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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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안
작품등록일 :
2024.07.0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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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화력 조선 - 1

DUMMY

비진천뢰포(飛震天雷砲) : 도화선 방식의 지연 신관 폭탄인 비격진천뢰를 개량한 포탄으로 흠덕제의 명에 의해 이장손이 개발하였다.


수석 승자총(燧石 勝字銃) : 부싯돌과 승자총통, 그리고 조총을 합쳐서 개량한 최신식 개인 화기로 흠덕제의 명에 의해 이장손이 개발하였다.


대장군포(大將軍砲) : 충무공 이순신이 사용한 대장군전을 철갑탄으로 개량한 화포로 흠덕제의 명에 의해 이장손이 개발하였다.


- 조선의 화기 도감 중 일부 발췌


* * *


기대와 흥분을 품고, 문무 대신들과 함께 임시로 세운 대전 밖으로 나간 광해.

이장손을 보고 즉시 명을 내렸다.


“화포장은 즉시 준비하라!”

“네, 저하!”


명령을 내리는 광해나 오히려 기뻐하며 따르는 이장손이나 독한 군신이었다. 먼 길에 쉬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바로 대완구와 비격진천뢰를 시험하다니.

함께 나온 문무 대신들이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비격진천뢰의 위력은 저번에 이미 확인했는데······.’

‘화포를 쏘는 것 말고 뭐가 다르단 말인가?’


그사이 몇몇 군사들이 거대한 대완구를 끌고 왔다. 그것의 크기는 보통 사람 키의 두 배는 되어 보였고, 포신 끝은 마치 거대한 사발처럼 생겼다.

여기서 이장손도 직접 대완구에 비격진천뢰를 장전하기 시작했다. 그는 다른 군사와 함께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는데, 한눈에 봐도 그 무게감이 만만치 않아 보였다.

광해도 그것을 알아봤다.


‘지난번보다 포탄이 더 커졌다.’


광해의 기대가 더 무르익는 순간, 이장손이 천천히 걸어가 대완구의 포구 앞에 섰다.


“장전하겠사옵니다!”

“그리하라!”


이장손과 군사들은 숙련된 동작으로 비격진천뢰를 대완구의 포구에 밀어 넣었다. 포신 안으로 들어가는 비격진천뢰의 소리가 묵직하게 울렸다.

그러자 이장손이 외쳤다.


“장전 완료!”


광해는 흥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새로운 무기의 위력을 시험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쾅!


지축을 울리는 포 소리가 전율을 만들어 냈다.


“어이쿠!”

“아이고, 귀야.”


엄청난 굉음에 일부 신하들은 귀를 막았다.

하지만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비격진천뢰를 끝까지 지켜봤다.

광해 역시 마찬가지. 잠시 후 땅에 떨어져 폭발할 때,


콰쾅!


심장이 더 쿵쾅대는 걸 느꼈다.

광해뿐만이 아니라, 문무 대신들도 그 위력에 눈을 크게 떴다.


“이건······, 진작 나왔다면, 왜놈들을 더 많이 죽였을 거 같소이다.”

“두말하면 잔소리요. 나는 벌써 전쟁에서 승리한 기분이오.”

“저 역시 그러하옵니다.”


혀를 내두르며 말하는 신료들을 뒤로하고, 광해는 다른 부분에서 의문을 느꼈다.


‘땅에 떨어지자마자, 저렇게 폭발한다고?’


비격진천뢰는 도화선 방식의 지연 신관 폭탄이었다. 즉, 충격으로 터지는 폭탄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그래서 재빨리 이장손에게 질문했다.


“어찌 된 것이냐? 땅에 닿자마자 터지다니?”

“시간을 계산하였사옵니다.”

“시간을?”

“그렇사옵니다.”


이장손은 고개를 끄덕이며 더 자세히 설명했다.


“저하, 기존의 비격진천뢰는 도화선의 길이가 일정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옵니다. 포탄 내부에 도화선을 감는 부분을 조절하였사옵니다. 해서, 날아가는 시간까지 계산하여, 땅에 떨어지자마자 자동으로 폭발하도록 만들었사옵니다.”


광해의 눈이 커졌다.


“정녕 포탄이 목표물에 도달하는 시간을 계산하여 그 순간에 폭발한다?”

“그렇사옵니다. 시간은 각 포탄에 표시해 놓았사옵니다. 또한, 지금은 지면에 닿는 순간을 겨냥했지만, 필요하다면 공중에서도 폭발시킬 수도 있사옵니다.”

“놀랍구나! 이는 단순한 개량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무기로구나.”


광해는 감탄을 금치 못하다가, 나중에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좋다. 나는 이 새로운 무기를 비진천뢰포(飛震天雷砲)라 부르도록 하겠다. 이는 적들의 간담을 서늘케 할 우리의 천둥과 번개가 될 것이다.”


