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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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5441_nipa0711
그림/삽화
BingAI
작품등록일 :
2024.07.12 02:28
최근연재일 :
2024.08.14 00:00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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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1,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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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2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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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커피, 좋아하시나요(2)

DUMMY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이 원두를 인근 마을 우체국까지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마스터라고 불리는 바리스타가 저에게 원두 배달을 요청했습니다.

어쩌죠?

들어줄까요?

인근 마을 까지라면, 가는 길에 그냥 맡기면 되니깐 큰 문제는 없긴 한데 말이죠.

고민하던 저에게 바리스타님이 한 마디 더 덧붙입니다.

"이거는 저희 농장이 자랑하는 가장 최고급 원두 입니다만, 보답의 의미로 이걸 드리겠습니다."

최고급 원두래요. 최고급.

흐음.

어떻게 하죠?

사실 커피에 대해 잘 모르느니, 저게 뭔지는 솔직히 모르지만요.

그래도 최고급이라고 하니, 설레입니다.

"가까운 곳에, 괜찮은 카페가 있다면, 그 곳의 바리스타 분께 이 원두를 이용해달라고 하시면 상당히 뛰어난 커피 한잔을 마실 수 있습니다. 저도 괜찮은 곳을 여럿 알고 있지만, 위치가 괜찮을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군요."

바리스타님이 그렇게까지 나온다면야...

할게요.

하겠습니다!

그 최고급 원두, 한번 마셔보겠습니다.

안되면, 타일러에게 협상 재료로 써먹을 수도 있겠지요.

뭘 받아낼지는 나중에 천천히 생각해보도록 하지요.

"가까운 마을의 우체국인가요? 알겠습니다."

원래라면 이미 며칠전에 여유있게 출고가 되었을 상황인데, 최근 며칠간 내린 폭우로 인해서 이 산간 마을에서 꼼짝을 못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비가 그치고 보니 마을 밖으로 나가는 유일한 다리가 붕괴되었는데, 수리가 될 시점에서는 늦을 모양입니다. 고객이 미리 주문을 했는데, 제 때 공급을 못하게 되면, 그건 판매자로서 큰 감점사유일테니까요.

"번거롭게 해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마법사님."

"어라? 이 주소는..?"

"어떤 문제라도 있으신가요?"

"제가 가는 곳 인근 같군요. 직접 배달해버리죠."

마법사님을 어떻게 번거롭게 그렇게 하느냐니, 거리가 상당하다느니... 바리스타의 이야기를 한 귀로 흘러내보내곤, 그 작은 상자를 제 가방에 넣었습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정말로 감사합니다!!"

저는 고개 숙여 인사하는 바리스타와 직원분을 뒤로 하고, 빗자루를 타고서는 지면을 박차고 하늘 위로 올라갔습니다.


휘이이이이이이잉~

"꺄악!"

저는 갑작스럽게 나무에 충돌할만큼 급격하게 내려가는 것을 느끼자마자 빗자루를 힘껏 부여잡고는 세밀하게 조종을 시도 합니다.

난기류의 일종인 급변풍 입니다. 강한 상승기류나 하강기류를 나타내는 이 현상은, 저를 순식간에 저 높은 하늘로 올려보내거나, 지면으로 곤두박질 치게 만들 수 있는 무시무시한 놈 입니다.

"우왓!"

이번에는 마치 덜컹덜컹하는 기분으로, 아래 위로 왔다갔다하는 그런 상황입니다.

이 지역의 대기가 상당히 불안정한 모양입니다.

아예 높게 높게 날아올라, 이 산 보다도 훨씬 더 높은 하늘로 올라가버릴까요?

그러나 그렇게 되면, 일단 헤드셋부터 꺼내써야 되고, 귀찮은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다른 비행기로 부터 안전할려면 항공 교통 센터에 연락해야 되고, 또 순서 기다려서 내려가야 되고, 때로는 불필요하게 하늘을 빙글빙글 돌아야 될 수도 있으니까요. 높은 하늘을 나는데 연락하지 않는다면, 주의를 넘어서 경고 조치를 받을지도 모릅니다. 공인 마법사 자격을 획득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기록에 남는 무언가를 받을수는 없지요. 암요.

