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은 빌런 킬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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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햄
작품등록일 :
2024.07.15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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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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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5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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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그래.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늘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간이다.

 

그날이 생각난다.

 

오재영에게 몇 푼 되지도 않는 돈을 빼앗기고 폭행을 당해 정신을 잃었던 그날이 떠오른다. 아직도 생생하다. 

 

오재영에게 맞아 정신을 일었던 그날···. 정식은 새로 태어난 것이다.

김독수. 챔피언 존 도자에게 도전했다가 죽음을 맞이한 김독수의 영혼이 사경을 헤메던 공정식에게 빙의한 그날.

 

그날의 모든 기억이 주마등 처럼 떠오른다. 


그런데

 

자신을 그렇게 만들었던 오재영은 제 놈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지 못한다. 공정식이 누구인지, 왜 저놈이 일진이라면 저렇게 흥분하고 적대시하는지도 알지 못한다. 정말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용서할 수 없다. 철저히 부숴 주겠다.

 

그리고 오늘 그 모든 것을 알려 주리라. 모르고 있었다면 알려 줄 것이고 잊고 있었다면 깨우쳐 주리라.  

 

주먹을 불끈 쥐며 다짐하는 공정식···. 


그러나 적반하장. 공정식을 향해 적의를 드러내는 오재영. 이 순간 오재영에게 악인은 공정식이다. 공정식은 가만히 있는 오재영과 그 친구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무자비한 악질 폭력배가 된 것이다.


“너 오늘 제삿날인 줄 알아라. 우리 친구를 이렇게 만들어. 둘씩이나? 니가 그러고도 무사할 줄 아냐?”

 

도리어 날뛰는 오재영과 장태수.

공정식 앞으로 다가온 두 녀석. 당장 달려들 기세다.

 

그래 친구가 쓰러졌으니 그냥 물러선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거지. 그리고 쓰러진 친구들의 복수를 위해 분연히 떨쳐 일어나는 것은 정말 용기가 가상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니가 어디서 뭘 어떻게 배웠는지 몰라도 우릴 그렇게 쉽게 보면 안 된다. 알았냐. 각오해라.”

 

장태수가 먼저 앞으로 나선다. 다부진 체격이고 힘이 좋아 보인다. 근육질의 몸이다. 저런 체형은 힘이 좋고 펀치가 좋다. 맷집도 좋아 보인다. 녀석이 나서자 오재영도 놈을 거들며 나선다. 

 

둘이다. 이 둘은 아마 삼일고에서 가장 강한 일진들일 것이다. 조금은 긴장해야겠다. 방심할 상대들이 아니다. 둘이 덤벼든다면 더더욱 그렇다. 

 

공터 중간으로 나선 공정식, 공정식을 향해 두 녀석이 좌우 정반대로 갈라진다. 정식을 포위하듯 둘러싼 것이다. 


공정식, 모든 감각을 총동원한다. 김독수가 준 싸움의 감각들.

주먹을 불끈 쥔 두 녀석의 움직임을 예리한 감각을 총동원해서 감지한다. 좌우로 돌기 시작하는 녀석들, 놈들의 움직임을 따라 이리저리 같이 움직인다. 

 

긴장이 감싸고 돈다. 오랜만에 느끼는 긴장이 아닐 수 없다. 수없이 많은 경기를 했지만 왠지 오늘은 긴장감이 돈다. 기다리고 기다린 그날이라서 그런 것일까. 

 

빙글빙글···.

 

몇 바퀴를 그렇게 돌았을까? 

먼저 달려들지 못한다. 약점을 보이기 쉽상이기 때문이다. 기다리다가 상대의 헛점을 노리는 것이 낫다. 그게 유리한 걸 알기 때문이다.  

 

“새끼야!”


그때 장태수가 공정식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면 달려든다.

얼른 상체를 숙여 주먹을 피하는 공정식, 정식이 몸을 피하자 이번에는 반대쪽에서 기회를 노리던 오재영이 앞차기를 시도한다.

 

공정식의 얼굴을 향해 날아드는 커다란 발. 살짝 얼굴을 돌리는 공정식. 덕분에 공정식의 얼굴을 스치듯 지나가는 오재영의 킥.

 

빠르다. 다른 녀석들에 비하면 확실히 주먹이든 발이든 빠르다. 

 

흥!

 

하지만 부족하다. 그 정도로 공정식을 타격할 수는 없다. 

 

“느려. 다들 느리다구.”

 

공정식이 안타깝다는 듯이 녀석들을 향해 비웃었다. 비웃음에 기분이 상한 두 녀석. 

 

“하! 이 새끼. 미꾸라지네. 어디서 도망다니는 건 배워가지고. 복싱 도장에서 도망가는 거 가르쳐주던? 응?”

