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양대군을 총으로 쏴 죽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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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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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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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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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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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인생 참 수정(9월13일/오후1시43분)

DUMMY

12화 인생 참



경기도 광주.


금성대군 이유를 만나기 위해 밤낮으로 달려 도착한 한명회는 생각과는 다른 광경을 보고 떨떠름했다.


‘여기가 유배지가 맞나? 뭐가 이렇게 풍요로워?’


유배를 보낸 뒤 굶어 죽지 않도록 겨우 끼니만 챙길 정도만 살피게 했는데 막상 와서 보니 허. 이 정도면 헤엄을 쳐도 될 백 승의 곳간이었다.


‘누가 여기서 잔치라도 했나?’


장, 육류, 어패류, 나물류 등의 부식류는 기본이었고 술과 떡도 잔뜩 쌓여 있었다.


더 두려운 건 이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 정도면 사육장 수준인데.’


갓 잡았는지 죽은 노루의 눈동자에는 아직 달리고 싶다는 욕구가 느껴졌고, 그 위로 꿩이 예쁘게 날개를 포개고 푸드덕거리는 것처럼 운명한 상태였다. 옆으로는 미처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죽어 미련 가득한 멧돼지도 있었고 아직도 왜 죽었는지 모르는 산비둘기도 덩그러니 있었다.


더 충격적인 건 따로 있었다.


짐승이 아니었다. 분명 조선 말을 할 수 있는 두 발로 걷는 존재, 무려 노비였다.


아니 무슨 유배지에 노비가 어슬렁거리고 있다는 말인가.


심지어 혈색도 좋고 튼실하게 생긴 게 일도 잘할 것 같았다.


한명회가 전율을 느낀 건 노비가 한 명도 아니라 무려 3명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뉘시오?”


퉁명스러운 석 자에서 한명회는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무릇 노비는 주인의 권세와 비례하여 말이 짧아진다.


특히 끝음절의 높낮이가 실로 중요한데 낮게 내려갈 때는 상대를 살피며 눈치를 보는 것이고 과감하게 올리는 건 어지간한 상대 따위는 개의치 않는다는 포부를 보이는 것이었으니.


누가 봐도 양반의 행색을 한 한명회에게 ‘뉘시. 오.’ 하며 끝음절을 올리며 반말인지 존대인지 애매한 영역으로 세 음절을 던진 노비의 태도는 금성대군의 위력을 여과 없이 입증하는 것이었다.


당혹감에 시선 처리를 하던 한명회의 눈동자가 부엌으로 향하자마자 아주 커져 버렸다.


음식 준비가 한창이었는데 도성의 난다긴다하는 대갓집에서도 쉽사리 창조하지 못한 산해진미의 그윽한 향이 은은하고 강렬하게 번지고 있었기에 한명회의 충격은 현재 진행형일 수밖에 없었다.


내가 나비의 꿈을 꾸는 건지 나비가 나의 꿈을 꾸는 건지 헷갈리는 무위자연을 체득한것 같은 충격으로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거. 내 말이 안 들리오? 뉘시냐고 했소.”


공격적인 노비의 태도에 한명회는 현실로 돌아왔으니 문뜩 깨달아지는 것이 있었는데.


한명회의 시선이 향한 곳은 흔한 술 한 병을 들고 있는 오른손이었다.


‘젠장. 차라리 빈손으로 왔어야 했다.’


부끄러워졌다.

정말 나비처럼 어디론가 가 버리고 싶었으니, 무위자연은 이토록 간절한 것이었다.


그러나 아직 늦지 않았다.


눈을 부라리며 다가오던 노비 한 놈이 잠시 한눈을 팔았는데 지금이라면 오른손에 달라붙어 있는 구질구질한 탁주 한 병을 누구도 인지하지 못하게 다른 재물의 사이에 집어넣을 수 있을 터.


완벽하게 은닉할 수 있다.


확신에 찬 결정에 한명회는 단호하고 과감하게 결행했다.


‘바로 지금!’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탁주 한 사발을 슬며시 내려놓는 순간이었다.


“뭐요?”


딱 두 음절이었다.


