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은 빌런 킬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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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햄
작품등록일 :
2024.07.15 11:25
최근연재일 :
2024.08.2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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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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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쓰러진 황기찬

DUMMY

황기찬이 꺼낸 것은 다름 아닌 쇠 너클이었다. 


너클을 한번 둘러보고 난 황기찬. 검고 묵직한 너클을 주먹에 끼웠다. 너클이 감싼 주먹이 한순간에 흉기로 변했다. 


그 모습을 본 아이들,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쇠 너클? 이건 흉기다. 필살기에 속하는 무기였다. 얼굴을 맞는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이제 단순한 싸움이 아니게 되었다.


주변의 달라진 반응. 그러나 전혀 개의치 않는 황기찬. 너클을 내려보며 하얗게 이를 드러낸다. 만족스럽다는 듯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황기찬의 주먹이 마치 로봇의 주먹처럼 단단하고 커졌다. 뭐든 걸리는대로 다 부숴버릴 수 있을 것만 같다.  


그 모습을 본 공정식. 살짝 긴장을 한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아니다 싶다.


공정식을 힐끗 보고 난 황기찬.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으로 앞으로 다가간다.


“어때 다시 시작해볼까? 아까는 내가 봐 준거야. 알지?”


한 방만 맞추면 게임이 끝나니까. 두 번이 필요없다. 어디든 단 한번만 맞추면 된다. 그러면 승부는 결정된다. 큰 데미지와 함께 말이다.  

 

“정 그렇다면 후회마라.”

 

공정식 어쩔 수 없게 되었다는, 다소간 체념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누가 할 소리?”


황기찬도 지지 않는다. 

 

“지금부터 생길 일은 네가 그동안 친구들에게 저지른 악행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해. 알았지? 일종의 죗값이지.”


쇠 너클을 보고도 조금도 기가 죽지 않은 공정식이다. 사실 황기찬은 다른 반이다. 그래서 황기찬에게 직접 괴롭힘을 당한 기억은 없다. 그러나 황기찬이 같은 반 아이들에게 저지른 짓은 잘 안다. 아이들은 수시로 삥을 뜯기고 돈이 없으면 구타를 당했다. 

 

들은 바에 따르면 황기찬은 가정사정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유달리 가혹하게 굴었다. 그건 마치 공정식이 오재영에게 당한 것과 똑 같았다. 그러니 공정식으로서는 황기찬이 더더욱 달리 보였다.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상대였다.

 

그간의 황기찬을 비롯한 일진들의 악행에도 불구하고 시끄럽지 않았던 건 보복이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학교내 일진 패거리는 반 마다 한두 명 그리고 학년 별로 피라미드식으로 조직되어 있었다. 그리고 나가서 사회의 조폭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소문도 있으니 아이들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존재들이었다. 실제로 보복을 당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황기찬의 폭력성은 조경태보다 심했다. 자기 맘에 안 드는 아이가 있으면 심하게 폭행을 했다. 그게 황기찬의 가장 큰 죄다.  

 

“흥! 미친 새끼. 웃기지 마라.”

 

이제 황기찬의 주먹은 쇠로 무장을 했다. 로봇 주먹으로 변한 것이다. 그 표정에 자신감이 넘친다.  

 

너클은 장점이 많다. 우선 펀치의 파괴력이 상상을 초월한다. 그게 가장 큰 장점이다. 그리고 너클이라 공격할 때만 유리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방어시에도 장점이 아주 많다. 너클로 상대방의 주먹을 막는다면 공격을 한 상대편이 도리어 큰 부상을 당할 수 있다. 발차기도 마찬가지다. 


섣부른 공격은 더 큰 데미지로 되돌아 올 수 있다. 그러니 너클은 훌륭한 방어도구다. 맨주먹과는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장점만 있는 게 아니다. 단점은 주먹이 무겁다는 것. 그래서 주먹이 둔해 진다. 느린 주먹으로는 움직이는 상대를 맞히기 힘들다.


그러나 맞히기만 한다면 데미지는 상상을 초월하는 메가톤 급이 된다. 거의 피바다가 된다고 보면 된다. 

 

의기양양한 황기찬. 


“이 새끼. 대가리를 반으로 쪼개 버릴테다.” 

 

어느새 눈두덩이가 시뻘걷게 부어오른 황기찬 악에 받힌 고함을 지른다. 그런데 그 모습이 무서운게 아니라 어째 마음이 짠하다.


