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은 빌런 킬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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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햄
작품등록일 :
2024.07.15 11:25
최근연재일 :
2024.08.2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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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2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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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미치겠네

DUMMY

어쨌거나 시간은 흘러 수업이 끝나고 조경태가 학수고대하던 때가 왔다.

 

먼저 밖으로 나온 조경태. 앞장서서 창고로 향한다.

공정식이 도망이라도 칠지 모른다는 생각에 몇 걸음 앞에서 걷는다. 도망치지 못하게 길목을 막아야 한다. 그래서 그런지 뒤를 따르는 공정식의 걸음이 불편해 보인다.

 

‘쫄았구만. 쫄았어.’

 

조경태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녀석이 기가 죽은 듯 하다. 어제하고는 좀 다른 분위기다. 


기분이 좋아지는 조경태. 아무래도 오늘은 손맛 좀 보려나보다. 게다가 옆 반의 황기찬이 뒤를 따라온다. 소식을 들은 모양이다. 짜식이 의리는 있다.  

 

“어서 와라.”

 

조경태가 침을 찍 밷고 나서 공정식 앞으로 다가섰다. 그때 멀찌감치 서 있는 황기찬이 재미있다는 표정을 감추지 않는다.  

 

“왜 불렀어?”

 

예상과 달리 공정식은 전혀 기가 죽지 않았다. 

 

“왜 불러? 몰라서 묻냐.”

 

황기찬이 나타나자 힘이 나는 조경태. 그런데 그럴수록 쪽 팔리면 안 된다.

멀리 숨어서 그 광경을 보고 있는 공정식의 세 친구. 황기찬이 나타나다니 불안하다.

 

“너 버릇 좀 고쳐주려고 말이야. 어제 일도 그렇고.”

“어제 난 손끝 하나 안 댔는데?”

“이 새키가 말장난하네.” 

“내 말이 틀렸냐?”

 

틀린 말이 아니다. 잠시 당황한 조경태. 


“좋은 말로 하려고 그랬는데 도무지 안 되겠다.”


그 말을 마치자마자 주먹을 날리는 조경태. 역시 성격이 급하다. 바람을 가르는 조경태의 주먹. 스피드가 어제와 다르다.

 

어느새 한 발 뒤로 물러서는 공정식. 주먹은 공정식의 얼굴을 아슬아슬하게 비껴나갔다. 

 

“굼뱅이.”

“아니 이게.” 

 

선방을 날려 기선을 잡으려고 했던 조경태. 당황한다.

 

다시 공정식에게 다가가는 조경태. 어제 일을 되풀이 할 수 없다. 발이 빠른 공정식을 잡을 방법은 뭘까. 복싱을 배운 것 같다고? 그래서 발은 빨라졌는지 몰라도 주먹은 그렇지 못할 것이다. 

 

주먹은 쉽게 강해지지 않는다. 샌드백 몇 번 때렸다고 주먹이 강해지지는 않으니까. 타격자세도 중요하고 타격시 임팩트를 가하는 방법도 터득해야한다.


그리고 튼튼한 뼈와 근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공정식은 둘 다 부족하다. 아니 없다. 오죽 하면 별명이 멸치일까.


그러니 맞는다 해도 데미지가 없을 터, 한 대 맞더라도 접근해서 놈을 붙잡아야 한다. 붙잡으면 게임은 끝나는 것이다. 체중 차이가 많이 나니까. 그 다음은 볼 것도 없다. 훌륭한 작전이다. 녀석을 붙잡기만 하면 성공이다. 그래 작전 변경이다. 

 

적절한 때를 노리는 조경태. 잠시 주춤하는 사이 공정식에게 달려든다.

 

방심을 한 것일까.

순식간에 달려든 조경태의 손아귀에 정식의 옷소매가 잡히고 만다.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모두를 숨죽이게 만드는 긴장감. 긴장과 침묵의 시간, 조바심이 흐른다. 


‘잡았다.’


조경태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역시 그럼  그렇지.’


그러나 모두의 예상대로 일이 흘러가지는 않았다.

 

조경태가 양팔을 뻗어 공정식을 잡으려는 순간, 다들 잡혔다고. 육중한 조경태의 손이 공정식의 팔을 잡았다고 생각했다.  

 

‘아니. 이거 뭐지.’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어제와 거의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조경태 조차 분명히 공정식을 잡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공정식이 잡히기는 커녕 무슨 마법을 부리듯 어느새 몇 걸음 뒤로 물러나 있었다. 


아쉽게도 조경태의 손은 공정식의 옷깃을 스치고 지나갔을 뿐이다.


