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질서의 램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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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콩
작품등록일 :
2024.07.14 21:13
최근연재일 :
2024.09.08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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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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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6. 질서 없는 인연 (3)

DUMMY

"아이고... 쑥스럽게 뭘 그러십니까."


루이는 웃으며 마틴에게 다가왔다.

그는 부잣집 도련님 느낌의 귀티가 잔뜩 풍겼다.

꽤나 앳된 얼굴에 하얀 피부, 잘생긴 외모는 타고난 인물이었다.


"바로!"


마틴이 손을 내리자 모든 군인들이 함께 손을 내렸다.


"여긴 잘 지내고 있습니까?"


"예. 문제 없습니다."


루이와 마틴이 악수를 하며 인사했다.

서로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아 꽤나 친분이 있는 듯 했다.

젠은 멀리서 그의 모습을 봤다.


"저 사람... 어디선가 본 적이 있어."


루이 셰퍼드, 리베르타인 최고의 과학 천재라고 불리는 남자였다.

과학에서의 재능만으로 어린 나이부터 영향력을 발휘한 인물이었다.

수호자 정부의 공식 연구 재단의 대표자로서 과학 지식을 빠짐 없이 보관하고 있는 이였다.

과학계에서 모두의 이상과도 같은 존재였다.

젠은 과거 학교를 다니던 시절 교과서에서 본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별 것은 아니다만..."


화물 트럭이 열리자 모두의 입이 벌어졌다.

고기, 과일을 비롯하여 비싼 과자까지 잔뜩 안을 채우고 있었다.


"셰퍼드 연구 재단에서 지원을 좀 하겠습니다. 이 곳 사람들과 즐기시길 바랍니다."


마틴은 고마움에 어쩔 줄을 몰라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마틴의 옆으로 셀레나와 프레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셰퍼드 대표님."


"셀레나, 프레아, 반갑습니다. 안 본지 꽤 됐는데 잘 지냈습니까?"


"예. 덕분에 요즘 셰퍼드 연구 재단의 자료에 잔뜩 빠져있습니다."


"공부도 좋지만, 건강부터 챙기세요."


루이는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저희 쪽에서 차라도 대접해드려도 될까요?"


"그래주시면 고맙죠."


"그럼,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루이는 군인들의 호위를 받으며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그 사이, 유트니아군들은 화물 트럭 안의 식량을 옮기기에 바빴다.

젠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루이를 따라 내부로 들어갔다.


허름한 식탁이 놓인 휴게실에서 루이는 차를 대접 받았다.

맞은 편에는 케이지 일가가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셰퍼드씨,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아뇨. 괜찮습니다. 다들 힘든 시기에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죠."


"여기까지 오는데 별 탈이 없으셨으니 다행입니다."


"모두가 잘 지켜준 덕분입니다."


"돌아가실 때도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아직 이 땅이 안전하지는 않을 겁니다."


"우리 군을 믿고 있습니다."


"곧 있으면 수호자로 신분 상승할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그럴 수록 몸을 아끼셔야죠."


"수호자..."


루이는 진지한 눈빛으로 차 한 모금을 마셨다.

그는 명예 수호자 중에서도 가장 위대한 인물이었다.

리베르타인에서 과학을 통달한 사람에게는 권력이 따를 수 밖에 없었다.

그 만큼 이 나라에서 중요한 학문이었다.

당장 수호자로 신분이 상승해도 이상하지 않을 그였다.


"확실히 가까워진 것 같긴 하군요. 넬슨 수호자의 빈자리를 채워야 하니..."


루이는 찻잔을 천천히 내려놓았다.


"근데 저는 관심이 없어요."


"예? 왜 그러십니까?"


루이는 머리를 넘기고 팔짱을 꼈다.


"그야... 수호자는 이 나라를 이끌어 가야 하지 않습니까? 솔직히 그런 쪽은 자신이 없거든요."


셀레나와 프레아는 그런 그를 동경의 눈으로 바라봤다.

셀레나는 연구원이었고, 프레아 또한 과학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더욱 빠져드는 모습이었다.