그런다고 겁을 먹을까? 겨우 너클로 무장을 하고 달려든다고 두려워할까 싶은 것이다. 절대로 그 정도로 위축될 공정식이 아니다. 과거의 공정식이 아니니까. 


더 이상 그 꼴을 보고 있을 수 없다. 


황기찬이 주먹을 흔들며 다가온다. 공정식이 순식간에 황기찬의 왼발 장단지를 향해 킥을 날린다. 로우킥이다. 주먹으로는 로우킥을 막을 수 없다. 

 

순식간에 발차기를 당한 황기찬의 몸이 휘청거린다.

 

‘악!’

 

자신도 모르는 사이 터져 나오는 비명을 억지로 삼킨다.

 

다리가 부러질 듯 엄청난 충격파가 다리를 타고 올라온다. 깜짝 놀랄 만큼 강력한 발차기다. 일찍이 경험한 적 없는 발차기가 아닐 수 없다. 

 

이 정도 발차기라면 몇 번 더 맞으면 버틸 수 없게 된다. 왼쪽 다리에 힘에 빠지는 것 같다. 다리가 저려온다. 자신도 모르게 자세를 낮추는 황기찬. 

 

로우킥을 맞고 쓰러지는 UFC 선수들을 많이 봤다.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이제 알 것 같다. UFC에서 구척장신의 거한도 주저앉게 만드는 게 로우킥이다. 로우킥은 살과 근육을 터뜨리고 뼈를 부러뜨리는공격이다.   

 

단 한 방에 곧 쓰러질 것 같이 휘청거리는 황기찬.

 

악다문 입. 잇몸 사이로 흐르는 비명소리를 공정식은 다 듣고 있다. 


황기찬은 하체가 부실한가? 로우킥이 효과가 좋다. 그리 세게 찬 것도 아닌데 말이다.  


‘시발! 이제 어쩔 수 없다.’

 

잽 몇 대와 로우 킥 한 번에 상당한 데미지를 입었다. 로우킥을 당하다니. 어처구니없게도 눈뜨고 당했다. 


정 그렇다면 트릭을 쓸 수밖에. 


황기찬이 비틀거린다. 

공정식을 앞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유인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 한방을 먹이면 완전히 날려버리는 것이다. 단 한방이면 된다.


주먹을 내리고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하는 황기찬. 울 것 같은 표정을 짓는다.


“정식아.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다.”


갑작스러운 황기찬의 사과에 놀라는 공정식. 믿을 수 없지만 녀석의 표정은 진심이다. 녀석에게 의외로 순수한 데가 있었다니. 정말 의외다.


놀란 공정식. 주먹을 내리고 황기찬 앞으로 다가간다.

​황기찬이 사과를 하다니 절대 그럴 것 같지 않았는데 말이다. 


주먹에 맞아서 눈두덩이 부어오르고 다리를 절뚝이는 모습을 본 공정식. 마음이 약해졌다. 게다가 자기가 잘못했다고 사과를 하지 않는가. 자신도 모르게 가드가 내려간다.


‘흥! 내가 조경철같이 멍청한 놈인 줄 알면 오산이지.’


주먹을 내린 공정식. 무방비 상태다.


‘지금이다.’

   

무방비 상태가된 공정식을 향해 주먹을 내지르는 황기찬이다.


“피싯.”


너클의 차디찬 쇳소리가 바람을 가른다. 

​​

***


“아···.”


바람소리와 함께 쇠의 촉감이 머리 왼쪽에서 느껴졌다. 섬뜩함.


쇠가 휩쓸고 간 짧고 깊은 통증. 살점을 파뒹기고 뼈를 긁어버린 고통의 느낌이랄까. 아프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정식이 얼른 뒤로 물러났다. 방심이 부른 화근이다. 후회해도 늦었다. 너클은 정식의 몸에 상처를 남긴 후였다. 


머리에서 시작된 한줄기 뜨거운 액체가 뺨으로 흘러내린다. 


짐작이 간다. 무수히 많이 겪어본 일이 아닌가. 그런데 통증의 종류는 지난날의 경험들과 다르다. 일반적인 타격으로 인한 통증이나 출혈과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쇠붙이가 주는 이질감은 깊고 강하다. 쇠 너클이란 그런 것이다


정식은 뺨에 흘러내리는 액체를 만져본다. 끈적거린다. 

다행이다. 너클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빠른 주먹이었지만 다행히 정통으로 맞지는 않았다.  


“안타깝게도 빗맞았군.”


손에 묻은 피를 보며 정식이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정식아!”


