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은 빌런 킬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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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햄
작품등록일 :
2024.07.15 11:25
최근연재일 :
2024.08.2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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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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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동물병원 사람들

DUMMY

“오빠! 오늘 영구 병원가야하는 거 알지?”


친구들과 헤어져 집에 도착한 정식.

집에 들어서자 정희가 오빠를 반갑게 맞이한다.

 

“영구가 왜? 어디 아파?”

“건강 검진하기로 한 날이야.”

“개가 무슨 그런 것도 해야 하나?”

“해야 한데. 오늘 가기로 했으니까 가자고 알았지?”

 

부모님은 돌아가신지 오래고 조부모님은 늦게까지 식당 일을 하시니 웬만한 일은 둘이 알아서 처리해야 한다.  

그러니 영구를 살피는 일도 당연히 둘이 해야 한다. 먹이고 놀아주고 산책시키고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는 일도 두 사람의 몫이다.

 

물론 둘이 집에 있다 보니 심심할까 봐 데려온 영구지만.

 

“멍!”

 

꼬리를 흔드는 영구. 녀석은 산책을 나가자고 꼬리를 흔든다. 

 

영구의 보호자인 오누이. 둘 다 어리고 조부모님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게 아니다 보니 영구의 건강을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다. 

 

“오빠도 알지? 공원 옆에 동물병원 생긴 거 말이야.”

“아! 그래 지나가다가 봤어. 부동산 옆에 말이지.”

“거기 수의사 선생님이 그렇게 실력이 좋으시다는데.”

“그래?”


흔한 게 동물병원이었지만 희한하게도 동네 인근에는 동물병원이 없었다. 공원이 제법 크고 산책을 따라 반려동물들이 많이 왕래를 하는 곳이라 동물병원이 하나쯤은 있을 만했는데도 그랬다. 

 

아니나 다를까. 

 

보름 전쯤, 동물병원이 문을 열었다. 해피동물병원이라고.

두꺼운 안경을 낀 수의사와 새침하게 생긴 생머리 간호사가 보였다. 공원 귀퉁이에 붙어 있는 작은 동물병원이지만 위치는 나름 괜찮았다.

 

“지나다니면서 봤는데 그 병원 사람들 되게 열심히 하는 거 같더라. 개원한 지 얼마 안 되는 데도 손님도 많고”

 

정식은 지나다 본 두 사람에 대한 단편적인 첫인상과 소감을 말했다.


강아지를 이리저리 살피던 안경 쓴 젊은 수의사와 간호사의 모습이 인상적이기는 했다.

 

그런데 병원 오픈기념으로 애완견 무료 건강검진을 해준다고? 동물병원 무료 건강검진은 또 듣느니 처음이었다. 

 

어쨌거나 


“그렇지? 내가 봐도 그렇더라고. 우리 반 영미네 강아지가 밥을 잘 안 먹어서 병원에 데려갔는데 그 수의사 선생님이 고쳐줬데.”

“그래?”

“응. 여러 병원을 다녔어도 왜 그런지 몰랐는데 그 수의사가 강아지를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애는 몸이 아픈 게 아니라 마음이 아프다고 그러면서 강아지의 마음을 알더라는 거야.”

“에이! 설마. 개가 말도 못 하는데 수의사가 무슨 수로 그걸 알겠어?”

“정말이라니까. 혜영이도 자기 동생이 햄스터를 데리고 갔다가 치료를 잘해줘서 금방 다 나았데. 알고 보니 다리에 염증이 있어서 걷지 못했다더라고.”

“햄스터?”

“그런 것도 보냐?”

“햄스터는 뭐 동물 아닌가?”

“그래 알았다. 명의네 동네 명의.”


영구를 앞세우고 밖으로 나온 두 사람. 그러고 보니 영구의 첫 건강검진인 셈이다. 어디가 아픈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 번도 건강검진 같은 걸 안 해 봤으니 혹시 모르는 병이 있을지도.

 

“심장사상충같은 건 없겠지?”

“그건 좀 심각한 병인가?”

“오빠가 그걸 몰라서 물어? 영구가 처음 왔을 때부터 그 걱정을 늘 했으면서.”

“아! 내가 그랬나? 기억이 안 나네. 빨리가자.”

