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들의 블랙홀이 나의 아공간으로 연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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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이둥둥
작품등록일 :
2024.08.2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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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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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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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생각보다 돌멩이는 비싸다

DUMMY

“뭐라고? 진짜로 각성했다고? 드디어 꿈을 이뤘구나! 축하한다!”

“에이, 이제 고생 시작이지. 이쪽 바닥도 자리잡기 힘들다며.”

“하긴, 우리나라 각성자만 10만명이 넘긴 하지. 그래도 그게 어디야! 그래서, 스킬은? 전투계야? 아니면 치유계?”


최성일이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덕분에 치킨집에 앉은 수많은 시선이 집중됐다.


“목소리 좀 낮춰. 민망해.”

“이런 경사는 동네방네 광고해야지! 스킬이나 빨리 말해봐!”

“... 좀 있다가 말해줄게.”


물론 각성 사실을 공개적으로 말해도 문제가 될 것은 없다. 10만에 달하는 각성자의 수는 비율로만 따져도 500명 중 한 명꼴이니까.


다만 흔치 않은 스킬을 가졌다면, 가능한 주변의 귀를 조심하는 것이 좋다. 라는 것이 인터넷 속 헌터들의 말이었다.


“꽤 흔치 않은 스킬이라도 떴나 본데? 벌써부터 기대되네. 그럼 2차는 집으로 가는 거지?”

“그래, 집에 가면 다 이야기해줄게. 그러니까 제발 목소리 좀 낮춰봐!”


나의 대답을 얻어내고 난 다음에야 최성일은 목소리를 낮췄다. 사실 말해줄 생각은 충분했다. 누구보다도 믿을 수 있는 친구였으니까.


“그래서, 협회에는 가봤어? 등급 확인하면 바로 등록할 거지?”

“당장 해보고 싶긴 한데, 일단은 주말이니까.”

“협회는 주말에도 문 여는데? 같이 가줘?”


최성일의 입에서 들려온 뜻밖에 소식.


“정말? 같이 가줄 수 있어? 그래주면 고맙지!”

“...적당한 값만 지불하면.”


그럼 그렇지. 나는 곧장 인벤토리에서 좀 전에 주운 돌멩이 하나를 꺼내, 그에게 건넸다.


“집에서 얻은 건데, 이거라도 받아. 아, 솔직히 한 번 같이 가주는데 돌멩이면 충분하지!”

“혹시 각성하면서 얻은 능력이 양심 이탈이야? 원래도 심했지만 이번엔 더 심하...”


가벼운 농담과 함께 돌멩이를 받아든 최성일의 표정이 굳었다. 그는 몇 번이고 나에게서 받은 돌멩이를 바라보았다.


“야, 무섭게 왜 그래? 에이, 내가 진짜 돌맹이 하나로 퉁치자고 하겠...”

“너 이거 어디서 얻었어?”


한순간에 최성일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돌멩이 농담 때문에 화가 났다기에는 그의 질문이 적절하지 않았다.


“갑자기 왜 그래? 이건 좀 전에...”


텁-!


말을 하던 중 최성일의 손이 입을 덮었다. 덕분에 말이 끊긴 나는, 그의 손을 잡아내렸다.


“왜 이래? 먼저 물어봐 놓고!”

“집 가서 얘기해.”


최성일은 짧은 대답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앉았던 자리에 5만원짜리 현금 두 장을 놓고는, 곧장 나의 팔을 잡아끌었다.


최성일은 집으로 향하는 길 내내 말이 없었다. 그의 표정은 화가 났다기보다는, 무언가의 눈치를 보는 듯했다.


마침내 집에 도착하자, 그는 집을 천천히 둘러보고는 안심했다는 듯이 테이블 앞에 앉았다. 그리곤 테이블 위에 내가 건넸던 돌멩이를 올려놓았다.


“갑자기 무슨 일인데 그래? 너 잔돈도 안 받고 그냥 왔어!”

“너 정말 이게 뭔지 몰라?”

“맥주도 절반밖에 못 먹었는데! 뭐가 그리 급해?!”

“시켜줄게! 배달로 다 시켜줄 테니까 어디서 났는지나 말해.”


최성일은 어느 때보다 진지한 표정이었다. 나는 그의 핸드폰을 받아 20만원 어치의 배달 음식을 시키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던전은 아니고, 스킬로 얻었어. 무슨 아공간으로 탈출할 수 있는 스킬인데, 그 안에서 이런 게 쏟아지더라고. 그게 뭔데?”

“넌 이게 뭔지 확인을 안 한 거냐, 아님 상태창이라는 게 없는 거냐? 이제라도 한번 봐봐!”


그의 답답하다는 말투에 나는 테이블 위 돌멩이를 보며 상태창을 불렀다.


“상태창! 이게 뭔데?”


그리곤 곧장 나타나는 돌멩이의 정보.


