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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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7.0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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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5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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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5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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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역전의 조짐 - 8

DUMMY

일부 신하는 속으로 중얼거리기까지 했다.


‘대단하시다.’

‘정녕 성군이 되시겠어.’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삼돌이는 가라는 말이 나올 때까지 엎드릴 수밖에 없었는데, 실제로 광해가 할 말이 더 남았던 것.


“아마 직파법으로 파종할 것이다. 내 말이 맞느냐?”

“그렇사옵니다.”


직파법은 농지에 직접 씨를 뿌리는 농법.

세자는 계속 당연한 질문만 한다. 이에 여유가 생겼는지, 슬슬 말을 더듬지 않게 된 삼돌이다.


“직파법은 물 관리와 잡초 제거가 어려워, 나중에 김을 맬 때 사람 손이 많이 가는 것으로 안다.”

“그렇긴 하옵니다만, 다른 건 하지 말라고 해서······.”

“다른 거라면? 어떤 걸 뜻하느냐?”

“그, 그게······, 모내기인 줄 아뢰오.”

“그래. 나도 들었다. 모내기, 이앙법이라고도 하지. 모판에 볍씨를 뿌린 후, 따로 재배하는 농법이지? 해서, 어느 정도 자라면 논에 심는 방식이고. 내 말이 맞느냐?”

“그, 그렇사옵니다.”

“삼돌이, 네가 생각할 때는 어느 쪽이 더 손이 덜 가느냐?”


여전히 당연한 답이 나와야 하지만, 삼돌이는 할지 말지 고민되는 순간이었다.

이앙법은 나라에서 금했다. 설명도 거의 없었다. 물을 많이 써서라는데, 절대 아니다.

합두레에서는 급할 때 몰래 하기도 했다. 그럴 때면, 노동력이 덜 들면서도 수확량이 훨씬 더 많았다.


“솔직히 말해도 괜찮다. 나는 그저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고 싶었느니라.”


판을 깔아주자, 삼돌이가 광해가 듣고 싶은 답을 해주었다.


“사실 이앙법이 더······, 괜찮은 것 같사옵니다······.”

“그렇지. 나도 그렇게 알고 있느니라. 해서, 이번 파종 시기에는 이앙법으로 해도 좋다.”

“네, 그렇게 하······, 헉······!”


삼돌이는 처음에 대답하다가, 너무 놀라서 끝을 이어가지 못했다. 뒤늦게 불경죄를 깨달아서, 얼른 땅에 머리를 찧었다.


“소, 소인, 주,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광해는 그저 웃을 뿐, 문제 삼지 않았다. 오히려 계속해서 삼돌이에게 판을 깔아줬다.


“다시 말하지만, 이앙법을 시도해도 좋다. 내가 다 책임질 것이며, 올해 추수할 때, 직접 와서 수확량을 확인할 것이다. 알겠느냐?”


이 나라의 국본이 이렇게까지 하는데, 굳이 안 할 이유가 있을까? 삼돌이는 땅에 박은 머리를 더 깊이 박으면서 소리 높여 외쳤다.


“서, 서,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삼돌이가 떠난 곳에서 류성룡이 광해에게 알현을 청하였다.


* * *


“저하께서 파종 시기까지 생각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칭찬인가요?”


광해가 편하게 다가오자, 류성룡이 부드럽게 웃었다.


“소신이 감히 저하를 어찌 평가할 수 있겠나이까? 다만 저하께서는 늘 저를 놀라게 하십니다.”

“기대 이상이라고 받아들이겠습니다. 근데 걱정하시는 부분도 있으신 것 같소만?”

“실은······, 그렇습니다.”


류성룡이 보자고 한 이유를 광해는 잘 안다. 그래서 시간을 아낄 겸,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이앙법이 이루어진다면, 경작지보다 농민이 남아돌까, 염려하시는 거군요.”

