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질서의 램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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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콩
작품등록일 :
2024.07.14 21:13
최근연재일 :
2024.09.08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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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5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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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Chapter5. 굳건한 뿌리 (1)

DUMMY

그랜트는 트럭을 타고 다시 여관으로 향했다.

거리에는 수호자군 차량과 유트니아군 차량이 스크림 소탕을 위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새벽에도 여전히 누구 하나 잠든 이들 없이 여관의 유트니아군들은 각자 할 일을 하느라 분주했다.

여관 앞의 어두운 풀숲에는 조명을 잔뜩 설치하여 숨을 틈이 없게 만들었고,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그 사이에 그랜트는 겨우 여관에 도착하여 숨을 돌렸다.

로비에 앉아 레오나드에게 방송국에서 있던 일을 털어 놓고 있었다.


"뭐? 병기가 또 있어?"


"예. 젠을 제압하는 모습을 제 눈으로 똑바로 봤습니다."


역시나 레오나드 역시 믿지 못 하는 반응이었다.


"방송국을 정리한 것도 그 녀석인 것 같습니다. 그것도 검 하나로..."


"무슨 말도 안 되는 병기로군. 차라리 램페이지 쪽이 더 현실성 있겠어."


레오나드는 이야기를 듣는 동안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 했다.


"그랜트, 웬만하면 이제 입에 담지 말게. 내가 보니 느낌이 좋지 않아."


"네."


수호자 정부의 비밀스러운 사실은 머리에 담을수록 위험할 뿐이었다.

스스로가 모르는 사이에 어떻게 될지 안심할 수 없었다.

어쩌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랜트는 애써 화제를 돌렸다.


"오스먼드의 심문은 잘 되고 있습니까?"


"참, 고문이라도 해서 캐내려고 했는데 말이야. 개입하지 마라고 하니까 방법이 있겠나?"


수호자군 트럭에 관한 이야기였다.

애써 화제를 돌렸지만, 또 다시 민감한 주제일 뿐이었다.


"어찌 보면 참 부끄러운 일 아닙니까?"


"자존심이 제대로 상했을 거다. 우리가 알아버렸으니 숨기기 급급한가 보더군."


대단하다고 떠들어 대던 수호자군이 스크림에게 수모를 당했다는 사실은 수호자군의 자존심을 긁어 놓았다.

레오나드와 그랜트는 유트니아군만 있는 여관에서 괜히 눈치를 보고 있었다.


"참나... 무슨 말을 못 하겠네."


"어차피 이게 생산자들 일상이지 않습니까? 입 조심하는 거 말입니다."


그랜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다른 정보는 아직입니까? 제가 가서 캐보겠습니다."


"네가 도착하기 전에 지시가 내려왔다. 놈은 곧 수호자군 측에서 연행할 거야. 이제 우리가 신경 써야 할 이유가 없어."


"아, 그렇습니까?"


"아무래도 넬슨 수호자를 죽인 대역 죄인이니, 싱겁게 죽이진 않으려는 모양이다."


지하에 박혀있는 헤오스는 유트니아군의 감시 아래에 시계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여전히 손목에는 수갑을 차고 있었다.


그랜트는 휴식을 끝내자마자 기관총을 메고 로비 바깥으로 걸어갔다.

여관 마당을 지나 입구에 가까워지는 때, 빛줄기가 들어왔다.


"음?"


먼 곳에서 트럭이 들어오고 있었다.

경계태세를 갖추던 유트니아군들이 모두 혈안이 됐다.


"여기는 경계 근무 팀, 수호자군 트럭 한 대가 들어옵니다."


이들에게는 어떤 수호자군 트럭이라도 최대 경계 대상이나 다름 없었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사이에 트럭에서 수호자군들이 내렸다.


"수호자군입니다. 수호자의 지시 하에, 헤오스 오스먼드를 연행하러 왔습니다."


그는 헤오스를 연행하러 올 예정이었던 수호자군이었다.

어두운 밤에도 고글을 쓰고 있었고 전신은 무장한 상태로 위엄이 넘쳐 보였다.

레오나드가 직접 그의 앞으로 나서서 깍듯이 경례했다.


"헤오스 오스먼드가 있는 곳 맞습니까?"