주변의 신하들도 모두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새로운 무기의 등장으로 전세가 더욱 유리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모두의 가슴에 가득 차올랐다.

그때 광해가 다시 이장손을 불렀다.


“화포장.”

“네, 저하!”

“잘했구나. 너무 장하도다.”

“신은 한 게 별로 없습니다. 저하께서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주셨기에 좋은 결과를 만들어 냈을 뿐입니다.”


이장손의 겸손이 더 마음에 들어, 활짝 웃는 광해.

위력에 만족했으니,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다. 더는 겸손의 말을 하지 말아라. 내, 화포장의 공을 높이 사, 정6품 별제(別提)로 임명하겠노라. 다만 이는 임시직이니, 전하께 말씀드린 후에 반드시 교지를 내려주도록 하겠다.”


지난번 김여물 등에 임시직을 줬을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광해는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으나, 다른 대신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슬슬 익숙해진다는 증거.

대신, 이장손이 감격해서 털썩 주저앉았다.


“저하, 망극하옵니다!”


동시에 지난번 광해가 한 말이 떠올랐다.


- 약조하마. 전란이 끝난 후, 이 화포장은 관직과 봉록을 받게 될 것이다. 단, 방금 들은 말은 이 화포장과 나의 비밀이다. 알겠느냐?


그땐 비밀이라고 말했지만, 이제는 다른 대신들이 증인으로 선 것이나 마찬가지. 거의 공식적으로 선포한 거라서, 가슴이 너무나 벅차올랐다.

이 때문에 또 한 번 속으로 다짐한다.


‘내, 저하를 위해서 죽을힘을 다하리라.’


* * *


다시 대전으로 들어온 광해는 드디어 왜군의 점령지 수복을 입에 올렸다.


“이제 대완구 등 무기가 갖춰졌고, 식량 등의 보급도 원활해졌소. 하여, 내일 빼앗긴 성들을 되찾기 위해서 출발하려고 하오. 경들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늘 문관보다 말수가 없던 무관들이 이번에는 먼저 나섰다.


“세자 저하의 혜안에 감복할 따름이옵니다.”

“소장, 저하의 명을 받들어 한 치의 어긋남 없이 국토 수복에 최선을 다할 것이옵니다.”


신립이 먼저 포문을 열었고, 이일이 그를 뒷받침했다. 문신들 역시 따로 반대하지 않았다.

그러자 광해는 또 다른 화두를 그들에게 던졌다.


“경들도 알다시피,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최우선이나, 동시에 피해 복구와 민생 안정에도 힘을 써야 하오. 한데, 그 임무를 수행할 경상 좌·우도 관찰사가 공석이오.”


이중 경상 좌도 관찰사인 김수는 행방이 묘연하다. 그리고 우도 관찰사인 김성일은 파직되었고.


“그뿐만 아니라, 좌우 병사와 각 고을의 수령도 빈자리가 많소. 해서, 한시바삐 위쪽부터 제대로 된 인물로 채워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오?”


광해의 말에는 구구절절 당위성이 보인다.

사실 왜란이 발생한 직후, 경상도를 지켜야 할 수많은 지방관이 죽거나 줄행랑을 쳤다.

공석인 상주 목부터 눈에 걸렸을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부터 채우기에 앞서, 윗자리부터 넣어야겠다는 생각도 했겠지.

세자의 생각이 이렇게 깊고 세심하니, 대신들은 거듭 감탄했다.

그중 류성룡이 재빨리 나섰다.


“신은 그간 저하께서 임시로 관직을 제수하셨던 처사를 보고, 그 합당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사옵니다. 해서, 경상 좌·우도의 임명도 시급하다는 하교에 십분 동감하옵니다.”


그 뒤로 이덕형과 권율 등이 비슷하게 말했다. 심지어 류성룡은 다시 광해에게 청을 올리길.


“사실 파직된 김성일은 유능한 사람입니다. 더구나 본인의 과오로 촉발한 전쟁이라, 사력을 다할 것이오니, 저하께서 이 점을 헤아려 주셨으면 하옵니다.”

“나도 동감하오. 해서, 전하께 따로 청할 것이니, 김성일을 경상 우도 관찰사로 임명하겠소.”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결정하는 광해를 보며, 신하들은 또 놀랐다. 그다음도 마찬가지다.


“또한, 공석인 경상 좌도 관찰사에 박진을 임명하겠소. 그 밖에 경상좌병사에는······.”


광해의 입에서 나오는 이름은 ‘파격’이란 단어로 표현해도 좋을 만큼, 수많은 지방관이 빈자리를 차지했다.

그중에는 의병이 상당히 많았다.

