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진 들판
네크로맨서의 다크 디멘션 포탈은 포탈 마법진에 기록할 수 있는 지역은 열 곳으로 한정되어 있다. 다른 장소를 등록시키기 위해서는 기존에 기록된 장소를 지워야 가능하다.
테츠는 다크 디멘션 포탈의 원리 등 기능 및 전반적인 것은 모두 외우고 있다. 책은 태워 버렸으니 포탈의 구동 원리를 아는 네크로맨서는 오로지 테츠뿐이다.
지금 포탈에는 9곳의 지역이 기록되어 있다. 아칸 시티를 포함해서 대부분 롱홀드 지역이며 가장 먼 곳은 로만 울프가가 지배하는 드라고나 랜드의 가장 동쪽 즉 오크의 차원 마법진이 펼쳐진 영혼의 숲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곳은 세르자비 일황비가 만들어 놓은 네크로맨서의 감옥인 사막으로 들어 갈 수 있는 사라센의 동쪽 오아시스로 연결되는 포탈이다.
이것은 다크 디멘션 포탈에서 유일하게 고정된 지역으로 절대 지워지지 않는 포탈이다. 아마 포탈을 연구한 얀차카가 만든 포탈이기에 그런 모양이었다.
테츠는 포탈에 기록된 아홉 지역 중에서 한 곳을 선택했다. 대단위 마법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는 넓은 지역에다 사람이나 짐승이 거의 없는 곳이 가장 이상적이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은 오크의 숲 너머에 있는 테란의 산맥과 연결된 지점이다.
"왓!"
"헉"
두 사람은 기겁했다. 포탈로 이동했긴 했지만 두 사람은 눈구덩이 속에 파묻힌 상황이었다.
"크, 여기가 이 세상에서 가장 춥고 눈이 많은 곳이란 걸 깜박했군."
눈은 거의 4m 정도 쌓인 것 같았다. 그야말로 눈밖에 없는 곳이다. 움직일 수도 없을 만큼 눈덩이에 묻힌 테츠는 두 다리에 내공을 올리고 수직으로 치솟아 올랐다.
그리고 가볍게 눈 위로 올라섰다. 마테니도 뛰어올랐다.
두 사람은 눈이 부셔 얼굴을 찡그렸다. 대낮의 태양 빛이 눈 위에 반사되어 산란 현상이 엄청났다.
"이 앞에 넓은 공간이 있었지?"
"네, 그렇습니다. 이쪽부터 저쪽까지 거친 자갈과 흙더미가 깔린 곳이었습니다."
"너 아크 위자드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어?"
"아크 위자드면 마법사들이 오를 수 있는 등급 중에서 최상위 등급으로 모든 마법사의 꿈이죠. 천재적인 아크 위자드가 몇몇 역사서 속에 등장하기는 합니다만. 현시대에는 아크 위자드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구나. 아크 위자드는 오르기 힘든 수준의 마법사 등급이구나."
테츠는 전면의 눈밖에 보이지 않는 곳의 위쪽을 바라봤다. 그리고 한쪽 팔을 올리고 허공에다 대고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하늘 위에서 까만 점 하나가 나타났고 그것은 빠른 속도로 떨어져 내렸다. 불타는 거대한 유성이 긴 불의 꼬리를 그리고 떨어져 내렸다.
순간 테츠는 일정량의 마나가 몸에서 빠져 가는 세한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곧 그 기분은 사라졌다.
-쾅
거대한 폭음과 함께 엄청난 눈덩이가 하늘 위로 치솟아 올랐다.
"앗!"
두 사람은 메테오가 떨어진 충격파에 휩쓸려 뒤로 날아갔다. 뜨거운 바람이 피부를 확 달아오르게 할 정도였다.
눈덩이에 팽개쳐진 두 사람은 재빨리 신형을 바로 세웠다.
"와, 생각보다 위력이 어마어마하구나. 이런 거 한방이면 무공이고 뭐고 소용이 없겠는데?"