그러면, 아예 내려가서 걸어가... 는건 제 선택지에는 없습니다.

옛말에 그런 말도 있잖아요?

3보 이상은 차를 타지, 걷지 않는다는 말이요.

그러니깐 걸어가는 것은 패스 입니다.

걸어갈 생각 없어요. 아직 땅도 굳지 않은, 이 질퍽하고 미끄럽고 위험한 곳을 걸어갈 생각이 저는 전혀 없어요.

주위를 한번 봐봐요. 누가 있나요?

아무도 없죠?

걸어가면 안된다는 거에요.

남은 선택지는 어쩔 수 없이, 빗자루를 탄채로 조심스럽게 날아가는 것 밖에 없군요.

그나마 다행이라면, 떨어져서 죽은 마법사는 없다는 것 정도일까요.

정상적인 루트로, 정규 교육을 받은 마법사 한정입니다. 물론, 제 정신으로 날고 있어야 되구요.

술에 취해서, 약물에 취해서는, 비행까지 가지 않아도, 그냥 걸어가다가도 사고 나서 다친 마법사 이야기는 셀 수 없이 들었으니까요.

모름지기 정도를 걷는 마법사라면, 평지에서 조심스럽게 두 다리를 땅에 떼고 날고 있다라는 것 부터 시작하겠지요. 그런 다음에는 날고 있는 상태로 앞으로 가기. 그 다음에는 방향을 돌리기, 뒤로 가기를 배우겠지요. 지면에서 살짝 뜬 상태로 익숙해졌다면, 그 다음은 자신의 키 보다 조금 높이 나는 것과, 그 높이에서 안전하게 내려가는 법 부터 배우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정상적인 마법사라면, 자신의 한계를 알고, 자신이 날고 있는 높이에서는 떨어져 죽지 않아요.

어떻게든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는 상황에서만 날기 때문이니까요.

그건 저 높은 하늘을 날더라도 다르지 않습니다. 중고도 높이 이상부터는 관련 교육 수료 및 자격 획득도 의무인데, 그 과정에서는 안전하게 내려오는 법을 입증하는 내용도 있으니까요. 참고로 저는 고고도 자격까지 다 획득한 몸이랍니다. 데헷.

그러니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가지고, 힘차게 비행을.

"우와아아아아아앗"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과, +G와 -G 가 번갈아 나타나는 이 난기류 안에 있는 것과는 전혀 별개의 이야기 입니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입니다.

결코 유쾌한 기분이 아니에요!!!


"후아. 드디어 끝이다."

저는 한참을 고생한 끝에, 드디어 이 높은 산과는 바이바이 입니다.

울창한 숲 속에 드문드문 있는 마을들 위로 지나가며, 다시 한참을 날아간 뒤, 목적지인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무엇을 할까요?

아까 전달을 받은 원두 배달부터 할까요?

아니면, 숙소부터 잡을까요?

흐음. 고민입니다.

숙소부터 가게 된다면, 왠지 모르게 침대위에 누웠다가, 한참을 잠들어 버리지 않을까요? 그러니깐 배달부터 갈까요?

그런데, 일단 숙소에서 짐 정리도 하고, 가볍게 샤워를 한 다음에, 옷을 갈아입고, 배달을 한 뒤에, 상쾌한 마음으로 여유를 즐기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뭐가 좋을까요?

아, 생각해보니, 아까 급변풍만 만나지 않았더라도, 숙소부터 갔을꺼 같은데, 너무나 신경을 써서 무척이나 피곤한 상태입니다. 숙소에 들어가는 순간, 뻗어버릴꺼 같기도 합니다.

