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질서의 램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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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콩
작품등록일 :
2024.07.14 21:13
최근연재일 :
2024.09.08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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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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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8. 성장의 시간 (1)

DUMMY

이 난장판 같았던 시간이 길버트와의 마지막 대면이었다.

이후, 길버트가 말했던 대로 수호자 정부 사람들이 이 곳에 일주일 정도 감찰을 하고 돌아갔다.

워체르 보고서에 적힌 정보가 사실인지,

통제가 잘 되고 있는지,

유트니아군에 수상한 움직임이 없는지 확인을 하고서야 끝났다.


그리고 기다리지는 않았지만, 또 다른 성장을 이뤄내고 있었다.

극도의 유트니아군 훈련이었다.

병기에 의존하지 않아도 충분히 싸울 수 있을 정도의 힘,

그것이 목표였다.


4달 정도의 시간 동안 로건은 유트니아군 훈련 교관 모자를 썼다.

램페이지와 글레어를 감시함과 동시에 그들을 최고의 유트니아군으로 키워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최고의 유트니아군이란 단순 사격, 체력, 격투술이 뛰어난 생산자를 넘어 수준 높은 지식과 지혜까지 가진 자.


"제 120기 유트니아군 훈련병 수석! 젠 크루스!"


젠은 모든 이들의 뜨거운 박수 갈채를 받았다.

훈련 동안 모든 유트니아군 훈련병들을 자신의 발 밑에 둔 괴물로 군림했다.

또 다른 괴물 같은 훈련병 단 한 명을 빼면, 압도적이었다.


"2등! 헤라 엘리엇!"


역시나 모든 이들이 박수 갈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남자 훈련병들의 박수가 거셌다.

종합 점수 단 1점 차이로 아쉽게 2등에 자리 잡은 녀석,

절대 지지 않을 거라고 노래를 불렀지만 결국은 2등에 이름을 올렸다.

헤라 엘리엇이라는 이름은 글레어에게 주어진 이름이었다.


모든 훈련이 끝난 후, 워체르 연구를 위해 연구소로 향했다.


"칫, 내가 너 같은 녀석한테 밀려서 2등이라니, 심사 기준이 어떻게 된 거야?"


"칫, 내가 너랑 1점 밖에 차이가 안 난다니, 심사 기준이 어떻게 된 거야?"


로건의 차 뒷좌석에서 둘은 시끄럽게 떠들어 댔다.

헤라와는 훈련을 거듭하며 라이벌이자 친구가 됐다.

같은 여자라도 프레아와는 대하는 느낌이 180도 다른 녀석이었다.

서로 자존심을 건드는 데만 혈안이 되어 웬만하면 좋은 말이 오가지는 않았다.


"둘 다 조용히 해. 나 때에 비하면 너희는 아무 것도 아니야."


"로건도 수석이셨죠?"


"그래."


훈련소 수석, 30세의 나이에 도달한 상사 계급, 확실한 실전 경험.

이 모든 걸 갖춘 유트니아군은 드물었다.

로건은 단연 최고의 유트니아군이었다.


"그 정도의 정예 대원이니까 머피 회장이 나를 잔뜩 굴리는 거 아니겠냐?"


또 헤라를 놀릴 거리가 생긴 젠은 얄밉게 웃었다.


"여기서 너만 2등이야."


"에휴..."


헤라는 한숨 쉬고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로건씨는 격투가 좀 약하다고 들었는데..."


"난 너희보다 사격이랑 전술 해석 능력이 훨씬 뛰어나거든. 다른 공부도 잘했지. 그리고 내가 주먹질을 하고 다녀야 할 이유가 없잖아."


"아... 그렇군요? 몰랐네요."


헤라는 다른 것보다 격투가 뛰어나긴 했다.

그래서 은근히 그것을 자신의 자존심으로 여기고 있었다.


