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은 빌런 킬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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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햄
작품등록일 :
2024.07.15 11:25
최근연재일 :
2024.08.2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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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5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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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운동 좀 해야겠다 2

DUMMY

‘이게 아닌데.’


당황한 정식. 자신도 모르게 한 발 뒤로 물러선다.


“멍멍!!!”


그때 다가서는 곰탱이의 앞을 막아서는 영구. 


“이거 뭐야? 웬 개새끼가 나서냐?“


주인을 지키는 것이 개의 임무중 하나이긴 하지만 위험한 일에 섣불리 나서는 개가 어디 있단 말인가. 개도 눈치가 있는데.


그런데 영구는 다르다. 정말 영리하고 용감하다.

주인에게 닥친 위기를 알고 주인을 위해 나선 영구. 이빨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옳지! 역시 진돗개는 다르구만. 역시 달러.”


뒤쪽으로 멀찍이 물러난 김교장이 손뼉을 치며 영구를 응원한다. 


용맹한 진도견의 등장에 잠시 주춤한 곰탱이. 그러더니 옆에 앉아 있는 불독을 바라본다. 


“야! 뭐 하냐?”

“······.”

“뭐 하냐고? 저 진돗개 좀 처리해.”


자신이 데려온 불독에게 소리친다. 그러나 주인의 고함소리에도 꿈쩍않는 불독. 대체 왜 그러냐는 듯한 불독 특유의 무덤덤한 표정이다.

“에이씨!  어떻게 된 놈이 밥값도 못해. 이 새퀴야!”


화가 날 대로 난 곰탱이, 불독에게 발길질을 한다.


깽!


갑작스러운 발길질에 엉덩이를 강타당한 불독 비명을 내지르며 도망을 시도한다. 달아나려는 불독. 


목줄을 잡고 있던 곰탱이 급히 목줄을 당긴다. 


질질질.


달아나다가 짐짝처럼 다시 끌려가는 불독. 그 모습이 애처롭다. 불독을 끌어당기는 곰탱이 과연 힘이 엄청나다. 


“이리 와! 어딜 도망가냐고.”

“깽깽···.”


곧 숨이 넘어갈 듯 비명을 지르는 불독. 주인 잘못 만나 고생이 말이 아니다. 특히 폭력적인 주인은 그야말로 개고생을 하게 만드는 1티어급 견주라고 할 수 있다.


폭력이란게 상습적으로 습성이 발현되는 것인데 특히 약자를 향해서 자행되는 것이고 보면 개란 동물이 그 대상이 되기 십상이니까.


자칫하면 스트레스 해소용 샌드백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


저 불독도 이젠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특히 오늘처럼 다른 집 개보다 못하다고 인식될 경우 아주 위험하다.


남의 집 개는 주인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데 너는 먹는 것 말고 하는 게 뭐냐? 그런 식으로 인식되면 앞으로의 미래는 매우 암담해진다.


귀여움을 받던 귀여운 애완견이 어느 순간부터 쓸데없는 놈이 되고 더 나가 식충이가 되고 마침내 샌드백으로 전략하게 된다. 


불독을 끌어당긴 곰탱이. 목줄을 정자 기둥에 묶는다. 화가 많이 났다.


정식에게 화가 나고 앞을 막고 선 영구에게 화가 났다. 개가 사람의 앞을 막아서다니. 이건 개만도 못한 사람이 된 것이다. 치욕 그 자체라고 할까. 팔을 걷어붙인다. 


“깽···.”


화가 난 곰탱이 급기야 낑낑거리는 불독의 얼굴을 걷어찼다. 이어서 등허리를 밟는다. 무자비하다.


개에게 가하는 폭력을 보니 그냥 단순한 주먹질이 아니다. 한두 번 주먹질을 해본 솜씨가 아니다.


곰탱이가 정식과 영구 앞으로 다가온다. 곰탱이의 위세에 놀란 정식. 놀라기는 영구도 마찬가지다.  


눈 앞에서 폭행을 당하는 불독을 보니 영구도 기가 죽은 듯 하다.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아는 것 같다. 곰탱이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하! 이거 어쩐다.’


도망을 가려니 자존심이 허락지 않고 싸우려니 몸이 아니다.


내가 누구인가? 비록 챔피언이 되지는 못했지만 UFC 챔피언에 도전했던 탑 랭커가 아닌가.

그런데 저런 동네 불량배를 피해야 하다니.


하지만 자신이 가졌던 공정식에 대한 생각이 떠오른다.


‘도망이라도 쳐서 위험을 피해야 하는 건 아닐까. 자존심 때문에 위험을 피하지 않는다면 그거야말로 바보짓 아닌가.’


뭐 그런 생각들 말이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물러날 때와 나갈 때를 구분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하루 만에 또 그런 일을 당하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 안 되니까.