테츠는 자신의 앞에 뻥 뚫린 엄청난 구덩이를 보고 고개를 흔들었다.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세상에서 이런 큰 메테오를 사용할 수 있는 마법사는 없을 겁니다. 이건 뭐. 이 정도면 사기죠."
단 한 방에 직경 70m에 달하는 거대 구덩이가 생길 정도니 주변의 눈덩이는 메테오의 파괴력에 물처럼 녹아 작은 연못을 만들었다.
테츠는 오른손 엄지로 검지를 튕겨 딱 소리를 냈다. 그 순간 하늘 위에서 또 하나의 메테오가 떨어져 내렸다.
"하나, 둘, 셋,···. 일곱, 여덟!"
-쾅
"음, 8초 정도 걸리는군. 8초면 천마비행으로 충분히 피할 수 있는 거리다."
테츠는 다시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손가락을 튕겼다. 세 번 연속으로 딱딱딱 소리가 울렸으며 하늘 위에서 세 개의 메테오가 연속으로 꼬리를 물고 떨어져 내리는데 장관이었다.
"와, 이건 말이 안 됩니다."
마테니는 떨어지는 메테오를 넋을 잃고 바라봤다. 테츠가 떨어뜨리는 메테오는 집채만 한 크기였다. 킹덤 오브 소서러스의 마법사가 낙하시키는 메테오가 한 아름 정도의 바윗덩이 크기니 테츠의 메테오 크기가 어느 정도로 말이 안 되는지 보여 주는 대목이다.
"주변의 눈을 좀 녹이려면 이것도 좋겠지?"
테츠는 마테니와 그 주변을 둘러싸고 파이어 스톰을 날렸다. 불꽃의 폭풍이 눈 위를 휘감으며 하늘 위로 벌겋게 달은 불길을 끌어 올렸다.
"왓, 뜨거. 열기가 엄청납니다. 스치기만 해도 심각한 중상을 입겠는데요?"
마테니는 최상위 등급의 마법을 연속으로 시전하는 테츠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만약 테츠가 내공을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공격을 한다면 생각만 해도 오금이 저릴 정도였다.
도대체 이 황태자는 어디까지 강해져야 만족하는 걸까? 네크로맨서의 스킬에 성력, 내공은 물론 이제 마법까지 이 지경인데 세상에서 감히 누가 황태자와 겨룰 수 있을까?
이런 사람을 곁에서 보좌한다는 것은 신이 내린 운명과 같은 것으로 생각했다. 꺼지지 않는 불길과 엄청난 열기는 주변의 눈을 순식간에 녹여 버렸다. 맨땅이 드러나고 하얀 수증기가 물안개처럼 피어올랐다.
열기가 얼마나 지독한지 바닥은 순식간에 말라 버렸고 물속에서도 불은 꺼지지 않았다. 이것은 일반 불이 아닌 마나를 태우며 나는 불길이기에 물로도 꺼지지 않는 불길이었다.
메테오로 움푹 팬 웅덩이 위로 이번에는 눈보라를 동반한 얼음덩이가 마구 쏟아져 내렸다. 아이스 스톰. 테츠는 아리스토틀에게 배운 굵직굵직한 마법들을 마구 쏟아냈다.
마테니는 그저 입만 멍하니 벌린 채 지켜보는 것만도 힘들 지경이었다. 과연 누가 이 괴물을 상대할 것인가? 기가 막힌 노릇이었다.
"야, 오크군단이 몰려 왔을 때 이런 범위 마법은 쓸만하겠다."
"쓸만하다 뿐입니까? 마스터의 메테오 한방이면 오크 천 마리 정도는 쓸어 담고도 남습니다."
"그렇게 쏟아부었는데도 마력이 마르지 않으니 아리스토틀의 말에 약간 과장이 섞인 것 같았는데 아니었군. 마법은 대단해. 이거 무공이 딸리겠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마스터가 비정상적일 뿐입니다. 제가 만약 마법사를 만났다면 마법을 펼치기도 전에 제 손에 죽었을 겁니다. 그들은 몸은 허약한 일반 사람과 마찬가지입니다. 마법사의 가장 치명적인 단점이죠. 마력은 강하나 신체는 약하다. 경공으로 재빨리 근접으로 붙어 버리면 아무것도 못 하는 게 마법삽니다. 단점이 너무 크죠."