“소신의 우려를 아신다면, 그 방도까지 생각해 놓으셨겠습니다. 소신, 경청하겠사옵니다.”


이제 광해는 웃지 않았다. 류성룡을 설득해야 할 시간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언젠가 올 자신의 시대에, 국정을 어떻게 운영할 건지도 설명해야 한다.

가장 확실한 시작은 역시 이번 전쟁이었다.


“좌상은 이번 전쟁에서 우리가 이길 것 같소?”

“그거야······.”

“이겨야 한다. 이런 말 말고, 객관적인 전력을 논하는 거요.”


이앙법을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조선과 일본의 객관적 전력을 묻는다. 류성룡은 난감했지만, 솔직히 입을 열었다.


“객관적인 전력을 비교하자면, 왜적이 우리 조선보다 더 우위에 있습니다. 다만 우리 땅에서 싸우고, 수비하는 측이 병력과 보급만 원활하게 된다면, 가까스로 막아낼 수 있을 것이옵니다.”

“잘 말씀하셨소. 나 역시 같은 생각이오. 하면, 왜적을 몰아낸 다음에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 같소?”

“음······.”


계속 어려운 질문이었다. 그러나 답은 또 쉬웠다. 당연히 변해야 한다.

막히는 부분은 ‘어떻게’에 있었다. 어쩌면 그 앞에 ‘무엇을’도 놓아야 할 듯했다.

세자가 막힌 곳을 뚫어주려는 걸까? 슬슬 마음에 품었던 생각을 토해낸다.


“10년 전이었던가? 당시 나는 얼핏 율곡의 이야기를 들었소.”

“율곡 이이 말이옵니까?”

“그렇소. 그때 율곡이 상시로 10만의 정병을 주장했다고 하던데······, 그가 진짜 그 말을 했는지, 안 했는지는 모르겠소. 하나, 나는 전적으로 그 생각에 동감했소. 그리고 이번 전쟁을 통해서 더 확실히 절감했소. 그때 내가 도움 될 나이였다면?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면?”


여기서 결정할 수 있는 위치란 왕이었다.

광해는 또 아슬아슬하게 선을 타고 있었다.

하지만 류성룡은 이제 개의치 않았다.


‘왕이 되실 분이다. 저런 말을 해도 큰 문제는 없다.’


또한, 류성룡은 당대의 천재라고 불릴 만큼 뛰어난 인물이기도 했고, 오랫동안 국정 실무 경험도 쌓았다.

그래서 세자의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단번에 이해되었다.

그렇지만 이앙법은 다른 이야기다.

모내기를 활용하는 즉시, 잉여 인력이 생겨날 것이다. 그런 그들을 그냥 놀릴 것인가?

큰일 날 소리다. 세입도 문제였거니와, 자칫 사회 불안까지 일으킬 수 있었다. 그럴 바에야, 그들에게 다른 경제 활동을 시키는 게 훨씬 낫다.

광해는 그들의 활동으로 세금을 많이 거둬들일 계획인 듯했다. 그리고 그 세금으로 10만의 병력을 준비할 생각인 듯했고.


‘저하의 뜻이 거기에 있는가?’


한데, 구체적으로 백성들에게 무엇을 시켜야 할지, 반드시 철저한 계획이 존재해야 한다.

이에 즉시 물었다.


“10만 정병을 유지하려면, 나라의 곳간이 가득 차야 합니다.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요.”


백성들이 돈을 벌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류성룡의 질문에 광해는 거침없이 답했다.


“물론이요. 그것 또한 생각이 있소. 아니, 많소. 단 하나만 들어볼까요?”

“그러시죠. 하하하.”


류성룡은 웃었다.

고작 상주 바깥으로 왜적을 밀어낸 현재 상황.

뜻밖에 이런 논의를 하게 될 줄이야.


‘그래도 듣고 싶다.’


류성룡은 광해가 꿈꾸는 미래를 조금이라도 알기를 원했다.


