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질서의 램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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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콩
작품등록일 :
2024.07.14 21:13
최근연재일 :
2024.09.08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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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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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8. 성장의 시간 (2)

DUMMY

젠과 헤라는 먼 거리를 떨어진 채로 마주 보고 섰다.

레나와 로건은 싸움에 휘말리지 않도록 먼 곳에서 지켜보기로 했다.


"젠!"


침묵 속에 헤라가 먼저 말을 꺼냈다.


"위험하다고 대충 할 생각 하지 마."


역시 헤라는 각오부터 남다른 녀석이었다.

훈련 때도 그랬지만 뭐든 대충 넘길 생각을 하지 않고 철저한 녀석이었다.

그 점 만큼은 존경할 만 했다.


"너도 알잖아? 워체르는 위기 의식을 느껴야 새로운 기능을 만들어낼 수 있는 거."


젠은 그런 헤라의 각오를 환영했다.

서로 장난 치기 바빴던 둘은 어느 때보다도 진지해졌다.


"헤라, 이 힘으로 누구를 죽여본 적은 있어?"


"아니, 아직은 해봤자 짐승들 뿐이지."


아직 헤라는 실제로 전투 했던 경험이 없었다.

반면 젠은 무수한 스크림 대원들과 붙었을 때, 집행관과의 싸움에서 패배했을 때를 떠올렸다.


"난 그 때 일들로 깨달았어. 내 목숨이든, 누군가의 목숨이든, 그 정도의 무거운 뭔가 걸리면 위기 의식이 극에 달해."


대광장에 잡혀있던 인질들, 스크림에게 쫓기던 유트니아군들, 그리고 집행관에게 위협을 느낀 자신.

모두 목숨이 걸린 위태로운 상황 속, 새로운 기능이 발현됐다.

목숨이 걸린 상황은 단연 가장 큰 위기를 느끼게 해주었다.


"넌 아직 그래본 적이 없지?"


"그래. 인정해."


헤라는 웬일인지 쿨하게 사실을 받아들였다.


"지금 만큼은 네가 내 스승이야. 네 말... 명심할게."


헤라의 목 뒤에서 밝은 금색의 빛 줄기가 흘러나왔다.


"그러니 난..."


온 몸으로 퍼지는 금색의 빛 줄기를 따라 전신이 단단한 검은색 빛의 금속으로 무장 됐다.

이내, 워체르 글레어의 본 모습이 완성됐다.


"널 죽인다는 생각으로 간다."


"그래. 날 죽여봐라!"


이야기를 듣던 레나가 기겁을 했다.


"얘들이! 무슨 말을 하는..."


순간, 전투기가 지나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눈을 못 뜨게 할 정도의 바람이 불었다.

글레어는 금색 섬광을 뿜으며 순식간에 젠에게 달려들었다.

젠은 순식간에 오른팔 만을 단단히 무장했다.

머리 쪽을 향했던 글레어의 발차기를 오른팔로 가려 막아냈다.

채 램페이지가 나오기도 전이었다.


"그래! 그런 식으로 해줘야지!"


젠은 환희에 찬 눈을 떴다.

오른 팔에 뇌 에너지를 집중 시킨 채, 힘으로 글레어를 밀어냈다.

이 광경을 보는 레나는 안절부절 했지만, 로건은 그저 덤덤했다.


"소용 없어요. 둘은 진심이니까요."


"제발... 다치지 말아야 할텐데..."


글레어가 잠시 주저 앉았다.

쉴틈 없이 글레어에게 다가가는 도중, 전신이 무장 되어 램페이지의 본 모습이 완성됐다.


우웅!


램페이지는 손에서 푸른 빛의 칼날을 만들어냈다.

그대로 주저 앉아있는 글레어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

하지만 글레어는 위기 의식을 발휘했는지, 손에서 더욱 위협적인 칼날을 만들어냈다.

칼날을 부딪히자 주변으로 푸른빛과 금빛의 파동이 퍼졌다.


"좋아. 잘 만들어냈어."


