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질서의 램페이지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SF

돈콩
작품등록일 :
2024.07.14 21:13
최근연재일 :
2024.09.08 20:41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043
추천수 :
59
글자수 :
173,316

작성
24.08.04 17:41
조회
27
추천
3
글자
11쪽

Chapter4. 잔혹한 집행관 (3)

DUMMY

수호자 정부와 유트니아의 비밀 병기 싸움은 수호자 정부의 승리였다.


한편, 수호자의 탑에서 일어난 신경전의 승자도 마테오였다.

한 치 양보 없던 수호자 정부에 결국 길버트는 램페이지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유트니아 본부는 고요해졌고 이내 수호자 정부 측에서 휴전을 결정지었다.

하루도 채 가지 않은 전쟁이었지만, 짧은 시간 동안 무의미한 희생자는 잔뜩 나왔다.

유트니아는 다시 생산자의 땅에 계엄령을 내렸고, 수호자군도 스크림 섬멸에 동참했다.


그리고, 램페이지라는 이름은 점점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있었다.


마테오는 휴전 선언 이후 곧바로 연설장에 섰다.

계급을 떠나 리베르타인 모든 땅에 존재하는 사람들은 TV와 라디오에 집중돼 있었다.

그리고 수호자들, 명예 수호자 신분의 거물들과 기자들이 모두 모였다.

마테오가 모습을 드러내자, 모두가 박수 갈채를 보냈다.


"리베르타인의 모든 땅에 살아가는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마테오는 슬쩍 눈동자를 돌리며 앞에 있는 이들의 얼굴을 확인했다.


"이번 사태, 우리 수호자 정부가 왜 유트니아를 공격했는지, 왜 이 시점에서 휴전을 선언했는지, 그리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말씀드리겠습니다."


마테오가 잠시 조용히 하자, 넓은 공간에 숨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그 전에, 생산자의 땅에 발생한 끔찍한 참극에 위로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진실성 없는 위로의 말과 함께, 연설이 시작됐다.


"우리 수호자 정부는 소중한 수호자의 일원인 루이스 넬슨을 잃었습니다. 솔직한 말로 화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함께 나라를 이끌어 갈 지혜로운 인물이었으니까요."


총 20명의 수호자, 20개의 자리가 마련돼있었다.

하지만 한 자리는 비어버린 채, 19명이 앉아있었다.


"하지만, 감정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것입니다. 전쟁과 같은 중대한 사항을 감정에 맡길 수는 없습니다. 우리 완벽한 정부가 지향하는 바는 적절한 명분에 이성적인 판단을 가지고 움직이는 것입니다."


완벽함, 수호자는 이 단어를 본인들의 기준으로 정의하고 있었다.

그 중 한 요소로 감정을 배제한 이성을 완벽함의 기준으로 삼고 있었다.


"분노한 것이 아니라면, 왜? 무슨 이유로 선전포고를 했을까요?"


대답이 듣고 싶다는 듯, 이곳 저곳을 둘러보았다.

그러고는 스스로 질문에 대한 답을 했다.


"우리는 유트니아의 위험성을 감지했습니다. 그들이 불과 하루 만에 저지른 과오를 보시죠."


손가락을 펴고 마구 흔들기 시작했다.


"가까이 했던 헤오스 오스먼드의 정체를 눈치 채지 못했고, 스크림이 활개 칠 수 있을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그리고, 독단적으로 비밀로 병기를 개발했죠. 사실상 선전포고는 그들이 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 모든 것은 유트니아의 약점이자, 짊어져야 할 짐이었다.

약점은 한 순간에 잔뜩 드러났고 결국 수호자 정부에게 제대로 잡히게 된 것이었다.


"이러한 명분으로 이번 기회에 유트니아 본부를 제대로 타격하고, 무너뜨릴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잡았지만, 우리 정부는 그럴 수 없었습니다."


마테오는 고개를 좌우로 살짝 흔들었다.


"죽어가는 생산자의 땅의 목숨을 하나라도 살리기 위해, 빠르게 그들과의 합의점을 찾고 전쟁을 중단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을 위해 노력했다는 겁니다."


목소리가 떨리고 격양되고 있었다.

그리고 정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유트니아는 이번 기회로 엎질러진 물을 담고, 속죄하시길 바랍니다. 우리 정부는 이번 전쟁을 중단하는 대신, 앞으로 혈안이 되어 지켜볼 겁니다. 이미 위험성은 검증 됐으니까요."


그는 카메라를 향해 얼굴을 가까이 했다.

이 기자회견을 보고 있을 길버트를 보는 것처럼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사실상, 길버트에게 차마 다 하지 못한 말을 전하는 것이었다.


"지금, 새롭게 떠오르는 위험이 무엇인 것 같습니까?"


그의 질문에도 모든 이들은 입을 닫고 경청할 뿐이었다.


"바로 유트니아의 인간 병기 램페이지입니다."


그의 뒤쪽, 벽에 램페이지의 모습이 빛으로 그려졌다.