"원래 싸움은 맞으면서 단련되는 거야. 로건 같은 사람이 누군가랑 문제가 생겨서 싸워봤을 리가 없잖아."


"맞고 다닌 건 너 뿐이거든. 난 내가 스스로 단련한 거야."


"쯧쯧."


발끈하는 헤라에게 거만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흔들었다.


"맞고 실제로 싸우면서 키운 힘이랑 샌드백이나 두드리면서 키운 힘이랑 같을 것 같아?"


"맞고 다닌 게 자랑인 것 처럼 얘기하네."


"나중에 보라고. 확연히 차이가 날 거야."


"그래. 그럼 앞으로 넌 나한테 맞으면서 단련하면 되겠네."


슬슬 지겨울 법도 한 상황까지 멈출 줄 몰랐다.

보다 못한 로건이 인상을 찌푸렸다.


"둘다 시끄러우니까 그만 해라. 교관 모자만 쓰고 있었으면 둘 다 입을 막아버리는 건데..."


헤라가 비웃음 섞인 웃음과 함께 젠을 바라보고 말했다.


"훈련이 끝난 훈련병들에게 있어 교관이란?"


"동네 아저씨."


둘은 열 받게 웃음을 터뜨렸다.

이럴 때는 또 서로 잘 통해서 훈훈했다.

로건은 애써 웃으며 화를 참고 있었다.

서로 되도 않는 시끄러운 대화를 하다 보니 어느새 연구소가 나타났다.


"다 왔다."


유트니아에서 가장 유능한 과학자들이 많이 모인 분야인 뇌 과학.

그 지혜의 크기에 맞게 연구소가 화려했다.

넓은 정원을 넘어 윤기가 나는 건물 외벽, 수호자의 땅에서만 볼 수 있을 법한 고급진 건물이었다.

정원을 지나가며 명예 수호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되게 크다."


입구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 흰색 가운을 입은 연구원, 레나였다.


"리브스 상사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 둘다."


"안녕하세요."


밝은 미소로 맞이해주는 레나,

한 눈에 봐도 상냥한 온기로 가득했다.


"램페이지와 글레어 말고 젠과 헤라라고 불러도 될까? 그냥, 친구처럼 말이야."


"네. 물론이죠."


"난 알다시피 레나 스펜서, 레나라고 불러줘. 워체르 연구는 처음이고, 아직 풋내기 연구원이야."


젠과 헤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들어오세요."


내부는 역시나 넓고 광택이 흘렀다.

지나갈 때마다 보이는 연구원들은 각자의 연구에 빠져 있었다.


"뇌 과학은 리베르타인 최대의 학문이지. 뇌 과학에 빠져서 인생을 바치고 있는 생산자들이 다 여기 있어."


젠은 연구원들의 얼굴을 하나씩 확인했다.

어릴 때 봤던 연구원들이 있나 하고 눈동자를 열심히 돌렸다.

하지만 역시 보이지 않았다.


레나의 안내를 따라 함께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버튼 아래에 있는 빈 공간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더니 빛으로 무언가가 새겨지기 시작했다.


'W'


워체르의 약자였다.

엘리베이터는 지하 깊숙한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워체르 연구... 아기 시절에 해봤지?"


"기억 나요."


"그 어린 나이에... 많이 힘들었겠더라."


젠은 과거 연구를 받던 시절을 떠올렸다.

잠든 사이, 아무 것도 모르는 사이에 항상 눈을 뜨면 사냥개들이 노려보고 있던 어린 시절.

하루하루가 공포의 연속이었다.

레나도 이에 대한 사실을 얼추 아는 듯 했다.


"이제는 걱정 하지 마. 그런 방식으로는 절대 안 할 거야. 어쨌든 너희도 사람이잖니?"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긴 통로를 걸었다.

이 곳이 진정한 워체르 연구소였다.

문을 열자 나타난 유리로 된 커다란 공간 안에 환한 조명, 그와 대비되는 어두운 분위기.

