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은 빌런 킬러였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스포츠

풀햄
작품등록일 :
2024.07.15 11:25
최근연재일 :
2024.08.25 07:30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2,171
추천수 :
121
글자수 :
181,706

작성
24.08.23 07:25
조회
22
추천
3
글자
12쪽

32 복수2

DUMMY

“여! 어서 와라.”

 

고광우의 뒤를 따라 공터에 들어서자 건물에 기대어 서있던 녀석중 하나가 정식을 반갑게(?) 맞이했다. 그리고 주변에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네 명의 고3 일진들.


그들 틈에서 오재영을 발견한 공정식. 공정식을 향해 어이없다는 듯이 썩소를 날리는 오재영. 그 얼굴을 본 순간, 공정식은 순간이나마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에게 맞아 정신을 잃어가던 그 순간.

주먹이 날아들던 그 순간의 공포가 스파크를 일으키듯 머릿속에서 기억을 되살려냈기 때문이었다. 

 

“니가 공정식이구나? 처음 보는 얼굴인데.”

 

오재영이 공정식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그는 마치 처음 보는 사람처럼 말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알지 못하는 그런 표정이었다. 정식은 오재영이 자기를 몰라보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 나를 몰라 볼 수가 있지?’

 

“너, 나 모르냐? 삼일고에서 날 모르면 간첩인데. 하하하하···.”

 

그 말은 맞는 말이다. 어느 삼일고 학생이 오재영을 모를까. 일진 중의 일진, 가장 더럽고 악명 높은 오재영 아닌가.

 

오재영이 말을 할 때 마다 폭행을 당하던 그날의 기억이 공정식을 흔들었다. 그날 그가 겪었던 정식의 공포와 두려움 그리고 고통을 ···. 그리고 이어지는 분노의 감정들···.


아픈 기억이 어제 일처럼 되살아났다. 

 

‘나를 죽음의 문턱까지 몰고 갔던 녀석이 나를 몰라봐? 뭐라고? 처음 본다고?’

 

공정식는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뭘 그렇게 노려보냐. 너 나한테 감정 있냐? 난 너한테 아무 감정도 없는데. 아니 전엔 그랬는데 이젠 좀 감정이 생겼다. 뭔 말인지 알지?”

 

공정식 앞으로 다가온 오재영이 공정식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 그 뒤에 선 나머지 셋은 뭐가 우스운지 코웃음을 치며 각자 다른 자세로 서 있었다.

 

그 표정은 마치 왜 너 같은 어린애가 우릴 이렇게 귀찮게 만드냐 그런 표정이랄까. 너 땜에 아주 귀찮다. 우리가 여기까지 와야 하냐 그런 표정이었다. 

 

오재영의 훈계가 이어졌다. 

 

“그리고 선배를 봤으면 인사를 해야지. 선후배 관계가 이렇게 서먹해서야 되겠니.”

“왜 부른 거야?”

“햐! 얘 보게. 너 혀가 짧냐?”

 

공정식의 위축되지 않는 반말에 다소 주춤해진 오재영. 하지만 그 정도에 기가 죽을 오재영이 아니다. 

 

“바쁘니까 용건만 말해봐. 나도 바쁘니까.”

 

무슨 말이 나올지는 이미 잘 알고 있었다. 

 

“하! 그래? 그럼 그러자. 너 왜 우리 애들을 때리냐? 착한 우리 애들이 너 땜에 무서워서 학교엘 못 가겠다잖아.”

“크크크···. 아휴! 무서워.”

 

오재영의 농담 섞인 어투에 재미있다는 듯 웃음을 흘리는 녀석들.


할 말을 잃은 공정식, 이 자식들이 대체 뭐라는 거야. 역시 말로는 도무지 교화가 안 되는 놈들이다. 

 

“맞을 짓을 했으니까 맞았겠지. 안 그래?”

“햐! 얘 보게. 이러다가 선배도 치겠다.”