순간, 글레어는 반대쪽 손바닥을 보여주었다.


펑!


손바닥 중앙에서 금빛의 섬광탄이 터졌다.


"윽!"


램페이지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린 순간이었다.

글레어는 순식간에 자세를 바로 잡아 일어섰다.


쿵!


엄청난 진동이 울릴 정도의 강한 발차기를 램페이지의 복부에 꽂았다.

램페이지는 뒤 쪽 먼 거리까지 밀려났다.

잠시 떠지지 않는 눈, 오직 청각에 의존하여 글레어의 움직임을 읽었다.


콰아앙!


섬광 같은 속도로 주변을 날아다니며, 지나간 곳에 한 타이밍 늦게 터지는 소닉붐 소리.

분명 속도가 음속을 넘어섰다.

전속력에 다다른 전투기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녀석의 움직임을 느끼고 마침내 소리의 타이밍을 잡는데 성공했다.

글레어의 칼날이 날아오는 위치로 푸른 빛의 방패를 만들어냈다.

칼날과 방패가 부딪히자 온 몸으로 강한 진동이 타고 흘렀다.


"어이, 감히 눈을 멀게 하다니..."


램페이지의 내면에 있던 젠은 질끈 감았던 두 눈 중에서 하나 만을 떴다.

혹시라도 글레어가 또 섬광탄을 터뜨리면, 한 쪽 눈이라도 떠서 시간을 버는 수 밖에 없었다.

글레어는 펜싱을 하듯, 칼날로 빈 틈을 파고들기 위해 빠르고 연속적인 공격을 시도했다.

그리고 램페이지는 그 공격을 방패 하나 만으로 받아냈다.

하지만 웬일인지 공격 몇 번에 순식간에 방패가 금이 가고 있었다.


"이봐, 방패가 이렇게 쉽게 금이 가면..."


순간, 방패가 바로 산산조각이 났다.

너무 쉽게 부서지는 방패, 하지만 램페이지는 이미 계획이 있었다.

글레어가 빈 틈이 생긴 램페이지를 향해 칼날을 들이대는 순간이었다.


쾅! 콰쾅!


산산조각 난 방패 파편들이 글레어의 앞에서 폭발을 일으켰다.


"윽!"


폭발의 강도가 강하지 않아 심한 부상을 입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충격을 받은 글레어는 잠시 주저 앉을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말했잖아."


램페이지는 글레어를 내려다 보며 말했다.


"내 목에 칼날이 겨눠져야 한다고."


순간적으로 새로운 능력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일부러 방패를 부서지게 유도하여 위기 상황을 연출한 것이었다.

글레어의 내면에 있던 헤라는 끝내 감탄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글레어는 이대로 끝낼 수 없었다.

램페이지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다시 일어났다.

기다렸다는 듯, 램페이지는 손에서 칼날을 만들어냈다.


"그래, 죽느냐 사느냐!"


램페이지와 글레어는 계속해서 칼날을 부딪혔다.

연속적이고 빠른 공격의 글레어와 달리, 램페이지의 공격은 절제되고 묵직했다.

푸른 빛과 금색 빛이 어두운 공간 속에 잔뜩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서로의 칼날은 잠깐의 합을 맞추다가 순간 강하게 맞붙었다.


"윽!"


하지만 램페이지의 힘이 조금은 우세했다.

칼날에 힘을 잔뜩 주고 파동을 일으켜 글레어를 뒤 쪽으로 밀어냈다.


"역시..."


글레어는 손을 땅에 짚었다.

더 이상은 공격을 가하지 않고 서로 바라보기만 했다.


"네 말이 맞았네. 실제로 싸워본 사람은 다르다더니..."


"아니, 너도 분명 나보다 앞서는 게 있어. 난 그 정도의 속도는 엄두도 못 내거든. 해봤자 전속력으로 달리는 차를 따라잡는 게 전부였지."


모든 게 끝난 것 같은 분위기가 흘렀다.


"얘들아! 이제 끝났니?"


