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명백백한 마법사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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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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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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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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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 마법사

DUMMY

“네가 리니아구나. 반가워!”


하늘에 떠 있는 별을 담은 듯한 눈동자가 리니아를 향해 손을 뻗는다. 리니아는 가볍게 그를 무시했다. 단순히 마족을 죽이기 위해 마법을 연마했고, 목적이 같았기에 인간의 편에서 싸우기로 했지만, 딱히 인간과 엮이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너 내 동료가 돼라!”


하지만 그 남자는 계속해서 그녀를 쫓아오면서, 지긋지긋할 정도로 구애를 보냈다. 가끔은 진심으로 때린 적도 있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엘프, 그것도 세상사에 전혀 관심이 없고, 재미도 없는 자신에게 들러붙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언젠가 한 번 물어봤다. 왜 그렇게 자신에게 집착하냐고. 솔직히 징그럽다는 차가운 말과 함께 말이다. 그 말을 들은 남자, 그러니까 용사는 살짝 상처받았지만, 이내 웃으며 말했다.


“내 동생이 너랑 비슷했거든. 그때 구해주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어. 이번에는 놓치고 싶지 않아. 그리고 내 취향이기도 하고. 한마디로 내 욕망 때문이지.”

“로리콘?”

“너도 네 상태를 알긴 아는구나.”


어이없어서 웃음도 나오지 않는 이유였다. 하지만 그래서일까? 리니아는 그를 따라나섰고, 감정에 대해 배웠으며, 즐거움이란 추억을 얻게 됐다.

반영생을 사는 존재이기에 그가 언젠가 떠날 것이란 건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용사는 그를 사랑하는 자들 사이에서 평화롭게 눈을 감았으며 했다. 그렇게 불에 타는 고통스러운 모습은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 최후였다.


“함께해서 고마웠어.”


리니아를 바깥으로 끌어주던 손이 다시 한번 그녀를 향해 다가온다. 하지만 이번에는 끌어주는 것이 아닌, 작별을 고하는 거였다. 뜨거운 화염과 대비되게, 차가워지는 용사의 몸. 잊고 싶지만, 사랑한 사람의 최후였기에, 잊을 수 없는 슬픈 기억이다.


‘왜 용사와 비슷한 기운이 드는 걸까?’


훗날 리니아가 회상하길, 이 순간이 그녀가 살아온 오랜 시간 중 가장 바보스럽고, 멍청한 순간이었다고 한다. 용사를 죽인 원수를 착각하고, 그에게서 그리움을 느꼈다. 물론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 녀석과 용사를 착각한 자신이 정말 멍청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이만 갈게.”


결국 둘은 아무런 대화도 하지 않고, 헤어지고 말았다. 아렐도 혼란스러운 머리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가는 겁니까? 근데 이럴 거면, 왜 시간은 낸 건가요?”

“조용히 해. ...브리엘은 괜찮아 보이네.”

“네. 큰 문제는 없더군요. 아무튼 그러면 이동하죠. 여러분 다음에 또 봐요.”


허무하게 떠나는 두 사람을 아렐과 아카데미생들은 조용히 바라봤다. 리니아가 멀어지니, 잊고 있던 그녀에 대한 투쟁심이 이상하리만치 빠르게 다시 되살아난다. 그리고 동시에 지금까지 잊고 있던 문제점이 순식간에 다가왔다.


‘이건... 진짜 아니야.’


사람을 죽이기 싫은 마음이 드는 것도 어찌어찌 이해했다. 뭐가 됐든, 그의 감정이었으니까. 딱히 의문을 두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이건 진짜 아니다. 아마츠키라면 모를까, 저 녀석을 보고 반가움이 들 이유가 없다.

그도 그런 것이, 과거 그녀에게 죽을 뻔한 적이 있고, 실제로 마지막에는 죽었다. 애초에 단순히 리니아와 아렐의 상성은 좋지 않았다. 용사라는 한 존재 때문에, 극명하게 둘은 갈릴 수밖에 없었다.


‘그 녀석도 나한테 관심을 가졌지. 용사가 역시 무얼 한 건가?’


마지막 순간, 용사의 검이 목을 베었을 때를 다시 되새겼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때 무언가를 하는 낌새는 없었다. 물론 아렐이 용사보다 먼저 죽었기에, 그가 죽은 후 무슨 짓을 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어쨌든 현 상태가 이상한 건 확실하다. 아무래도 영혼에 문제가 생긴 듯한데, 그쪽 방면으로는 아렐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영혼에 관해서 제대로 관여할 수 있는 건, 신전의 성녀, 혹은 무당뿐이다.