 

장태수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일찍이 장태수의 주먹을 그렇게 쉽게 피한 사람은 없다. 큰소리를 쳤지만 살짝 당황한 장태수다.

 

‘이 녀석 보통이 아니다.’

 

자세를 가다듬고 다시 공정식 앞으로 다가서는 장태수. 


공정식의 빠른 움직임에 당황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얼굴은 자신감이 넘친다. 상대가 강하기는 해도 혼자가 아니라 둘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오재영과 함께다.

오재영이 누군가. 

 

3학년 일진들 중에서도 가장 센 친구가 아닌가. 근방 고딩중에서 가장 강한 일진 오재영이다. 그러니 장태수가 힘이 날 밖에. 

 

그런 둘이 하나를 이기지 못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얼떨결에 정두수와 강인철이 당하기는 했지만 그건 자식들이 너무 방심을 하고 나대다가 생긴 일.

 

우리는 다르다. 장태수의 생각이다. 

하지만 왠지 불안하다. 오재영이 옆에 있긴 하지만 왠지 불안하다.


공정식이라고? 전에 얼굴도 본 기억이 없는 녀석이었다. 그런데 그런 녀석이 한 번에 정두수와 강인태를 무슨 짚단 쓰러뜨리듯이 간단하게 쓰러뜨렸다. 

 

정두수는 주먹질 한 번에, 강인철은 멱살을 잡아 목을 졸라 기절을 시키지 않았는가? 

이게 몇 시간 동안 일어난 일도 아니고 몇 분만에 벌어진 일이라면 두 눈으로 보고도 믿어지지 않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던 상황이다. 그래서 인지 불안하다. 

그러나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아본다. 

 

‘우린 둘이야.’


그래 둘이다. 둘이 하나를 상대한다고 생각하니 좀 위로가 된다. 그러나 여전히 불안하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오재영도 장태수 못지않게 마음이 복잡하다.

공정식이라고? 얼굴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완전히 처음보는 녀석같지도 않았다.

 

어디서 본 듯, 아닌 듯···.

흐릿하게나마 기억 속 어딘가에 있는 듯 하기도 하다. 그러나 정확하게 기억나는 얼굴이 아니다. 그러니 분명 기억할 만한 존재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래. 학교 어디서 본 녀석이겠지.’


오재영은 그렇게 생각을 접었다. 가물가물 뭔가 기억나 날듯 말듯했지만 그걸 더듬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장태수가 한발 훅 하고 녀석의 앞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페인팅을 쳤다. 그러자 녀석이 왼발을 들어 방어하는 자세를 취했다. 상당히 빠른 몸놀림이었다.

 

매우 빨라서 순식간에 정두수를 쓰러뜨리는 걸 봤기 때문에 이번엔 그리 놀라지는 않았지만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정확하게 내지르던 주먹도.

 

어쨌거나 조심해야 한다. 그걸 잘 아는 듯 장태수도 조심스럽게 앞으로 다가갔다. 들어갈 듯 말듯 몸을 사리면서 조심하고 있다.

 

오재영이 장태수 반대편으로 돌았다. 녀석의 뒤를 신경 쓰이게 만들어서 장태수에게 기회를 주려는 의도였다. 

 

앞에서 분위기를 잡는 장태수. 뒤로 다가가자 순식간에 공정식의 돌려차기가 들어온다. 서둘러 피하는 오재영.

 

‘휴!’

 

순식간에 날아오는 발. 어찌나 빠른지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다.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날카롭다. 얼마나 발이 빠른지 소리가 찢어지는 듯하다면 지나친 말일까.

 

어쨌거나 겨우 뒤로 몸을 피했다. 

 

오재영이 코너에 몰리자 장태수가 공정식에게 달려 드는 척 페인팅을 쓴다. 덕분에 오재영이 자세를 바로 잡는다. 만약 장태수가 없었다면 그래서 공정식이 밀고 들어왔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장태수에게 사인을 보낸다. 좀 더 앞에서 정신이 어지럽게 만들어보라는 뜻이다.

 

공정식, 녀석들이 앞뒤에서 조여든다. 앞에선 녀석이 신경을 분산시키려고 하는 걸 안다. 그 틈에 뒤에 있는 오재영이 밀고 들어오려고 한다는 것도.

 

오재영의 덩치라면 레슬링이나 유도를 하듯이 그라운드 기술을 쓰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떨어져서 1대1로 마주한다면 두 명이라는 숫적 우위가 퇴색되니까. 

 

달려들어 상대를 바닥에 쓰러뜨리고 둘이 공격을 가한다면 훨씬 효과적이니까. 