이걸 보아, 지난 며칠간 계속 생각했음이 분명하다.

단, 마지막은 이렇게 장식했다.


“다만 이는 임시직이니, 전하께 말씀드린 후에 반드시 교지를 내리도록 하겠소.”


교묘하게 선을 지키는 세자를 보며, 대신들은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 * *


소식을 들었을까? 아니면, 원래 근처에 머물다가, 누군가에게 전달받았을까?

다음 날 일찍, 김성일이 광해를 찾아와 엎드렸다.


“신, 잘못된 판단으로 나라와 백성에게 크나큰 죄를 지었사옵니다. 당장 혀를 깨물고 죽어 마땅하나, 저하께서 기회를 주셨으니, 죽을 각오로 가장 앞장서서 왜적과 싸우겠나이다.”


그의 몰골은 눈 뜨고 못 봐줄 정도였다.

의복은 오랫동안 제대로 갈아입지 못했는지, 여기저기 얼룩졌으며, 그나마도 찢어져 있었다.

짙은 눈그늘이 가득한 수척한 얼굴 또한 며칠 동안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음이 분명해 보였다.

덥수룩하게 자란 수염과 헝클어진 머리카락도 마찬가지.

하지만 광해는 보았다. 고통과 자책이 깊게 스며든 김성일의 눈동자에 앞으로의 결의가 담겼다는 것을.

잠시 침묵하던 광해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관찰사는 일어나시오.”


그는 아예 김성일을 전날 임명한 관찰사로 불렀다.


“과거의 잘못은 이미 지나간 일. 나는 관찰사의 능력과 경험이 국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소.”


너무나도 부드럽고 따뜻한 음성이었다. 서러움이 폭발했을까? 고개를 든 김성일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저하······.”


목이 메어, 뒷말을 이을 수 없었다.

그를 보는 대신 중 일부도 그랬다. 특히, 류성룡 역시 울컥하는 뭔가가 가슴에서 요동쳤다.

한데, 광해는 또 다른 의미로 인정사정없었다.


“그대의 충절을 의심한 바도 없소. 하니, 서둘러 준비하시오. 마침 오늘 우리는 남쪽을 향해 나아갈 것이오.”

“저하······.”

“단, 좀 전에 한 말을 꼭 지키시오. 남쪽 수복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시오. 공을 세우시오. 그것이 관찰사의 과오를 메우는 유일한 길이요.”


같은 말만 반복하던 김성일이 이번에는 결연한 표정으로 머리를 땅에 쿵 찍었다.


“신, 목숨을 바쳐 이 은혜에 보답하겠나이다.”


이제 대전에는 울컥하는 사람보다 웃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그중 가장 환하게 웃는 사람이 바로 광해였다.

그렇지만 이 웃음이 잠시 후에 싹 사라지고, 분노와 경멸의 표정이 자리했으니.

바로 임해군 이진 때문이다.


* * *


전날 질펀하게 놀았나 보다. 김성일과 다른 의미로 몰골이 엉망진창인 이진이 광해를 찾아왔다.


“딸꾹, 동생아. 이번에 나도 가야겠다.”

“······.”

“딸꾹. 왜 그렇게 쳐다보니? 너만 공을 세우라는 법 있어? 나도 아버님께 잘 보이고 싶단 말이다.”


혀는 반쯤 꼬였다. 눈은 동태눈깔처럼 흐릿하기 그지없다. 무엇보다도 술 냄새가 진동했다.

참을 수 없었을까? 광해가 이진의 멱살을 잡았다.


“컥······.”


둘만 있는 자리여서였는지, 광해는 전날과 완전히 다르게 대했다. 이진을 부르는 말도 그랬다.


“너는 모르지? 네가 당장 죽어도 싼 인간 말종이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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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6 +2 24.09.12 798 25 12쪽
70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5 +3 24.09.11 881 28 13쪽
69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4 +3 24.09.10 908 2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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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1 +3 24.08.30 1,231 3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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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7 +2 24.08.28 1,204 37 11쪽
55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6 +6 24.08.27 1,256 42 12쪽
54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5 +5 24.08.26 1,282 42 12쪽
53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4 +1 24.08.25 1,303 40 12쪽
52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3 +3 24.08.24 1,353 45 11쪽
51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2 +1 24.08.23 1,406 39 12쪽
50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1 +1 24.08.22 1,435 3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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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물속에서, 바다에서 - 7 +3 24.08.20 1,400 40 13쪽
47 물속에서, 바다에서 - 6 +1 24.08.19 1,424 46 12쪽
46 물속에서, 바다에서 - 5 +3 24.08.18 1,438 47 11쪽
45 물속에서, 바다에서 - 4 +2 24.08.17 1,445 4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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