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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콩
작품등록일 :
2024.07.14 21:13
최근연재일 :
2024.09.08 20:41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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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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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2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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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Chapter5. 굳건한 뿌리 (2)

DUMMY

내전이 발생하고 정확히 하루가 지났다.

생산자의 땅에 군인들이 가득했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열심히 싸우던 두 세력은 큰 위협 앞에 힘을 합쳤다.

하루라는 시간 동안 자신들만의 싸움에 빠져 다른 이들을 방관해온 것, 그에 대해 뒤늦게 책임을 완수해야 할 때가 왔다.

유트니아군은 거리를 돌아다니기 시작했고 수호자군도 생산자의 땅에 파견되어 그들을 돕기 시작했다.

참사를 맞이한 거리는 발 디딜 틈 조차 없을 정도로 시신들이 넘쳐 났다.

남녀, 아이, 어른 할 것 없었다.

혼돈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비극을 남겼다.

이름 모를 생산자들의 시신은 모두 피부가 파랗게 될 정도로 처참했다.

눈 앞에 죽어있는 사람의 가족이 누구인지, 애인이 누구인지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그저 이 죽은 이들로 탑을 쌓아 불로 태워버렸다.

시신과 함께 타오르는 불꽃을 보는 사람들은 눈물을 흘렸고, 한숨을 쉬었고, 눈살을 찌푸렸다.


벙커의 경비실은 새벽 내내 밝은 조명으로 빛났다.

시계의 침만이 흘러가는 소리 속, 로건은 결국 잠을 이겨내지 못하고 테이블에 고개를 떨궈버렸다.

레이는 어제 너무 자버린 탓에 이른 아침부터 눈을 떠버렸다.

자고 있는 젠이 깨지 않도록 소리를 완전 꺼버리고 TV 뉴스에 집중하고 있었다.


"음..."


젠이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일어났다.

머리에 끓던 열과 식은땀은 더 이상 나지 않았다.


"일어났구나."


"뭐야,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어제 많이 잤거든."


"로건은?"


"경비실에 있겠다고 했어."


젠은 이불을 걷어내고 졸린 눈으로 레이의 옆에 가서 앉았다.

나란히 앉아 TV에 흘러나오는 뉴스를 멍하니 바라봤다.

수호자군이 생산자들의 시체를 태우고 있는 모습이 뉴스에 들어왔다.

그리고 현재까지 나온 희생자 수는 믿을 수 없을 수치였다.


"현재까지 희생자... 약 2500명이라고?"


"너무 많으니 그냥 다 태워버리는구나."


"이게 끝이 아니라는 거 아니야?"


"저거 시작한 지가 5시간 정도 됐을 거야. 앞으로 더 나오겠지."


젠은 눈을 질끈 감고 머리를 쓸어 넘겼다.

이 곳을 나가더라도 문제였다.

레이가 안전하게 있을 수 있는 곳이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

집은 난장판이 돼있을 게 뻔했다.


"근데, 우리 이제 어디로 가야 하지?"


레이는 눈길을 돌려 젠을 바라봤다.


"여기는 유트니아군이 써야 할 거고, 집은..."


"금고고 뭐고 하나라도 멀쩡하면 다행이지. 스크림이 문을 부숴 놓아서 다 털렸을 거야."


젠은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뜬금 없지만 역시나 그 인간이 제일 문제였다.


"머피 회장, 이 답 없는 인간..."


"또 그 사람 탓이야?"


"어디든 그 인간이 관련 안 된 곳이 없어."


젠은 한 숨을 쉬며 일어섰다.


"로건이랑 이야기 해봐야 할 것 같아. 우리가 어디로 가면 될지."


"주무시고 있을 수도 있어. 어제 잠을 설치셨거든."


걸음을 멈춰 서서 약간 망설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이 깨워야겠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로건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비몽사몽 하여 눈이 풀린 모습이었다.


"나 안 잤다."


"아, 일어나셨네요?"


"그래, 아까 일어 났... 아니, 안 잤다고."


로건은 레이의 맞은 편에 앉았고 젠도 다시 레이의 옆으로 갔다.

젠과 레이를 둘러보며 잠을 깨기 위해 눈을 깜빡거렸다.


"자, 밤새 너희들이 가야 할 곳을 고민해봤다. 여기보다 안전하고 편한 곳으로 가야 하지 않겠어?"


"네,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깨우려고 했어요."


로건은 옷 주머니에서 지도 한 장을 꺼냈다.

생산자의 땅 1구역에 대한 지도였다.

이곳 저곳 펜으로 잔뜩 표시한 걸 보아 밤새 고민했다는 말은 빈말이 아닌 듯 보였다.


"지금 생산자의 땅 구역마다 피난처가 3개 정도 마련되고 있는 중이야."


젠과 레이는 지도를 쳐다보고 있었다.


"일단은 여기서 제일 가까운 곳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로건이 피난처로 표시한 한 곳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 곳은 1구역 생산자 학교였다.


"우리 학교잖아?"


현재 레이가 다니는 학교이자 젠이 몸 담았던 학교였다.