"그렇겠군."
"마법사가 입을 벙긋하기 전에 제 단검이 날아갈 겁니다. 마법사는 제게 위협스런 존재는 아닙니다."
"그럼 나 같은 놈이 마법을 하면 곤란한데···."
"있을 수가 있겠습니까!"
"로한슨은 벌써 내공을 삼성이나 올렸는데 그리고 마법도 사용하잖아."
"네 그렇기는 하지만 한꺼번에 두 가지를 모두 수련할 수 없죠. 내공 수련에 매달린 덕분에 마법적인 발전은 전혀 없죠. 로한슨의 마법은 기초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법 수련할 시간이 없습니다. 내공과 무공 수련하기도 시간이 부족한데요."
"그렇기는 하겠다. 하긴 나도 황태자가 아니었다면 이런 호사스러운 복은 누릴 수 없을 테지 무려 수천 년을 제련한 카셈의 매직 오브를 사용할 정도이니 황태자가 아니면 누릴 수 없는 복은 맞아."
테츠는 여러 가지 마법을 사용해 보며 주변을 초토화하고 있었다.
"어라, 마스터 저게 무엇일까요?"
마테니는 서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무언가를 올려 보고 있었다.
"뭐냐? 새냐?"
하늘 위에 떠 있는 것은 새와 같은 날개를 가졌다. 당연히 새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하늘 위에 떠 있는 것은 새 외에는 달리 생각할 것이 없으니까.
그런데 뭔가 조금 이상했다. 새라고 하기에는 뭔가 모습이 이상했다. 날개가 있는 것은 확실한데 몸통 부분이 매우 불안정하게 보였다.
"뭐지? 저놈은?"
확실한 것은 그것은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으며 점점 그 형체가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어?"
"뭐 저런 게 다 있냐?"
몸체가 사람과 닮았다는 것이 확실해 보였다. 사람? 날개 달린 사람인가?
도무지 집중되지 않았다. 테츠는 마법 연습을 멈추고 날아오는 그것을 계속 살폈다. 천천히 움직이는 날개는 다가올수록 점점 거대하게 변했다.
시각적 차이에서 오는 착시현상이었다. 먼 거리에 있을 때는 작은 새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가까이 올수록 점점 형태가 이상하게 일그러지더니 종작에는 기괴한 모양의 날개 달린 인간의 모습으로 보였다.
그것은 점점 다가와 머리 꼭대기에 이르렀다. 두 사람은 고개를 젖히고 하늘 위를 바라봤다. 날고 있으니 잡을 수도 없고 그것은 두 사람의 머리 위에서 커다란 원을 그리고 회전했다.
"저놈 우리를 노리고 있다. 제 갈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노리고 날아왔어."
마법으로는 닿을 거리가 아니다. 메테오를 떨어뜨린다 해도 맞출 확률도 지극히 낮다. 하늘 위를 나는 저 괴물은 어떻게 할 상대가 아니다.
"도대체 뭐냐 저거?"
"저도 처음 봅니다. 마스터. 인간은 아닌 것 같은데?"
"당연히 인간이 아니지 너는 날개 달린 인간이 있다고 보냐?"
두 사람이 고개를 떼지 못하고 있는데 하늘 위를 빙글빙글 돌던 괴물이 갑자기 날개를 접더니 수직으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뭐지? 공격인가? 조심해. 마테니 느낌이 좋지 않아."
마테니는 즉시 허리에 찬 검을 뽑아 들었다. 다행히 테츠가 마법으로 눈을 녹여 놨기에 단단한 맨땅이어서 움직이기는 수월했다.
"온닷!"
