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은 빌런 킬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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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햄
작품등록일 :
2024.07.15 11:25
최근연재일 :
2024.08.2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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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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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복싱?

DUMMY

      

 민도기 관장,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다보니 좀 늦었다. 


왕년엔 세계 최고의 선수였던 친구다. 지금은 지도자로 많은 제자들을 열심히 지도하고 있다. 

 

반주로 한잔 했더니 살짝 취기가 오른다.  

은근히 몸을 감싸고도는 취기를 즐기면서 체육관에 도착한 민관장. 혹시나 했던 것이 역시로 나뀐다. 

 

공정식. 아직도 운동을 하고 있다.  

 

‘혹시 미친 놈 아닐까?”


그런 생각이 문득 들 때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민관장.  

아무리 열심히 해도 그렇지. 새벽 5시에 와서 등교할때까지 운동하고 하교 후에 다시 나타나서는 자정까지 운동을 하고 가는 건···. 

 

운동에 미쳐도 단단히 미치지 않고서야 그럴 수는 없었다. 

 

‘거 참! 이상한 놈이네. 그렇게 안 봤는데 말이지.’

 

보통 며칠 그러다가 지쳐 나가 떨어지기 마련인데 한 달이 다 되었지만 아직 그럴 기미가 없다. 그러니 이해가 안될 뿐더러 미친놈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수밖에.

 

‘운동하다 죽은 귀신이라도 씌였나.’

 

그런 생각이 들 지경이다. 

 

처음 체육관에 왔을 때만해도 워낙 약해 보여서 운동이 되려나 싶었다. 그런데 의외로 제법이다. 운동실력이 눈에 보일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무지막지하게 운동을 하는 공정식에게 기가 질린 민관장. 

 

그런데 보면 볼수록 그 태도가 낯설지 않았다. 

독기를 품고 미친 듯이 달려드는 게 누군가를 똑 같이 닮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독수··· 김독수.’

 

그건 다름 아닌 김독수였다. 비운의 도전자, 민관장이 아끼고 사랑했던 제자 김독수였다. 녀석을 볼 때마다 김독수가 생각나는 건 무슨이유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체육관에 들어선 민관장.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옆구리가 터진 샌드백이었다.


“그냥. 한 대 쳤더니 낡아서 그런지 터졌습니다.”


당황한 공정식이 말을 더듬었다. 

말도 안 되는 변명이었다. 그 샌드백은 절대로 몇 대 맞아서 터질 정도로 낡지 않았다. 


​그렇다면 공정식의 주먹이 그렇게 강해서 샌드백을 터트렸다고?   


권투를 해본적도 없는 아이가 샌드백을 터뜨렸다고? 발로 찼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수 년 동안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주먹을 꿋꿋이 버텨낸 샌드백이 아닌가.  


‘그럼 이건 뭐지?’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우연히? 그렇다면 뭐 할 말은 없다. 그런데 그것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

 

다음날, 교실에 들어서는 공정식과 세 친구들.


전날의 소란 때문인지 정식을 보는 친구들의 눈이 달라졌다. 

소문은 원래 바람보다 빠르다고 하지 않았던가. 특히 이런 종류의 소문은 더더욱 그렇다. 들판의 불처첨 순식간에 퍼진다. 


조경태 입장에서는 나쁜 소문이다. 불행하게도 나쁜 소문은 더 빨리 퍼진다. 


자격지심 탓일까. 웃는 애는 자기를 비웃는 것 같고 떠드는 애들은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 처럼 보인다. 모두들 자기를 비웃고 놀리는 것만 같아 조경태는 견딜 수 없다.  

 

‘이게 무슨 개쪽이란 말인가.’

 

소문을 들은 몇몇 아이들은 입이 근질거리지만 겨우 참고 있다. 시퍼렇게 눈을 부라리고 있는 조경태 때문이다.

 

물론 공정식의 절친 셋도 말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떠들 일이 뭐가 있단 말인가? 현장을 목격한 이상 달리 말할게 없다. 그런데 걱정이다. 조경태가 그냥 물러날리 없으니까.

 

조경태는 지난 밤, 한잠도 못 잤다. 

이런 모욕을 당하다니. 싸우다 맞은 거면 도리어 마음이 덜 불편했을 것이다. 


어찌나 빠른지···. 옷깃에도 닿을 수 없었다. 

 

공정식···. 늘 조용히 있다가 찌그러지듯이 사라지던 녀석 아니던가. 내 앞에서 눈도 똑 바로 못 뜨던 녀석이 갑자기 달라졌다.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 그리고 조금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두려워 하기는 커녕 자신감이 넘치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날 어린 아이 보듯 하는 게 아닌가. 