"피난처는 생산자의 땅에 파견된 수호자군을 중심으로 유트니아군이 연합해서 방어할 예정이야. 근처에도 돌아다니고 있으니 놈들이 섣불리 공격해올 일은 없을 거다."


수호자군과 유트니아군이 함께 생산자의 땅에 있는 이상, 모든 피난처는 수호자군이 중심이었다.

수호자군이 지휘를 담당하고 유트니아군이 전투를 담당할 모양이었다.

젠은 로건의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음..."


"괜찮아 보이네요."


"그럼, 로건은 이제 어디로 가세요?"


"나는 너희들을 데려다 주고 여관으로 가볼 거야. 일단은 일행과 다시 합류해야지."


"그렇군요."


젠은 고개 돌려 레이의 반응을 보았다.

레이도 딱히 불만스러워 보이지는 않았다.

어차피 이 곳 말고 딱히 갈 수 있는 곳도 없으니 로건의 말대로 하는 수 밖에 없었다.


"자, 조금 빠르게 움직여볼까?"


로건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난 무장하고 정비하면 시간이 좀 걸릴 거니까, 너희들도 나갈 준비 해."


"알겠어요."


로건은 자신의 가방에 장비와 무기를 챙겨 넣었다.

총기는 분리해서 기름을 바르며 철저한 준비 중이었다.

젠과 레이는 일찍이 준비를 끝내고 로건을 기다렸다.

나란히 앉아 각자 넋을 놓고 있던 와중에 레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젠, 이제 우리 어떡하면 좋을까?"


"뭐가?"


"집에 겨우 모아둔 돈이 만약에 털렸으면 말이야."


"방법이 있냐, 내가 또 벌어야지."


레이는 입을 삐죽 내밀고 눈을 찡그렸다.


"나, 당분간은 학교 그만 둘게."


"그럴 필요 없거든."


하여간 레이는 걱정이 너무 많은 녀석이었다.

괜히 마음이 심란하지 않았으면 해서 이런 말을 할 때마다 단칼에 거절했다.

힘들지만 다 스스로가 업고 가야 할 짐이었다.

레이가 스스로 희생해서 뭔가를 도와주는 건 바라지도, 필요하지도 않았다.


"왜? 나도 충분히 돈 같은 거 벌 수 있어!"


"야, 그게 쉬운 것 같냐? 시작하는 순간 그만두고 싶을 거다. 요즘은 일자리 구하는 것부터 진절머리 난다고."


"칫."


레이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돌렸다.


"걱정하지 마. 머피 회장이랑 연결이 되면, 돈 좀 내놓으라고 할테니까."


"잘도 주겠네. 멋대로 약속을 깨버렸잖아. 절대 친절하게 나오지 않을 거라고."


"야, 야. 친절하게 나오지 않을 쪽은 나야."


길버트의 목소리가 머리 속에 들려올 때면 항상 그에게 모두 압도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항상 하고 싶은 말은 제대로 못하고 그가 하고 싶은 말을 듣기만 할 뿐이었다.

돈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항상 멋대로 머리 속에서 떠나버렸다.


"솔직히 만나면 내 쪽에서 주먹을 꽂아버려도 할 말이 없다고."


"그래, 뭐가 됐던 마음대로 해."


레이는 젠에게 슬쩍 고개를 돌렸다.


"이제 나도 나름대로 열심히 도와줄테니까."


"잠깐만."


뜬금 없이 머리가 쑤셔오기 시작했다.

역시나 익숙한 그 고통이었다.


"왔다. 놈이야."


약속을 깨버리고 제대로 스트레스를 받았을 길버트가 무슨 말로 시작할지 궁금했다.

그의 목소리가 들리기 만을 기다렸다.


"으윽..."


쑤셔오던 고통이 서서히 가라앉고 있는 와중에 아직도 그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뭐지?"


찡그렸던 눈을 서서히 떴다.

결국 그의 아무런 목소리도 들리지 않은 채로 머리 속이 맑아졌다.


"목소리가 안 나왔어. 머피 회장의 목소리가."


"응? 하지만 분명..."


젠은 어리둥절하여 머리를 주먹으로 톡톡 쳤다.

분명 길버트가 머리 속을 흔들어놓을 때와 같은 느낌이었다.

머리가 어떻게 돼서 그의 목소리를 못 들은 건가 싶었다.

그 와중에 준비를 마친 로건이 모습을 드러냈다.


"젠, 레이 둘 다 준비는 됐어?"


하루를 보냈던 벙커를 나와 짧은 숲을 지났다.

시끌벅적한 바깥 상황과 달리 숲은 고요하기 짝이 없었다.

바람이 불어서 작은 나뭇가지들이 떨어지고 있었다.


일행은 거리로 나와 양쪽을 살펴보았다.

휑한 거리에는 차량 하나 보이지 않았다.

순간, 멀리서 들려오는 헬기 소리가 빠른 속도로 가까워졌다.


"저건..."


위를 쳐다보는 순간 유트니아군 헬기가 빠른 속도로 지나갔다.

마치 무언가를 다급하게 찾고 있는 듯 했다.

헬기가 일으킨 바람이 잠잠해지자 저 멀리 트럭 한 대가 보였다.