"저는 오직 과학 하나에 관심이 있어서 연구에 몰두했고, 이 재단의 대표자가 됐어요. 그것 하나로 여기까지 온 거에요. 다른 건 필요 없습니다."


"그래도, 셰퍼드씨는 수호자로서 자질이 충분해요. 만약 그 자리에 앉으시면 모두가 기뻐할 거에요."


루이는 셀레나의 칭찬에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말씀은 감사하네요."


순간, 루이는 곁눈질로 어딘가를 쳐다봤다.

그리고 갑자기 그 자리에서 일어섰다.


"잠시 화장실 좀 갔다 오죠."


"알겠습니다."


경호원들이 붙으려는 순간, 팔을 내밀어 그들을 막았다.


"잠깐, 따라 오지 마세요. 부담스럽거든요."


그는 방에서 나가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복도를 따라 홀로 걸었다.

복도를 걷던 중, 멀리서 홀로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젠을 발견했다.


"거기, 너."


젠은 루이를 바라보고 화들짝 놀랐다.


"네?"


루이의 온화한 미소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거만하게 눈을 뜨고 젠을 바라봤다.


"나 좀 잠깐 볼까?"


"예?"


루이는 갑자기 젠의 팔을 잡고 어디론가 향했다.

젠은 황당해 하며 그를 따라갔다.


"갑자기 어디로 가는 거에요?"


"내가 여기 찾아 온 이유가 너다."


모두의 앞에서 보여줬던 온화한 미소와는 사뭇 다른 소름 돋는 미소로 젠을 바라봤다.


"램페이지."


젠은 서서히 눈이 커졌다.


"지금은 젠 크루스라고 해야 하나?"


젠은 그에게서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했다.

반사적으로 그의 팔을 뿌리쳤다.


"뭡니까? 제 이름을 어떻게 아는 거죠?"


루이는 아무도 없는 방 하나를 발견하고는 젠에게 손짓했다.

젠은 잔뜩 경계심을 드러냈다.


"난 지금 너한테 궁금증이 폭발할 지경이야. 부탁할게. 잠깐 담소 나누는 것 정도는 괜찮잖아?"


루이에게서 불길한 예감이 느껴졌지만, 결국 그를 따라갔다.

명예 수호자 중에서도 정상급 인물이 하는 부탁을 거절할 수는 없었다.

그가 복도쪽 창문의 커튼을 치자 방이 완전히 그림자로 덮여서 어두워졌다.

여기서 할 이야기는 결코 밖으로 세어나가서는 안 됐다.

그도 그것을 아는 듯 했다.


"여기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았죠?"


"1구역에 거주하는 생산자라는 말을 듣고 혹시나 해서 와봤더니, 너가 있을 줄이야."


둘은 테이블에 마주 보고 앉았다.


"그냥 영락 없는 애송이잖아."


루이는 주머니에서 문서 하나를 꺼냈다.


"머피 회장이 수호자 정부에 너에 대한 보고서를 써냈다."


"보고서라고요?"


마테오의 요구에 따라 길버트가 적어낸 램페이지에 대한 보고서였다.

보고서는 셰퍼드 연구 재단에 순식간에 전해진 상태였다.


"이제 알 사람들은 웬만하면 알겠지."


젠은 이를 악 물고 몸을 떨었다.


"내전을 중단하는 조건으로 네 이름과 정보를 팔아 넘긴 거다."


그토록 비밀을 지키고 싶어하던 길버트가 결국에는 스스로 비밀을 밝혀버린 셈이었다.

젠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분해도 이해해줘. 그 노인도 감당할 수 없었겠지."


그의 말대로 떨리는 몸을 억지로 진정 시켰다.


"그래서 보고서를 보고 저를 찾아온 거군요."


"보고서를 보니 궁금증이 터지는 걸 어떻게 참겠어?"


루이는 어린 아이처럼 웃음 꽃이 잔뜩 폈다.


"젠 크루스, 나이 15세, 가족 관계는 형식 상 여동생인 레이 크루스, 램페이지의 소유자."


보고서의 첫 내용을 읽어가기 시작했다.