“저번에 충선에게 들은 이야기 기억나시오? 왜는 은이 가득하단 말.”

“당연히······.”


아는 게 꼭 좋은 것은 아니었다. 류성룡은 소스라치게 놀라서, 재빨리 질문했다.


“어? 하면, 은광을 개발할 생각이옵니까?”

“은광뿐이오? 전날 요시토시는 대마도에 금광과 철광 등도 있다고 하였소.”

“······!”


류성룡의 입이 놀라서 한없이 벌어진다. 대마도라고? 아니, 그 전에 왜는 은이 많다고? 도대체 세자는 어디까지 보고 있는 걸까?


‘그리고 우리가 금이나 은을 캐게 되면, 명나라가 조공을 더 요구할 터인데?’


이쯤 되니, 겁이 살짝 난다. 광해가 꿈꾸는 세상은 무엇을 상상해도, 그 이상으로 빠르고 강력하게 변화할 것 같다.

그런데 그 과정이 순탄하게 흘러갈까? 아마 수많은 반대가 있을 것이고, 그중 가장 앞에 나서는 사람이 지금의 임금일 것이다.


‘이거야, 원······.’


그때가 되면, 류성룡은 어디에 서야 하나?

그건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은 광해 편에 서야 할 수밖에 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 * *


광해는 꾸준하게 일본의 제1, 2번 대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서 척후를 보냈다. 이틀 후에, 그 결과가 보고됐다.


“일부 병력이 안동, 영천, 대구 등에 있긴 하옵니다만, 본진 대부분 경주까지 퇴각하였사옵니다!”


많이 내려간 것으로 보아, 타격이 극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광해는 그 즉시 탈환전을 하겠다고 천명했다.


“내, 지난번 전하께 올린 장계를 통해서 화포장 이장손의 합류를 요청했소. 그가 오는 시점에 출발하기로 하겠소.”


얼마 후, 답이 왔다. 최전방에서 싸우는 세자의 요청을 임금은 흔쾌히 들어주었던 것.

화포장과 함께 작업할 인력은 물론이요, 군량과 화약 등의 보급까지 넉넉하게 챙겨주었다.

또한, 좋은 일은 한꺼번에 오는 걸까?

이장손이 도착했을 때는 희소식까지 가져왔다.


“저하! 드디어 대완구를 만들었사옵니다!”


드디어 비격진천뢰를 쏠 수 있는 화포가 등장했다.

이는 빼앗긴 성 수복의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 같았다.

다만 이장손과 함께 온 사람이 찬물을 끼얹었으니.


“아우야, 내가 너를 돕기 위해 왔다.”


이혼보다 세 살 먼저 태어난 선조의 서장자, 임해군, 이진(李珒).

동생을 돕기 위해 왔단다. 과연 그 말을 믿을 사람이 있을까?

실은 임금이 이 전쟁 통에도 사고만 치고 다니던 그가 한심해서 철 좀 들라고 전장으로 보냈다.

사람들은 속으로 혀를 찼다.


‘도움은커녕, 사고나 안 치면 좋겠군.’

‘쯧쯧쯧, 앞으로 혈압 좀 오르겠네.’


임해군은 온갖 못된 짓거리란 짓거리는 다 한 인간이었다.

원래의 역사에서는 그와 정원군, 그리고 순화군을 왜란 3대 망나니 왕자로 기록할 정도였다.

백성들의 재물을 약탈하고 손괴하는 것은 애교다. 그들의 처와 딸을 희롱하고 겁탈했으며, 급기야 양민 사냥까지 한 천인공노할 자였다.

오죽하면, 전쟁 통에도 백성들이 임해군을 잡아다가 왜장 가토 기요마사에게 바쳤을까?

오늘의 등장도 역시나 기대를 벗어나지 않았다.

세자 광해에게, 다짜고짜 ‘너’라고 부르다니?

그러고 나서도 히죽대며, 광해에게 이렇게 물었다.