"여태껏 램페이지는 유트니아 내부가 아닌, 한 평범한 생산자 하나에 의해 통제되어 왔습니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상황입니다."


램페이지의 옆에는 새싹 표식이 그려졌다.

리베르타인의 계급 표시는 수호자, 명예수호자, 생산자 순으로 꽃, 줄기, 새싹 표시로 나타냈다.


"막강한 무력이라는 건, 커다란 테두리 안에서 철저히 통제를 받아야 하는 법입니다. 그리고 그게 발휘되려면 신중한 절차를 몇 번이고 밟아야 해요. 그 정도의 무력이 자유 의지를 가지는 순간, 돌아오는 건 공포 뿐입니다."


모든 무력은 통제 하에 이루어져야 했다.

수호자군이 수호자의 통제를 받고, 유트니아군이 길버트의 통제를 받는 것처럼, 램페이지도 분명 타인의 통제가 필요한 병기임은 틀림 없는 사실이었다.


"함부로 사용되면 잘 잡힌 질서가 무너지는 것도 순식간이죠. 어떤 상황이든 완전히 뒤집을 수 있는 비장의 카드가 바로 무력이니까요."


모두가 마테오의 연설을 수긍하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그래서!"


그는 주먹으로 연설대 위를 내려쳤다.


"그 정도의 힘을 공포스럽지 않게 하려면... 사상과 목적이 명확하게 박힌 정의로운 이들이 제대로 붙잡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모두가 납득을 할 수 있는 겁니다!"


숨을 거칠게 쉬며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몇몇 수호자들은 눈을 지그시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 때문에, 유트니아는 무력을 철저히 통제하고, 본인들의 사상과 목적을 더 명확히 하시길 바랍니다."


말하던 와중에 다시 정면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당신들이 질서를 지키는 집단인지, 아니면 권력 욕심에 찌들어 있는 부패한 집단인지 명확히 정의하시라는 말입니다."


애매한 행보, 애매한 위치, 유트니아는 모든 것이 애매했다.

그들은 정의로운 집단도 아니었고, 악한 집단도 아니었다.


"그래야 우리가 판단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당신들의 자격을 말입니다."


마테오가 이 말을 끝으로 침묵하자, 조용한 공간에 무수한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의 연설은 곧 유트니아를 향한 또 다른 선전포고이자, 한편으로는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의 회피였다.

거짓으로 잘 포장된 연설은 그들에게 정당성을 부여했다.

수호자 정부의 책임도 상당했지만, 이 연설로써 비난의 화살은 유트니아를 향하게 될 운명이었다.


"이게 현실인가..."


TV로 연설을 보던 로건이 탄식을 내뱉었다.

결코 끝난 싸움이 아니었다.

이 비극적인 싸움은 모든 것의 시작에 불과했다.

앞으로 로건과 같은 유트니아군들은 결코 이 싸움을 피해갈 수 없었다.

휴대폰을 통해 날아 들어온 레오나드의 긴급한 명령에 더욱 탄식을 뱉을 수 밖에 없었다.


"강탈 당한 수호자군 트럭에 대해서는 유트니아 일원들의 일절 언급을 금지, 수호자군이 직접 나설 예정. 다들 각별한 주의 바람."


그리고 그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응, 도착했나?"


전화를 받고 기다렸다는 듯, 로건은 벙커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열린 문 앞에는 기절한 젠을 안고 온 그랜트가 있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잠든 거에요."


로건은 그랜트에게서 젠을 데려가 안았다.


"싸우다 힘이 다 한 거라, 깨면 회복할 겁니다."


"싸우다 힘이 다 했다고?"


고개를 돌리며 망설이던 그랜트는 입을 열었다.


"방송국에서 기이한 병기를 봤습니다. 검은 갑옷에 붉은 빛을 내고 손에는 검을 쥐고 있었어요. 젠과 싸움이 붙었는데 싸움이 끝나니 조용히 떠났습니다."


"병기가 하나 더 있다는 말인가?"


"모르겠습니다."


로건은 놀란 눈으로 그랜트를 바라봤지만, 그랜트 역시 모든 게 난해한 입장일 뿐이었다.


"같은 유트니아의 병기가 싸움을 걸리는 없을 것 같고, 제 생각엔..."


"그렇군."


로건은 대충 짐작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랜트는 뒤로 한 발 물러서고 경례했다.


"아무튼, 전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그래, 그 여관이 집결지인가?"


"맞습니다."


"나도 금방 이 아이들 안전한 곳으로 돌려보내고 합류하도록 하지. 잘 들어가봐라."


"네, 수고하십쇼!"


로건은 그 자리에 남았고, 그랜트는 다시 여관을 향했다.

조용히 발걸음을 옮겨 벙커로 들어왔다.

어두운 벙커 안을 걷던 로건의 앞에 자다 깬 레이가 나타났다.


"깼어?"


레이는 힘 없이 늘어진 젠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 했다.

누가 봐도 편안히 잠든 모습이 아닌, 힘이 다해 있는 모습이었다.

