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은 빌런 킬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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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햄
작품등록일 :
2024.07.15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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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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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7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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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세게 친 게 아니라고

DUMMY

“어서 와라.”


공정식이 태권도장에 들어갔을 때, 이미 고광우가 태권도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해가 지지는 않았지만 해질녘이라 도장은 어둑했다.

 

처음 들어와 보는 태권도장이었다. 어릴 때 한 번 쯤은 다닌다는 태권도장이지만 정식은 그러지 못했다.

 

넓은 도장 안에 고광우가 홀로 서 있었다. 태권도장에 사람이 하나도 없다니. 그게 어딘지 낯설었다.  

 

“아무도 없어서 이상하냐?”


고광우가 약간 어리둥절해 하는 공정식을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


“둘이 볼 일이 있는 거니까 조용한 것도 좋지.”


“좀 어둡군.”

 

정식이 전등 스위치를 올리며 말했다.

 

“내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너랑 싸울 필요가 없겠어.” 

 

고광우는 어제와 좀 달라진 표정으로 말했다. 원래 속내를 알기 힘든 녀석이기는 했지만 확연히 달라진 태도였다.

 

“그래? 왜?”

“너 우리랑 같이 하면 어떻겠니?”

 

의외의 제안이 아닐 수 없었다. 일진이 되라는 소리 아닌가. 

 

“같이 하자고? 나 보고 일진이 되라는 소리냐?”

“일진. 일진 하지마라.”

“그럼 뭐라고 하지? 조폭 아니면 양아치라고 부를까?”

“이 자식이 보자보자 하니까.”

 

고광우가 공정식 앞으로 다가섰다. 그 표정이 정말 기분이 많이 나쁜 표정이었다.  

 

“웃기는군. 다들 일진이라고 부르는데 나보고 다르게 부르라는 거야? 듣는 일진이 기분 나쁜 모양이군.”

“그만해라.”

 

일단 고광우의 제안을 거절한 공정식. 일진이 되고 싶은 마음은 1도 없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닌가.

 

일진에게 맞아서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긴 공정식에게 일진이 되라니. 저간의 사정을 알리 없는 녀석이지만 제 정신이 아니다. 

 

잊을 수 없는 얼굴. 오재영. 조금만 기다려라. 차근차근. 한 발 한 발. 다가가서 마침내 모든 것을 철저히 밟아 주리라.

 

“우리 선배님들이 널 좋게 보고 특별히 널 배려하는 거야.”

“선배님들?”

“난 그런 선배들 둔 적이 없어.”

“그러지 말고 선배님들 한번 만나보는 게 어때?”

“얕은 수작 부리지 말고 빨리 덤벼라.”

“···.”

“듣자하니 넌 태권도장에서만 아이들을 상대한다고 하던데. 맞냐?‘

“잘 아네. 내가 상대를 예우해주는 방식이라고나 할까.”

“예우? 웃기네.”

“뭐?”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지는 고광우.  

 

“그게 아니고 폭행을 정당화시키려는 요령이겠지. 대련을 하다가 일어난 일이라고 말이야.”

“이 자식이 정말···.”

“왜 틀린 말이냐. 하지만 나한테는 안 통 할 거다.”

“과연 그럴까. 니가 날 황기찬이나 홍일표 정도랑 비슷하게 생각하는 모양인데. 글쎄다.”

“정말 그런지는 붙어보면 알겠지. 바쁘니까 얼른 시작하자.”


공정식이 태권도장의 중간에 깔린 매트 위로 올라갔다.

 

매트 바닥은 권투 도장의 것과는 좀 많이 달랐다. 권투체육관은 권투화를 신고 운동을 하는 곳이지만 태권도장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발에서 느껴지는 감이 사뭇 달랐던 것. 

 

“너 후회하지 않겠냐?”

“후회? 그런 거 없다.”

“우리와 함께 하면 니 친구들 안전은 보장하마.”

“친구들? 지금 날 협박하냐?”

“협박이라기보다 그렇다는 거야. 우리가 좀 그렇잖아. 지저분한 애들도 많아서 말이지. 흐흐흐.” 

 

의미심장한 웃음을 흘리는 고광우. 그 말에 담긴 의미를 안다. 하지만 그런 협박에 넘어갈 공정식이 아니다.

 

“내가 경고 하는데 친구들이나 내 가족에게 손을 대는 순간 너희들은 순서대로 다 죽는다. 알아들어?”

“아! 말이 그렇다는 거니까 너무 흥분하지 말고. 그러니까 내 말을 날 새겨들으라고 알았지. 그리고 하나 더···.”

 

고광우는 잠깐 목이 마른지 말을 멈추고 물을 한 모금 들이켰다. 

 

“우리가 이렇게 동네 껄렁패같지만 그렇지 않아. 많은 애들이 왜 우리랑 같이 행동하고 싶어 하는지 모르는 건 아니지?”