⎥아다만트 원석⎥

⎥제련(Lv.4) 이상 필요⎥


아다만트. 아공간에서 본 검에도 같은 단어가 적혀있었다. 상태창에도 별다른 정보가 없자, 슬슬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아다만트 원석. 이게 뭔데? 안 좋은 거야? 좀 시원하게 말해봐!”

“너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친구야, 이건 엄청나게 희귀한 광물이야! 제련된 아다만트 1그램에 얼마나 하는지 알기나 해?”


최성일의 말에 나는 곧장 아다만트를 검색했다.


[아다만트 시세]


그러자 나오는 거래소의 시세.


[국내 아다만트 (원/g)]

[24,890,000]


스크롤을 내리자, 꾸준히 우상향 중인 가격 그래프도 함께 나왔다.


“이게 1그램당 2천4백만원이라고? 이 돌멩이가?”

“아니, 제련된 아다만트가. 원석은 가공이 어려워서 더 가격이 더 낮아.”


이번엔 원석의 가격을 검색했다. 역시나 원석의 시세 또한 빠르고 명확하게 나타났다.


[국내 아다만트 원석 (원/g)]

[19,340,000]


1그램에 약 2000만원. 그러니까, 20그램 남짓한 이 돌멩이의 가치가 4억원을 가볍게 넘긴다는 소리였다.


몇 번이나 멍하니 앉아 눈만 꿈뻑거리자, 최성일은 정신이라도 차리라는 듯 손을 흔들었다.


“아니, 지금 당장 내 연봉이 3천만원이 안 되는데... 이런 돌이 무슨...”

“야! 정신 차려! 그것보다, 이런 게 더 있다고 했지? 어디에 있어?”


최성일은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아공간에... 더 가져올까?”

“얼마나 있는지만 알아 와. 한 번에 많이 팔면 위험해. 그 아공간에 나는 못 들어가?”

“사용자만 들어갈 수 있대. 다녀올 테니까 배달 오면 먹을 준비만 좀 해줘.”


고개를 끄덕이는 최성일을 뒤로 하고, 곧장 아공간 탈주를 외쳤다. 역시나 나타난 게이트는 순식간에 나를 아공간으로 옮겼다.


“우욱-!”


차원 이동에 대한 멀미는 술기운 덕분에 훨씬 강하게 느껴졌다. 올라오는 멀미를 가다듬으며, 고개를 들었다.


“그대로네.”


좀전의 산은 그대로 위치를 지키고 있었다. 산을 자세히 살펴보자, 강한 보랏빛이 흘러나왔다. 산더미처럼 쌓인 아이템의 대부분은 마정석이었다. 덕분에 산은 초록빛이 아닌 보랏빛으로 번쩍거렸다.


달그닥-!


발에 차이는 마정석을 훑으며, 아다만트 돌멩이를 천천히 찾았다. 역시나 귀한 광물이었던 탓일까, 아타만트 원석은 쉽게 보이지 않았다.


3분 정도를 열심히 찾아다녀 얻은 아다만트 원석은 기껏해야 20개 남짓. 그것도 조약돌 수준의 크기였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했던가. 조금전까지만 해도 강하게 느껴졌던 설렘이, 옅은 아쉬움으로 변했다.


“쯧, 이것들도 몇억은 하겠다만. 엄청 큰 건 없는 모양이네.”


주운 조약돌들을 주머니에 쑤셔 넣으며, 아쉬운 마음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보랏빛 산 군데군데 무기로 보이는 것들이 박혀있었다.


가장 가까운 무기로 다가가, 그것을 뽑아냈다. 이번에도 상태창은 친절히 정보를 띄웠다.


⎥낡은 월도⎥

⎥등급: B⎥

⎥고유 스킬: 광폭참격(廣幅慘格)⎥


넓은 검날에 길쭉한 손잡이. 창과도 비슷한 모양새는 마치 사극에서나 나올 법한 모습이었다. 더군다나 고유 스킬이 광역기라니. 선봉에 서는 공격계 헌터에게 안성맞춤이 아닌가.


“이건 성일이한테 줘버려야지. 그동안 얻어먹은 밥값으로 이 정도면 충분하잖아?”


더 이상 주머니 공간도 없겠다, 나는 곧장 아공간을 벗어났다. 역시 이어진 풍경은 익숙하고도 익숙한 우리집.


점점 나아지는 차원 이동 멀미를 억누르며 고개를 들자, 테이블 위에는 배달 음식이 가지런히 준비되어 있었다. 그리고 등 뒤에서 최성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소리도 없이 오는구나? 얼마나 있었어?”


최성일의 물음에 주머니에 담아둔 아다만트 조약돌을 꺼냈다. 10개 남짓한 조약돌을 천천히 테이블에 올리자, 최성일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태우야, 인벤토리는 장식이니? 왜 무겁게 주렁주렁 달고 오는 거야?”

“아! 맞다! 이제 좀 익숙해져야 하는데!”

“이래서 신입들이 문제야. 교육을 좀 빡세게 시켜야 하는데. 그리고, 손에 그 거대한 창은 뭐야? 삼국지에서 나온 관우인줄 알았네!”


