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양대군을 총으로 쏴 죽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새글

사막단풍
작품등록일 :
2024.08.27 13:54
최근연재일 :
2024.09.19 13:00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242,204
추천수 :
8,681
글자수 :
191,376

작성
24.09.18 15:35
조회
3,149
추천
162
글자
16쪽

30화 바람 한 점 없어도

DUMMY

30화 바람 한 점 없어도



파직을 당하여 귀양 가게 되었고 아무런 특혜도 주지 말라는 엄명이 내려졌으나 왕의 눈과 귀가 닿지 않는 곳이기에 수령과 아전 그리고 지역의 유지들은 극진하게 대접할 것이다.


대신이라며 이 정도의 시련은 늘 감내하며 살아가야 하는 법이다.


높은 자리가 위태로운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않겠는가.


다만 농장의 몰수가 속 쓰렸다. 흔한 일이 아니었기에 정말 속이 아파서 일상생활을 할 때 인상이 안 좋아지겠지만 이 역시 복귀한 뒤 처음의 마음을 새기며 더 독하게 토지를 확보하면 해결될 수 있다.


그런데


“과, 관품을 영원히 말소한다니요!”


이건 예상하지 못했다.


조선 건국 이래 관품을 없애는 경우가 없는 건 아니지만 역적이 아닌 이상 영원히 박탈하지는 않는다.


심지어 역적의 자제들도 운이 좋으면 관복을 입을 수 있다. 그런데 황수신은 역적은커녕 명재상 황희의 아들이 아닌가.


그런데 너도 하고 나도 하는 농장을 좀 가졌기로서니 이토록 야박하게 재기 자체를 막아버릴 수는 없다.


“대, 대감. 알현을 할 수 있도록 한 번만 도와주시오. 딱 한 번만 용안을 뵙게 해주시오.”

“실성하셨소? 판의금부사. 곧장 귀양으로 보내라는 어명이었소.”

“그렇지 않아도 빨리 치우고 싶었소. 정말 피곤해서.”

“이, 이럴 수는 없소!”


황수신은 발악하듯 고함을 질렀다. 모든 걸 상실하여 귀양을 가면 정말 개새끼보다 못한 신세가 된다.


너무 비루해질 게 뻔하다.


그런데 세상이 그에게 비루해지라고 말하고 있었으니 미칠 노릇이었다.


“대감! 대감께서도 깨끗하지는 않을 것이오! 한데 어찌 이럴 수가 있소!”


황수신의 발악을 듣는 정종도 마음이 평온한 건 아니었다.


‘그래. 나 역시 오물을 뒤집어쓴 사람이지.’


농장을 만들었다는 자체가 법도를 어겼다는 두루뭉술한 기준과 잣대로 위기가 도래한 게 아니었다.


대단히 특출나서 야금야금 땅을 늘린 게 아니다.


다 같은 방법이었다.


그러나 처벌은 몰수로 끝났고 영의정이 되어 단호한 칼을 휘두르고 있었다.


황수신이 볼 때 얼마나 모순적이고 가증스럽겠는가.


정종은 이 감정을 버티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 모든 판단 기준은 결국 어심이다.


그렇기에 그저 이를 악물고 인내할 뿐이었다.


괴로움이라는 감정은 그가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형벌이라면 형벌이기에.


그리고 왕이 한 말은 그의 부담감을 더 키웠다.


-하면 황수신이 잘 태어났거나 장가를 잘 갔으면 될 일이오.


왕의 입장은 이랬다.


“입이 있으면 말해보시오! 영상 대감은 깨끗하오?”


정종은 대꾸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


꿈틀거리지도 못한 황수신의 몰락을 한명회에게 확신을 가져다줬다.


“관품의 박탈? 이건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관직 중심의 체계로 선회하겠다는 게 핵심입니다.”


이제는 의정부의 재상이나 육조의 판서 등이 아닌 이상 대신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세상이 되었다.


이대로 전환되었을 때 손해를 보는 사람은 관품제로 혜택을 보는 대신들뿐이었다.


정말 우습게도 과거 왕권 강화를 위하여 시행된 제도가 이제는 대신들의 이권을 대변하고 있었다.


우의정 한확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이거······정확하게 우리를 겨냥하는 거겠지?”

“아마도 그럴 겁니다. 관직에서 밀려나는 순간 그냥 합법적인 권한은 아무것도 남지 않아요. 몰이사냥도 이런 몰이사냥이 없습니다.”