 

놀랍도록 빨랐다. 그렇게 많은 주먹을 내질렀지만 한대도 맞추지 못했다.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이해가 안되는 게, 운동이라고는 전혀 못하는 녀석 아닌가. 녀석은 한번 밀기만 해도 종잇장처럼 저만치 나가떨어지던 약골이었다. 그건 내가 알고 우리반 모두가 안다. 오죽하면 별명이 멸치일까. 

 

잠을 설쳐가며 생각을 해봐도 뭐라고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분명 뭔가 잘못된 것이다. 그러고 보니 녀석이 무슨 운동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런 낌새가 있기는 했다.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단 말인가? 그게 몇 달 전도 아니고 불과 며칠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단 한 대도 녀석을 맞추지 못하다니.  


답답해서 미칠 것 같은 조경태.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푹 쉰다.  

 

문제는 반 분위기다. 

아이들의 변한 표정과 시선이 느껴진다. 이런 일은 시간을 끌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애들 앞에 가오가 서지 않는다. 웃음거리가 되는 건 시간문제고 살아도 살아있는 게 아니다.  


‘어젠 뭐가 좀 이상하게 돌아간 것 같은데. 오늘 확실히 손 봐 주겠어.’

‘어젠 점심에 라면을 두 그릇을 먹는 바람에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구···.’


마음을 굳힌 조경태, 첫 시간이 끝나자마자 공정식에게 다가간다. 

 

“수업 끝나고 나 좀 보자.” 

 

공정식에게 한마디 던지고 돌아서는 조경태. 뭔 말인지 알아들었겠지. 그리고 홍동식을 불러 밖으로 나간다. 

 

“야! 똥식아? 너 어제 이야기 들었지?”

“······.”

 

홍동식, 대답을 하지 못한다. 혹시 불똥이 튈까 두려운 모양이다.

 

대답을 않는다는 건 안다는 것. 

 

“너 공정식에 대해 들은 말 있냐?”

“어떤거?”

“요즘. 저 새끼가 수업 끝나면 무섭게 달려 나가잖아. 아무래도 무슨 운동같을 걸 하는 모양인데. 말이야.”

“난 잘 모르겠는데.”

 

사실이었다. 홍동식은 공정식에게 조금도 관심이 없는 사이였다.  


친하지 않고 교류도 없는 사이다. 이야기도 나눠 본 적도 거의 없다. 그러니 당연히 모를 수 밖에.

 

“야! 새퀴야. 모른다고 하면 다냐. 알아봐야 할 거 아냐.”

“아아···. 알았어.”

 

홍동식은 눈앞에 어른거리는 조경태의 주먹에 그만 사색이 되고 만다. 학교에서도 유명한 주먹이다. 3학년 선배들도 조경태에게 함부로 하지 못한다. 깡도 좋고 성질이 더럽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먹이 돌주먹이다. 한 방 잘못 맞으면 기절각이다. 

 

그런데 주먹만 크고 세면 뭐하냐. 맞히질 못하면 허당이지. 


공정식에게 농락당하는 걸 숨어서 봤던 홍동식. 멸치 공정식이 약골이고 샛님이란 건 학교가 다 아는 일인데 그렇게 몸이 날렵하다니. 

 

‘이해 안 된다.’

 

홍동식도 조경태처럼 의아하기는 마찬가지다. 공정식이 뭘 어쨌길래 그렇게 몸이 민첩해졌단 말인가. 체육시간이든 뭐든 공정식이 운동하는 걸 본적이 없다. 여자애들이랑 달리기를 해도 질 텐데 말이다. 


뭔지 모르지만 운동을 한 것은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럴 수는 없으니까. 

 

어쨌거나 조경태에게 지시를 받은 홍동식.

허동철을 불러낸다. 

매점이다. 아이스크림이라도 하나 먹여야 말이 나올테니.  

 

허동철과 홍동식. 둘은 친하다. 초중고까지 같은 학교를 다니고 있으니까. 중학교 2,3학년을 모두 같은 반이기도 했다. 

 

브라보콘을 먹는 허동철. 뇌물인줄 모르고 잘 먹는다.  

 

“맛있네.”

“많아 먹어. 근데 정식이가 조경태랑 붙었다며?”

“응! 그렇지. 근데 너도 어제 거기 있지 않았냐? 본거 같은데.”

 

‘아차!’ 