그리고 중요한 것은 나는 김독수가 아니라 공정식이다. 도망가도 나를 비웃을 사람은 없다.


“정희야 어서 피해. 선생님도요.”


정식, 뒤에 있는 정희와 김교장을 향해 소리를 친다. 아무래도 노약자들이 먼저  피해야 하니까. 


그런데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뒤를 돌아보는 공정식, 아무도 없다.


‘응! 어딜 갔지?’


두 사람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정식.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하하하! 둘 다 아까 이미 도망갔다. 멍충아.”

“뭐라고?”


그럴 리가 없지만 정희가 보이지 않으니 할 말이 없다. 그럴 리가 없는데 말이다. 믿을 수 없는 정식. 김교장이라면 몰라도 정희가 오빠를 놔두고 도망을 가다니. 


이제 믿을 건 영구뿐. 영구는 여전히 곰탱이의 앞을 막고 으르렁거리고 있다. 


그 덕분에 곰탱이가 함부로 달려들지 못하고 있다. 목줄이 팽팽하다. 당장에라도 곰탱이에게 달려 들 것 같은 영구다. 


곰탱이가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맨 손보다는 막대기라도 드는 게 나을 테니까. 그런데 마땅한 물건이 없다.


두 주먹을 쥐고 정식과 영구를 향해 한발 한발 다가오는 곰탱이. 여차하면 영구를 발로 차버릴 기세다. 기회를 노리고 있다.


그 앞을 막아선 영구. 영구도 절대 밀리지 않는다. 만약 정식이 목줄을 놓는다면 영구는 당장 달려들 것이고 그렇게 되면 영구와 곰탱이 간에 한판 대결이 벌어지게 된다. 


개와 인간의 사투가 벌어지기 일보직전의 긴장된 순간이다.  


서로를 노려보고 있다.

힘들다. 이런 긴장된 순간을 무수히 많이 겪어 봤지만 오늘은 더 힘들다. 왜 그럴까. 


자신감의 결여.

 

핵심은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지금은 그게 없다. 허약한 몸으로는 상대를 이길 수 없으니까. 그건 누구보다 잘 안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몸은 정직한 결과를 보여줄 뿐 그외의 고려할 요소는 몇 되지 않는다. 

 

변수는 오직 상대방의 상태 그리고 운이다. 운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아주 극적인 순간에  찾아오는 운. 올 수도 있고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상대에게 찾아갈 수 있고 반대로 내게 올 수도 있다.  그러니 그걸 기대해서는 안 된다. 가장 확실한 것은 오직 나의 상태. 완벽한 무결점의 상태로 자신을 끌어올려 상대를 압도 해야한다. 


공정식은 불과 이틀 전, 자신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씁쓸하다.


공정식의 몸에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김독수가 아니었던가. 지상 최강자의 자리를 놓고 대결하던 격투기 선수 김독수, 그런데 지금은 이게 뭐란 말인가.

 

동네 불량배 하나에게도 자신이 없어서 영구에게 의지하고 있는 신세가 아닌가. 만약 영구가 없었다면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 볼 것도 없었다.

 

이틀 연속으로 똑같은 일을 당했을 것이다.

 

불과 이틀 만에 이런 상태가 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세상 어느 누가 김독수가 죽어 공정식이라는 고등학생의 몸으로 환생한 것을 믿을까. 나 자신도 믿을 수 없는데. 

 

그나저나 곰탱이는 포기하고 돌아설 기미가 없다. 목줄을 놓아 영구에게 공격을 하도록 할까? 아니면 뒤로 물러날까. 


녀석에게 두들겨 맞는 것 보단 좀 쪽팔리긴 해도 도망치는 게 백배 낫다. 맞아서 병원 신세를 지느니 자존심을 버리고 도망을 쳐서 몸을 유지한다면 그게 훨씬 이득이니까. 


심경이 복잡한 공정식. 결단의 시간이 다가온다. 


곰탱이가 스탭을 밟기 시작한다. 앞으로 나왔다가 물러난다. 그리 빠르지는 않다. 초롱이 정도다. 그러고 보니 몸이 좀 닮은 데가 있다.


영구를 도발시켜서 빈틈을 찾으려는 수작이다.

아니나 다를까 곰탱이가 스탭을 밟아 다가올 때 마다 영구가 크게 반응한다. 그리고 곰탱이를 따라 영구도 움직인다. 더욱 흥분하는 영구. 

 

“덤벼덤벼. 덤비라구. 개새키야!”

 

곰탱이가 영구를 향해 약을 올리듯 소리를 친다. 

그 말을 알아들은 듯 더욱 심하게 짖는 영구. 정말 약이 오르고 열을 받은 듯 하다. 그런데 이러면 상대의 심리전에 말려드는 것이다.