그 중앙에 크고 복잡한 구조물이 두 개 있었다.


"여기는 남은 2개의 워체르가 있는 곳이야. 아직까진 주인을 찾지는 못 했어. 물론 코드 네임도 없지."


저 구조물 안에 나머지 2개의 워체르의 힘이 잠들어있는 것이었다.

마치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공간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램페이지, 글레어... 그런 명칭들은 각자 발현한 능력을 따라서 이름을 결정하거든."


젠과 헤라는 넋을 놓고 유리 안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계속 따라 와봐. 너희가 봐야 할 게 있거든."


레나를 따라 통로의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자 펼쳐진 또 다른 공간.


"여긴 통제 센터야."


GPS 화면처럼 보이는 커다란 스크린, 그 앞에 놓인 수상한 기계는 오싹한 기운이 돌았다.

레나가 기계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그 때 말했던 대로, 너희 척수 근처에 심어져 있는 통제 칩을 관리하는 건 이거야. 이 기계로 말이야."


"조금... 무서운걸요."


"너무 걱정하지는 마. 너희한테 개인적인 감정을 가지고 건드릴 사람은 없을 거야."


저 기계가 여태껏 두통과 함께 머리 속에 길버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게 하는 현상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것 뿐이라면 그저 짜증 나는 기계였겠지만, 힘을 차단하는 건 물론이고 목숨까지 차단할 수 있는 무서운 기계였다.

젠과 헤라는 자신들의 생명줄을 보고 있는 거나 다름 없었다.


"물론 개인적인 감정 때문에 함부로 만져서도 안 되지만... 하...하하..."


레나는 어설픈 웃음으로 긴장한 젠과 헤라를 달랬다.


"어쨌든, 어떤 것이든 절차라는 건 분명 있어. 그리고 그 절차는 결코 단순하지 않지. 이 기계도 마찬가지야."


한참을 걸었지만, 아직 마지막이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공간이 남아있었다.


"이제 마지막, 아래로 가자."


가뜩이나 깊은 곳에서 또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문이 열리자 펼쳐진 공간은 입을 떡 벌어지게 했다.


"와..."


"연구가 이뤄질 곳이 여기야."


마치 우주를 연상케 하는 드넓은 공간.

이 공간을 둘러싼 벽은 어둡고 멀어 보이지도 않았다.

중간중간 위험천만한 낭떠러지를 연출하는 아찔한 구간도 있었다.

워체르 연구에 투자된 비용이 얼마인지 짐작할 수 조차 없었다.


"이 정도 넓이라면 너희가 힘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겠지."


"궁금한 게 있는데요, 레나."


젠의 물음에 레나가 뒤 돌아 봤다.


"새로운 기능을 발휘하려면 위기 의식을 느껴야 하는데 과거에 했던 방식이 아니면 어떻게 한다는 거에요?"


"음... 솔직히 너무 어려운 문제야."


레나가 팔짱을 끼고 눈을 찌푸렸다.


"위기라는 건 상대적이거든. 지금의 너희가 사냥개들을 마주한다고 위기 의식을 느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너희를 정글 한복판에 던져 놓을 수도 없고..."


인위적으로 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솔직히 과거에 했던 방식이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어찌 보면 실제 전투를 하는 게 아닌 이상은 그렇게 하는 것이 제일 효과적이긴 했다.


"그래서 생각한 방식이 있는데..."


이미 계획이 있었던 레나는 갑자기 표정을 풀었다.


"붙어보는 거야."


젠과 헤라는 어리둥절하게 레나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서로 눈을 마주하고 다시 레나에게 눈을 돌렸다.


"우리 둘이요?"


"물론, 죽일 듯이 싸우지는 말고 적당히 해야겠지."


레나가 곤란한 웃음과 함께 두 손을 강하게 흔들었다.