 

고광우의 말이 무슨 뜻인지 공정식은 잘 알고 있었다. 그게 조폭의 세계로 들어가는 시작이란걸 왜 모르겠는가. 일진에서 동네 양아치로 그리고 조폭으로···.

 

그런 세계를 동경하는 청소년이 많은 것도 사실이기는 하니까. 

 

“말 같지 않은 소리 그만해라.”

“우리와 함께 하면 장래가 보장돼. 취업 걱정 안 해도 되고 돈도 많이 벌고 출세도 할 수 있어. 사장이 될 수도 있지.”


“범죄조직에 취업 한다는 거냐?”

 

정식의 말에도 개의치 않는 고광우. 약장수 모드로 돌입하는 듯 하다. 

 

“특히 너 같은 경우는 형님들이 특별히 신경 써 주기로 했다. 넌 좀 특별하니까. 공부도 잘하고 잘 생겼고···. 뭐 하나 딸리는 게 없잖아. 단지 집이 가난해서···.”

 

고광우는 정식의 약점을 짚었다.


“공부를 잘 해도 돈이 없으면 대학을 가기 힘들거든···. 그게 가난한 애들의 현실이지.”

“그렇다고 갈취한 돈을 그런데 쓸 순 없지. 난 그렇게 배우지 않았어.”

 

정식은 끓어오르는 화를 겨우 참으며 대꾸했다. 그리고 더 길게 이야기를 해봤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애초에 일진과 대화라니. 

 

“웃기는군. 그래봐야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

“상관없다. 어쨌거나 이렇게 불러줘서 영광이다. 어제 잠이 안 오더라 기대가 되서 말이야. 어서 올라와라.”

 

정식이 매트 위를 겅중겅중 뛰면서 말했다. 그런데 생각할수록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 아닐 수 없었다. 일진에게 한판 붙자고 이렇게 조르다니 참 어이없다. 

 

“말했잖아. 난 싸우고 싶지 않다고.”

 

고광우의 태도는 한결 같았다. 싸우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사실은 맞짱을 뜬다면 이기기 힘들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선은 잘 달래서 우리 편으로 만들어라. 쓸만한 녀석 같으니까. 그게 안 되면 그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깨 부셔 버려. 우리가 도와 줄 테니까. 알았지.”

 

선배들의 지시였다. 그러니 일단은 달래야 한다. 그리고 안 되면 다른 방법을 써야한다. 직접 맞붙어서는 안 된다는 걸 고광우는 안다. 황희찬과 홍일표가 깨지는 걸 봤기 때문이다. 

 

걔들이 그렇게 무너질 정도면 3학년 선배들도 안 된다.

 

선배들도 그걸 알기 때문에 달래서 밑에 두려는 것이고 안 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셔 버리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적은 살려 두지 않겠다는 것.


고광우는 끝까지 그런 자세를 견지했다. 공정식이 어떻게든 녀석을 매트위로 불러들이려고 했지만 고광우는 말려들지 않았다. 선배들의 지시를 철저히 이행했다.

 

“이렇게 나오면 곤란한데.”

 

공정식으로서는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가만히 있는 녀석들을 시비를 걸어 싸울 수는 없으니까. 자칫하다가는 정식이 일진이 될 수도 있는 참 어이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으니까.

 

정식은 허탈한 걸음으로 돌아왔다. 

 

‘어이없네.’

 

기대했던 맞짱을 거절당하고 돌아가는 묘한 기분을 누가 알겠는가. 이런 일이 생기리라고는 상상도 못해 봤다. 

 

***

 

초저녁,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영 마음이 편치 않다. 

 

고광우가 맞짱을 피한 것이 도리어 맘에 걸렸다. 녀석들의 법칙대로라면 찐하게 한판 붙었어야 했다.

 

그런데 녀석은 맞대결을 피하기만 했고 은근한 압력과 회유 그리고 협박을 했다. 특히 친구들과 가족을 대상으로 한 협박은 가볍게 들리지 않았다.   

 

얼마든지 그러고 남을 녀석들 아닌가. 정식을 그렇게 때린 녀석들이고 보면 친구들이라고 봐줄리 없었다. 

 

자신들의 목적만 달성 할 수 있다면 뭐든 하는 것이 녀석들의 행태였다. 그게 누구든 그게 어떤 짓이건 가리지 않는 무분별함과 잔인함이 녀석들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걸 너무나 리얼하게 경험을 했던 공정식이었기에 여간 걱정되는 게 아니었다. 

 

“야! 정식아.”

“응?”

 

방대호였다. 

 

“어딜 갔다오는 거야?”

“그냥 운동 삼아.”

 

대강 말을 얼버무리는 공정식.

 

“그러는 너는 어딜가?”

“아! 그냥 저기에 볼일이 있어서···."