 

오재영의 말에 뒷받침을 하려는 듯이 한 녀석이 앞으로 나왔다. 생긴 것이나 행동하는 태도로 보나 황기찬과 많이 닮은 느낌을 주었다. 이름은 모르는 녀석이었다. 체격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상당히 운동 능력이 좋아 보인다고 할까. 그리고 독살스럽게 눈이 찢어져 있다.  


공정식의 앞으로 다가온 녀석. 오재영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그럼 안 돼지. 우리 삼일고가 나름 역사와 전통이 있는 학교인데, 하극상이 벌어지면 되겠어?”

“니가 생각해도 그렇지?”

 

오재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두 녀석은 마치 연극을 하듯, 정해진 대사를 주고 받았다.

 

“어이없네. 다른 할 말은 더 없는 건가? 그런데 그런 말은 너희들이 할 말이 아닌 것 같은데. 얘들이 무서워서 학교에 못 오겠다는 건 너 같은 애들 때문인데 그걸 몰라?”

“뭐라고? 얘들?”

“내 말이 틀렸냐?”

“이 자식이 듣자 듣자 하니까. 정말.”

 

뒤에 서 있던 녀석이 오재영 앞으로 나섰다. 

 

“두수야. 참아라.”

 

두수? 오래전에 들은 적이 있는 이름이다. 바로 대호를 갈취하고 폭행한 적이 있는 이름이다. 정두수. 

 

“놔라. 이런 새끼는 내가 손봐 줄께.”

 

정두수가 나서자 주변에 흩어져 있던 녀석들이 일제히 자세를 고쳐 잡고 곧 달려들 것 같은 태도로 돌변한다. 

 

“잠깐만···. 이야기를 좀 더 하고···"

 

오재영은 뭔가 할말이 있는 모양이다. 그런나 그게 뭔지 공정식은 알 것 같다. 회유를 하려는 것이다. 싸우는 것 보다 같은 편에 끌어 들여서 부려먹는게 훨씬 나으니까.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그게 훨씬 남는 장사다. 

 

“너 우리랑 같이 일해보는 게 어떠냐?”


“어이없군.”

 

공정식의 냉정한 반응에도 개의치 않는 오재영.

 

“그렇게 생각할게 아니지. 우리랑 같이 일하면 모든 면에서 편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어. 가령···.”

 

오재영이 내민 건 하얀 봉투다.


“이 정도면 쓸 만 할 거야.”


돈이 든 하얀 봉투. 무슨 수를 써서든 공정식을 잡아 두려고 하는 오재영. 

 

“그게 뭔지 모르겠지만 관심없고···. 분명히 말하는데 아이들 괴롭히고 돈을 뜯어내는 일은 앞으로 절대 놔두지 않을 테니 그리 알아. 그게 누구든 봐두지 않겠어.”

 

공정식은 녀석들을 향해 주먹을 쥐어 보였다.

 

그리고

 

“난 할 말을 다 했으니까 그만 가봐야겠어. 분명히 말하는데 내 말은 농담이 아니야.”

 

공정식의 단호한 태도. 생각이 어긋나버린 오재영. 쉽지 않겠지만 회유를 해보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말이 먹히지 않았다. 저런 녀석은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햐! 얘가 내 말을 전혀 못 알아듣네.” 

 

오재영의 허탈한 말이 끝나기 무섭게.

 

“너 나 좀 보자.”

 

앞으로 나서는 정두수, 성격 참 급하다. 그래 봤자. 제일 먼저 쓰러진다는 걸 모르는 모양이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뛰어차기를 시도하는 정두수. 빠르다. 역시 2학년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턱을 스쳐 지나가는 검은 아디다스 운동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일순간에 맞짱 분위기가 되고 말았다. 


몸을 피한 공정식. 공터 한가운데로 몸을 옮긴다. 정두수, 아웃복싱을 하듯이 외곽을 맴돈다. 


싸움으로 단련되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고딩이다. 공정식 한 눈에 정두수의 약점을 알아챈다. 


태권도를 좀 한 모양이다. 발차기 좋지만 주먹이 영 아니다. 