응당 노비였다면 싸가지가 없기에 공격적일 뿐이다. 그러므로 듣는 이를 실로 기분 나쁘게 하는 효과만을 가지고 있을 텐데 지금 들린 두 음절은 오롯이 자신의 힘에 의거했다는 자신감이 담겨 있었다.


단언하건대 감히 노비 따위가 낼 수 있는 성질의 두 음절이 아니었다.


상대는 확정적이었다.

불우하게도 현장을 잡힌 것이었다.


손이 멎었다.

숨도 멎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일지도 모른다. 부디 그러길 바란다.


한명회는 계유정난의 살생부를 작성할 때보다 더 긴장감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


‘제기랄.’


역시 금성대군이었다.

재빠르고 정중하게 인사했다.


“대감. 무탈하셨습니까.”

“오. 미치셨소? 여길 오다니?”

“하하하. 애석하게도 멀쩡합니다.”


탁주를 모른 척해 주는 아량을 베풀어 주길 바랐다.


“심지어 그건 뭐요? 설마 술? 흔한 탁주구려.”

“그것이······.”

“교지도 없고 아무것도 없고. 설마 사적으로 나를 찾아왔소? 그 탁주 한 사발 들고?”

“그것이······.”

“똥줄이 제대로 타는가 보오?”

“이미 불타 버렸기에 대감께 진화할 찬물을 좀 구하러 왔습니다.”

“그런데 그런 탁주나 한 사발 들고 왔소? 양부를 죽이고 헤벌쭉 웃으며 적토마를 탄 여포도 공처럼 뻔뻔하지 않을 것이오.”

“하하하······.”


금성대군이 타박했으나 한명회는 희망을 건져 올릴 수 있었다.


‘가져온 물건이 약소하다고 타박할 뿐 꺼지라고는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화가 이어질 수 있다.’


한명회가 금성대군과 대화를 시작한 이후 노려보던 노비는 온순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 말했다.


“안으로 뫼실까요?”

“네가 참으로 기특하구나.”

“손님도요?”

“내키지는 않지만 왔는데 어찌 쫓아내겠느냐.”

“이런. 에휴. 휴. 탁주. 풉.”


노비가 한명회를 위아래로 흘겨보더니 끝내 웃었다.


‘이, 이 잡놈의 새끼가.’


한명회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붉어졌으나 감히 금성대군의 노비에게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이건 누가 봐도 일부러 도발하는 것이기도 했다.


꾹 참고 금성대군을 따라서 방으로 들어간 한명회의 표정이 거스를 수 없는 충격의 바다에 빠지고 말았다.


대체 몇 번 충격을 받는지 셀 수도 없다.


‘이, 이럴 수가. 유배 생활을 하는 인간의 재물이 어찌하여 나보다 많단 말인가!’


방에는 발을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재물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각종 자기는 기본이었고 진기한 패물이 영롱한 자태를 빛내며 한명회를 비웃고 있었다.


마치 ‘너는 나 처음 보지? 죽을 때까지 만지기는커녕 보기도 어려울 거니까 지금 마음껏 봐 둬.’ 이렇게 조롱하는 것만 같았다.


이미 한명회는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나도 이렇게 살 수 있었건만! 수양대군 새끼는 왜 하루도 못 참고 뒤져서 이 사달을 만드는가!’


그새 방으로 들어온 밥상은 한명회에게 최후의 패배를 통첩했다.


‘더러운 세상. 내가 이래서 계유정난에 목숨을 걸었건만! 개씨발.’


바닷가를 온 것만 같은 젓갈과 생선 그리고 다양한 육류와 야채는 마치 이곳을 푸르른 농장으로 착각하게 할 정도였다.


“한 숟갈 드시오. 이 쌀이 장요미요.”


몸통이 좁으면서 긴 쌀로 품질이 좋은 쌀이었다. 귀한 쌀이었다.


한명회는 손끝이 떨렸다.


‘대체 무슨 조화가 있었던 것인가. 나는 이 꼴인데 금성대군은 대체 왜.’


애초 이곳에 올 때 계획은 이랬다.

-대감. 술 한잔 받으시지요.

-저, 정녕 술이란 말이오?