한명회는 한숨만 다섯 번을 쉬면서 말했다.


“이거 재상총재제 맞습니다. 심지어 영의정 중심입니다. 이거란 말입니다.”


육조를 관할할 실무적 권한이 있는 좌의정, 우의정과는 달리 영의정은 사실상 명예직에 가까웠다.


제도를 뜯어고쳐서 영의정에게 권한을 준 게 아니었다. 철저하게 왕권에 의지하여 무소불위의 칼을 휘두를 수 있는 구조였다.


관품? 관직? 이런 건 따질 필요도 없이 절정의 왕권이 정국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다는 걸 의미했다.


특히 영의정이 몇 번이나 날아가는 순간에도 좌의정 정인지와 우의정 한확은 그대로인데 의견조차 수용하지 않고 있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컸다.


그냥 종래 제도상 가진 권한을 전혀 행사하지 못하는 허수아비가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한명회는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었다.


“명나라 황실의 외척이시니 무슨 말이라도 건넬 수 있지 않겠습니까.”

“됐네. 괜히 언급했다가 목이 날아갈 뻔했어. 말이야 바른말로 나 하나 어찌한다고 명의 대군이 압록강을 넘겠나? 외교상 혼란은 있을 수 있겠지만 나는 세상에 없겠지. 그러니 그 생각은 집어넣게. 어심만 자극해. 차라리 요즘에는 사직하고 싶어. 숨이 답답해서. 그런데 그게 되겠나? 다 반려하시겠지.”


늪도 이런 늪이 없었다.


고민이 깊어질 때 유유자적한 목소리가 들렸고 사랑방의 문이 열렸다.


“하하하! 역시 여기가 사랑방이군요.”


금성대군이었다.


‘왜 와서 속을 뒤집는가.’


한명회는 금성대군의 능글거림이 정말 별로였다. 그래서 툭 쏘듯이 말했다.


“대감도 농장을 몰수당하여 속이 말이 아닐 건데 억지로 웃고 다니시는군요.”

“허. 이판. 나를 그렇게 속이 좋은 사람으로 보시오? 재물? 그건 언제든 다시 쌓으면 되는 거요.”

“······.”


그 말에 한확이 뭔가를 느꼈는지 끼어들었다.


“그게 쉽겠소? 나는 길이 안 보이는데.”

“나와 대감이 손을 잡으면 다 됩니다. 견직물 말입니다. 그걸 싫어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관리는 딱 두 종류가 아닙니까. 구하고 싶어도 견직물이 없어서 못 구하거나. 구하고 싶어도 여건이 안 되거나.”

“해서요?”

“이거 잘하면 명나라와 교역을 통해서 큰 성과를 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기대했던 한확은 실망감을 보이며 말했다.


“되면 좋지요. 그런데 그게 됩니까.”


조선은 대명 무역을 크게 확장할 생각이 없었다.


“명은 원하지요.”


반면, 명나라는 조선과의 무역을 확장하고 싶어 한다.


“대감. 다른 건 필요 없어요. 무조건 견직물 무역만 확장하면 됩니다. 이거 되는 겁니다.”


견직물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명나라 상인은 저가의 물품을 가져와 고가의 조선 직물과 교역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조선은 이 또한 최대한 억제하고 있었다.


기껏 값싼 면직물만 거래 품목으로 허용하고 있었다.


“설마 정말 어명이 관리들의 꿈과 희망만을 생각한 거겠습니까. 백성들 잘 먹고 잘살라고 내리신 겁니다. 그러면 이 명분을 앞세워서 일을 추진하면 됩니다. 이거 맞아요.”

“어심은 대감이 설득하고 나는 명나라를 접선하라는 것이오?”

“바로 그겁니다.”


일리가 있기에 한확은 생각에 잠겼고 듣던 한명회는 따지듯 말했다.


“소인은 더 듣지 않고 싶군요.”

“이판의 역할이 참으로 큰데 왜 그러오?”


관심이 없는 척했으나 좋은 일이었기에 한명회는 솔깃했다.


‘나도 함께 하자라는 건가?’


그런데 아니었다.


“나와 우상 대감이 일을 추진할 때 실무도 보고 허드렛일을 할 사람이 필요하니 대감을 부른 거지요.”

“.....”


한명회는 욕설이 튀어나올 뻔했다.


“뭡니까? 그 표정은. 아니, 보세요. 양잠업을 해야 하는데 이를 독려하고 실무적인 일을 누가 합니까. 왕족인 내가 합니까? 아니면 명 황실의 외척인 우상 대감이 합니까. 응당 이판이 해야지요. 안 그렇습니까?”