앞으로 다가서는 정두수. 그 순간 투 스텝으로 들어가면서 잽과 스트레이트를 연속으로 날린다. 그전과 달리 좀더 강하고 빠르게 들어가서 주먹을 날린다. 힘을 많이 실었다. 아니 체중을 좀 실어줬다.  

 

그 결과는 들리는 타격음부터 달라졌다.  

 

빡! 

 

더 이상 아무 소리가 나지 않는다. 그냥 풀썩 주저않는 정두수. 아프다던가 비명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냥 풀썩 쓰러지는 소리뿐. 

 

정식은 안다. 그 소리와 무음의 이유를 아는 것이다. 김독수가 쌓은 오랜 경험으로 말이다. 

 

미간을 정통으로 맞은 정두수···.

아프다. 아프고 정신을 차릴 수 없다.

 

지금까지 맞아본 주먹 중에 가장 아프다. 눈물이 나고 머리가 뽀개질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무슨 일이 언제 일어났는지 잘 모르겠다는 점이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생각해 보면 간단했다. 눈 앞으로 주먹이 날아온 것은 기억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게 끝이다. 더이상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극심한 통증과 어지러움. 아무리 정신을 차리려고 해도 그게 잘되지 않았고 마침내 옆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어이없는 일이다. 이런 일을 당하다니 

 

공정식이라고···. 한 번도 주의깊게 본 적이 없는 녀석 아닌가. 그런데 한방에, 불과 몇 초? 아니 1초. 아니 그것보다 짦은 시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정신을 차릴 수 없다. 몽롱하고 잠들듯 정신을 잃었다가 겨우 깨어났다. 고광우가 얼굴에 물을 뿌리고 있다. 경우 좀을 일으켜 바닥에 앉았다. 그러나 아직도 어지럽다. 고광우의 얼굴이 둘로 보인다.


고광우가 건물 귀퉁이로 끌고 들어간다.  간호의 시간을 맞이한 정두수다. 정신이 들려면 시간에 제법 들 것이다.  

 

“아 ···.”

 

정두수가 한 방에 널부러지자 입을 다물지 못하는 녀석들. 


“이번엔 누구? 너?”

 

공정식이 오재영을 지목한다. 오재영은 난감하다. 가볍게 처리하려고 넷이 몰려나왔는데 이게 뭐란 말인가. 바보같은 정두수. 한방에 기절을 하다니.

 

보통 맞짱 떠서 한 방에 기절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근데 이건 맞짱이라고 하기에도 싱겁다. 눈 깜짝할 사이에 훅 가버렸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번엔 나를 불러내려고 한다.


안 되겠다. 셋이 한꺼번에 달려 드는게 나을 듯 하다. 그래야 승산이 있다. 정두수처럼 되기는 싫으니까. 쓰러지는 정두수를 본 순간 넘치던 자심감이 급격히 사라지고 말았다.  

 

“야! 다들 나와라.”

 

오재영, 셋이 한꺼번에 달려들기로 한다.

 

너머지 둘 역시 정두수가 당하는 걸 보고는 정신이 퍼뜩 들었다. 어떻게 정두수가 한방에 나가떨어진단 말인가. 정두수는 태권도를 오래 했을 뿐 아니라 운동도 잘하고 맷집도 좋아서 맞짱을 떠도 절대 쉽게 지지 않는 녀석이다. 

 

그런 녀석이 단 두 방에 순식간에 나가 떨어저 정신을 잃다니. 권투가 강하다고 하지만 저렇게 순식간에 상대를 쓰러뜨리는 걸 본 적이 없었다. 

 

‘홍일표도 박살냈다고 하는 걸 보면···.’

‘소문이 과장된 게 아닌가 보네.’

‘황희찬이나 조경태도 작살나고 고광우는 피하기만 한다고 하더니.’

 

녀석들은 일순 입술이 바짝 마르기 시작했다. 넷 중 하나를 벌써 해치웠으니 이제 남은 건 셋인데. 나름 이 동네서는 주먹 좀 쓴다고 자부하는 입장이긴 했지만 그래도 뭔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불안이 엄습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1대 3 아닌가. 