 

아니나 다를까 장태수가 자세를 잡는다. 그건 마치 럭비선수가 상대방을 향해 달려드는 것 같은 그런 포즈다. 장태수가 달려들어 공정식을 붙잡고 늘어지면 오재영이 기회를 노리겠다는 작전 같다. 

 

‘이얍.’


아니나 다를까. 장태수가 마치 럭비선수처럼 몸을 날려 공정식에게 달려든다. 


‘어림없지.’


가볍게 장태수의 몸을 피하는 공정식.  잡히면 안 된다. 잡히면 어떻게든 바닥으로 물로 들어가려고 할 것이고 오재영까지 가세하면 일이 복잡해진다. 


“앗쮸! 제법인데.”


장태수가 하얀 이를 드러낸다. 자신의 공격에 공정식이 당황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공격이 성공적으로 먹히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곧 다시 들어올 자세다. 뒤를 경계하면서 장태수의 공격을 기다리는 공정식.

 

‘어림없다. 아가들아.’

 

그 순간 장태수가 다시 밀고 들어온다. 기다리고 있던 공정식. 고개를 들이밀고 들어오는 장태수의 안면을 향해 날아오른다. 기억자로 꺾은 오른 무릎이 다가오는 장태수의 턱을 향해 날아간다.


‘안돼.’

 

그걸 뒤에서 보고 있는 오재영.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는 걸 깨닫는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빠아악.

 

날아가는 공정식의 무릎이 장태수의 턱에 작렬한다. 평소엔 듣기 힘든 소리다. 뭔가 딱딱한 물체가 부서지는 소리다. 

 

털썩.


둔중한 몸의 장태수. 단단하고 근육질의 장태수가 짚단처럼 서서히 바닥으로 내려앉는다. 정신을 잃고 코에는 검붉은 피가 콸콸 쏟아져 내린다.  


기다렸다는 듯이 고광우가 벌떡 일어난다. 이럴줄 알았다는 듯 전혀 놀라지 않고 담담하다.  

  

느낌으로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굳이 상대방에게 다가가 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없다. 주먹으로 발끝으로 혹은 무릎으로 전해오는 무게감과 타격감···.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는 것이다.

 

장태수가 그렇다. 아주 깔끔하다. 니킥을 쓸 일이 많지 않다. 그런데 오늘 그 느낌을 오랜만에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그래 바로 이거야.’

 

무릎에서 느껴지 깔끔한 느낌. 너무나 산뜻하다. 축 늘어진 장태수. 

그동안 저지를 악행의 댓가를 받은 것이니 너무 서러워할 것 없다.   

 

천천히 뒤로 몸을 돌리는 공정식. 이제 남은 것은 단 한 명. 바로 오재영이다.

 

장태수가 한방에 정신을 잃고 뻗어버리는 걸 본 오재영. 믿을 수 없다. 이건 꿈이 아닐까? 분명히 꿈일거야.

 

많던 친구들이 하나 둘···. 녀석의 주먹에 발에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수없이 싸우고 싸웠던 오재영과 일진 친구들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처음 본 어린 녀석에게 쓰러져 버리다니. 허무하고 믿을 수 없다. 

 

“너. 내가 누군지 몰라?”

 

그런데 공정식이 뜬금없이 묻는다.

 

“이 새끼야. 니가 누군지 내가 어떻게 알아.”

 

입에 거품을 무는 오재영. 

입이 거칠다. 공정식. 그냥 놔둘 수 없다. 화가 난 나머지 손을 내뻗는 공정식. 

 

짝···.


공정식의 오른손이 바람같이 움직인다.

그 순간 어디서 날아왔는지 알 수 없는 손이 날아와 오재영의 뺨을 후려갈긴다. 

 

악!

 

아프다. 눈 깜짝할 사이에 날아온 손바닥이 마치 독을 품은 뱀의 혀처럼 얼굴을 할퀴고 지나갔다. 

 

얼마나 아픈지 정신이 없다. 겨우 정신을 차린다. 


“이래도 몰라?”

“뭔 개소리야. 내가 널 어떻게 알아. 존 만아.”


그 말이 끝나기 전에 또 뭔가가 뱀의 혓바닥같은 소리를 내며 날아와 뺨을 후려친다. 같은 곳을 또 맞았다. 

 

아아아!

 

눈물이 날 것처럼 아프다. 근데 이 색끼 대체 누군데 이런단 말인가. 왜 날 붙잡고 자기를 모르겠냐고 그러는 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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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 공터2 24.08.14 40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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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 동물병원 사람들 24.08.09 53 3 12쪽
18 18. 이거 재미있네 24.08.08 57 3 11쪽
17 17. 운수 사나운 날 24.08.07 65 3 12쪽
16 16. 쓰러진 황기찬 +1 24.08.06 66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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