극도로 긴장하고 있는 영구. 영구를 진정 시키는 정식.


싸움의 순간, 사람이든 동물이든 긴장할 수 밖에 없다.

짧은 순간, 생과 사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단 한방으로 전투력을 상실하거나 죽는 수도 있다.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영리한 영구는 본능적으로 중요한 순간이란 걸 안다.


하지만 긴장하기는 청년도 마찬가지다. 싸움에 도가 트지 않은 이상, 이빨을 드러내놓고 달려들려는 개를 상대로 싸운다는 게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게다가 진돗개 아닌가.


진돗개는 좀 다르다. 함부로 상대하기에는 민첩하고 끈기가 있다. 청년이 달려들면 진돗개도 달려들 것이다.  


답답하기는 곰탱이도 마찬가지다. 이 상황이 애매한 것이다. 앞으로 나가기도 물러나기도 뭐하다. 개와 싸워도 피해도, 자칫 둘 다 아주 우스운 결과가 될 수 있다. 한마디로 진퇴양란이다. 


‘젠장!’  


그러고 있는 동안 어디선가 경찰차 소리가 들린다. 


점점 소리가 커지더니 마침내 공원 근처까지 다가온 순찰차 경보음. 멀지 않다. 그리고 들리는 경찰과 사람들의 대화소리.


당황하는 기색이 엿보이는 곰탱이. 어딘지 모르게 허둥댄다고 할까.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더 커진다. 근데 정희의 목소리다.


공정식 갑자기 힘이 난다. 그건 영구도 마찬가지다. 더욱 크게 짖는 영구. 영리한 녀석답게 분위기를 파악했다. 귀가 밝은 영구가 아닌가. 


“저쪽이에요.”

“깡패가 교장 선생님을 때리려고 했어요. 멱살을 잡고 흔들면서요.”



초저녁, 주택가 조용한 공원. 

개 짖는 소리와 경찰의 출동으로 시끄럽다.


분위기를 파악한 곰탱이 뒤로 물러난다.


“가자.”


정자 기둥에 묶어 두었던 불독을 끌어당긴다.


“달려. 달리라고. 이 새퀴야.” 


여전히 뚱한 불독. 달리는 청년을 따라 달린다. 그러나 달리는 게 아니라 끌려간다고 봐야한다. 그 모습이 어이없다. 불량배 녀석 기운도 좋다. 불독을 끌고 달리다시피한다. 짧은 불독의 다리가 보이지 않는다. 


“저 사람이에요.”


정희가 손가락으로 곰탱이를 가리킨다. 


“너 임마 나중에 보자. 그냥 안 둔다.”


불독을 이끌고 미친듯이 도망을 가는 곰탱이. 


“엄청 빠르네요.”


굳이 추격할 생각인 없는 경찰. 그냥 도망가는 곰탱이와 불독을 바라보고 있다. 누가 다친 것도 아니고 폭력사건이 생긴 것도 아니다.


신고를 한 정희. 오빠가 당한 일을 교훈 삼아 즉시 신고를 했다. 덕분에 일이 크게 번지지는 않았지만 이게 운이 좋았다.


만약 영구가 없었더라면 아마 똑같은 일이 반복되었을지도 모른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도망간 녀석의 상태를 보니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놈이다. 도처에 저런 예비 범죄자들이 도사리고 있다. 


정식은 영구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고맙다. 영구, 꼬리를 흔든다. 


위기를 넘긴 공정식. 깨달은 바가 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당장 운동을 시작해야지. 근데 어디서 하지?’ 


나중에 보자는 놈 안 무섭다지만 그래도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하지 않는가.


그러고 보니 김교장이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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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 세게 친 게 아니라고 24.08.17 49 4 12쪽
25 25 어쩔 수 없는 일이지 24.08.16 46 4 12쪽
24 24 공터3 +1 24.08.15 39 4 11쪽
23 23 공터2 24.08.14 39 3 11쪽
22 22 공터1 +1 24.08.13 49 4 12쪽
21 21 이런 애들은 매가 약인가? 24.08.12 52 4 12쪽
20 20. 민관장의 혼란 +1 24.08.10 50 4 11쪽
19 19. 동물병원 사람들 24.08.09 53 3 12쪽
18 18. 이거 재미있네 24.08.08 57 3 11쪽
17 17. 운수 사나운 날 24.08.07 65 3 12쪽
16 16. 쓰러진 황기찬 +1 24.08.06 65 4 12쪽
15 15. 쇠 너클 +1 24.08.05 65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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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 미치겠네 24.08.02 58 3 11쪽
12 12. 복싱? +1 24.08.01 65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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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 운동 한다고 될까? 24.07.29 70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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