭 파르밀이라 소개하는 청년.


잠깐, 파르밀?


나는 얼른 무릎을 꿇었다.


"어이쿠! 나리. 귀한 분께서 어찌."


돌아가는 꼴을 보아하니 내가 이렇게 오버하지 않더라도 딱히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았지만 세상살이 어차피 눈치다 눈치.

일부러 저자세로 나오는데 대놓고 엿을 먹일 비정상인은 많지 않다.


에릭은 다행히 정상인의 범주에 들어갔다.


"아닙니다. 선조께서 내리신 시련에 도전하시는 분께 어찌 귀족의 지위를 내세우겠습니까."

"보다 편하게 부르셔도 됩니다."

"하하. 괜찮습니다. 지금까지의 모든 분들께 이렇게 대해왔으니 특별할 것도 없습니다. 다만⋯⋯."

"다만?"

"이곳에 들어오시면, 확정입니다."

"확정?"


주어를 뚝뚝 끊는 귀족의 화법에 도저히 적응이 안 됐다.

내 얼빠진 질문에도 에릭은 전혀 귀찮아하는 낯 없이 대답했다.


"시련에 대한 도전입니다. 이곳에서 시련을 들먹이며 파르밀 가의 용역을 제공받으시게 될 경우 어떠한 일이 있어도 도전을 취소하실 수 없게 되는 겁니다."

"⋯⋯."


에밀이 눈이 형형하게 빛났다.

이 와중 은근히 드러난 입가의 비틀림은 내가 익히 알던 귀족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그래도 도전하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하하. 그러면 들어오시죠."


금세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본관 안으로 들이는 에릭.


그 미소를 본 나는 에릭에 대한 평가를 재고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정하겠다. 비정상인이다.



저택의 본관은 외관만큼이나 내부도 훌륭했다.

시립해있는 메이드들은 절도 있었고, 그 끝에서 고개를 숙인 시종장도 특유의 중후함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생각을 이어가고 있을 때 메이드가 공손하게 나를 접대실로 안내했다.


홍차 한 잔과 함께 덩그러니 앉아 있자 잠깐 "실례합니다."라고 중얼거린 메이드가 두 손으로 나를 번쩍 들어 올렸다.


들어 올렸다?


"억?"

"가만히 계세요."


갑작스러운 사태에 사지를 발버둥 치며 저항했지만 흐느적거리기만 할 뿐 전혀 벗어날 수 없었다.

내 마나를 부드럽게 밀어내는 메이드의 마나 운용을 느끼며 깨달았다.


'3위계!'


3위계는 일반적으로 평범한 인간이 고된 수련을 통해 이를 수 있는 최고의 경지라 일컬어진다.

그런데 고작 메이드가 3위계라고?


'과연 제국 공신 가문!'


나는 그즈음 저항을 포기하고 메이드들이 내 몸을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두었다.


"읏!"

"⋯⋯이상한 소리 내지 마세요."

"죄송합니다."


잠깐 사이에 나는 몸이 말끔히 씻겨지고, 면도와 이발이 완료됐으며, 생전 처음 보는 옷으로 갈아 입혀진 후에, 에릭 파르밀과 겸상하여 식사하고 있었다.


응?


나는 고기를 씹으며 퍼뜩 정신을 차렸다.

너무나도 일이 급하게 진행되어 생각 자체를 할 틈이 없었다.


대신 음식에 집중하기로 했다.


지금 먹는 고기는 소고기였는데 생전 처음 먹어보는 부위였다.

하수구에서 주워 먹던 손질 후 남은 소고기 지방보다 훨씬 두꺼웠는데 부드럽기는 어찌나 또 부드러운지.


더군다나 접시가 비워질 때마다 조금씩 채워지는 걸 보니 계속해서 만들고 있는 모양이다.


이어지는 레드 와인 한 잔까지.


"크!"


이게 바로 호강이구나 싶었다.

여태까지 천천히 식사를 하며 나를 지켜보고 있던 에릭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루카스 님. 시련을 위해 따로 준비해오신 게 있으신가요?"


나는 입 한가득 물고 있던 소고기를 와인으로 꿀떡 삼켜 넘긴 뒤 에릭을 바라보았다.

