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질서의 램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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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콩
작품등록일 :
2024.07.14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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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8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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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5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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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2. 질서 붕괴 (6)

DUMMY

생산자 대광장까지 유트니아군이 진입하는데 나온 사망자 0명, 하지만 결국 한 순간에 이 모든 이들의 머리에 스크림 대원들의 총구가 겨눠졌다.

인질이라는 변수는 유트니아군에게 강력하게 작용했다.

헤오스는 대광장 중앙의 동상 바로 앞에 섰다.

동상이 바라보는 쪽에 유트니아군들을 무릎 꿇어 앉혀놓고, 동상의 옆에는 인질 3명을 세워 놓았다.


"미안하네."


레오나드는 고개를 푹 숙이고 말했다.


"내가 이런 위험한 작전을 재촉해버린 탓이다."


동상을 중심으로 서 있는 그들 주위를 수많은 스크림 대원들이 거리를 두고 둥글게 감쌌다.

헤오스는 권총 하나를 손에 쥔 채로 유트니아군들을 바라봤다.

스크림 대원 하나가 카메라를 놓자,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도 이 정도가 될 줄은 몰랐다만... 적어도 실망하진 않았다."


손에 쥔 권총을 마치 자신의 손가락인 듯, 유트니아군들에게 총구로 마구 삿대질을 했다.

반면에 목소리는 굉장히 절제 돼 있었다.

이 모습을 담고 있는 카메라 영상은 방송국까지 전해지고 있었다.


"우리가 있는 걸 알면서도 곱게 이 땅에서 자리를 피해주다니."


"우리?"


레오나드는 화에 억눌린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그 동안 우리 유트니아군에 몸 담았던 시간은 뭐냐? 헤오스 오스먼드 하사."


"헛되이 쓰진 않았다."


한 스크림 대원이 준비라도 한 듯, 헤오스에게 다가가 자신의 기관총을 건넸다.

헤오스는 한 손에 기관총을 쥐고 말했다.


"이걸 봐라. 이 총도 다 너희 쪽에서 받은 거다."


유트니아 표식이 그려진 유트니아제 기관총이었다.

로건이 이 사태에 대해 우려하던 게 이런 것이었다.

스크림이 소지한 총기는 대부분 유트니아군, 수호자군에게서 밀수해 얻은 것이었다.

헤오스를 비롯해 사방팔방 숨어든 스크림의 조력자들이 무기를 잔뜩 빼돌린 결과였다.


"역시..."


"내부에 동조자가 있다는 건가?"


"어디든지 있어."


스크림의 원동력은 두 권력으로 이루어진 부패한 체제에 대한 분노였다.

리베르타인 하늘 아래 분노라는 감정은 어디를 가도 존재할 수 밖에 없었다.

계급과 사상을 떠나 이 체제에 분노한 이들은 셀 수 조차 없었고, 몇몇은 스크림에 가담하기까지 이르렀다.


"같은 곳에 몸 담았다고 같은 편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야. 너희도 지금 다른 곳을 보고 있는 것 처럼."


헤오스는 기관총을 다시 스크림 대원에게 건넸다.

기관총을 받은 스크림 대원은 원래 위치로 돌아갔다.


"하지만 우린 달라. 우린 잘못된 질서를 뒤집기 위해 하나로 뭉쳤다. 다 같은 곳을 바라보면서 말이다."


헤오스의 말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분노로 뭉쳐 하나가 된 스크림은 강력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우린 지금 질서를 다시 세우고 있지."


"그럼 우리에게 총구를 돌려! 왜 무고한 생산자들을 학살하나!"


"이들이 죽어가는 것도... 결국 다 너희가 자초한 일이라고 생각 안 해봤나?"


레오나드가 소리를 지르자, 헤오스는 곧바로 받아쳤다.

반박할 수 없는 사실에 레오나드는 그저 분노하며 헤오스를 노려볼 뿐이었다.

헤오스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아, 미안.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마음을 모을 수 있게 됐지만 말이야."


"정말, 나라 하나를 갖고 노는군..."


리베르타인이라는 거대한 국가가 테러리스트의 손에 휘둘리고 있는 사실은 비통할 따름이었다.

감정이 제대로 실린 레오나드는 계속해서 분노하며 말했다.