한명회는 정말 표정 관리가 안 됐으나 금성대군의 미소는 더 진해져만 갔다.


“죽어서 구천을 떠돌아야 할 망자가 버젓이 돌아다니는 것도 모자라 이조판서까지 하고 있지 않소? 내가 무당이면 굿이라도 하겠으나 그건 아니니 방법도 없고. 아! 이는 어명을 따를 수밖에 없으니 그대로 하려는 것이지.”

“······무슨 말씀입니까.”

“어심은 역적 한명회를 개처럼 부려 먹으라는 게 아니겠소?”


한명회의 표정이 확 굳었다.


‘설마 했는데.’


다시 참았다. 안 참으면 조선국이 아니라 염라국의 백성이 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성질대로 살 기회는 수양대군이 죽으면서 사라졌다.


그래도 힘든 일이라 겨우 참으며 말했다.


“그리하지요. 두 분의 사이에서 가교 구실을 하겠소.”

“아. 조두대라고 아오?”

“누굽니까.”

“광평의 여종이오.”

“알아야 합니까?”

“총명하오.”

“그래서요.”

“광평이 세상을 뜬 이후 가계가 곤란한 듯하여 조카인 영순군에게도 기회를 주려는데. 음. 조두대라는 여종이 아주 총명하다니까요?”

“그래서요.”

“종종 이판을 찾아서 논의할 것이니 잘해보시오.”

“······.”


한명회는 진짜 발끈할 뻔했다.


‘우라질! 나더러 여종과 합을 맞추라고? 이런 개 같은.’


이조의 관원에게 무시당하는 관복만 이조판서라고 할지라도 이건 과하지 않은가.


하지만 금성대군의 말은 한명회의 저항 의지를 꺾었다.


“천한 것들과 모여 일을 도모하는 건 이판이 잘하지 않소이까. 계유년에 보니 참으로 대단하던데.”

“······.”

“이판? 기분이 더러우면 잘 태어났거나 잘했어야지요. 아무것도 제대로 된 게 없는 데 그 표정은 뭐요?”


이에 듣던 한확도 재빠르게 말을 더했다.


“음. 이판이 잘할 거요.”

“하하하! 역시 우상 대감이오! 보는 눈이 확실하군요.”


그리고 한명회는 인내에 성공했다.


*****


황수신에게 철퇴를 내린 일은 조정의 여론을 더 크게 가르고 있었다.


대신들의 폭을 줄였다는 명제는 그들의 리그였으나 최근 시행되는 방책이 한미한 가문들의 처우에 크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 논쟁이 더 격렬해지는 것이었다.


특히 전처럼 괜히 노비 제도나 토지로 나서는 사람이 급격히 줄었다.


가난한 생계형 관리가 저 문제로 나서며 ‘나도 언젠가는 노비를 가질 수 있다!’라거나 ‘나도 농장의 주인이 꿈이다!’라는 건 부자가 될 일도 없는데 부자의 꿈을 꾸는 것인데 이렇게 멍청한 사람은 저번에 다 파직됐다.


결국 남아서 반발할 사람은 명문가들인데 그들은 황수신의 꼴을 보고 언제 자신들에게 칼이 들어올지 몰라서 전전긍긍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나저나 요즘 계속 바빴다. 뭐가 제일 바쁘냐면 사람을 만나는 일이 많아져서 바빠졌다.


일을 크게 펼치니 이런 건 어쩔 수 없긴 하지만 공부할 시간이 줄어들어 걱정되긴 했다.


그래도 사람을 만나는 건 중요한 거라서 피하지는 않았는데 가끔 고해성사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신이 밤잠을 설치다가 결국 어전으로 달려오게 되었사옵니다.”


오늘의 고해성사는 중전의 부친이자 단종의 장인으로 이번에 병조판서가 된 부원군 송현수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표정도 밝고, 어깨에 힘도 들어가고, 입은 찢어지고 그랬다.


외척으로서의 승승장구를 꿈꾸고 있을 터. 뭐. 개꿈 꾸는 걸 뭐라고 할 이유는 없어서 그냥 뒀다.


구체적인 행동도 아니고 기분 좋아서 뛰어다니는 것 정도는 자유롭게 둬야 하는 법이다.


그런데 갑자기 왜 내게 이러고 있는가.


정인지 발 유학의 나라에서 언급된 것이 바로 국혼이었기 때문이었다.