어라? 저기 아래에 저 분은? 타일러 처럼 생겼는데요? 타일러는 아직 일하고 있을테니, 선택지에 없었는데 말이죠.

타일러가 맞긴 할까요?

가볼까요?

가보죠.

저는 빗자루를 부드럽게 조종해서 지면으로 서서히 다가갔습니다.

혹시라도 아니라면 뻘줌해질 수 있으니깐, 일단은 크게 한 바퀴 돌면서, 신원을 확인해볼꺼에요.

타일러가 맞네요?

혹시 숨겨진 쌍둥이 인걸까요? 아니면 도플갱어? 혹시 지긋지긋한 악연의 그 애드버씨? 애드버씨라면 엉덩이를 강하게 차 버릴꺼에요.

"타일러?"

타일러라고 생각하는 그 사람의 뒤로 돌아가서, 타일러를 불러봤습니다.

맞으면 뒤돌아설테고, 아니면 반응을 하지 않겠죠.

"루시? 여기서 볼 줄은 생각못했는데."

타일러가 맞았습니다.

"일은 끝나셨나요?"

"아, 조금 골치아파져서 말이지. 아마 내일 해야 될 것 같아서, 일단은 오늘은 끝냈지."

나이가 더 먹었음에도 여전히 그 날카로운 인상을 유지하고 있는 그는 바로 타일러 샤프 입니다. 오늘도 그의 안경은 번쩍번쩍 빛나며, 태양빛을 반사시키고 있었습니다.


타일러가 커피 한잔 하러 가자며 안내한 곳은, 우연히도, 어쩌면 필연적으로, 제가 원두를 건네주어야 할 바로 그 카페 였습니다.

"심플 이즈 베스트...?"

상당히 독특한 카페 이름입니다.

타일러는 왜 이 카페의 이름이 이런지 알고 있는 눈치 입니다만, 알려주지는 않는군요. 직접 경험해봐라는 의미 같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자그마한 종소리가 울려퍼집니다. 가게 안에는 먼저 온 손님들도 여럿 있었지만, 붐비지는 않는 모습 입니다.

"어서오세요. 주문은 토끼, 아니, 커피 입니까?"

말이 꼬였는지, 실수를 한 바리스타 분이 황급히 찻잔 뒤에 숨은 채 눈만 빼꼼 내밀고 있는 모습에서 상당히 귀엽다고 생각했습니다.

"네. 두 잔으로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라고 이야기한 바리스타 분이 얼굴을 붉힌채 황급히 커피를 준비하러 갔습니다.

그 사이, 밖이 잘 보이는 창가의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생각해보니 타일러와 단 둘이 이야기해보는 경험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기억 입니다.

무슨 이야기를 해야 될까요?

어색하지는 않을까요?

아, 선물은 언제 주는 게 좋을까요?

지금 무심코 꺼내 주는 게 좋을까요?

이런저런 생각을 해본 것도 무의미하게, 타일러가 먼저 이야기를 시작했고, 어느샌가 저는 타일러와의 이야기에 빠져 버렸습니다.

"주문하신 커피 두 잔 나왔습니다."

바리스타 분이 직접 커피 두 잔을 갖고 와서는, 저희 테이블에 내려놓는데, 어라? 한 눈에 봐도 커피가 다릅니다?

이게 무슨 일 일까요?

주문은 그냥 커피 두 잔이였는데 말이죠?

묻지마 에스프레소나 묻지나 아메리카노나 묻지마 드립커피 같은 것을 예상했는데, 예상이 빗나가버렸습니다.

아니, 종류가 뭐가 되었건간에 같은 커피를 가져다 줘야 되는게 맞지 않나요?

이상하죠?

이상합니다.

어쩌죠?

항의할까요?

테이블 엎어 볼까요?

사장 나와를 한번 해볼까요?

"커피 종류가 다르군요."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바리스타 분께 이야기 해봅니다. 분명히 어떤 이유가 있겠지요. 스스로 가져왔는데 설마 주문을 착각하지는 않았겠지요.