 

셋이 하나에게 질 수는 없는 일. 세상에 셋이 하나를 못 이긴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놈이 뭐 최배달도 아니고 역도산도 아니고 시라소니도 아니고 김두한도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오재영,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공정식을 회유를 시도한다.

 

“너 듣자 하니 공부도 잘한다고 하던데. 운동까지 이렇게 잘 하다니 정말 대단하다. 그런데 조부모님이 국수집해서 대학엔 갈 수 있겠니?”

 

오재영이 정식의 약점을 파고 든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에 조부모님의 어려운 경제사정을 들 먹이는 오재영.

 

돈 없는 애들의 약점을 잘 안다. 일진에는 그런 애들도 여럿 있으니까.


대표적인게 고광우다.

안 그런척하지만 가난한 고광우. 큰형님이 주는 장학금을 받아 학교를 다니고 있다. 집에다 생활비를 주면서 학교를 다니는 고광우 아닌가. 갈취한 돈을 나눠 갖고 형님들에게 수고비도 받아 아픈 아버지 병원비를 내는 고광우다. 오재영만 아는 비밀이다.

 

그러면 고광우는 효자인가 폭력배인가? 둘 다인가? 

 

가난한 애들을 다루는 방법은 간단하다. 의외로 쉽게 먹히기도 한다.  

 

“우리랑 같이 하면 그런 문제는 다 해결돼. 뭔 말인지 알지? 당장 말하지 않아도 돼 생각해 봐.”

 

오재영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회유한다. 회유가 통하기를 염원한다. 제발, 녀석과 싸우고 싶지 않다. 저 불타는 눈, 왜 나를 죽일 듯이 바라보는지 모르겠다. 두렵다. 

 

공정식이 제안을 받아들이기를 학수고 대하는 오재영···.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챔피언은 빌런 킬러였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6 감사합니다 - 연중 안내 24.08.25 17 0 1쪽
35 35 복수5 +1 24.08.25 23 3 12쪽
34 34 복수4 24.08.25 14 3 12쪽
33 33 복수3 24.08.24 23 2 11쪽
» 32 복수2 24.08.23 23 3 12쪽
31 31 복수1 +1 24.08.22 35 2 12쪽
30 30 배후2 24.08.21 28 2 12쪽
29 29 배후1 +1 24.08.20 36 3 11쪽
28 28 스파링2 +1 24.08.19 33 3 12쪽
27 27 스파링1 +1 24.08.18 40 4 12쪽
26 26 세게 친 게 아니라고 24.08.17 49 4 12쪽
25 25 어쩔 수 없는 일이지 24.08.16 46 4 12쪽
24 24 공터3 +1 24.08.15 39 4 11쪽
23 23 공터2 24.08.14 40 3 11쪽
22 22 공터1 +1 24.08.13 50 4 12쪽
21 21 이런 애들은 매가 약인가? 24.08.12 52 4 12쪽
20 20. 민관장의 혼란 +1 24.08.10 50 4 11쪽
19 19. 동물병원 사람들 24.08.09 53 3 12쪽
18 18. 이거 재미있네 24.08.08 57 3 11쪽
17 17. 운수 사나운 날 24.08.07 65 3 12쪽
16 16. 쓰러진 황기찬 +1 24.08.06 66 4 12쪽
15 15. 쇠 너클 +1 24.08.05 65 3 12쪽
14 14. 완전 크로캅이더라 24.08.03 70 3 11쪽
13 13. 미치겠네 24.08.02 58 3 11쪽
12 12. 복싱? +1 24.08.01 66 3 12쪽
11 11 샌드백 24.07.31 68 4 11쪽
10 10. 아직 안 배웠거든 24.07.30 74 3 12쪽
9 9. 운동 한다고 될까? 24.07.29 71 3 11쪽
8 8. 재회 24.07.26 93 4 12쪽
7 7. 운동 좀 해야겠다 2 24.07.25 87 4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