‘하지만 둘 다 지금은 찾아가기 힘들지.’


아렐의 영혼을 무당이 보려면 그와 격이 비슷하여야 한다.

성녀라면 특수한 힘으로 격에 상관없이 관여할 수 있다. 하지만 그녀가 그의 영혼에 간섭하는 순간 정체를 알아볼 것이고, 상황에 따라서는 그 자리에서 재가 되어 사라질 수도 있다.

지금은 좋든 싫든 무당, 그중에서도 조정에게 쫓기는 범죄자를 찾아갈 수밖에 없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때마침 이런 일에 딱 알맞은 놈을 알고 있다. 의도치 않게 얻은 아르카나의 장부가 참 도움이 많이 됐다.


“영혼을 봐달라?”


그날 아카데미가 끝나자마자, 아렐은 곧장 무당을 찾아갔다.

음습한 기운이 가득한 숲속의 깊은 산골. 그 안에 더 음습한 집 한 채가 있었고, 집 안은 세상에서 가장 음습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오색 저고리를 입은 남자는 부채로 툭툭 머리를 두들기며 말했다.


“정확히는 너보다 더 강한 무당을 알고 있는지 물어보러 온 거다. 너로는 부족해.”

“글쎄다. 이곳은 생각보다 판이 작아서 재능이 뛰어난 자들이 많지 않아. 게다가 화륜이란 도사놈과 조정에 편입된 한 무당 때문에 우리같은 살을 날리는 무당은 움직이기 더 힘들어졌어. 원래는 아르카나라는 상단을 이용했지만, 그 상단이 반파돼서 말이다.”


흠... 역시 완전히 부수는 건 조금 고민할 걸 그랬다. 늘 느끼지만, 일단 일을 저지르면 후회할 때가 더 많다.


“살주계도 마찬가지지. 대체 어떤 놈인지 몰라도, 나쁜 놈들만 족족 잡아서 족치고 있어. 의적이라도 되는 건가?”

“....”

“아무튼 직접적으로 난 연결해 줄 수 없어. 하지만 다른 다리와 연결해 줄 수는 있지.”


무당은 부적을 하나 건네주며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평소 그에게 여러 저주를 사가는 조직이 하나 있다고 한다. 비즈니스상 정확히 하는 일이 뭔지는 모르지만, 크기가 상당하기에 다른 무당을 알고 있을 수도 있다고 한다.


“내가 미리 말은 해두겠다. 나머지는 네놈이 어떻게 하냐에 달렸지.”

“조직이라... 요즘 운이 영 좋지 않던데.”

“성급하게 행동하지 말아라. 요즘 세계의 정세가 이상해. 뭐가 됐든, 큰 사건이 일어나기 전이라는 뜻이지. 그리고 그걸 막기 위한 자들과 그걸 진행하려는 자들이 부딪힐 것이다.”


무당은 눈빛이 일순 변하며 말했다. 방금의 말은 단순한 경고가 아니다. 무당들의 신이 내리는 신점. 그 점의 일부가 순간적으로 튀어나온 것이다.

그리고 이 점은 정확히 명중했다. 아렐이 무당집을 나온 지 정확히 3시간 40분 후. 접선 장소로 향한 그의 시야에 의외의 인물이 들어왔다.


“너구나. 그때 그곳에 있었던 녀석이.”


리니아는 천천히 공중에서 내려오며 말했다. 그녀의 주변으로 수십의 사람들이 쓰러져 있었다. 쓰러진 자들은 모두 상당한 실력자. 하지만 아무리 수가 많다고 해도 천 년을 넘게 살아온 엘프를 이길 수는 없었다.


“대화는 필요 없겠지.”


그대로 아렐을 향하는 지팡이. 그 끝으로 어마어마한 출력의 마법이 모이기 시작했다.


**********


리니아는 아카데미에서 나온 후, 가넷과 나누어져서 움직였다. 아무래도 둘이 움직여야 더 효율적이기도 하고, 뭣보다 그가 옆에 있으면 시끄러워서 집중할 수가 없다.


‘마력이 이상하게 끊어져 있네.’