“그런데 너는 왜 아무 말이 없느냐? 어찌 나를 반갑게 맞이하지 않느냐?”


듣고 있던 신하 중 권율이 참을 수 없었나 보다.

화통을 삶아 먹은 목소리로 그를 꾸짖었다.


“임해군께서는 말을 조심하시오! 어찌, 저하께 감히!”


순간, 임해군이 인상을 팍 쓰며, 시선을 돌려 권율을 노려봤다.

그런데······.


‘제기랄.’


권율 뒤에 문무 대신이 말만 안 했을 따름이지, 불편한 표정으로 그를 나무라는 것 같았다.


‘이혼 저놈이 이 작자들을 벌써 자기편으로 만들었구나.’


이럴 때는 좀 숙이고 들어가야 했다.


“세자, 내가 잘못했소.”


동생 광해가 사람 좋은 웃음을 보여주었다.


“형님이 잘 모르셔서 그런 것이지요. 경들이 아량을 베푸시길 바라오.”


이진은 이런 광해가 더 싫었다.

그렇지만 어쩌랴? 아버지는 같은 배에서 나온 동생에게 세자 자리를 주었거늘.


“형님,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겠습니다. 오늘 푹 쉬시지요.”

“험, 험. 그러면 조금 쉴까······ 요?”


이진이 눈치를 보며 대답하자, 광해가 고개를 끄덕이며 목소리를 높였다.


“여봐라~ 어서 형님을 뫼시거라.”


사실 이혼은 형 이진이 어떤 식으로든 사고를 칠 거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지금은 무슨 골칫거리를 만들지 예상하는 것 자체가 시간 낭비다.


‘일단, 내 시야에서 치우고 다른 것부터 하자.’


다른 일이란 당연히 이장손이 가져온 대완구를 시험하는 것.

그래서 이 화기의 위력을 확인하고자, 이장손에게 준비하라고 일렀다.


‘기대된다.’


이 괴물 대포의 위력에 따라 앞으로의 전쟁 양상이 달라진다.

꿀꺽, 침을 삼키며 광해가 속으로 또 말했다.


‘먼 미래에서는 이런 걸 게임체인저라고 부르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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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8 24.09.14 571 25 12쪽
72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7 +3 24.09.13 749 28 12쪽
71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6 +2 24.09.12 798 25 12쪽
70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5 +3 24.09.11 881 28 13쪽
69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4 +3 24.09.10 908 28 13쪽
68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3 +2 24.09.09 956 33 13쪽
67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2 +3 24.09.08 1,059 33 12쪽
66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1 +2 24.09.07 1,038 36 12쪽
65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8 +2 24.09.06 1,099 3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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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5 +4 24.09.03 1,110 40 11쪽
61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4 +1 24.09.02 1,136 38 12쪽
60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3 +4 24.09.01 1,126 38 12쪽
59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2 +1 24.08.31 1,163 40 12쪽
58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1 +3 24.08.30 1,231 39 12쪽
57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8 +4 24.08.29 1,244 44 11쪽
56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7 +2 24.08.28 1,204 37 11쪽
55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6 +6 24.08.27 1,256 42 12쪽
54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5 +5 24.08.26 1,281 42 12쪽
53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4 +1 24.08.25 1,302 40 12쪽
52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3 +3 24.08.24 1,353 45 11쪽
51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2 +1 24.08.23 1,405 39 12쪽
50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1 +1 24.08.22 1,435 39 12쪽
49 물속에서, 바다에서 - 8 +1 24.08.21 1,429 44 12쪽
48 물속에서, 바다에서 - 7 +3 24.08.20 1,400 40 13쪽
47 물속에서, 바다에서 - 6 +1 24.08.19 1,424 46 12쪽
46 물속에서, 바다에서 - 5 +3 24.08.18 1,438 47 11쪽
45 물속에서, 바다에서 - 4 +2 24.08.17 1,444 4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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