"둘 중 하나라도 잘못되면 내 연구 커리어는 여기서 끝일 거야. 그러니 너희가 잘 해줘야 해. 가능하겠어?"


젠과 헤라는 한숨을 쉬며 서로를 딱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아무리 그래도 동료인데..."


"그렇지. 내가 봐도 이건..."


"그럼..."


레나가 괜한 질문을 했다는 반응이었다.

순간, 둘의 표정이 180도 바뀌었다.


"너무 좋은 방법이에요!"


"저는 이 때 만을 기다렸다고요!"


설레하는 모습은 진심이었다.

레나는 의외의 반응에 크게 당황한 듯 보였다.


"어이, 내가 아까 말했지? 수준 차이를 보여준다고 말이야!"


"자신만만하긴! 너 아직 내 능력을 본 적 없잖아?"


"난 스크림이랑도 싸워봤어. 너랑은 수준이 달라!"


"아니, 얘들아... 잠시..."


이 자존심을 건 싸움에 레나는 끼어들 수가 없었다.

이미 둘은 당장이라도 서로에게 진심을 다할 생각이었다.


"둘 다 서로 적당히 하면서 해라. 다치지 말고."


로건은 이런 상황이 익숙하여 태연히 넘겼다.

레나가 우연히 뱉은 말은 곧 워체르 연구에 큰 비전을 제시했다.

정작 본인은 안절부절 못해 애써 웃었다.


"하하... 이거, 괜찮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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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Chapter8. 성장의 시간 (3) 24.09.07 10 0 11쪽
28 Chapter8. 성장의 시간 (2) 24.09.01 17 0 11쪽
» Chapter8. 성장의 시간 (1) 24.09.01 16 0 12쪽
26 Chapter7. 원래대로 (2) 24.08.31 11 1 12쪽
25 Chapter7. 원래대로 (1) 24.08.31 14 1 11쪽
24 Chapter6. 질서 없는 인연 (6) 24.08.30 20 1 11쪽
23 Chapter6. 질서 없는 인연 (5) 24.08.30 20 1 13쪽
22 Chapter6. 질서 없는 인연 (4) 24.08.29 14 1 11쪽
21 Chapter6. 질서 없는 인연 (3) 24.08.28 16 1 12쪽
20 Chapter6. 질서 없는 인연 (2) 24.08.27 23 3 11쪽
19 Chapter6. 질서 없는 인연 (1) 24.08.15 23 3 11쪽
18 Chapter5. 굳건한 뿌리 (4) 24.08.14 17 3 15쪽
17 Chapter5. 굳건한 뿌리 (3) 24.08.13 20 3 13쪽
16 Chapter5. 굳건한 뿌리 (2) 24.08.12 21 3 11쪽
15 Chapter5. 굳건한 뿌리 (1) 24.08.05 34 3 13쪽
14 Chapter4. 잔혹한 집행관 (3) 24.08.04 27 3 11쪽
13 Chapter4. 잔혹한 집행관 (2) 24.07.22 37 3 13쪽
12 Chapter4. 잔혹한 집행관 (1) 24.07.21 37 2 16쪽
11 Chapter3. 줄기를 꺾다 (3) 24.07.21 42 2 16쪽
10 Chapter3. 줄기를 꺾다 (2) 24.07.21 37 2 15쪽
9 Chapter3. 줄기를 꺾다 (1) 24.07.15 70 2 14쪽
8 Chapter2. 질서 붕괴 (6) 24.07.15 34 2 13쪽
7 Chapter2. 질서 붕괴 (5) 24.07.15 36 2 14쪽
6 Chapter2. 질서 붕괴 (4) 24.07.15 43 2 13쪽
5 Chapter2. 질서 붕괴 (3) 24.07.15 46 2 13쪽
4 Chapter2. 질서 붕괴 (2) 24.07.15 71 2 19쪽
3 Chapter2. 질서 붕괴 (1) 24.07.14 64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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