"유트니아 주둔군이 전부 돌아오면 너희가 설 자리가 있을 것 같나? 두렵지도 않냐는 말이다!"


"두렵지 않다."


헤오스는 차분했고, 자신만만했다.


"너희들이 우릴 잡으러 몇이 몰려 오든, 어떤 짐승 새끼 같은 살인 병기가 오든 상관 없어."


삐이익!


대광장의 스피커가 갑자기 불쾌한 소리를 냈다.

갑자기 지켜보던 스크림 대원이 인질 하나에게 다가갔다.


"무릎 꿇어."


"어... 예?"


그는 인질의 다리를 걷어 찼다.

인질은 힘 없이 무릎을 꿇었다.

스크림 대원은 작은 마이크 하나를 인질의 가슴 주머니에 달았다.


"대원들이여! 우리는 수호자의 땅으로 진격할 거다!"


그는 품에서 칼을 꺼내 인질의 오른쪽 뺨에 갖다 댔다.

로건은 칼을 보고 분노에 차 일어났다.

그러자 스크림 대원들의 총구가 로건에게 집중됐다.

로건은 주변을 돌아보고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헤오스는 인질을 바라보기 시작했고 몇몇 스크림 대원들은 귀를 막았다.


"이 의식이 모두 끝나면!"


"그만둬!"


헤오스는 두 팔을 양 옆으로 벌렸다.

로건을 비롯한 모든 유트니아군, 심지어는 스크림 대원들까지 눈살을 찌푸리기 시작했다.

반면 헤오스는 환희에 찬 웃음을 지었다.


"아아아아악!"


귀를 찢어버릴 듯한 비명 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퍼졌다.

땅과 공기를 타고 전해지는 진동이 대광장에 있는 모든 이들의 몸을 타고 흘렀다.

비명 소리는 대광장을 넘어 먼 곳까지 퍼지고 있었다.

로건은 굉음에 고통스러워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인질의 오른쪽 뺨에 선명히 난 칼침 자국에서 피가 분수 새듯이 흘렀다.

스크림 대원은 계속 비명 지르는 인질의 입을 손으로 막고 머리채를 잡았다.


"들리나!"


잠시 조용해진 공기에 헤오스가 큰 소리로 외쳤다.


"고통에 찌들어 있던 우리 마음 속 비명 소리가!"


로건은 이를 악 물고 공포에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


"와아아아아!!"


스크림 대원들이 헤오스를 보며 환호했다.

로건은 고개를 돌리며 스크림 대원들을 바라봤다.

어떤 대원들은 총을 하늘로 마구 쏘았고 어떤 대원들은 박수 갈채를 보냈다.


"아직이다!"


헤오스가 말하자 환호성은 줄어들었다.


"대원들! 아직 환호하기 이르다!"


헤오스는 손가락으로 수호자의 탑 꼭대기를 가리켰다.

차분하던 헤오스는 격양된 듯 떨리는 목소리를 뱉었고, 손을 부들거렸다.


"아직 저 탑의 꼭대기까지... 소리가 닿지 않았어."


스크림 대원이 이번에는 인질의 왼쪽 뺨에 칼을 갖다 댔다.


"이런 미친 새끼들을 봤나!"


로건은 참다 못 해 욕설을 뱉었다.

레오나드는 발걸음을 움직이려는 로건의 손을 붙잡아 멈춰 세웠다.

로건이 아래를 내려다 보자, 레오나드는 이미 눈에 초점이 없어진 상태였다.


"이 땅의 비명 소리가 저 미련한 것들의 귀에 닿을 때까지! 우린 멈추지 않는다!"


"그... 그... 그만! 그만 해주시오!!"


"우리는 스크림이다!"


헤오스의 목소리는 대광장 전체에 울렸다.


공포스러운 표정의 유트니아군, 환호하는 스크림 대원들,

질서를 수호하는 유트니아군, 질서를 뒤집고자 하는 스크림,

하나가 되지 못한 유트니아군, 하나가 된 스크림.

모든 것이 대조적이었다.


이 땅에 만연한 끔찍한 비명 소리는 곧 패배하고 있음을 알렸다.

스크림이 잡히는 모든 걸 박살 내는 이유였다.

지켜보기만 하는 유트니아군들에게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슝!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공기를 가르는 무언가가 빠르게 날아왔다.