"그렇습니다."


"이야기는 들었겠죠? 우리 쪽에서 연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뒤에서 따라 내린 수호자군 2명이 여관으로 들어가려고 하던 찰나였다.


"기다려주십시오."


레오나드가 다급하게 그들을 불러 세웠다.

수호자군들은 그 자리에 얼어붙듯 멈췄다.


"죄송합니다. 차량 검사 및 기타 절차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총기를 비롯한 무기는 저희 쪽에서 잠시 맡아도 되겠습니까?"


"갑자기 무슨 소리입니까?"


수호자군이 황당함을 금치 못 하고 헛웃음을 지었다.

레오나드는 긴장한 기색으로 수호자군을 바라봤고, 주변의 유트니아군들도 당황하여 레오나드를 바라봤다.


"죄송합니다."


수호자군이 천천히 걸어 레오나드의 바로 앞에 섰다.


"생각해보니, 수호자군 트럭 이야기가 먼저 나온 곳이 여기였죠? 그게 왜 뭣도 아닌 당신들 입에서 나온 건지 모르겠군요."


그는 신경질적으로 레오나드를 깔보며 바라봤다.


"수호자군의 중대한 사항을 마음대로 떠벌리고, 이제는 수호자군 상대로 검사를 하겠다?"


유트니아군이 수호자군을 상대로 검사를 한다는 건 엄격히 금지된 사항이었다.

분명 레오나드도 그것을 알 터였지만,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유트니아가 이제 단체로 위 아래도 없군요?"


"후에 어떠한 처벌이라도 받겠습니다. 부디 이번만 요구에 응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참 걱정도 많으시군. 우리 트럭 뒤쪽에 스크림 놈들이라도 숨어있나 걱정인가 보군요."


수호자군은 주머니에서 레오나드에게 신분증을 꺼내 보였다.

계급은 무려 대령, 유트니아군이 함부로 할 수 있을 상대가 아니었다.


"그래, 그래요. 마음대로 해요. 아주, 우리 군 트럭만 보이면 발작을 하겠구만요. 안 그렇습니까?"


주머니에 신분증을 다시 넣은 수호자군 대령은 귀찮은 듯 손짓하고 옆에 놓인 벤치에 앉았다.

팔짱을 끼고 여유롭게 앉아있는 모습이었다.


"너희들, 총기 내려. 다른 무기들도 다 맡겨라."


두 수호자군들이 서로 눈을 마주쳤다.

조용히 기관총, 권총 및 각종 장비들을 모두 바닥에 내려놓았다.


"감사합니다."


"우리 쪽은 시간이 없으니 오스먼드를 지금 데려오세요. 따로 차량도 확인하러 가보시고요."


레오나드는 빈 손이 된 수호자군 2명과 함께 여관으로 향했다.

나머지 유트니아군들은 수호자군 트럭으로 향했다.

그랜트는 운전석에 있는 수호자군에게 정중히 경례했다.


"죄송합니다. 유트니아군 하사 그랜트 알렌입니다. 수호자군 대령님께서 차량 검사를 허락하셨습니다. 잠시 봐도 되겠습니까?"


멍한 표정으로 그랜트를 바라보던 수호자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세요."


유트니아군 3명이 수호자군 트럭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괜히 겁 먹은 듯 이를 악 물고 그랜트가 트럭 뒤 쪽에 섰다.


"다 같이 보는 거다."


마른 침을 삼키며 권총을 꺼내들었다.


"하나,둘,셋."


유트니아군 3명이 동시에 화물칸 위로 뛰었다.

권총을 겨누고 잔뜩 경계했다.

어두운 곳을 손전등으로 비추어봐도 텅 비어있을 뿐이었다.


"휴... 괜한 걱정했네."


곧바로 트럭 위에서 내려 바닥에 착지했다.


"딱히 위험한 건 없어 보입니다."


"내가 살다 살다 수호자군 상대로 이런 걸 하다니..."


"나중에 별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레오나드와 2명의 수호자군은 여관 내부로 들어갔다.


"오스먼드는 지하에 있습니다."


"그... 그렇습니까."


지하실로의 입구를 향해 걷던 와중이었다.

뒤에서 걷던 수호자군 2명의 발소리가 갑자기 멈췄다.