멀리서 지켜보던 레나가 외쳤다.

하지만 램페이지와 글레어는 아직도 지칠 줄을 몰랐다.


"어떡할까? 젠... 이대로 끝내기는 너무 짧은 것 같은데?"


글레어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더 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도 그만두는 건 글레어에게 예의가 아니었다.

뭔가 묵직한 것 하나로 마무리하고 싶어졌다.


"좋아."


램페이지의 등에서 램페이지 포 네 줄기가 튀어나왔다.

글레어의 내면에 있던 헤라의 눈이 커졌다.


"그럼... 마지막으로 이걸 막아봐."


보는 내내 불안한 기색의 레나, 태연하던 로건 둘다 기겁할 수 밖에 없었다.

램페이지 포의 끝에 푸른 빛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저건... 대광장을 날려버린..."


"폭격 기능..."


이 공격의 무서움을 실제로 봤던 로건이었기에, 더욱 예민할 수 밖에 없었다.


"젠!"


하지만 결국 램페이지 포 네 줄기에서 푸른 빛의 포탄이 쏟아져 나왔다.

글레어의 눈 앞을 푸른 빛의 포탄이 가득 채우고 있었다.


"어이, 어이, 거짓말이지?"


글레어는 양 손에서 금색 빛의 포탄을 뿜어냈다.

무수한 램페이지 포탄을 겨우 몇 개 막아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걸 어떻게 막으라고..."


무수한 포탄들은 글레어를 향해 방향을 맞추고 있었다.

결국 글레어는 모든 걸 포기하고 팔을 내렸다.

그리고 다리는 힘이 풀려 주저 앉아버렸다.

글레어의 코 앞까지 포탄들이 다가온 순간이었다.


"어라?"


포탄들이 갑자기 제각각으로 방향을 바꿨다.

글레어를 피해서 먼 거리의 허공으로 날아갔다.


콰콰쾅!


무수한 포탄들이 모두 터졌다.

터지고 보니 생각보다 그리 강하지도 않은 위력이었다.

아무런 피해 하나 없이 모든 포탄들이 제거됐다.

글레어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깝네."


어느새 다가오고 있는 램페이지는 젠으로 모습이 바뀌고 있었다.


"이 정도의 위기라면, 너도 뭔가 큰 거 하나는 가능 했을텐데."


글레어도 결국 헤라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식은 땀을 흘리며 넋을 놓아버린 모습이었다.


"아..."


젠은 레나와 로건을 바라봤다.

둘다 이를 악 물고 이 쪽을 보고 있었다.


"죄송해요! 놀라셨을텐데..."


레나는 머리를 잡고 그 자리에 풀썩 주저 앉았다.


"아이고... 내 정신..."


젠은 헤라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뒤늦게 말씀드려서 죄송한데, 적당히 피해 안 갈 정도로 힘 조절이 된 상태였어요! 진짜 죄송해요!"


여전히 주저 앉아있는 레나였지만, 끝내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첫 연구 치곤 성과가 좋았네요..."


젠과 헤라는 이번 전투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다.

서로 최선을 다한 결과로 새로운 기능을 만드는 것, 저장된 능력을 잘 활용하는 것.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은 셈이었다.


젠과 헤라는 이후 휴식을 취할 겸, 연구소 정원으로 나왔다.

둘은 해가 져가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 너 진심 아니었지?"


"순도 100퍼센트 진심이었거든."


"거짓말 치기는... 좋아! 그렇게 나와야지! 잘 만들어냈어! 이러면서 즐겼잖아."


"그야, 그런 걸 해줘야 투지가 끓으니까."


물론 젠은 이렇게 말하면서도 진심을 다 한 게 아니었다.

그저 투지를 불태우며 달려든 건 모두 연출일 뿐.

적도 아닌 상대에게 진심을 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니 넌 전력이 아니었던 것 같아."


"공격이 하찮게 보였다면 미안한데, 그게 내 전력이야."


헤라는 눈을 찌푸리더니 한 숨을 쉬었다.