"으윽!"


칼을 든 스크림 대원이 가슴을 잡고 휘청거렸다.


"으으윽!"


굳게 쥐고 있던 칼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리고 입에서 피를 토하다가 결국 쓰러졌다.

헤오스는 어리둥절하게 그를 쳐다봤다.

고개를 내밀어 쳐다본 스크림 대원의 가슴에는 푸른색 연기가 피어올랐다.

모든 유트니아군들, 스크림 대원들은 침묵했다.

헤오스가 눈을 부릅 뜨고 쓰러진 스크림 대원을 빤히 쳐다봤다.

그 때, 그의 뒤쪽에서 푸른 연기가 흘러나왔다.

헤오스는 뒤를 돌아봤다.


우웅!


헤오스의 시선에 램페이지의 얼굴이 들어왔다.

당황해 커진 눈으로 램페이지의 위아래를 훑어보았다.

램페이지가 밟고 있는 땅에서 시작된 파동은 생산자 대광장을 통째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뭐냐? 저 괴물은?"


"푸른색 살인 병기... 그 이야기가 진짜였냐?"


스크림 대원들은 천천히 뒷걸음질 치며 거리를 벌렸다.

몇몇 스크림 대원들은 겁도 없이 이 쪽에 총을 겨눴다.


콰아앙!


램페이지는 굉음과 함께 엄청난 바람을 사방에 뿜었다.

헤오스는 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며 그 곳에 얼어붙었다.

램페이지의 등에서 강철로 이루어진 길고 단단한 4개의 뱀 같은 물체가 튀어나왔다.

푸른 빛이 물체를 타고 선을 그리더니 끝 부분에 모여 더욱 진하게 빛났다.

수많은 전차포가 포탄을 뿜어내 듯이 사방으로 푸른 빛의 포탄들이 뻗어 나갔다.


콰과광!


포탄은 동상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주변에 서 있던 스크림 대원들에게로 쏟아졌다.

푸른 불꽃이 벽을 만들며 피어올랐다.

동상 주변의 유트니아군들, 인질들, 그리고 헤오스가 밟고 있는 땅을 남겨둔 채, 생산자 대광장은 쑥대밭이 됐다.

전투 폭격기의 고공 폭격과도 맞먹을 듯한 엄청난 위력이었다.

헤오스는 단숨에 자신의 부하를 모두 잃었고 카메라를 통해 촬영되던 영상은 까만 화면으로 바뀌었다.

포격이 끝나자 램페이지의 포는 순식간에 등으로 모이더니 모습을 감췄다.


"내가 한 말은 네 귀까지 닿았나 모르겠군."


램페이지는 주먹을 꽉 쥐고 헤오스를 향해 걸어갔다.


"친절하게 찾아가 주겠다는..."


헤오스는 당황한 기색이었지만, 손에 총을 꽉 쥐고 램페이지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램페이지가 헤오스의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대려는 순간이었다.


"죽이지 마시오!"


레오나드는 손을 뻗으며 다급하게 말했다.

램페이지는 바로 동작을 멈췄다.

유트니아군들은 난생 처음 보는 충격적인 광경에 말을 잇지 못 했다.


"당신... 뭡니까?"


램페이지는 헤오스의 손에 있던 권총을 빼앗은 후, 그를 옆으로 밀쳤다.

헤오스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저는 램페이지..."


램페이지는 곧 젠의 내면으로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뒤 돌아 유트니아군을 보며 말했다.


"유트니아의 비밀 병기입니다."


모든 유트니아군들이 충격에 사로잡혔지만, 로건과 그랜트의 충격은 그에 비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젠?"


"이럴 수가..."


난생 처음 본 병기에서 모습을 드러낸 한 소년은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

곧 이 곳을 넘어 세계를 충격에 빠뜨릴 운명이었다.

그럼에도 젠은 단단히 결심한 듯, 어깨를 당당히 펴고 로건과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를 보며 고뇌에 빠져 길을 잃었던 순간을 회상했다.

로건이 떠나는 걸 바보 같이 지켜보기만 한 후였다.


"미안하지만... 우리가 말려야 할 이유가 없잖아."


레이가 초조해 하던 젠에게 말했다.


"이렇게 난장판이 된 곳에 자기 의지로 남았다는 건... 처음부터 싸울 생각이신 거야. 로건은..."