레오나드는 뒤 돌아 그들을 바라봤다.


"혹시... 지금... 몇 시, 몇 시입니까?"


두 수호자군이 몸을 심하게 떨며 그 자리에 멈춰 있었다.

레오나드가 눈을 찡그리며 그들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천천히 고개를 내려 손목 시계로 시간을 확인했다.

시간은 정확히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오전 2시 정각입니다."


"2시... 2시가 다 됐군요... 허..."


순간 한 수호자군이 구역질을 하며 벽 구석에 얼굴을 처박았다.


"우억!"


"괜찮으십니까?"


레오나드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구역질하는 수호자군에게 다가갔다.


"아아악!"


다른 수호자군은 머리를 부여잡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레오나드는 놀라며 그에게 고개를 돌렸다.

고글을 집어던진 수호자군의 표정은 눈물을 잔뜩 흘리며 몰골이 돼있었다.

여관 내부의 유트니아군들은 수호자군의 비명 소리를 듣고 모두 달려왔다.


"무슨 일입니까?"


수호자군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레오나드를 바라봤다.


"왜... 이런 수모를 겪어야 하는 겁니까..."


갈려나갈 듯한 목소리와 함께 두 수호자군의 몸에서 이상한 소리가 반복적으로 울렸다.


삐... 삐...


그들의 군복 안 쪽에서 붉은 빛이 희미하게 새어 나왔다.

레오나드는 빛의 정체를 눈치 채고 빠르게 뒷걸음질 쳤다.

모든 유트니아군들의 표정이 경악에 빠졌다.


"도망쳐, 도망쳐요. 우린 이제..."


밖에 있던 유트니아군들의 얼굴에 불빛이 비추었다.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여관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주변에 바람이 거세게 몰아쳤고 유트니아군들은 고개를 확 돌렸다.


"여관이..."


눈 앞을 집어삼키는 불꽃은 돌이킬 수 없는 지옥이 시작됐음을 알렸다.

모든 유트니아군들이 멍하게 불꽃을 바라보다가 순간 정신을 차린 듯 움직였다.


"이 개새끼가..."


그랜트는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며 기관총을 꺼내 들었다.

분노에 힘이 잔뜩 들어간 채로, 기관총에 탄창을 집어넣었다.


"손 들어!"


유트니아군들이 수호자군 대령에게 총을 겨누었다.


"이봐! 손 들어! 수호자군! 손 들라는 말 안 들리나!"


"네 놈, 대체 뭐냐?"


수호자군 대령은 미동 하나 없이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든 유트니아군들의 시선이 그와 타오르는 여관으로 집중됐다.

경계 태세를 유지하던 유트니아군들은 각자 경계하던 곳에서 시선을 떼고 있었다.

모든 이들이 혼비백산이 됐다.


"정말이지..."


수호자군 대령은 천천히 손을 들었다.


"경계 태세가 허술하군 그래."


수호자군 대령은 갑자기 고개를 쭉 빼고 뒤쪽의 풀숲을 바라봤다.


"뭐?"


그랜트가 빠르게 뒤 돌아 풀숲을 확인했을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풀숲 사이사이에서 총탄 세례가 뿜어져 나왔다.

총탄은 각자의 목표를 찾아 꽂혔다.

그랜트를 비롯한 유트니아군들의 온 몸에서 피가 사방으로 튀어나왔다.

총탄 세례가 끝나자 휘청이던 유트니아군들은 모두 쓰러졌다.

수호자군 대령은 그저 이 광경을 태연히 지켜보고 있었다.

풀 숲에서 하나씩 일어서며 스크림 대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전진!"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무서울 기세로 여관을 향해 돌진했다.

그들은 폭발로 유트니아군들의 주의를 끈 사이에 몰래 사정거리 안으로 빠르게 침투한 것이었다.


"오스먼드를 구해라!"


여관의 마당으로 들어서서 무방비 상태의 유트니아군들을 향해 총을 마구 발사했다.


"와, 정말이지."


한 스크림 대원이 웃으며 수호자군 대령에게 다가갔다.


"어이, 연기가 엄청나군 그래."


수호자군 대령은 여전히 앉아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램페이지는 보이지 않는군."