송현수의 여식이 중전에 오른 건 수양대군과 사적으로 가까운 사이라는 이유가 첫 번째.


둘째로 수양대군을 지지하는 종친 영응대군이 송현수의 누이와 결혼한 사이라는 점이 작용했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서 송 씨가 중전이 된 건데 나는 그녀가 좋다.


뭐. 그렇다고 그냥.


뭐. 중요한 건 아니다. 그냥 역사가 그랬다는 것이다.


뭐. 어쩌라고.


정말이지 수양대군이 광범위하게 똥물을 튀기고 가서 하나씩 잡아서 패버리기 시작하면 안 걸리는 사람이 없다.


그렇다고 송현수를 탓할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도 후다닥 달려왔다.


나는 달래듯 말했다.


“되었습니다. 부원군.”

“하오나.”

“정말 괜찮습니다. 계속 이러면 어찌 중전의 얼굴을 볼 수 있겠습니까.”

“미처 생각하지 못했사옵니다. 신이 이렇게 생각이 짧사옵니다.”

“아닙니다. 그런데 병조는 좀 어떻습니까.”


사적인 이야기는 길어질수록 옛날 일이 나오는데 옛날 일은 꺼낼수록 불편하고 그러면 중전도 거론되고. 그래서 그냥 일 이야기나 하기로 했다.


별문제가 없다고 한다.


“진무소와 호흡은 잘 맞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삼군도진무를 어찌해 볼지 생각 중이었습니다.”


참고로 삼군도진무는 진무소의 수장으로 병력을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군령권을 가진 직책이다.


그리고 병조판서가 군정권이 있으니, 삼군도진무를 추천하는 건 업무의 일환이긴 했다.


군권과 관련한 일이니, 예민하다고 생각한 걸까.


송현수는 내 눈치를 계속 살폈다.


그래서 물었다.


“천거할 만한 사람이 있습니까.”

“선왕 시절 총애를 받았던 유응부가 어떠하옵니까.”


아는 사람이다. 사육신이었다.


나 역시 그에 대한 자료를 다 검토한바, 충분한 능력이 있다.


면접은 패스하겠다.


“그리하지요.”


*****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백만 대군이 창칼을 겨루고 화살이 비 오듯 쏟아지는 전쟁터라고 할지라도 이토록 치열할 수는 없을 것이었다.


먼저 말을 꺼낸 사람은 역시 양녕대군이었다.


“급하게 먹으면 탈이 난다. 어어? 부부인. 어찌 꿩의 다리를 공주에게 내미는 겁니까.”

“대감. 그냥 그거라도 드십시오.”


양녕대군의 말을 칼같이 자른 사람은 해령 부부인이었다. 그녀는 왕과 경혜공주의 모후인 현덕왕후의 모친이었으니 두 사람에게는 외조모가 되었다.


“옛 일을 생각하면 쌀 한 톨도 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험험. 부부인. 과거는 잊으시지요.”

“허구한 날 세자 시절을 언급하면서 그런 말이 나옵니까.”


지켜보던 효령대군이 말했다.


양녕대군은 머쓱한 표정으로 맛깔나게 생긴 꿩의 다리를 바라봤다.


하지만 농부의 진심이 가득한 나물 중심의 자기 밥상을 보며 울컥했다.


“공주는 어찌 백조부에게 이리도 박하게 대하는 것이냐.”

“형님. 주는 대로 드십시오.”

“효령대군 대감의 말씀이 참으로 옳습니다. 대감. 한데, 어찌 끼니를 챙기지 않으시는지.”

“속이 영 거북하여 그러니 괘념치 마십시오. 허. 형님. 갑자기 왜? 응?”

“아니, 대감. 언제 와서 귀한 생선 젓갈에 젓가락을 밀치는 겁니까. 그냥 두세요. 우리 공주 먹을 거 없습니다.”

“이미 늦었소이다.”


양녕대군은 해령 부부인의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젓갈을 낚아채어 입으로 집어넣었다.


그러더니 다시 자기 밥상 앞으로 이동했다.


“내가 말을 말지요. 공주. 이거부터 먹어야지. 기력이 쇠했을 때는 꿩이 좋다. 나물 먹지 말고.”

“아니, 나물은 왜 내 앞으로 보내는 겁니까.”

“조용히 하세요. 우리 공주 식사 중인 거 안 보입니까? 요즘 굶어서 바짝 말랐는데 백조부라는 분이 걱정도 안 됩니까?”

“허.”