"앗. 넵. 일단 드셔보시고, 마음에 안드시면 이야기 해주세요. 다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왜 다른지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고, 일단 마셔봐라는군요.

좋습니다.

마셔보죠.

커피잔을 들고, 한 입을 살짝 입에 머금자마자, 그 커피향이 부드럽게 코를 자극합니다.

"아..."

뭐라고 해야 될까요.

이런 커피 맛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맛있지? 여기는 그냥 커피 주문하면, 사람마다 다 다르게 주더라고. 어떻게 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실망하는 사람은 나는 한 명도 못 봤어."

타일러가 이야기 했습니다.

커피계의 오마카세 일까요?

주인장이 알아서 해준다는 것일까요?

"예전에 궁금해서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이유가 있긴 하더라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차피 카페에 와서는 한 잔을 시켜 마시고, 또 대부분이 하루에 한 번 오는데다가, 많은 경우는 그냥 우연히 들리게 되는 경우라나봐. 그래서 아예 그 사람에게 맞는 최고의 한 잔을 대접한다는게 이 가게의 모토라나? 어떻게 그게 가능한건지는 여전히 모르겠지만."

타일러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이 카페의 이름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우와... 어떻게 그게 가능한거죠?"

"글쎄. 나도 여전히 궁금하네."

뭐 마실까 고민할 필요도 없는데, 항상 맛있는게 나온다는 이야기 입니다.

"가격은 어떻게 하죠? 다 같을리는 없을테잖아요?"

"그건, 랜덤박스라고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메뉴판의 가격은 다 다르지만요."

바리스타 분이 다가와서는 맛은 어떤지, 불편사항은 없는지 이것저것 물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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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마법3부 이야기(3) 24.08.14 3 0 14쪽
33 마법3부 이야기(2) 24.08.13 5 0 15쪽
32 마법3부 이야기 24.08.12 8 0 13쪽
31 그 조직에 들어가지 마세요(8) 24.08.06 8 0 14쪽
30 그 조직에 들어가지 마세요(7) 24.08.03 6 0 13쪽
29 그 조직에 들어가지 마세요(6) 24.08.02 8 0 13쪽
28 그 조직에 들어가지 마세요(5) 24.08.01 7 0 14쪽
27 그 조직에 들어가지 마세요(4) 24.07.31 7 0 13쪽
26 그 조직에 들어가지 마세요(3) 24.07.28 10 0 12쪽
25 그 조직에 들어가지 마세요(2) 24.07.27 6 0 13쪽
24 그 조직에 들어가지 마세요 24.07.26 9 0 13쪽
23 폴터가이스트(12) 24.07.25 9 0 15쪽
22 폴터가이스트(11) 24.07.24 8 0 13쪽
21 폴터가이스트(10) 24.07.23 8 0 16쪽
20 폴터가이스트(9) 24.07.22 9 0 13쪽
19 폴터가이스트(8) 24.07.21 9 0 13쪽
18 폴터가이스트(7) 24.07.21 8 0 14쪽
17 폴터가이스트(6) 24.07.19 7 0 13쪽
16 폴터가이스트(5) 24.07.19 9 0 12쪽
15 폴터가이스트(4) 24.07.18 10 0 13쪽
14 폴터가이스트(3) 24.07.17 9 0 13쪽
13 폴터가이스트(2) 24.07.16 8 0 13쪽
12 폴터가이스트 24.07.16 9 0 12쪽
11 뻔한 사기라구요(8) 24.07.12 8 0 13쪽
10 뻔한 사기라구요(7) 24.07.12 9 0 13쪽
9 뻔한 사기라구요(6) 24.07.12 7 0 11쪽
8 뻔한 사기라구요(5) 24.07.12 6 0 14쪽
7 뻔한 사기라구요(4) 24.07.12 7 0 12쪽
6 뻔한 사기라구요(3) 24.07.12 11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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