"8년 간의 은둔 생활을 통해 비밀을 지켜왔다."


젠을 바라보며 이를 활짝 드러내며 웃었다.

젠은 그런 그를 이상한 사람 보듯이 눈을 뜨고 바라봤다.


"재밌어, 재밌어. 여기만 읽어도 재밌다고."


"한 번 계속 읽어보시죠."


"그래. 너무 내용이 많아서 재밌는 것만 읽어볼게."


과학 천재라고 불릴 정도로 과학에 통달한 인간이 이 정도의 흥미를 느낀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만큼 램페이지는 신비로운 병기였다.


"위기 상황에 따라 새롭게 나타나는 기능, 극대화된 뇌 에너지를 바탕으로 화력을 이용한 공격, 단단히 무장 되는 전신..."


읽는 도중에 눈동자를 위로 올리며 젠을 바라봤다.


"사실이야?"


"사실이에요."


"이 정도면 유트니아의 과학이 우리를 앞섰어."


루이의 얼굴이 달아오르고 있었다.

행복하다는 심정이 여기까지 느껴졌지만, 왠지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어떻게 이런 위대한 병기를 만들어낼 수가 있지?"


"그래서, 원하는 게 뭐에요?"


"너, 나한테 건너올 생각은 없어?"


갑자기 들어온 제안에 젠은 눈을 찡그렸다.


"그럼 넌 명예 수호자가 되고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을 거야."


"싫습니다."


"이봐, 이봐. 유트니아는 너를 담을 그릇이 될 수 없어."


루이는 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마테오 헨드릭스 수호자는 한번 물면 놓지 않거든. 유트니아는 빠르면 5년."


루이는 다섯 손가락을 활짝 펼쳤다.


"그 안으로 반드시 붕괴해."


젠은 잠시 침묵했다.

유트니아의 운명은 어찌 보면 붕괴에 빠르게 다가서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것이 있었다.


"제가 아무리 머피 회장에게 신뢰를 잃었어도, 제가 난 곳을 버리는 짓은 못 해요. 저도 나름대로 지켜야 할 원칙이 있는 겁니다."


"좋아. 그렇게 나온다면..."


루이는 주머니를 다시 뒤지기 시작했다.


"이건 엄청난 기밀인데 말이야."


젠은 루이가 꺼낸 사진 한 장을 보고 갑자기 눈이 커졌다.


"너, 이렇게 생긴 녀석을 본 적 있지?"


검은 갑옷에 붉은 빛의 병기, 집행관의 사진이었다.


"있어? 없어?"


"있어요."


루이는 웃음기를 없애고 진지하게 이야기 했다.


"이 병기의 존재를 아는 인물은 이 넓은 리베르타인을 통틀어 극소수에 이르지. 이제 너도 그 극소수 중 하나야."


"혹시... 당신의 작품입니까?"


"그건 중요하지 않아."


루이는 젠이 들고 있던 사진을 다시 재빠르게 가져갔다.

그리고 문쪽을 바라보며 잔뜩 긴장하며 눈치를 봤다.


"이 병기를 아는 인물이 왜 극소수일까?"


루이는 사진을 품 안에 감췄다.


"아는 놈들은 다 이 세상에 없거든."


젠은 집행관의 무서움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에게 덜미를 잡히면 절대 빠져나올 수 없는 건 당연했다.


"무자비하고 일말의 감정 조차 없어. 오직 반역자를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무서운 병기이자 충성심 높은 장군이야."


루이는 젠을 똑바로 바라봤다.


"방송국에 있는 스크림 놈들의 시체들은 전부 네가 한 일이라고 알려지고 있어. 이 병기에 대한 정보를 그렇게 해서라도 감추는 거야."


"이런 망할..."


젠은 루이가 알려주는 진실들에 점점 스트레스가 쌓여갔다.


"그 병기에게서 살아 남은 반역자는 너 하나 뿐이야."


"반역자?"


젠은 눈을 치켜 뜨고 그를 바라봤다.


"왜 저를 반역자로 몰아가는 겁니까?"


"네 안에 그 정도의 힘이 존재한다는 것, 그 사실 만으로 넌 이미 반역자야."