 

대충 말을 얼버무리고 빨리 걷기 시작하는 정식. 그렇게 사소한 건 기억나지 않는다. 

 

마침내 병원에 도착한 정식과 정희.

 

그때. 병원 옆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 나온 아주머니가 정식을 보고 놀란 어투로 말을 걸었다.   

 

“아유! 이게 누구니. 정식이 아니니.”


처음 보는 아주머니였다. 

 

“누구세요?”

 

당황한 공정식. 아무리 생각을 해도 누군지 알 수가 없었다.

 

“오빠! 대호 오빠 엄마시잖아.”

 

정희가 당황한다. 대호엄마를 몰라보다니.


“많이 다쳤다고 들었다. 좀 어떠니?”


당황한 것은 방대호의 어머니 유사장도 마찬가지였다. 다쳤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자기를 기억하지 못할 줄이야.

 

할 말을 잃은 공정식. 

 

“죄송합니다.”

 

마땅히 할말이 없는 나머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말았다.

 

“아니다. 기억이 다 안돌아왔다고 들었는데···. 몸 관리 잘 하고 다음에 또 보자. 손님을 만나기로 해서 말이야.”

 

손님을 만나기로 했다는 방대호의 어머니는 바쁜지 서둘러 떠났다. 

 

기억에 없던 대호의 어머니. 그러고 보니 기억이 나는 듯하다. 대호를 따라 대호의 집에 가끔 갔었으니까. 

그렇다면 다른 친구들의 어머니는 기억에 있을까? 다른 어머니들은 모를 수도 있겠지만 기억나는 사람은 없었다. 

 

“오빠 들어가자.” 

 

공정식은 정희의 뒤를 따라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작은 병원이었지만 내부는 잘 정돈되고 깨끗했다. 단발머리의 앳된 간호사가 그들을 맞이 했다. 

 

***

 

“고맙수. 이렇게 고마울 수가 있을까.”


영구에 앞서 진찰을 받은 주먹만 한 치와와를 나이 드신 할머니가 품에 꼭 안고 있었다.


“완전 애기네.”

“그러게.”


치와와는 이제 겨우 두 달도 채 안 돼 보이는 엄마 젖도 덜 떨어진 어리디어린 녀석이었다. 녀석은 추운지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동병상련이라고 할까.

어린 치와와를 보고 있자니 왠지 마음이 짠해졌다. 마치 어린 나이에 어미 곁을 떠난 모습이 마치 자신과 비슷한 처지 같았기 때문이었다. 


치와와는 무슨 병인지 몰라도 주사를 맞고 약도 받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병원비가 공짜다.


주사와 약값이 그렇게 싸지 않을 텐데. 사람처럼 보험이 되는 것도 아니고···. 동물병원의 치료비는 원래 의료 수가가 정해지지 않아 제멋대로기도 하고 그 탓에 비싸다. 


그런데 병원비가 공짜라고?

 

치와와를 안은 할머니가 밖으로 나가고 이제 영구 차례가 되었다. 

 

“생후 두 달된 아가라는데 아직 애기 이름도 없어요.”

 

어린 치와와가 안 되었다는 듯이 말하는 간호사. 그녀는 해피동물병원의 김간호사다.  말은 두 사람에게 하고 있지만 눈길은 여전히 창밖으로 향하고 있다.

 

두 사람에게 치와와에 대해 말하는 간호사. 약간 새침하게 생겼지만 막상 말을 하는 걸 보니 그리 쌀쌀맞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런데 까칠하기는 할 듯···.

 

“건강검진이죠?”


마침내 고개를 돌려 영구의 상태를 묻는 간호사.  

 

“예.”

 

정희가 얼른 대답한다. 

 

“건강검진은 무료맞죠?”

“맞아요. 간단한 치료도 무료입니다.”


안심하는 표정을 짓은 정희. 말은 그렇게 하지만 실상은 딴 소리를 하는 경우가 워낙 많으니 그럴 수밖에. 


정식은 이제야 치와와가 주사를 맞고도 병원비 없이 나간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제 영구 차례다. 처음 와 본 병원이라 그런지 긴장하는 영구. 녀석이 푸른 가운을 입은 수의사를 보자 좀 위축되는 듯 기가 죽어 보인다. 개들도 안다. 자기보다 센 사람을. 왜 시골에 개장수가 나타나면 사납던 개도 갑자기 조용해진다고 하니까.