 

실수를 깨달은 홍동식. 그래서 별명이 똥식이다. 

 

‘아! 쓰바. 일 꼬이네. 이런 일을 시켜가지고.’

 

짜증이 솓구치는 홍동식.  

 

“정식이가 무슨 운동을 따로 하는 것 같던데?”

 

될대로 되라지. 홍동식. 단도직입으로 묻는다.  

입가에 하얀 아이스크림을 묻혀가며 쪽쪽 빨아먹는 먹는 허동철. 


입을 열듯 말듯하다. 답답한 홍동식. 

 

“태권도? 복싱? 아니면···.”

 

특별히 더 생각나는 운동은 없다. 

 

“합기도?”


한참을 생각한 끝에 불러본 합기도. 그리고 문득 생각나는 격투기.


그게 이름이 뭐라더라? 티비에 흔히 나오는···. 그래 MMA.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정식이 같은 애가 MMA를 할리는 없고. 근처에 MMA 도장도 없지 않은가.

 

“모르겠는데.”


무심하게 내뱉는 허동철의 태도에 짜증이 솟구치는 홍동식.

 

“야! 아이스크림 값 내놔라.”

“쪼잔하게 아이스크림 하나 가지고 그러냐? 정말 알고 싶어?”

“그래.”

“조경태가 알아오라고 하디?”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나도 배워볼까 해서.” 


홍동식은 대강 둘러대고 말았다. 자기 말을 허동철이 믿어주지도 않겠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그러고 싶었다. 공정식이 같은 애가 배워서 저 정도면 나도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그러면 조경태의 심부름이나 하는 신세도 면할 수 있을 테고···. 

 

“공정식이가 배우는 게 무슨 운동이야?”

“몰라.”

“아! 이 쓰발···.”


주먹을 들었다가 놓는 홍동식. 어쩌다가보니 조경태의 꼬봉처럼 되어버렸지만 본성은 그런 애들하고 다르다. 

 

말을 할듯 하다가 마는 허동철. 분명 뭔가가 있는 것은 분명하고 알고 있는 것이 틀림없는데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지 말고 살짝 알려줘라. 응?”

“아이스크림 하나 더 먹어도 되냐?”

“어. 그래.”

 

대답과 동시에 아이스크림 냉장고로 달려가 브라보콘을 하나 더 꺼내는 허동철. 

 

“오늘 따라 더 맛있네.”

 

바나나 껍질 까듯 종이포장을 단번에 죽 벗기는 허동철.

 

“대체 정식이가 배우는 게 뭐야? 응?”

“그렇게 궁금하냐? 정 그렇다면 알려주는 게 인지상정이지.”

 

“칙칙···.”

 

대답 대신 몸으로 보여주려는 것일까. 허동철이 먹던 아이스크림을 내려놓고 주먹을 뻗어 쨉을 앞으로 날린다. 

 

그리고 하는 말···. 

 

“난 잘 몰라.”

 

허동철이 아이스크림을 한 입 크게 깨문다.   


***


“복싱?”

“그런가봐.”

“어이없네.”

 

권투를 배운다는 것도 황당하지만 그걸 배웠다고 비리비리하던 얘가 저렇게 빨라졌다고?

 

조경태의 상식으로는 믿기 어려웠다. 홍동식도 그 말을 다 믿은 건 아니다. 조경태가 알아오라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알아 본 것인데 허동철의 말은 믿음이 가지는 않았다. 물론 허동철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러게.”

“너도 안 믿어지지?”

“응.”


그동안 공정식이 배운 게 권투라고? 믿을 수도 없고 안 믿을 수도 없다.


그럼 주먹을 조심해야겠군. 조경태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몸을 움직여 보았다. 전문용어로 위빙(Weaving)이라고 한다던가? 오늘 따라 몸이 잘 움직이는 것이 맘에 든다. 컨디션이 좋다. 

 

오늘은 어제하고는 다르다. 

 

조경태는 시간이 빨리가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긴장을 하고 있는 조경태와 달리 공정식은 열심히 필기도 하고 책도 열심히 보고 있었다. 게다가 쉬는 시간이 되면 전은숙을 비롯한 3인방은 평소처럼 조잘거리고 있었다. 그걸 보자 더욱 핏대가 치솟는 조경태···. 

 

‘이것들 봐라. 내가 전혀 신경 안 쓰인다 이거지.’

‘그래. 오늘 아주 아작을 내주마.’

 

조경태, 주먹을 불끈 쥔다. 주먹이 크기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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