-유배지라서 귀한 걸 들고 올 수는 없었으나 대감을 생각하여 챙겨왔습니다!

-참으로 훌륭하시오!

-소인과 잘 지내시지요!

-세상사 무상하오. 그래요. 내 오랜만에 술 한잔 들이켜고 다 털어내겠소!

-과연!

대충 이런 거였다.


하지만 계획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었다.


“표정을 보니 이곳의 상전벽해가 궁금한가 보오?”

“실은 그렇습니다.”


진짜 궁금했다. 원래 재물이 많은 사람이지만 이곳은 유배지다. 굶지 않도록 챙기라고도 했다.


“원하던 대로 밥만 먹고 살았소. 누구도 찾아오지 않고 밥만 먹었소. 밥만. 실어증에 걸리는 줄 알았소. 밥만 먹으니까. 밥만. 누구 덕분에. 응?”

“송구합니다.”

“그런데 세상이 바뀌니 사람들이 달려오더이다. 그냥 주고 갔소.”


다들 말은 이렇게 한다. 대가성이 없다고 하지만 재물이 들어오는 순간 그건 청탁의 대가다.


청탁 흔히 분경(奔競) 혹은 관절(關節)이라고도 말한다.


이건 명백하게 비리의 범주에 포함된다.


금성대군의 말처럼 세상이 바뀌었으니 언제 도성으로 돌아갈지 모른다. 그러니 재물을 옮기며 무슨 말이라도 했을 것이다.


“그 표정 뭐요? 청탁은 받은 적 없소.”

“솔직히 믿기는 어렵지요.”

“내가 여기서 살아 보니 도성에서 경험하지 못한 걸 종종 보오. 같은 나라인데 세상이 다르다 이거요. ‘아미타불의 이름을 불러 생각함이 지성이면 공덕이 가없을 것이다.’ 이런 말 아오?”

“모릅니다.”

“그저 염원하는 걸 말한다는 거요. 이를 칭념이라고 하오.”

“칭념?”

“이래저래 아랫것들이나 향촌에서 쓰는 말인데 어떻소? 절에 가서 절하며 무언가를 간절하게 빌 때 뭐하오? 재물을 바치고 공양미를 바치고 그러지 않소?”

“석가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겁니까?”

“보다시피 그런 수준이지 않소? 아. 뭐 유자니 불자니 이런 케케묵은 말은 치우시오. 듣기 불편하니까.”


칭념은 모르겠고 상황은 알겠다.


금성대군의 시간은 타인과 달랐다.


금상을 보필하던 종친으로 수양대군에게 엄청난 탄압을 받았다.


딱 죽지 않을 만큼 밥만 챙겼을 이곳의 수령이나 유력가들은 세상이 바뀐 뒤 화들짝 놀랐을 것이다.


폐위 직전까지 갔던 금상이 부활했으니 최측근이었던 금성대군은 어떻겠는가.


죽은 제갈량에게 속은 걸 알고 사마의가 노발대발했는데 씨발. 진짜 안 죽었다는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물론 단지 금상의 측근이 유배를 왔다고 이 난리가 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압도적인 정통성을 가진 왕의 측근, 한 편의 대서사시와도 같은 부활.


극단적으로 하늘과 땅을 오갔던 격렬한 시간은 그간 금성대군을 홀대한 광주의 유력가에게 엄청난 부담감과 두려움을 선사할 수밖에 없다.


이 모든 게 ‘염원한다’라는 칭념과 같은 괴상망측한 행위로 이어진 것이다.


미래를 부탁하는 게 아니라 과거를 잊어 달라는 말이다.


“뭐. 여러 자문을 구하긴 했소.”


이건 부정이 아니었다. 지식을 나눈 것인데 어찌 부정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들은 내게 아무런 부탁도 하지 않았소. 그저 간절하다고 했을 뿐. 그러니 꼬투리 잡을 생각 마시오. 뭐. 잡으려고 해도 어림도 없겠지만 말이오. 그대의 주인은 비명횡사했으니까.”

“소인이 어찌 책을 잡겠습니까. 그저 간곡히 청할 일이 있습니다.”

“들을 건 없는데 주고 싶은 건 있소. 빈 찬합 어떻소?”