귀족의 눈이 예리하게 빛나고 있었다.


'대충 대답하면 안 되겠군.'


그렇다고 무한 회귀를 드러낼 수도 없으니 적당한 답을 찾아야겠다.


"음, 기합으로 어떻게 되지 않을까요?"

"기합?"

"넵!"

"⋯⋯."


잠깐 우리 사이에 어색한 정적이 흐르고 있을 때, 식당의 문이 열리고 거한이 들어왔다.

도복이 더 어울리는 외관인데, 입은 옷은 나와 같은 정복이었다.


"오. 코리손 님. 오셨군요."

"음. 에릭. 오늘은 처음 뵙습니다."


에릭은 식기를 놓고 자리에 일어나기까지 했다.

아무래도 코리손이라는 인물이 범상한 인물이 아닌 모양이다.


코리손을 위해 순식간에 세팅된 식기와 음식들.

코리손이 자리에 앉기 전에 나를 힐끔 쳐다보았다.


"이 사람은?"

"아. 루카스 님, 인사하시죠. 렐드 남작가의 사남이신 코리손 렐드 님입니다. 루카스 님보다 먼저 시련에 도전하실 분이죠."


나는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난 자세 그대로 코리손에게 눈길을 돌렸다.


"아, 안녕하십니까. 루카스라고 합니다."

"가문은?"

"성은 없습니다."

"2위계인가?"

"그렇습니다만."

"특성은?"

"딱히⋯⋯."

"흥!"


코리손은 콧방귀를 뀌고 그대로 식사를 시작했다.

내 눈길을 외면하는 꼴을 보아하니 나와 말도 섞기 싫다는 투다.


"하하. 내일 시련으로의 도전을 앞두고 있어 코리손 님의 신경이 꽤나 예민하신 모양이군요. 루카스 님이 이해해 주시길."

"시련 따위. 바로 통과해 아버님께 제 위용을 자랑하겠습니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코리손은 덩치와 면상에 맞지 않는 귀족적인 손놀림으로 고기를 자르고 입에 집어넣었다.

나도 더이상 코리손을 신경 쓰지 않고 다시 리필된 소고기와 리조또를 퍼먹었다.


보기와 다르게 소식한 코리손이 먼저 일어나고, 에릭과 내가 남았다.

나는 소고기를 먹다 말고 살짝 눈치를 보았다.


"먼저 들어가셔도 됩니다. 저는 조금 더 먹고 들어갈 생각이라."

"어찌 손님을 두고 먼저 일어나겠습니까. 저도 한 식탐하는 사람이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까부터 15분째 빵 한 조각 안 먹은 사람이 할 말은 아니었다.

나는 결국 쩝쩝거리며 식기를 손에서 놓을 수밖에 없었다.


막 화이트와인을 마시려는데 에릭이 내게 말을 걸었다.


"루카스 님."

"네? 아. 저녁은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코리손 님이 무례하게 대하신 점은 대신 사과하겠습니다. 원체 다혈질이신 분이라."

"하하. 괜찮습니다."

"따로 화가 나시지는 않으십니까?"


나는 이쯤에서 약간의 위화감을 느꼈다.

비록 출신은 하수구지만 뒷골목 출신이기에 느낄 수 있는 감이 있다.


'내게 뭔가 바라고 있군.'


화난 척이라도 해야 하나?

설마 싸움을 붙이는 건 아니겠지?


숟가락으로 꾹 누르면 튕겨져 나오는 푸딩을 한 입에 먹으며 대답했다.


"귀족 나으리께서 저 같은 걸 무시할 수도 있죠."

"그렇군요."


에릭이 살짝 고개를 숙인 사이 과일 세 종류를 연달아 집어먹었다.

사과와 포도, 그리고 초록색 과일이었다. 마치 그물과도 같은 껍질이 장식처럼 달려있었는데 이름이 멜론이랬나?

나는 얼른 껍질을 벗겨내고 입에 가득 물었다.


"루카스 님."

"읍. 예."

"코리손 님이 시련에 도전하시는 걸 참관하시지 않겠습니까?"