 

이번에는 방대호가 말을 더듬는다. 묻고 나니 쓸데 없는 걸 물었다는 생각이 든다. 방대호는 학원에 가는 길이다. 버스를 다고 세 정거장을 가면 나오는 그나마 근처에서 제일 큰 종합입시학원이 있다. 

 

엄마가 부동산 일을 하기 때문에 그나마 집에 여유가 있는 방대호다. 학원에는 열심히 가지만 공부는 그렇게 열심은 아닌 게 탈이다. 친구들중 유일하게 학원에 다니는 방대호다. 그러니 다른 친구들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이 많다.

 

그런데 문제는 성적이 제일 안 좋다는 거. 

 

“그래 잘 다녀와.”

“그래 낼 봐.”

 

정식에게 손인사를 하고 방대호가 버스 정거장으로 달려간다. 시간을 보면 늦었다.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버스에 오르는 방대호를 보자 불안한 기분을 감출 수 없다. 지금 가면 10시에 끝나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밤 열시면 늦은 시간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른 시간도 아니다. 어둡고 행인이 드물어지는 시간이다. 

 

돌아오는 길, 권투도장 앞에 섰다.

불은 아직 켜져 있다. 누군가가 아직 남아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운동을 하고 돌아가야겠다. 창을 한참 올려보고 난 정식이 계단을 올라간다.

 

“어서 오너라.”

 

민관장이 아직 남아 있다. 마치 그 표정은 왜 이제 오냐 뭐 그런 표정이다. 

 

“어디 다녀 오는 거냐?”

“예.”

 

공정식은 차마 사실을 말하지 못한다. 고광우를 만났다는 사실 그리고 그간에 있었던 일진들과의 일도 말하지 않았던 것처럼 오늘일도 말하지 못한다. 

 

아버지 같은 분이다.

 

민관장이 그간 공정식에게 있었던 일을 안다면 어떤 반응을 할까? 아마 불호령이 떨어질 게 틀림없다. 싸움질을 하라고 운동을 가르친 게 아니니까. 

 

처음 도장에 온 목적이 일진들에게 맞는 것은 피하고 싶은 마음인 것은 알지만 그렇다고 싸움질을 하고 다니라는 뜻은 아니었으니까. 그걸 아는 공정식은 가만히 입을 다물고 만다.

 

그러나 시간과 함께 점점 더 강하게 밀려드는 불안감.


녀석들이 친구들에게 혹은 조부모님에게 까지 위해를 가하려 든다면···.


그런 걱정을 민관장에게 말할 수는 없다. 


공정식이 나타나자 민관장이 장비를 갖추고 나선다. 정식의 훈련을 도와주려는 것이다.


“관장님. 오늘은 저 혼자 운동하겠습니다. 관장님은 쉬십시요.”

“그럴래?”

“예. 샌드백 좀 칠게요. 자세만 봐주세요.”

“그래 알았다.”

 

샌드백 앞에선 공정식. 

 

잽과 스트레이트, 좌우 훅, 어퍼컷 그리고 리버 샷 등등.


연타와 강타를 섞어서 주먹을 날린다. 


그동안 배운 걸, 열심히 반복한다. 발도 구르듯 움직여 본다. 좋다.

 

퍽퍽.

펑펑.

뻥뻥.

 

샌드백에서 울리는 소리가 점점 달라진다. 타격 소리가 커지고 더 강한 타격음이 체육관 안을 울린다. 춤을 추는 샌드백이 비명을 지르는 듯하다.

 

공정식. 그럴수록 더 세게 샌드백을 친다.

곧 터질것 같은 굉음과 마구 흔들리는 샌드백. 당황한 민관장이 정식에게 소리친다. 


“정식아. 그렇게 세게 치면 안 된다.”


‘전에도 그거 터져서 새로 사느라 돈이 많이 들었는데 또 터질라. 응!’ 


그러나 차마 나머지 진심이 든 말은 하지 못했다.

민관장의 말을 들은 공정식이 대꾸한다. 


 “세게 친 거 아닌데요.”

 

‘세게 친 게 아니라고? 이 자식이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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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 세게 친 게 아니라고 24.08.17 49 4 12쪽
25 25 어쩔 수 없는 일이지 24.08.16 46 4 12쪽
24 24 공터3 +1 24.08.15 39 4 11쪽
23 23 공터2 24.08.14 39 3 11쪽
22 22 공터1 +1 24.08.13 49 4 12쪽
21 21 이런 애들은 매가 약인가? 24.08.12 52 4 12쪽
20 20. 민관장의 혼란 +1 24.08.10 49 4 11쪽
19 19. 동물병원 사람들 24.08.09 53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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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 운수 사나운 날 24.08.07 65 3 12쪽
16 16. 쓰러진 황기찬 +1 24.08.06 65 4 12쪽
15 15. 쇠 너클 +1 24.08.05 65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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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 복싱? +1 24.08.01 65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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