조조가 왕이 되려고 하자 측근이었던 순욱은 결사적으로 반대했다. 하지만 왕이 되고팠던 조조는 그에게 빈 찬합을 보냈고 순욱은 자결한다.


이 고사를 언급했다는 건 그냥 죽어 버리라는 말이기도 했다.


그러나 한명회는 옳고 정의로운 지적에 흔들릴 정도로 도덕적이고 양심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순욱처럼 빈 찬합을 받을 충신이 될 기회를 달라는 겁니다.”

“아닌데? 계유정난까지만 하고 왕위 찬탈은 만류했으면 조선의 순욱이 되었을 거요.”

“이제부터 그리해야지요.”

“전혀 돌아보지 않는구려? 정말 앞만 보고 가오? 목이 다치기라도 했소?”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이걸 칭찬으로 듣다니. 이 역시 새롭소.”


한명회는 꾹 참고 사정을 설명했다. 그 꼴을 지켜보던 금성대군은 미친 사람처럼 깔깔 웃었다.


“우물에서 옥새를 구해 기세등등하던 손견처럼 날뛰더니 그깟 재물이 없어서 내게 이러는 것이오? 참으로 한심하오. 역시 사람은 오래 살고 봐야 하오.”

“대감. 소인을 죽이고 싶지 않습니까?”

“죽을 만큼 괴롭히고 싶소. 그 뒤에 흥미가 사라지면 죽이긴 해야겠지.”

“직접 하셔야지요. 이대로라면 대감께서 재미도 보실 수 없을 겁니다. 소인이 큰 곤경에 처할 것이니 말입니다.”


사람의 혀가 어찌 저토록 유려하게 움직일 수 있을까.


금성대군은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그 언변은 예나 지금이나 참으로 대단하오?”

“소인을 죽이는 것은 전하께서 결정하실 일입니다. 굳이 살리셨는데 대감이 명줄을 당기신다면 이 또한 불충이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헛소리인데 내가 그냥 들어주리다. 어차피 그 정도로는 티도 안 나는 재물인데. 물론 지금 공을 돕는 이유는 도성으로 복귀한 뒤 내 손으로 벌하기 위함이오. 그러니 조금만 더 숨을 쉬고 있으시오. 알겠소?”

“생명 연장의 꿈을 이뤄 주시어 감사합니다.”

“그 탁주는 들고 가시오. 받으면 청탁이니 말이오. 그리고 사실 별로 먹고 싶지도 않소. 보다시피 좋은 술이 너무 많아서. 들고 있어 봤자 짐만 되오.”

“그리하지요.”


*****


성삼문을 쫓아냈는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고구마 줄기처럼 뭔가 계속 나왔다.


공손하고 예쁘게 앉아 있는 도승지 신숙주를 쳐다보며 말했다.


“임진, 여흥, 포천, 죽산, 경주, 마전, 당진, 광주, 진주. 많기도 하군.”

“누구이옵니까! 전하.”

“금성대군.”

“당장······예?”


신숙주가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나도 어처구니가 없었으니까.


그런데 나는 이미 달리는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


“뭐하나?”

“그, 금성대군은 유배 중이옵니다.”

“그래서? 유배 중이면 인생 끝나나? 땅은 사라지고?”


금성대군은 금상의 숙부였다. 신숙주는 마른침을 넘겼다.


‘모든 신하에게 일관된 잣대라니. 실로 두렵도다.’


이건 신숙주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과천, 삭녕, 신창, 천안, 아산, 석성, 온양, 전의, 해남.”

“누구이옵니까······?”

“박팽년.”

“당장 몰수해야 하옵니다.”

“강화, 양주, 경주, 금천, 통진, 광주, 옥구, 백천.”

“누구이옵니까! 전하!”

“영양위 정종.”

“신이······예? 저, 전하. 그는 선왕의 부마로.”

“사사롭게는 나의 매형이지.”

“그, 그러하옵니다.”


신숙주는 그냥 멍해지고 있었다.


“그래서 문제라도 있나?”

“아.”

“왕족은 부당하게 이권을 확보해도 되나? 그러면 너도나도 다하면 되겠군.”