"저기 와요."


로건, 젠과 레이는 나란히 달려오는 트럭을 바라봤다.

로건은 트럭을 향해 경례했고 젠은 손을 흔들었다.


"여기는 연합군 지휘 통신부, 여기는 지휘 통신부!"


순간, 로건의 가슴 주머니에 있는 통신 장치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경례하던 손으로 통신 장치를 꺼내 들어 자세히 듣기 시작했다.


"이 땅의 모든 군에 전파합니다!"


로건은 숨을 죽였고, 젠은 그런 로건을 바라봤다.


"유트니아군에 의해 검거됐던 헤오스 오스먼드가 도주했습니다! 다시 한번 알립니다! 헤오스 오스먼드가 도주했습니다!"


젠과 로건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말이죠?"


로건은 무전기를 든 채로 얼어붙은 듯 아무 말 없이 앞만 바라봤다.


"그럼... 여관에 있던 사람들은... 도대체..."


무전기에 울리는 목소리는 더욱 다급한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


"수호자 각하의 특별 지시입니다! 헤오스 오스먼드를 발견 즉시 사살합니다! 다시 한번 알립니다! 수호자 각하의 특별 지시입니다! 헤오스 오스먼드를 발견 즉시 사살합니다!"


로건은 가까워지는 트럭의 번호를 바라봤다.

다 같은 유트니아 트럭이지만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익숙한 느낌을 풍겼다.

그리고 정면에 큰 글씨로 적힌 135번이라는 번호판이 눈에 들어왔다.


"저 트럭..."


로건은 통신장치를 다시 집어넣고 어깨에 있는 총에 슬쩍 손을 가져다 댔다.


"헤오스 오스먼드를 비롯한 스크림 대원이 탄 유트니아군 트럭 번호는..."


마른 침을 삼킨 로건은 총을 꽉 잡았다.


"133번, 134번..."


카운트 되듯 1씩 올라가는 숫자, 그 마지막 번호는 역시 정해졌다.


"135번!"


재빠르게 총을 꺼내 들고 트럭을 향해 총을 겨눴다.

가까워진 트럭, 로건의 눈에 겨우 들어온 것은 조수석에서 창밖으로 내밀어진 총구였다.


"이런... 젠 레이! 어서 피해..."


탕!


옆으로 쏜살 같이 지나가는 따가운 풍압, 바닥에 무언가 흩뿌려지는 소리, 정적이 흐르자 온 몸을 통해 한기가 느껴졌다.

젠의 시선 옆에서 힘 없이 바닥에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을 때, 뒤늦게 고개를 돌렸다.


"레이?"


흉탄은 끊을 수 없는 악연을 낳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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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Chapter8. 성장의 시간 (3) 24.09.07 10 0 11쪽
28 Chapter8. 성장의 시간 (2) 24.09.01 17 0 11쪽
27 Chapter8. 성장의 시간 (1) 24.09.01 16 0 12쪽
26 Chapter7. 원래대로 (2) 24.08.31 11 1 12쪽
25 Chapter7. 원래대로 (1) 24.08.31 15 1 11쪽
24 Chapter6. 질서 없는 인연 (6) 24.08.30 21 1 11쪽
23 Chapter6. 질서 없는 인연 (5) 24.08.30 20 1 13쪽
22 Chapter6. 질서 없는 인연 (4) 24.08.29 15 1 11쪽
21 Chapter6. 질서 없는 인연 (3) 24.08.28 16 1 12쪽
20 Chapter6. 질서 없는 인연 (2) 24.08.27 24 3 11쪽
19 Chapter6. 질서 없는 인연 (1) 24.08.15 23 3 11쪽
18 Chapter5. 굳건한 뿌리 (4) 24.08.14 17 3 15쪽
17 Chapter5. 굳건한 뿌리 (3) 24.08.13 20 3 13쪽
» Chapter5. 굳건한 뿌리 (2) 24.08.12 22 3 11쪽
15 Chapter5. 굳건한 뿌리 (1) 24.08.05 34 3 13쪽
14 Chapter4. 잔혹한 집행관 (3) 24.08.04 28 3 11쪽
13 Chapter4. 잔혹한 집행관 (2) 24.07.22 38 3 13쪽
12 Chapter4. 잔혹한 집행관 (1) 24.07.21 38 2 16쪽
11 Chapter3. 줄기를 꺾다 (3) 24.07.21 43 2 16쪽
10 Chapter3. 줄기를 꺾다 (2) 24.07.21 38 2 15쪽
9 Chapter3. 줄기를 꺾다 (1) 24.07.15 71 2 14쪽
8 Chapter2. 질서 붕괴 (6) 24.07.15 35 2 13쪽
7 Chapter2. 질서 붕괴 (5) 24.07.15 36 2 14쪽
6 Chapter2. 질서 붕괴 (4) 24.07.15 44 2 13쪽
5 Chapter2. 질서 붕괴 (3) 24.07.15 46 2 13쪽
4 Chapter2. 질서 붕괴 (2) 24.07.15 72 2 19쪽
3 Chapter2. 질서 붕괴 (1) 24.07.14 64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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