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은 빌런 킬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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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햄
작품등록일 :
2024.07.15 11:25
최근연재일 :
2024.08.2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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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2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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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이런 애들은 매가 약인가?

DUMMY

다음날, 학교. 

 

조경태의 달라진 태도를 실감한다. 녀석은 아예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가만히 앉아서 기도하는 수도승 같아졌다.


전 같았으면 방대호든 허동철이든 아니면 누구든 불러내서 괴롭히고 있을 것이고 기분에 따라서는 매점에 과자 심부름을 시켰을 것인데···. 

 

“흥! 오늘은 조용하시네.”

 

죽은 듯이 앉아 있는 조경태를 본 은숙이 콧방귀를 뀌며 비웃는다. 그건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조경태가 있으니 교실 안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은근한 눈으로 무언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식에게 얻어맞더니만 기가 팍 죽었네.’

‘꼴 좋다.’

‘기찬이도 맞았다더니.’

‘둘 다 이젠 무슨 재미로 사나? 전학을 가야겠구나.’

 

말하지 않아도 아이들의 속내가 들리는 것 같다.

 

약간 무겁고 긴장된 얼굴로 교실에 들어선 김혜주 선생님. 

들어오자마자 반 아이들의 상태를 일별하듯이 간단히 살펴본다. 마침내 담임의 시선이 공정식에게서 멈춘다.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은 표정으로 공정식을 담임 선생님.

 

공정식은 그 눈길이 부담스러워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만다.

예쁘고 세련된 담임 김혜주 선생님이다. 눈이 마주 치니 좀 부끄럽기도 하고. 전엔 안 그랬던 것 같은 데 왜 그러지?  

 

“출석 불러 볼게요.”

 

강정길

예.

공정식

예.

구영찬, 김창수, 남태호···.  


매일 듣는 낭랑한 목소리. 언제 들어도 좋다. 

 

그런데 보통 조회가 끝나면 그냥 교무실로 돌아가는데 오늘은 가만히 서 있는다.

뭔가 전할 말이 있는 듯한데. 

 

그리고 자꾸만 공정식을 쳐다본다. 얼굴을 살피기도 하면서 눈치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정식은 담임이 왜 그러는 알 수 없다. 그런데 자기를 쳐다보는 눈이 어딘가 모르게 안도하는 눈치다. 뭐랄까 걱정을 하고 들어온 것 같은데 자신의 걱정과 달라서 안도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살짝 웃는 듯 했다면 지나친 것일까.  

그렇게 잠시 서서 공정식을 둘러보고 난 담임은 조회를 마치고 돌아갔다. 

 

‘뭐지?’

 

왜 담임이 그런 표정으로 자신을 살피고 나갔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집히는 게 있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하지 않는가. 그건 눈치빠른 전은숙도 마찬가지다. 담임이 나가자 얼른 옆에 다가온 전은숙.

 

“어제 싸운 걸 아는 것 같아.”

“그래서?”

“그래서라니. 담임은 혹시 니가 다치지 않았는지 걱정을 했는데 멀쩡하니까 안심한 것 아닐까?”

 

그럴듯한 추리였다. 공정식이라면 가장 아끼는 제자 아닌가.


정식이 일진 아이들과 싸움을 했다는 말을 들었으면 아마도 그 결과는 뻔하다고 상상했을터. 그런데 멀쩡한 모습으로 학교에 나왔으니···.

 

“그게 맞는 것 같은데.”

“그러게.”

 

방대호와 허동철이 맞장구를 폈다. 

 

“담임이 얼마나 걱정 했겠냐고? 자기가 제일 아끼는 공정식이 일진에게 맞아서 다치기라도 하면 자기가 뭐가 돼.”

“그렇지. 담임으로서는 죽을 맛이지.”


맞는 말이다. 법대로 교칙대로 처리하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 있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게다가 조동철이나 황기찬의 부모가 학부모들 사이에서 영향력이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담임은 싸웠다는 것만 들었나? 결과를 몰라?”

 

방대호가 의문을 제기 했다. 그러게 말이다. 

 

“모를 리 있겠니. 알만한 아이들은 다 아는데.”

“그럼?”

“듣고도 못 믿는 거지.”

“멸치 공정식이 일진 둘을 혼내줬다는 말을?”

“그럴 리가 없잖아? ”

“그렇네. 하하하하-.”


셋은 그 부분에서 배를 잡고 웃어버렸다. 교실에서 이렇게 크게 웃어 보기는 얼마 만인가.