양녕대군의 눈에는 한 손에는 꿩 다리를 들고 나머지 한 손에는 노루 다리 한 짝의 살코기를 야무지게 발라 들고 먹는 경혜공주가 보였다.


‘나도 먹을 줄 알거늘.’


양녕대군은 속이 상할 때 경혜공주가 말했다.


“할머님. 입맛이 영 없습니다.”

“그래도 먹어야지. 그래야 해.”

“휴.”

“그러면 그 꿩을 내게 다오.”


양녕대군의 개입에 해령 부부인이 단호하게 대처했다.


“말 시키지 마세요. 우리 공주 바쁩니다.”

“부부인은 안 드시오?”

“손녀부터 먹여야지요. 그게 할미 마음이지요. 누구랑 다르게 말입니다.”

“나는 할배라서 그 마음은 모르오.”

“나물이나 드세요.”

“사양하오.”


두 사람의 첨예한 대립이 더 격렬해질 때 문이 덜컥 열렸다.


“부인. 참으로 마음이 불편하오. 부인도 그러하여 식사조차 하지 못하니 이를 어찌······.”


황수신의 처결을 끝낸 뒤 찾아온 공허함에 괴롭던 정종은 공주의 마음도 살피고자 달려왔다가 꿩을 들고 있던 공주를 보고 멈칫했다.


공주도 꿩 다리를 든 채로 행동이 멈췄다.


이건 곤란했다.


작가의말

*조만간 본격적으로 개혁으로 발생하는 변화를 언급할 계획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수양대군을 총으로 쏴 죽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댓글은 삭제하지 않습니다. +7 24.09.16 668 0 -
공지 필독) 6화~15화 일부 수정이 있었습니다. +3 24.09.13 168 0 -
공지 연재주기) 매일 오후 1시에 연재됩니다. +1 24.08.27 6,768 0 -
31 31화 신념의 강자 NEW +15 15시간 전 2,170 141 13쪽
» 30화 바람 한 점 없어도 +14 24.09.18 3,150 162 16쪽
29 29화 무한대 +18 24.09.17 3,699 190 15쪽
28 28화 선물 +31 24.09.16 4,117 213 17쪽
27 27화 정의가 있다면 +21 24.09.15 4,341 203 11쪽
26 26화 조선은 유교의 나라다 +22 24.09.14 4,462 225 16쪽
25 25화 서막 +13 24.09.13 4,665 210 15쪽
24 24화 초강경 +41 24.09.12 4,800 229 15쪽
23 23화 초기화 +47 24.09.11 5,063 228 15쪽
22 22화 태생적 한계 +20 24.09.10 4,883 203 12쪽
21 21화 정상화의 길(3) +19 24.09.10 4,764 185 14쪽
20 20화 정상화의 길(2) +22 24.09.10 4,959 203 13쪽
19 19화 정상화의 길(1) +12 24.09.09 5,242 185 12쪽
18 18화 집현전 +15 24.09.09 5,503 196 15쪽
17 17화 흑화 +15 24.09.08 5,941 225 12쪽
16 16화 영의정 +11 24.09.08 5,778 199 13쪽
15 15화 침묵해야 할 이유 수정(9월13일/오후 1시 45분) +24 24.09.07 6,621 245 12쪽
14 14화 모기장 수정(9월 13일 / 오후 1시 44분) +20 24.09.06 7,276 255 12쪽
13 13화 이조판서 수정(9월 13일/오후 1시43분) +45 24.09.05 7,881 295 16쪽
12 12화 인생 참 수정(9월13일/오후1시43분) +33 24.09.04 8,243 302 16쪽
11 11화 내가 선택한 왕의 길(3) 수정(9월13일/오후1시42분) +37 24.09.03 8,424 338 11쪽
10 10화 내가 선택한 왕의 길(2) 수정(9월13일/오후1시42분) +27 24.09.02 9,183 327 11쪽
9 9화 내가 선택한 왕의 길(1) 수정(9월13일/오후1시41분) +29 24.09.02 9,972 289 11쪽
8 8화 내가 왕인데(2) 수정(9월13일/오후1시41분) +35 24.09.01 11,616 335 15쪽
7 7화 내가 왕인데(1) 수정(9월13일/오후1시40분) +39 24.08.31 12,455 408 13쪽
6 6화 청산 수정(9월13일/오후 1시 39분) +34 24.08.30 13,208 419 14쪽
5 5화 누가 죄인인가 +47 24.08.29 13,637 497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