나는 자연스럽게 방울토마토를 한 움큼 집어먹은 후에 답했다.

참관?


"뭐, 네. 알겠습니다. 제가 바로 도전할 예정이기도 하니까. 미리 정보를 알 수 있다면 좋죠."


그 대답을 듣자 영 좋지 않아 보였던 에릭의 안색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감사합니다."

"감사하긴요. 제가 더 감사드려야죠. 이렇게 귀빈 대접을 해주시니 감개무량할 뿐입니다."


어디선가 주워들었던 고급진 대사를 읊었지만 에릭은 별 반응이 없었다.

아주 잘 익은 복숭아 한 알을 끝으로 내 인생 최고의 식사가 끝났다.


"그러면 식사도 다 마쳤으니 저는 일어나 보겠습니다. 잠자리는 준비가 되어있으니 부디."

"넵."


그 뒤로 다시 목욕도 하고, 잠옷으로 갈아 입혀지고 잠도 잘 잤다.

코리손의 시련 도전? 좋은 구경이 될 것 같았다.


다음 날 아침.

요란한 행사, 격려와 환호 속에 저택 지하실의 문을 열고 들어간 코리손이 30분 만에 시체가 되어 튀어나왔다.


나도 모르게 새된 비명이 튀어나왔다.


"끼야아아아악!"


하지만 에릭도, 메이드도, 시종장도 당연한 결과라는 듯 아무렇지 않게 시체를 가지런히 정리했다.


"⋯⋯."


코리손의 시체는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었다.


목에 크게 베여 몸과 간당간당하게 붙어있고, 사지가 기괴하게 꺾였으며, 뱃가죽 아래에 있어야 할 내장이 모두 사라져있었다.


나는 천천히 내팽개쳐진 시체를 향해 다가갔다.

끔찍한 참사.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끔찍한 꼴은, 죽은 뒤에 당하는 거겠죠?"

"네?"


내게는 가장 중요한 사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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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미궁의 무한회귀자 30 +1 24.09.15 688 27 13쪽
29 미궁의 무한회귀자 29 +1 24.09.12 795 29 11쪽
28 미궁의 무한회귀자 28 +2 24.09.11 847 29 11쪽
27 미궁의 무한회귀자 27 +1 24.09.10 871 32 13쪽
26 미궁의 무한회귀자 26 24.09.09 890 28 16쪽
25 미궁의 무한회귀자 25 +1 24.09.08 901 29 12쪽
24 미궁의 무한회귀자 24 24.09.07 896 26 11쪽
23 미궁의 무한회귀자 23 24.09.06 904 27 12쪽
22 미궁의 무한회귀자 22 24.09.05 898 27 11쪽
21 미궁의 무한회귀자 21 +3 24.09.04 914 32 14쪽
20 미궁의 무한회귀자 20 +1 24.09.03 935 27 14쪽
19 미궁의 무한회귀자 19 +1 24.09.02 921 27 13쪽
18 미궁의 무한회귀자 18 +2 24.09.01 929 33 12쪽
17 미궁의 무한회귀자 17 +3 24.08.31 949 31 14쪽
16 미궁의 무한회귀자 16 24.08.30 995 28 14쪽
15 미궁의 무한회귀자 15 +1 24.08.29 1,040 33 12쪽
14 미궁의 무한회귀자 14 24.08.28 1,064 31 12쪽
13 미궁의 무한회귀자 13 +2 24.08.27 1,122 32 12쪽
12 미궁의 무한회귀자 12 24.08.26 1,170 35 16쪽
11 미궁의 무한회귀자 11 24.08.25 1,211 39 13쪽
10 미궁의 무한회귀자 10 24.08.24 1,242 36 12쪽
9 미궁의 무한회귀자 9 +1 24.08.23 1,285 34 12쪽
8 미궁의 무한회귀자 8 +1 24.08.22 1,306 37 10쪽
7 미궁의 무한회귀자 7 24.08.21 1,372 42 11쪽
6 미궁의 무한회귀자 6 24.08.20 1,378 41 13쪽
5 미궁의 무한회귀자 5 +1 24.08.19 1,441 3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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