교실 곳곳에서 들리는 아이들의 경쾌한 재잘거림과 큰 웃음소리. 모두가 자기가 그 중심에 있다는 걸 아는 조경태. 미칠 것 같다.

 

‘두고 보자. 그 웃음소리도 곧 그치게 될 거다. 마지막 시간이 끝나면···.’

 

***

 

어느덧 마지막 시간이다. 모두가 기다리는 체육시간.

늘 그랬던 것처럼 체육교사는 축구공을 던져주고 사라졌다. 

 

“부럽다. 놀면서 돈 벌고.”

 

모두가 부러워하는 체육교사 강철수. 힘들게 수업할 게 없으니 동료교사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다.

 

“부러우면 체육교사 하시죠.”


그를 부러워하는 다른 교사들에게 늘 하는 말이다.

 

그는 35살 노총각이지만 나름 훤칠한 키에 해병 출신이다. 입만 열면 해병대이야기만 한다.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귀에서 피가 날 지경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담임주변을 맴도는 강철수. 

 

그런 낌새를 먼저 알아챈 아이들. 

 

“설마. 강 선생님께서 그럴 리가 있겠니.”

 

담임에게 경고를 해주었지만 담임은 믿지 않는 눈치다. 저러다 큰일 생기지 말란 법이 없다. 왜냐하면 강철수에게 돈키호테같은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그건 달리 말하면 똘끼가 있다는 말이다. 풍차를 향해 달려드는 돈키호테 같은 또라이 기질 말이다. 

 

그러니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공이나 차자.”

 

공으로 달려드는 아이들. 반씩 나눈다. 

 

“정식아. 너도 할거지?‘

 

언제 다가왔는지 구영찬이 묻는다. 한번도 공정식이 공을 차는 걸 보지 못했지만 이젠 해도 되지 않겠느냐는 물음이다. 

 

한때 축구선수가 꿈이었던 구영찬. 축구실력이 일품이다. 중3 때 무릎을 다친 이후로 운동을 그만 두었지만 그래도 축구는 열심히 한다. 살살 안 다치게.


하지만 일반 아이들 틈에선 선수 못지 않은 실력이다.


구영찬의 은근한 요청에 마음이 동한 공정식. 그러나 고민이다. 축구를 할 것인지 아니면 평소처럼 조용히 지낼 것인지. 결정을 해야 한다. 


“좋아.” 


마침내 운동장에 들어서는 정식. 가볍게 뜀뛰기를 해본다. 정식이 일어나 운동장으로 들어가는 걸 본 여학생들···.


“와! 공정식 화이팅.”


믿을 수 없는 모습에 많아 놀란 친구들이다. 한 번도 운동하는 걸 본적이 없는데 오늘 공정식이 축구를 하겠다고 나서다니.


그리고 들은 믿기 힘든 소문, 바로 일진 조경태와 황기찬을 흠씬 두들겨 패주었다니.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땐 믿을 수 없었고 누군가 큰 착각을 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그들이 본 공정식의 모습을 상상해본다면 당연한 반응이기는 했다. 


그런데 공정식이 축구를 하겠다고 나서다니. 오늘 축구하는 모습이 기대된다.


여학생들의 눈이 반짝인다. 키 크고 잘 생겼고 공부도 잘한다. 게다가 착하기까지.


그런 정식에게 늘 아쉬운 단 한 가지. 약골이라 늘 비리비리한 몸이었다. 국민 약골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었으니까. 


남자라면 운동도 좀 할 줄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 그 점이 아쉬웠는데. 그런데 그게 아니라고?


그럼 그동안 자신들을 감쪽같이 속이고 있었다는 건데? 공정식에게 그런 남성미가 조금이라도 있는 걸 알았다면 진즉에 가까이 지냈을 터. 이제 가까이 다가가려니 좀 우습게 되어 버렸다.


그렇다면 친한 전은숙은 다 알고 있으면서 숨기고 있었다는 건가?


여우같은 계집애. 혼자 정식을 차지하려고?


여학생들의 공통된 감정이다. 나름 구영찬도 괜찮기는 하지만 그녀들의 눈에 공정식만 보이기 시작한다. 

기대 가득한 여학생들의 기대에 보답이라도 하듯 공정식이 혼자 공을 몰고 이리저리 운동장 곳곳을 헤집고 다닌다.


축구선수 출신인 구영찬도 어쩌지 못하고 끌려 다닌다. 공을 뺏기지 않은 공정식. 엄청나게 빨라서 다른 아이들이 따라가지 못한다.


“와!”