아카데미와 상단이 있던 곳에서 확인한 여인의 마력은 이상한 형태로 끊어져 있다. 중간중간을 텔레포트라도 한 것처럼, 갑작스럽게 생겨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현세대에서 제른 다음으로 마력을 자세히 볼 수 있는 리니아였기에, 단순히 보이지 않은 게 아닌, 확실하게 마력이 끊겨있는 것이다. 텔레포트를 해도 마력이 조금은 남는데, 이건 마치 순간순간 존재가 사라지는 거 같았다.

아무튼 마력을 쫓는 방법으로는 찾을 수 없기에, 예전의 한 동료처럼 머리를 써보기로 했다. 지금 여인은 범죄 조직과 하나씩 엮이고 있다. 이를 중심으로 가설을 세운다.


‘흠... 모르겠는데.’


곰곰이 생각하고 있으니, 동료의 목소리가 들리는 거 같았다.

리니아가 나름대로 생각해도 항상 짜증 나는 목소리로 옆에서 딴지를 걸었던 동료. 울컥, 괜히 감정이 치밀어 오른다. 리니아는 자리에 앉아 명상하듯이 머리를 굴렸고, 이내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요 근처에 있는 범죄 조직은 하나씩 다 잡아보면 되겠지.’


세상에서 가장 무식한 방법. 하지만 힘이 있다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 효력을 제대로 발휘했다. 리니아는 곧장 주변에 있는 조직을 하나씩 조지기 시작했고, 그러던 중 한 커다란 조직에 대해 듣게 된다.

이건 아주아주 드문 우연이었다. 평소 그 조직은 살주계만큼 보안을 신경 쓰면서 움직였다. 하지만 아르카나라는 중간 다리가 무너지면서 아주 작은 틈이 생겼고, 그 틈이 하필이면 리니아에게 걸린 것이다. 하필이면, 아렐과 접선을 하기로 한 날 말이다.


“이런 곳에 숨어있었구나. 하긴 조선은 자연적인 결계가 많아서 탐지하기 힘들지.”


단신으로 들어온 한 엘프 마법사를 주변 사람들은 조용히 바라봤다. 서대륙의 마법사라면 모를 수가 없는 존재. 아니, 굳이 마법사가 아니라고 해도 모를 수가 없는 존재였다.


“너희가 그 장부의 주인공? 아니면, 조각을 훔친 여자와 관련됐나? 뭐, 대답할 생각은 없겠지. 대답할 필요도 없고.”


대화는 필요 없다. 리니아의 지팡이에 모인 마력이 마법진과 함께 일순 방출된다.


“리전시치.”


사방으로 퍼지는 밝은 빛무리. 강력한 마력이 자동적으로 목표를 고정해서 날아간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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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명백백한 마법사의 왕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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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프 마법사 NEW 15시간 전 4 1 10쪽
30 사면초가 24.09.18 7 1 10쪽
29 약속 24.09.17 8 1 12쪽
28 과제 24.09.16 11 1 10쪽
27 용사의 마법사 24.09.15 9 1 10쪽
26 제2식 염시 24.09.14 9 1 11쪽
25 맹수 24.09.13 11 1 12쪽
24 초대 24.09.12 10 1 11쪽
23 진실의 저울 24.09.11 8 1 12쪽
22 티파티 24.09.10 10 1 11쪽
21 대회의 24.09.09 14 2 11쪽
20 동질감 24.09.08 13 1 13쪽
19 화폭 24.09.07 9 1 10쪽
18 천 년 전의 검객 24.09.06 11 1 11쪽
17 5분의 1 24.09.05 11 0 11쪽
16 제의 24.09.04 12 1 11쪽
15 아마츠키 24.09.03 11 1 12쪽
14 흥미로운 것과 습격 24.09.02 13 1 10쪽
13 천 년 후의 후손 24.09.01 13 1 13쪽
12 또 다른 부활 24.08.31 11 1 12쪽
11 건드리면 안되는 것 24.08.30 17 1 12쪽
10 천 년 후의 아카데미 24.08.28 14 1 12쪽
9 아카데미 초청 24.08.27 13 1 12쪽
8 살주계 4 24.08.26 13 1 13쪽
7 살주계 3 24.08.25 19 1 12쪽
6 살주계 2 24.08.24 18 0 11쪽
5 살주계 1 24.08.23 21 2 11쪽
4 조우 2 24.08.22 21 2 11쪽
3 조우 1 24.08.21 30 2 14쪽
2 몸 풀기 24.08.20 42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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