수호자들에게 램페이지가 생산자의 땅을 지킨 사실은 뒷전이었다.

그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힘의 존재 만으로 권력에 불균형이 생겼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수호자들은 너, 그리고 유트니아 전체를 앞으로 반역자로 정의하고 압박해오겠지."


수호자들은 이 힘을 경계할 것이 분명했다.

신비스러운 이미지를 쓴 그들의 특성 상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었다.

이미 유트니아는 보이지 않는 압박을 받고 있었다.


"지금 수호자들은 너 때문에 애가 타고 있어. 너라는 그 존재 그 자체로 말이야."


"결론은..."


젠은 생각에 빠진 듯 눈을 감았다.


"반역자가 되지 않으려면 제가 스스로 그 쪽으로 넘어가면 된다, 이 말입니까?"


"똑똑하군."


젠은 눈을 뜨고 루이를 바라봤다.


"보고서에 또 다른 내용은 뭐가 있습니까? 제가 알아야 할 것들..."


루이는 보고서를 천천히 넘겼다.

그리고 넘기던 손을 갑자기 멈추고 씨익 웃었다.


"이건 너도 몰랐을 걸?"


젠은 또 어떤 불편한 내용이 있을지 잔뜩 긴장했다.


"램페이지의 정식 명칭은 워체르 램페이지. 워체르라는 병기의 코드 네임이다. 연구가 진행 중인 워체르는..."


루이는 기분 나쁘게 웃었다.

그리고 이 사실은 여태껏 젠 스스로도 상상하지 못한 사실이었다.


"램페이지를 포함하여 총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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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Chapter8. 성장의 시간 (3) 24.09.07 10 0 11쪽
28 Chapter8. 성장의 시간 (2) 24.09.01 17 0 11쪽
27 Chapter8. 성장의 시간 (1) 24.09.01 15 0 12쪽
26 Chapter7. 원래대로 (2) 24.08.31 10 1 12쪽
25 Chapter7. 원래대로 (1) 24.08.31 14 1 11쪽
24 Chapter6. 질서 없는 인연 (6) 24.08.30 20 1 11쪽
23 Chapter6. 질서 없는 인연 (5) 24.08.30 19 1 13쪽
22 Chapter6. 질서 없는 인연 (4) 24.08.29 14 1 11쪽
» Chapter6. 질서 없는 인연 (3) 24.08.28 16 1 12쪽
20 Chapter6. 질서 없는 인연 (2) 24.08.27 23 3 11쪽
19 Chapter6. 질서 없는 인연 (1) 24.08.15 23 3 11쪽
18 Chapter5. 굳건한 뿌리 (4) 24.08.14 17 3 15쪽
17 Chapter5. 굳건한 뿌리 (3) 24.08.13 20 3 13쪽
16 Chapter5. 굳건한 뿌리 (2) 24.08.12 21 3 11쪽
15 Chapter5. 굳건한 뿌리 (1) 24.08.05 34 3 13쪽
14 Chapter4. 잔혹한 집행관 (3) 24.08.04 27 3 11쪽
13 Chapter4. 잔혹한 집행관 (2) 24.07.22 37 3 13쪽
12 Chapter4. 잔혹한 집행관 (1) 24.07.21 37 2 16쪽
11 Chapter3. 줄기를 꺾다 (3) 24.07.21 42 2 16쪽
10 Chapter3. 줄기를 꺾다 (2) 24.07.21 37 2 15쪽
9 Chapter3. 줄기를 꺾다 (1) 24.07.15 70 2 14쪽
8 Chapter2. 질서 붕괴 (6) 24.07.15 34 2 13쪽
7 Chapter2. 질서 붕괴 (5) 24.07.15 35 2 14쪽
6 Chapter2. 질서 붕괴 (4) 24.07.15 43 2 13쪽
5 Chapter2. 질서 붕괴 (3) 24.07.15 46 2 13쪽
4 Chapter2. 질서 붕괴 (2) 24.07.15 71 2 19쪽
3 Chapter2. 질서 붕괴 (1) 24.07.14 63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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