"에이, 그래? 아... 아까운 폭탄 2개... 괜히 낭비했잖아."


스크림 대원이 장난스러운 말투로 탄식을 뱉었다.


"버논... 상사... 님..."


쓰러져있던 그랜트는 불타는 여관을 보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끝난 줄만 알았던 참극, 스크림은 아직 참극이 끝나지 않았음을 알리며 환호했다.

유트니아군들의 비명 소리가 다시 하늘을 따라 퍼지기 시작했다.


스크림 대원들은 불길을 피해 연기를 뚫고 지하로 향했다.

지하 창고의 문을 힘껏 열자 헤오스가 앉아있었다.

헤오스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스크림 대원은 그런 그를 보고 감탄하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천천히 박수를 쳤다.


"역시, 생명줄 하나는 기가 막힙니다. 리더."


헤오스는 광기와 환희에 찬 웃음으로 그들을 맞이했다.

뿌리가 튼튼하면 줄기도 튼튼해지는 법이었다.

완전히 뽑았다고 생각했던 뿌리는 굳건히 버티고 있었다.

스크림은 헤오스를 중심으로 다시 하나가 되었다.

폭탄을 든 수호자군을 미끼로 램페이지를 죽이고 헤오스를 구출하는 그들의 작전, 두 큰 목표를 모두 이루지는 못 했지만 얼추 성공적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 보이지 않는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이번에는 유트니아군 일행이 탔던 트럭 3대를 이끌고 여관을 여유롭게 빠져나갔다.

그리고 이 상황에 찬물을 끼얹듯 거리에는 방송이 울려 퍼졌다.


"유트니아 주둔군에서 알립니다. 현재, 유트니아 주둔군이 복귀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생산자 여러분께서는 유트니아군 차량에 적극 도움을 요청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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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Chapter8. 성장의 시간 (3) 24.09.07 11 0 11쪽
28 Chapter8. 성장의 시간 (2) 24.09.01 17 0 11쪽
27 Chapter8. 성장의 시간 (1) 24.09.01 16 0 12쪽
26 Chapter7. 원래대로 (2) 24.08.31 11 1 12쪽
25 Chapter7. 원래대로 (1) 24.08.31 15 1 11쪽
24 Chapter6. 질서 없는 인연 (6) 24.08.30 21 1 11쪽
23 Chapter6. 질서 없는 인연 (5) 24.08.30 20 1 13쪽
22 Chapter6. 질서 없는 인연 (4) 24.08.29 15 1 11쪽
21 Chapter6. 질서 없는 인연 (3) 24.08.28 16 1 12쪽
20 Chapter6. 질서 없는 인연 (2) 24.08.27 24 3 11쪽
19 Chapter6. 질서 없는 인연 (1) 24.08.15 24 3 11쪽
18 Chapter5. 굳건한 뿌리 (4) 24.08.14 18 3 15쪽
17 Chapter5. 굳건한 뿌리 (3) 24.08.13 20 3 13쪽
16 Chapter5. 굳건한 뿌리 (2) 24.08.12 22 3 11쪽
» Chapter5. 굳건한 뿌리 (1) 24.08.05 35 3 13쪽
14 Chapter4. 잔혹한 집행관 (3) 24.08.04 28 3 11쪽
13 Chapter4. 잔혹한 집행관 (2) 24.07.22 38 3 13쪽
12 Chapter4. 잔혹한 집행관 (1) 24.07.21 38 2 16쪽
11 Chapter3. 줄기를 꺾다 (3) 24.07.21 43 2 16쪽
10 Chapter3. 줄기를 꺾다 (2) 24.07.21 38 2 15쪽
9 Chapter3. 줄기를 꺾다 (1) 24.07.15 71 2 14쪽
8 Chapter2. 질서 붕괴 (6) 24.07.15 35 2 13쪽
7 Chapter2. 질서 붕괴 (5) 24.07.15 36 2 14쪽
6 Chapter2. 질서 붕괴 (4) 24.07.15 44 2 13쪽
5 Chapter2. 질서 붕괴 (3) 24.07.15 47 2 13쪽
4 Chapter2. 질서 붕괴 (2) 24.07.15 72 2 19쪽
3 Chapter2. 질서 붕괴 (1) 24.07.14 64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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