전은숙이 울 것 같은 얼굴로 손수건을 들고 달려왔다. 검붉은 피가 손수건에 묻어난다.

 

고등학생들에겐 엄청난 일이겠지만 사실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다. 피를 흘리고 어디가 부러지는 건 경기중엔 흔히 있던 일이 었다. 


성공했다고 생각했지만 멀쩡히 서 있는 공정식을 본 황기찬. 얼굴엔 낭패한 기색이 역력하다. 상처를 입혔으니 절반의 성공이 아닐까 싶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아! 쓰바.”


황기찬은 알고 있다. 어설픈 성공이 도리어 상대를 자극하고 과격한 반격을 하게 만든다는 걸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공정식이 앞으로 다가온다. 얼굴이 심하게 굳어 있다.


실수였다.


일진같은 양아치들을 순간이나마 믿었다니. 절대로 그래선 안 되는데. 실수다. 치명적인 실수.


황기찬의 말에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믿음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하마터면 크게 당할 뻔 했다. 


여긴 링이 아니다.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해 주먹을 날리고 발질질을 하는 것은 같지만 이건 스포츠가 아니다.

스포츠가 아니므로 반칙과 속임수가 만연하고 흉기가 난무한다. 룰도 없고 공정하지도 않다. 그러니 스포츠의 세계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링 위에서 이루어지는 격투와는 다르다는 걸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 링 밖의 상대는 대개가 추악한 범죄 집단의 구성원일 뿐이다. 스포츠가 아니므로 페어플레이란 게 애초에 없다. 


“내가 그걸 이제야 깨닫다니.”


머리를 흔드는 공정식. 잠시 정글의 법칙을 잊고 있었다. 절대로 오늘 일을 잊지 말아야 한다. 황기찬 앞으로 다가서는 공정식. 


주춤거리는 황기찬.


이제 이판사판이다. 뒤로 물러날 곳도 없다. 이미 몸에 상처가 낫으니 섣불리 나서지는 않을 터. 너클이 있는 한 함부로 달려들지는 못한다. 


“덤벼라. 덤비라고.”


너클을 낀 주먹을 앞으로 뻗어본다. 큰소리로 고함을 지른다. 기는 죽지 않았다.  


“한 대 맞더니 겁먹었구나. 응? 내가 너 같은 애숭이한테 고개 숙일 것 같아.”

 

공정식을 격분시키려는 황기찬의 얕은 심리전이다. 흥분해서 자제력을 잃는다면 황기찬이 또 한번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그걸 노리고 있다. 뻔히 보이는 속셈이다. 

 

정 그렇다면 아주 고통스럽게 쓰러뜨려주마.

 

발을 앞으로 뻗는 공정식.


로우킥이다. 날아오는 발에 놀란 황기찬이 얼른 날아오는 발을 향해 주먹을 휘둘러 본다. 너클이 발을 스치듯 지나간다. 미스 블로다.

한 번 더 발을 내미는 공정식. 황기찬의 주먹이 다시 반응한다. 로우킥을 맞을 까봐 극도로 경계한다. 


덕분에 몸을 숙인 황기찬의 머리를 향해 정식의 잽이 날아간다.

 

“빡!”

  

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이마에 정통으로 잽이 적중한다.    


“악!”


아프다. 정말 아프다. 잽이 이렇게 강하다는게 믿어지지 않는다. 너무 아픈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든다. 그때 정식의 오른발이 로우킥을 시도한다. 황기찬의 다리에 아까 맞았던 그 장딴지에 또 적중하는 로우킥.


“으으!”


이번엔 비명도 나오지 않는다. 이를 악다문다. 


그때 공정식이 왼편으로 방향을 바꾼다. 


그 방향을 따라 움직이는 황기찬. 마음대로 움직 일 수 없다. 다리 탓이다. 로우킥은 맞은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왼발을 위로 빼본다. 왼발에 한 번 더 킥을 맞으면 서 있지 못할 것 같다. 


그러나 소용없다. 이번에는 공정식의 왼발이 황기찬의 오른 무릎을 내리 찍는다. 작살이 물고기를 찌르듯 내리 꽂힌다.


황기찬이 주먹을 날리지만 이미 중심을 잃은 상태라 어림없다. 


“빡!”


무게 중심을 잃고 휘청이는 황기찬의 관자놀이를 공정식의 주먹이 타격한다. 


“으으으으.”


비명을 지를 사이도 없이 고목처럼 쓰러지는 황기찬이다.


이럴 수는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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