붉게 달아오른 얼굴에 식은 땀이 흐르고 있었다.


"걱정 마. 피곤해서 잠든 거래."


"그렇군요..."


침대에 젠을 눕히고 레이와 로건은 그 옆을 지켰다.


"피곤하지 않아?"


"괜찮아요."


"내가 지켜보고 있을게. 걱정마."


"아뇨. 저도 지켜볼게요."


레이와 로건은 피곤한 눈을 부릅 뜨고 젠을 하염 없이 바라봤다.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는 벙커 속, 젠의 숨소리와 시계 침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으..."


한참의 침묵이 흐르던 중, 젠이 눈을 찡그리며 움직였다.

천천히 보이는 시야로 희미한 조명과 레이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젠."


애써 덤덤한 척 이름을 부르는 레이의 눈은 아련해 보였다.

옆에 있는 로건은 잔잔히 미소를 지었다.


"레이... 로건? 여기는..."


"그랜트 알렌 하사가 널 여기까지 데려왔다."


어렴풋이 눈 감기 전 봤던 그랜트가 기억 났다.

정통으로 맞은 허리 쪽이 조금 쑤시긴 했지만, 크게 다친 것 같지는 않았다.


"이제 다 끝났어. 전쟁도 끝났고 원래대로 돌아올 거야. 수고했다. 네가 할 일은 끝났어."


로건의 말을 듣고 지금을 실감했다.

마치 여행을 하고 온 듯한 기나긴 시간이었다.

고작 24시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스스로의 모습이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아..."


감정이 차오른 레이가 젠을 껴안았다.


"수고했어... 수고했어."


젠은 어리둥절 하다가 편안한 미소를 지었다.

감정 표현이 서투른 레이가 이런 행동을 하는 건 곧 그토록 기다렸다는 증거였다.

이제 모든 걱정을 집어던지고 레이와 함께 있기로 마음 먹었다.


"다녀왔다."


스스로가 영웅이라 불릴지, 무질서의 화신이라 불릴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또 어떤 싸움이 일어나던 이와 같은 선택을 할 마음이 잡혀있었다.

이렇게 해서 지켜낸 목숨들은 헛된 것이 아니었다.

일절 후회 없는 선택이었고, 그럼에도 아직 마음 속은 온기가 느껴졌다.

이 온기가 식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질서의 램페이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회차마다 소제목을 바꾸겠습니다. 24.08.31 7 0 -
공지 업로드 안내 24.07.15 33 0 -
30 Chapter8. 성장의 시간 (4) 24.09.08 5 0 14쪽
29 Chapter8. 성장의 시간 (3) 24.09.07 10 0 11쪽
28 Chapter8. 성장의 시간 (2) 24.09.01 17 0 11쪽
27 Chapter8. 성장의 시간 (1) 24.09.01 16 0 12쪽
26 Chapter7. 원래대로 (2) 24.08.31 11 1 12쪽
25 Chapter7. 원래대로 (1) 24.08.31 15 1 11쪽
24 Chapter6. 질서 없는 인연 (6) 24.08.30 21 1 11쪽
23 Chapter6. 질서 없는 인연 (5) 24.08.30 20 1 13쪽
22 Chapter6. 질서 없는 인연 (4) 24.08.29 14 1 11쪽
21 Chapter6. 질서 없는 인연 (3) 24.08.28 16 1 12쪽
20 Chapter6. 질서 없는 인연 (2) 24.08.27 24 3 11쪽
19 Chapter6. 질서 없는 인연 (1) 24.08.15 23 3 11쪽
18 Chapter5. 굳건한 뿌리 (4) 24.08.14 17 3 15쪽
17 Chapter5. 굳건한 뿌리 (3) 24.08.13 20 3 13쪽
16 Chapter5. 굳건한 뿌리 (2) 24.08.12 21 3 11쪽
15 Chapter5. 굳건한 뿌리 (1) 24.08.05 34 3 13쪽
» Chapter4. 잔혹한 집행관 (3) 24.08.04 28 3 11쪽
13 Chapter4. 잔혹한 집행관 (2) 24.07.22 38 3 13쪽
12 Chapter4. 잔혹한 집행관 (1) 24.07.21 38 2 16쪽
11 Chapter3. 줄기를 꺾다 (3) 24.07.21 43 2 16쪽
10 Chapter3. 줄기를 꺾다 (2) 24.07.21 38 2 15쪽
9 Chapter3. 줄기를 꺾다 (1) 24.07.15 71 2 14쪽
8 Chapter2. 질서 붕괴 (6) 24.07.15 35 2 13쪽
7 Chapter2. 질서 붕괴 (5) 24.07.15 36 2 14쪽
6 Chapter2. 질서 붕괴 (4) 24.07.15 44 2 13쪽
5 Chapter2. 질서 붕괴 (3) 24.07.15 46 2 13쪽
4 Chapter2. 질서 붕괴 (2) 24.07.15 72 2 19쪽
3 Chapter2. 질서 붕괴 (1) 24.07.14 64 3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