젠은 고개를 푹 숙이고 머리를 부여잡았다.


"레이, 이게 맞는 선택일까?"


젠은 어느 때보다 이 순간, 머리 속이 어지러웠다.


"이 정도의 힘을 가진 채로... 이 어두운 지하에 틀어 박혀있다니..."


목숨을 버려야 할 수도 있는 상황.

그걸 알면서도 총 하나 들고 나서는 로건을 보고 자신을 한탄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럼, 저 많은 스크림 대원을 아까처럼 피투성이로 만들고, 로건을 구할 자신은 있어?"


레이는 젠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후회하지 않을 자신은?"


레이의 말에 아까 당당하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이제 눈에 띄는 놈마다 다 찾아 가주도록 하지! 친절하게 하나씩!"


누가 봐도 자신감이 묻어 나온 말이었다.

하지만 그 말에 대해 후회를 느낀 건 뒤를 돌아 참상을 확인했을 때였다.

레이를 보며 했던 겁을 먹으면 시들어 버릴 것이라는 말?

이 이상 저지르고 싶지 않아 되도 않는 변명을 던진 것 뿐이었다.

살인 병기로 변해가는 모습에 레이가 실망할까 스스로가 선을 그으려고 했다.

하지만 TV 속에 비치는 저 녀석들의 만행, 저건 분노를 넘어선 광기였다.

그들의 열기는 강력한 누군가가 겁을 준다고, 따뜻한 누군가가 위로해준다고 식을 게 아니었다.

함께 고통 받던 같은 생산자로서 동정하기에는 이미 모든 선을 넘어버렸다.

이젠 젠 크루스가 아닌 램페이지로서 이름을 알려야 할 때가 왔다.

아직도 용케 피폐하지 않은 생산자들에 대해 보답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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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Chapter8. 성장의 시간 (3) 24.09.07 10 0 11쪽
28 Chapter8. 성장의 시간 (2) 24.09.01 17 0 11쪽
27 Chapter8. 성장의 시간 (1) 24.09.01 16 0 12쪽
26 Chapter7. 원래대로 (2) 24.08.31 11 1 12쪽
25 Chapter7. 원래대로 (1) 24.08.31 15 1 11쪽
24 Chapter6. 질서 없는 인연 (6) 24.08.30 21 1 11쪽
23 Chapter6. 질서 없는 인연 (5) 24.08.30 20 1 13쪽
22 Chapter6. 질서 없는 인연 (4) 24.08.29 14 1 11쪽
21 Chapter6. 질서 없는 인연 (3) 24.08.28 16 1 12쪽
20 Chapter6. 질서 없는 인연 (2) 24.08.27 23 3 11쪽
19 Chapter6. 질서 없는 인연 (1) 24.08.15 23 3 11쪽
18 Chapter5. 굳건한 뿌리 (4) 24.08.14 17 3 15쪽
17 Chapter5. 굳건한 뿌리 (3) 24.08.13 20 3 13쪽
16 Chapter5. 굳건한 뿌리 (2) 24.08.12 21 3 11쪽
15 Chapter5. 굳건한 뿌리 (1) 24.08.05 34 3 13쪽
14 Chapter4. 잔혹한 집행관 (3) 24.08.04 27 3 11쪽
13 Chapter4. 잔혹한 집행관 (2) 24.07.22 38 3 13쪽
12 Chapter4. 잔혹한 집행관 (1) 24.07.21 38 2 16쪽
11 Chapter3. 줄기를 꺾다 (3) 24.07.21 43 2 16쪽
10 Chapter3. 줄기를 꺾다 (2) 24.07.21 38 2 15쪽
9 Chapter3. 줄기를 꺾다 (1) 24.07.15 71 2 14쪽
» Chapter2. 질서 붕괴 (6) 24.07.15 35 2 13쪽
7 Chapter2. 질서 붕괴 (5) 24.07.15 36 2 14쪽
6 Chapter2. 질서 붕괴 (4) 24.07.15 44 2 13쪽
5 Chapter2. 질서 붕괴 (3) 24.07.15 46 2 13쪽
4 Chapter2. 질서 붕괴 (2) 24.07.15 71 2 19쪽
3 Chapter2. 질서 붕괴 (1) 24.07.14 64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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