어느새 5대 0이다.


공정식의 패스를 받은 아이 하나가 또 골을 넣는다. 상대편에 구영찬이 속해 있지만 아무도 공정식을 제지하지 못한다. 

  

“와! 오빠!. 너무 멋지다.”

“공정식! 공정식!”

“정식아. 알라뷰.”

“자기 최고야.”


박수를 치면서 미친 듯이 공정식을 응원하는 여학생들. 당장 달려가 끌어안을 것만 같은 열띤 분위기다. 


열광하는 여학생들을 본 공정식. 신이 나서 여학생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준다. 정식의 반응에 더욱 열광하는 여자아이들이다.

 

좀 쑥스럽긴 하지만 나름 기분이 째진다. 팬들의 응원이란 언제나 즐거운 법이니까. 그 기분 잘 안다. 그 느낌 아니까. ㅎㅎㅎ. 

 

진작에 운동을 좀 할 걸. 때늦은 후회가 밀려든다.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손을 흔들어주는 공정식의 새로운 모습에 여학생들 열광한다. 원래 정식이 저런 아이가 아니었는데. 이제 그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정식이 자기를 보고 있는 것 같아 더욱 응원의 목소리를 높인다.

 

옆 아이가 내는 고함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안 되겠다. 은경이 년은 그 큰 가슴을 보란 듯이 흔들어 댄다. 윤미도 질 수 없다. 앞으로 나선다. 경자도 지지 않는다.  

 

그 와중에 유일하게 조용한 여학생이 하나 있으니. 

 

“이 년들이 다들 미쳤나.”

 

그 학생은 고등학생 치고는 심한 욕을 내뱉는다. 많이 흥분했다. 다름 아닌 전은숙이다. 급 흥분한 전은숙. 평소엔 그런 적이 없었는데.

 

“어디서 친한 척을 한단 말인가. 전에는 공정식에게 말도 안 붙이던 것들이.”  

 

생각하면 할수록 어이가 없다. 

그런데 공정식이 자기보다 윤미나 은경이를 더 많이 쳐다보는 것 같다. 특히 가슴이 축구공만한 은경이 년을.  


체육시간이 끝났다. 마지막 수업이 끝났다. 집에 돌아가는 일만 남은 것이다.

 

하굣길, 늘 가는 길을 셋이 간다. 전은숙은 기분이 좋지 않다. 계집애들이 노골적으로 정식에게 추파를 던지기 시작했다. 

 

전은숙이 입을 다물고 있으니 덩달아 다들 조용하다. 영문을 모르는 세 사람.  

 

“쟤 왜 저러냐?”

 

정식이 방대호에게 묻는다. 방대호 고개를 젓는다. 허동철도 마찬가지다. 고딩 사내아이들이 여학생의 복잡한 심리를 알 리 없다. 

 

넷은 학교를 나와 각자 집을 향해 헤어지게 되었다. 

 

“내일 보자.”

“잘 가.” 

 

정식이 친구들과 헤어졌을 때, 문득 앞을 막아서는 검은 그림자. 

 

“나 좀 보자.”

 

다름 아닌 조경태다. 그리고 그 뒤에 황기찬과 다른 녀석 셋이 서 있다. 

전부 다 삼일고 2학년 일진들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2학년 각 반의 대표격 일진들이 정식을 찾아온 것이다. 

 

“뭐냐?”

 

그들을 본 공정식 영 기분이 좋지 않다. 맞짱에서 졌으면 깨끗하게 인정하고 물러날 줄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 슬그머니 화가 치미는 정식이다. 

 

“조용한데서 이야기 좀 하자.”

 

그러나 정식은 녀석들의 속내를 안다. 보복을 하려온 것이다. 여러 명이 한꺼번에 달려든다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는 걸 잘 나는 놈들이다.

 

한마디로 여럿이 하나를 조져 버리겠다는 속셈이다.

 

하지만 어림없다. 

 

조경태와 황기찬을 제외한 나머지도 정식이 아는 녀석들이다. 생긴 것은 지극히 평범해서 폭력배라는게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일진이라고?


하긴 조경태나 황기찬도 누가 그들을 일진이라고 생각하겠는가.


어깨 힘을 잔뜩 주고 나타난 녀석들을 보니 하품이 났다. 이런 애들은 어떻게 철이 들게 만들 수 있을까. 


“하! 씨바. 니가 우릴 보고 하품을 해?”

 

까불이 박종찬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역시 이런 애들은 매가 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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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 동물병원 사람들 24.08.09 5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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