이어서 최성일은 나의 손에 들린 월도를 가리켰다.


“아, 이거. 너 가져. 그동안 얻어먹은 밥값이야.”

“어?”


월도를 건네자, 성일은 자신도 모르게 월도를 잡았다. 그리곤, 허공을 유심히 쳐다봤다. 아마도 상태창을 보고 있는 것이겠지.


“이걸 진짜... 나한테 준다고? B등급 광역 무기를?”

“왜? 별로야?”

“세상에, 이런 걸 줄 때는 가격이라도 좀 알고 뿌려! 어떻게 아직까지 코가 붙어있지?”

“필요 없으면 돌려줘. 내일 협회에다 5만원에 팔아버리게.”


성일이 쥐고 있는 월도를 향해 손을 뻗자, 성일은 급하게 월도를 가렸다. 그리곤 헤실헤실 웃으며 내뱉는 한 마디.


“아, 아니! 나는 걱정이 돼서 그랬지! 아유, 앞으로도 좋은 우정 기대하겠습니다! 식사나 하시지요!”


그럼 그렇지. 갑자기 떨어진 떡을 싫어할 리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친구가 준 건데. 보랏빛 산에 널리고 널린 무기 한 자루가 아까울 리도 없을뿐더러, 솔직한 성일이의 반응 덕분에 B등급 무기의 가치도 짐작할 수 있었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


따르르릉-!


알람 시계의 종소리가 들려왔다. 눈을 떠보니 거실. 테이블 위에는 빈 병 두 개가 쓰러져 있었다.


몸을 일으키자, 강한 숙취가 밀려왔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빈 병을 확인하니, 아끼고 아껴온 30년산 위스키. 그것도 두 병.


“어떻게 된 거야...? 이게 왜 두 병이나 비어있어?”


짐작은 되지만 믿고 싶지는 않은 사실을 뒤로하며, 고개를 돌려 어딘가에 있을 최성일을 찾았다.


거실, 안방, 주방. 어디에도 최성일은 보이지 않았다.


“얘는 어딜 간 거야? 집에 갔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화장실 문을 열자, 역시나. 최성일은 타일 바닥에 누구보다 행복한 표정으로 단잠을 자고 있었다.


술도 약한 내가 저 비싼 양주를 두 병이나 비웠을 리가 없지. 조심스레 다가가 최성일의 옷을 확인하니, 값비싼 양주의 풍부한 향이 그에게서 풍겨왔다.


“이런 씨-”


최성일을 깨우려 흔들자, 그의 품에서 유리병 하나가 굴러떨어졌다. 그리곤 병에 적힌 숫자.


[37]


아무리 기억을 되짚어봐도, 나는 37년산의 뚜껑을 개봉한 기억이 없다.


“이런 미친 또라이 새끼야! 그게 얼마짜리 술인데!”


순식간에 끓어오른 분노는 숙취를 순식간에 날려버렸다. 곧장 샤워기를 틀어 단잠과 양주에 취한 최성일에게 뿌리자, 최성일은 발작하듯 몸을 비틀며 눈을 떴다.


“으아악! 뭐야, 갑자기 왜 물을 뿌려!!”


급히 몸을 일으킨 최성일은 자신의 손에 쥐어진 술병을 확인했다. 그리곤 곧장 무릎을 꿇었다.


“태우, 아니 태우님! 그게 아니라, 일단 제 말을 좀...!”


최성일은 횡설수설 변명을 시작했지만, 나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시끄럽고 내 양주 돌려놔아악!”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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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 삼척 레이드 (2) 24.09.11 459 7 12쪽
23 23. 삼척 레이드 (1) 24.09.10 476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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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 계약 24.09.08 509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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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 채권 인수 24.09.05 578 12 12쪽
17 17. 새로운 주민 24.09.04 581 11 12쪽
16 16. 협회장의 제안 24.09.03 589 13 12쪽
15 15. 곽춘봉 24.09.02 581 12 12쪽
14 14. 혼돈의 도가니 24.09.01 612 13 12쪽
13 13. 한국 덕후 타카시 24.08.31 643 13 12쪽
12 12. 아공간 마을 이장 하태우 24.08.30 661 14 12쪽
11 11. 떡락 24.08.29 671 13 12쪽
10 10. 20톤 배달이요! 24.08.28 689 13 12쪽
9 09. 백악관 같은 마을 회관 24.08.27 700 15 12쪽
8 08. 회사를 때려치워버렸어요! 24.08.26 728 13 11쪽
7 07. 사직서를 던졌어요! 24.08.25 750 14 12쪽
6 06. 아공간에 주민이 나타났어요! 24.08.24 782 16 12쪽
5 05. 내 이름은 곽춘봉 24.08.23 820 14 12쪽
4 04. 거래소 24.08.22 841 17 12쪽
3 03. 으리으리한 협회 24.08.21 881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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