“와!” 


구경을 하던 몇 명의 아이들 입에서 숨막히는 탄성이 흘러나왔다. 조경태의 기세도 그렇고 그걸 피하는 공정식도 그렇고 몰래 숨어서 구경하는 아이들 눈에도 대단하게 보였다.

 

특히 공정식. 누구나 다 아는 약골 공정식이 저렇게 빠르다니. 다들 감탄을 금치 못한다. 

어제 일이 그냥 우연히 생긴 일이 절대 아니었다. 그래서 그런지 어제와 똑같은 일이 벌어질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길지, 아이들 눈에 기대가 가득하다. 

 

다시 공정식에게 다가가는 조경태. 거듭해서 공정식을 노려보지만 계속되는 실패. 똑 같은 패턴이 반복된다. 


쥐새끼 같은 놈. 어찌나 빠른지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잡기만 하면 아작을 낼 수 있다. 그런데 잡혀야 말이지. 

 

발이 느려질 기미도 없다. 몸을 많이 움직였더니 지친다.

 

젠장! 이러면 곤란한데.  

 

이렇게 계속된다면 어제와 같은 결과에 도달할 지도 모른다. 슬슬 불안해지는 조경태. 벌써 숨이 차다. 숨을 몰아쉬기 시작한다. 

 

“남자답게 도망다니지 말고 덤벼봐.”


하지만 공정식 비웃듯이 웃기만 한다. 더욱 약이 오르는 조경태. 

구경꾼이 많다. 그걸 누구보다 잘 아는 조경태. 식은땀이 나려고 한다.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구경을 하던 황기찬. 처음과 달리 이젠 이 좀 딱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않는다.


 

“그만 하고 돌아가지. 너 그러다 쌍코피 난다.”


공정식이 안됐다는 듯이 말했다. 어디서 들어본 말이다.


그 말에 격분한 조경태. 참을 수 없다.  

화가 날대로 난 조경태. 마침 옆에 창고 옆 한켠에 세워둔 막대 걸레가 눈에 들어온다. 얼른 막대걸레의 손잡이를 뺀다. 제법 길다. 휘두르기도 좋고. 


“어디 니가 얼마나 빠른지 보자.”

 

막대를 휘두르기 시작하는 조경태. 허공을 가르는 공기소리가 붕붕 울린다. 마치 봉술을 하듯 막대가 허공에서 춤춘다. 이거 재미있네.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번진다. 

 

‘좋게 끝내려고 했는데.’


난감해진 공정식. 

조경태이 막대기를 꺼내들었으니 더는 봐 줄 수는 없게 되었다. 


뒤로 추춤거리는 공정식의 태도에 조경태가 용기를 얻는다. 진즉에 이런 방법을 쓸 걸. 주먹이면 어떻고 막대면 어떤가 녀석을 혼내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조폭들은 칼도 쓴다는데 이런 나무 막대기야 아무 것도 아니지 않은가.


뒤로 물러나는 공정식. 슬금슬금 다가가면서 기회를 노리는 조경태. 공정식을 구석으로 몰아간다. 


“짜식아! 쫄았냐? 발이 빨라보니 그건 아무 소용없는거야. 주먹이 세야지.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깡이야. 깡이라고. 알아?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죽어도 좋다는 정신. 그게 없으면 아래로 기는 수 밖에 없는 게 이 동네 룰이라고. 알아? 이 새꺄!’

 

있는 힘을 다해 막대를 휘두르는 조경태. 마구 날아드는 막대를 겨우 피하는 공정식.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다. 

 

‘이거 안 되겠네.’

 

조경태가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은 몰랐다. 

다급해지니 무기를 쓰는 것이다. 이것도 안 통하면 칼이라도 꺼낼 듯한 기세다. 


그런 놈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비열하다. 일진이니 학폭이니 하는 놈들이 겉으로는 남자다운 척 떠들어 대지만 사실은 가장 비열하고 더러운 양아치들이다.


“조경태. 납자답지 못하게 이게 뭐냐?”


조용히 타이르는 공정식.

 

“남자답지 못하다고 그러는 넌? 남자다워서 피하기만 하냐?.”

“하!”

 

어이없다. 싸움을 피하는 것도 비겁한 건가? 그럼 이제 비겁하지 않은 게 어떤 건지 보여 줘야하나? 

 

“왜? 겁나냐. 이제 정신이 확 들지? 응? 이리 와라. 이 새키야. 뚝배기를 깨버릴테다.”


공정식 앞으로 한 발 더 가서는 조경태. 막대를 든 폼이 기세등등하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아이들. 