테츠의 눈에 놈이 확실히 보였다. 검은 날개는 한 짝만 해도 두 사람이 양팔을 펼친 거리 만큼이나 길었다. 그리고 기괴한 두상은 박쥐의 대가리를 닮았는데 길쭉한 두 눈과 납작한 코 귀밑까지 찢어진 입에는 오크의 송곳니와 같은 이빨이 징그럽게 박혀 있었다.
인간의 팔과 다리를 가졌고 시커먼 손톱과 발톱이 단검처럼 튀어나와 있었다. 쏜살같이 날아내린 괴물은 테츠를 노리고 떨어져 내렸다.
테츠는 이미 콜라다를 뽑아 들고 있었고 두 다리에 내공을 가득 올렸다.
-팟
상황이 심각함을 느낀 마테니가 떨어져 내리는 괴물의 몸통에 단검 두 개를 날렸다. 삼성 내공이 담긴 무지막지한 단검으로 당주들로 막기 힘든 가공할 내공이 담긴 단검이다.
-파팟
날개가 펄럭이며 날아드는 단검 두 개를 그대로 쳐냈다.
"저런"
테츠도 깜짝 놀랐다. 마테니가 던진 단검은 보통 단검이 아니다. 은신전의 기술이 담긴 단검이었다. 그것을 단지 깃털과 같은 날개로 쳐 낸 것이다.
"조심해 보통 놈이 아니다."
테츠는 콜라다에 내공을 일으키며 천마비행으로 미끄러졌다. 그러자 괴물도 날갯짓으로 방향을 틀어 테츠를 쫓기 시작했다.
마테니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황태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머릿속에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눈에 뵈는 게 없을 정도로 급격히 흥분상태가 됐다.
테츠는 몸을 틀어 지척에 이른 놈의 향해 천마삼검 중 일검 천마섬을 내 쏘았다. 섬과 같은 번쩍임과 동시에 내친 검은 괴물을 몸을 정확히 갈랐다.
-팟
콜라다를 쥔 손에 분명한 감촉이 전해 왔다.
-카아아아
분명 천마삼검을 맞았을 터 그러나 놈은 멈추지 않고 테츠의 전면으로 멈추지 않고 날아왔다.
"갈!"
기합성을 내지른 테츠가 콜라다로 날아오는 것을 받아 냈다. 그것은 놈의 기다란 발톱이 삐죽이 솟은 오른발이었다.
시커멓고 흉측스러운 발을 보자 테츠는 인상을 구겼다. 그리고 놈의 완력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느꼈다.
팔성에 가까운 내공으로 막아 냈지만 팔이 떨릴 정도로 충격이 왔다. 정신이 퍼뜩 들 정로 충격적인 상황이었다.
-팟
그때 괴물의 등 위로 마테니의 그림자가 떠올랐다. 놈이 테츠를 공격하는 사이 마테니는 괴물의 뒤쪽으로 접근해 천마비행으로 뛰어올랐다.
마테니는 검을 수직으로 세움과 동시에 내리찍었다.
-쿠엑
괴상한 비명을 지르며 괴물은 거대한 날개를 퍼득거리며 날아올랐다.
"마테니 뛰어 내렷!"
놈의 목덜미 뒤쪽에 검을 박았으나 검이 뽑히지 않았다. 그때 테츠의 고함이 들렸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마테니는 검을 놓고 뛰어내렸다.
하지만 놈은 벌써 상당히 높이 치솟아 오른 후였다.
"저런, 너무 높아!"
테츠는 순간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지면으로 떨어지는 마테니를 향해 거스트 오브 윈드를 펼쳤다. 갑자기 돌풍이 일어나며 마테니를 힘껏 밀었다.
날려간 마테니는 두껍게 쌓인 눈 위로 떨어져 내렸다. 순간적으로 생각해낸 마법으로 떨어지는 마테니를 눈이 쌓인 곳으로 날린 것이다.
"괜찮아?"
"네, 마스터. 놈이 상처를 입었습니다."
"저게 뭐냐?"
허공으로 치솟아 오른 그것은 다시 한번 두 사람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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