“그, 그런 뜻은 아니었사옵니다.”

“어명이다. 법도를 어기고 부당하게 확보한 농장을 모조리 몰수하도록.”


신숙주는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만 같았다.


‘이, 이럴 수가 있나.’


그런데 이럴 수가 있었다. 과거 수양대군이 가졌던 모든 권력은 이미 자연스레 왕에게 귀속되었다.


‘게다가 판의금부사가 하위지로구나.’


하위지는 계유년에 관복을 집어 던진 사람이었다. 그 도덕적 우월성을 바탕으로 한 하위지의 의금부는 금상이 전권을 행사하는 지금 정난 공신들에게 공포 그 자체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의금부가 곧 왕이자, 왕이 곧 의금부다.


‘심지어 거론된 사람 중 금성대군과 영양위는 금상의 최측근이다. 그런데도 이리한다? 공명정대한 처우에 누가 감히 저항하겠는가. 누구도 저항할 수 없다.’


신숙주가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때였다.


“뭐하나? 내 말이 들리지 않나?”

“하, 하온데 전하. 혹시 정말로 토지 개혁을 염두에 두시옵니까?”


개혁? 웃기고 있네.

개혁이라는 건 원래 제도를 뜯어고치는 게 아닌가? 그런 걸 하려면 구제도를 만든 사람보다 똑똑해야 하지 않나?


아쉽게도 나는 범인(凡人)이라서 나라의 제도를 뜯어낼 능력이 없다. 거창한 사람이 아니라는 거다.


그저 있는 제도에 걸맞은 잣대를 들이미는 것이다.


여기에 걸린 사람이 성삼문, 금성대군, 영양위, 박팽년이다.


특히 단종을 결사옹위한 금성대군과 영양위를 생각하면 나도 머리가 지끈거리긴 했다.


하지만 예외를 둘 수는 없다. 그러는 순간 모든 게 무너진다.


“개혁? 내 말을 듣기나 했나? 이미 말한바 불법과 탈법을 때려잡는 게 개혁인가? 정상화지. 아닌가?”

“지, 지당하신 하교이옵니다.”

“그래서 뭐 하나?”

“신이 어명을 전할 것이옵니다!”


신숙주는 후다닥 일어나면서 생각했다.


‘그나저나 한명회는 되는 일이 없군.’


일부러 그러기도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알아서 잘하겠지.’


어차피 남의 일이었다.


작가의말


*본문에 나오는 '칭념'이라는 개념은 명종대의 문신 이문건의 저서 '묵재일기'에서 언급됩니다. 작중 시기에는 본격적인 로비의 개념이 아닌 사찰에서 파생되어 민간에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작중에서는 단종의 극적인 부활로 개변이 발생하여 왕의 측근인 금성대군이 혜택을 보는 연출로 사용했으며 차후 전개에서 종종 언급될 예정입니다.

*작중 언급된 성삼문, 금성대군, 영양위, 박팽년의 토지는 제도상 명백한 불법으로 당시 가장 대표적인 농장이었습니다. (참고 논문 : 조선 전기 세제 및 세정 문제 연구 / 서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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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화 영의정 +11 24.09.08 5,469 191 13쪽
15 15화 침묵해야 할 이유 수정(9월13일/오후 1시 45분) +23 24.09.07 6,309 239 12쪽
14 14화 모기장 수정(9월 13일 / 오후 1시 44분) +20 24.09.06 6,952 250 12쪽
13 13화 이조판서 수정(9월 13일/오후 1시43분) +45 24.09.05 7,549 291 16쪽
» 12화 인생 참 수정(9월13일/오후1시43분) +33 24.09.04 7,894 298 16쪽
11 11화 내가 선택한 왕의 길(3) 수정(9월13일/오후1시42분) +37 24.09.03 8,086 332 11쪽
10 10화 내가 선택한 왕의 길(2) 수정(9월13일/오후1시42분) +26 24.09.02 8,835 321 11쪽
9 9화 내가 선택한 왕의 길(1) 수정(9월13일/오후1시41분) +29 24.09.02 9,606 28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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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화 청산 수정(9월13일/오후 1시 39분) +34 24.08.30 12,753 40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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