 

“안돼.”

 

방대호와 오동철 그리고 전은숙. 셋은 숨을 쉬지 못한다. 행여 정식이 크게 다칠 것만 같다. 그런데 정식의 표정을 보면 또 여유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조경태가 얼마나 무지막지한 놈인가. 가슴이 쫄려 차마 보고 있기 힘들다. 

 

그 광경을 보고 있는 황기찬. 재미있다. 조경태가 하는 꼬라지하고는 정말 어이가 없다. 저게 뭐하는 짓이란 말인가. 반에서 제일 약골인 애를 어떻게 하지 못해서 저러고 있으니 웃기지도 않는다. 

 

에휴! 발이 좀 빠르기는 하지만 그게 뭐가 대수냐. 정말 쪽 팔린다. 쪽 팔려.

앞으로 저 새끼랑은 아는 척을 말아야겠다. 자칫하다가는 똑같은 놈 취급받을까 겁난다. 

 

그때 막대기를 앞으로 쭉 내밀면서 공정식에게 다가가는 조경태.

막대기 끝이 공정식의 얼굴로 향한다. 마치 얼굴을 찍어 버려는 것 같다. 막대기 끝이 얼굴에 닿기 일보직전.

 

슬쩍 상체를 피하면서 날아오는 막대를 왼손으로 걷어내는 공정식.

그러고는 막대기를 피하는가 싶더니 발로 조경태의 복부를 걷어찼다. 앞차기였다.

  

컥!

 

굵고 짧은 외마디 비명소리가 모두를 놀라게 한다. 그 비명소리와 함께 저만치 뒤로 나가떨어지는 조경태. 마치 바위돌이 구르는 듯 하다. 

 

단 한 번의 발차기였다. 그런데 한덩치한다는 조경태가 뒤로 나가떨어져 버렸다. 복부가 타격되는 생생한 느낌이 발로 전해왔다.

 

으으으으···.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어찌된 일인지 어안이 벙벙하다.

 

쓰러진 조경태. 배를 움켜쥐고 신음소리만 흘리고 있다. 일그러진 얼굴. 일어나려고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듯 신음소리가 커진다.  

 

구경을 하던 아이들도 얼어붙은 듯 가만히 서 있을 뿐이다.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진 광경을 믿을 수 없다.


단 한 번의 발차기 그리고 그 주인공은 누구나 아는 멸치 공정식이 아닌가. 공정식에게 맞아서 조경태가 쓰러졌다고 한다면 이 삼일고 안에서 믿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런데 사실이었다. 그것도 그리 세게 찬 것 같지 않았다. 그냥 휙 하고 발이 올라갔다가 내려갔을 뿐이었다. 그런데 썩은 통나무처럼 쓰러진 조경태는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광경을 본 공정식의 세 친구들과 홍동식 그리고 황기찬. 모두 의외의 광경에 놀란 나머지 말을 잊고 있다.

 

“어머! 무슨 일이야. 응?‘

 

차마 앞을 볼 수 없어 눈을 가리고 있던 전은숙.


조용한게 너무 불안해서 눈을 떴다. 그 순간 바닥에 쓰러진 조경태를 보고 말았다.   

 

조경태가 가슴을 움켜쥐고 누워있다니. 자신의 눈을 의심하는 은숙. 그건 방대호와 오동철 그리고 홍동식도 마찬가지였다. 

 

쓰러진 조경태를 보고 놀라기는 황기찬도 마찬가지였지만 그가 놀란 것은 따로 있었다.

 

‘명치를 바로 맞았나 보군. 그런데 저렇게 정확하게 급소를 찰 수 있다니?’

‘설마? 우연일까?’

 

황기찬이 놀란 건 공정식의 발이 정확히 조경태의 급소를 가격했다는 점이다. 주먹도 아닌 발이다. 발이 자연스럽게 쓱하고 올라와서 명치를 차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내려갔다. 


그게 무슨 사람을 가격한다던가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동작처럼 부드럽고 스무스했다. 그게 믿을 수 없었다. 조경태가 느림보라지만 우연이 아니고서야. 

 

‘아! 이거 뭐지. 내가 뭘 본 거야?’ 

 

황기찬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나 자연스럽고 부드러우며 위화감이라고는 전혀 없는 미끄러지듯이 부드러운 발차기였다. 

 

‘아니. 저 자식 뭐지? 대체 뭐냐고?’

 

우연이든 뭐든 조경태를 한 방에 쓰러뜨리다니. 그것도 멸치 공정식이. 

 

‘미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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