"그렇게 말해봤자 우리 둘은 서로 적이 아니잖아. 진심을 담아서 싸울 수가 없다고. 뭐, 처음에 네가 칼날을 내려칠 때는 워낙 무서워서 나도 새로운 걸 만들어냈지만..."


"나도 네가 방패를 부쉈을 때 만큼은 솔직히 무섭긴 했어."


진심을 다 하지 않아도 싸움을 할 때면 위기 의식을 느끼지 못 하는 게 아니었다.

아무리 친구여도 그런 친구가 칼날을 코 앞까지 갖다 대면 무서운 법이었다.

찰나의 상황에서 눈 앞에 공격이 펼쳐지면 머리 속 모든 신경이 그 곳에 집중됐다.

무슨 이유인지 이 공격이 중간에 멈출 것이라는 생각 따위는 하려고 해도 들지 않았다.


"물론 지금이야 우리는 친구고, 그냥 서로 하찮게 볼 뿐이지. 근데 왠지 모르게 싸움을 시작하면 마음이 달라지잖아."


헤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고난일 것이라 생각되던 워체르 연구는 나름 순조로운 길을 찾고 있었다.


작가의말

개강이네요 ㅠㅠ

그래도 방학이 끝나기 전에 최대한 달렸습니다.

개강 후에도 최대한 작업해서 올리도록 할게요!

주말 위주로 업로드하겠습니다.


독자 분들이 재밌게 보고 계신지 궁금하네요 ^^

어떤 이야기든 좋으니 댓글 한번 정도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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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Chapter8. 성장의 시간 (3) 24.09.07 11 0 11쪽
» Chapter8. 성장의 시간 (2) 24.09.01 18 0 11쪽
27 Chapter8. 성장의 시간 (1) 24.09.01 16 0 12쪽
26 Chapter7. 원래대로 (2) 24.08.31 11 1 12쪽
25 Chapter7. 원래대로 (1) 24.08.31 15 1 11쪽
24 Chapter6. 질서 없는 인연 (6) 24.08.30 21 1 11쪽
23 Chapter6. 질서 없는 인연 (5) 24.08.30 20 1 13쪽
22 Chapter6. 질서 없는 인연 (4) 24.08.29 15 1 11쪽
21 Chapter6. 질서 없는 인연 (3) 24.08.28 16 1 12쪽
20 Chapter6. 질서 없는 인연 (2) 24.08.27 24 3 11쪽
19 Chapter6. 질서 없는 인연 (1) 24.08.15 24 3 11쪽
18 Chapter5. 굳건한 뿌리 (4) 24.08.14 18 3 15쪽
17 Chapter5. 굳건한 뿌리 (3) 24.08.13 20 3 13쪽
16 Chapter5. 굳건한 뿌리 (2) 24.08.12 22 3 11쪽
15 Chapter5. 굳건한 뿌리 (1) 24.08.05 35 3 13쪽
14 Chapter4. 잔혹한 집행관 (3) 24.08.04 28 3 11쪽
13 Chapter4. 잔혹한 집행관 (2) 24.07.22 38 3 13쪽
12 Chapter4. 잔혹한 집행관 (1) 24.07.21 38 2 16쪽
11 Chapter3. 줄기를 꺾다 (3) 24.07.21 43 2 16쪽
10 Chapter3. 줄기를 꺾다 (2) 24.07.21 38 2 15쪽
9 Chapter3. 줄기를 꺾다 (1) 24.07.15 71 2 14쪽
8 Chapter2. 질서 붕괴 (6) 24.07.15 35 2 13쪽
7 Chapter2. 질서 붕괴 (5) 24.07.15 36 2 14쪽
6 Chapter2. 질서 붕괴 (4) 24.07.15 44 2 13쪽
5 Chapter2. 질서 붕괴 (3) 24.07.15 47 2 13쪽
4 Chapter2. 질서 붕괴 (2) 24.07.15 72 2 19쪽
3 Chapter2. 질서 붕괴 (1) 24.07.14 64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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