영구의 이름과 나이를 적은 간호사. 품종란에 진도견 잡종이라고 적는다. 그걸 본 공정희. 얼굴 표정이 좋지 않다.


“언니. 우리 영구 잡종 아니에요.” 

“이런데 돌아다니는 진돗개는 다 잡종이에요. 순종이 어딨어요?”

“아니라니깐요.”

 

졸지에 영구를 두고 진돗개 순종 논쟁이 일어났다. 잡종이라는 간호사와 순종이라는 정희.

 

“뭘 근거로 잡종이라는 거죠?”

“뭘 근거로 순종이라는 거죠?”


물러서지 않는 두 사람. 

 

“오빠는 왜 아무 말 안해?”

“아! 순종 맞아요.”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막상 이런 일이 생기고 나니 순종인지 아닌지 알 수 없어졌다. 그런생각을 해본 적이 없으니까.

 

“정 그렇다면 일단 순종이라고 적어 둘게요.”


‘일단’이라니. 그건 또 무슨 말인가?


내가 비록 고객요구라 그렇게 적기는 하지만 인정하는 건 아니다. 뭐 그런 표정의 간호사다.

역시 인상대로 새침하고 까칠한 성격이 맞는 것 같다. 

 

“김간호사 무슨 일 있습니까?”

“아무것도 아닙니다. 원장님.”


정희의 표정이 좋지 않다. 이게 사소한 것 같아도 아무 것도 아닌게 아니다. 순종과 잡종은 하늘과 땅 만큼 많이 다르니까.


정식 간호사의 얼굴을 다시 한번 살펴본다. 김간호사라고 했던가? 섭하네. 

 

“그럼 다음 환자 봅시다.”

 

영구를 넘겨받은 수의사. 영문을 모르는 영구 꼬리를 흔든다.

 

30대 초반쯤 되었을까. 

젊고 두꺼운 안경을 쓴 수의가 진찰대 위에 영구를 올려놓고 이리저리 살피기 시작했다.

낯선 공간에 선 영구. 어리둥절하고 한편으로 불안한 표정이다.


아직 두 살이 채 되지 않은 어린 나이다. 어린 만큼 건강이 나쁠 것 같지 않지만 그래도 건강검진이라고 하니 공연히 긴장된다.

 

그건 정희도 마찬가지인 듯. 그런데 정희가 진짜 관심이 있는 건 그게 아니었다.  

 

“선생님. 우리 영구 순종 맞죠?”

“아! 그럼. 이렇게 잘 생긴 진돗개 순종은 오랜 만에 보네요.”

“그렇죠. 역시 선생님은 다르셔요.”

 

좋아서 입이 귀에 걸린 정희. 김간호사를 향해 눈을 흘긴다. 김간호사는 못들은 척 말없이 창밖을 내다본다.

 

순종이라는 말에 정식도 기분이 좋아진다. 아무 것도 아닌 말 한마디 아닌가.

젊은 수의사지만 사람이 뭘 좀 아네. 남아무개 원장이라고? 

 

수의사는 꼬마 견주의 속마음을 찰떡같이 알고선 고객의 마음에 딱 맞는 대답을 해주었다. 

일반인들이나 수의사니 확연히 차이가 나지 않는 이상 겉모습만 봐서 순종인지 잡종인지 구분하기 힘들다.

하지만 할머니가 시장에서 사 왔으니 순종일 리 없다. 영구를 판 사람이 순종이라고 했으니 그냥 그 말을 믿는 것이다. 왜냐고? 순종이 좋으니까.

 

영구를 진찰대에 눕힌 수의사 영구의 몸 곳곳을 이리저리 만져보고 눌러 본다.


청진기를 가슴에 대어 보기도 하고 영구를 바라보면서 뭔가 웅얼거리는 듯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잠깐이지만 입을 실룩거리기도 하고···. 


그 모습이 이해되지 않았다. 

 

‘뭐 하는 거지?’

 

의구심이 들기는 정희도 마찬가지다. 

 

“다 되었습니다.”

“어떤가요?”


정희가 긴장된 목소리로 묻는다


“아무 문제 없네요. 영구는 아주 건강합니다.”

“정말요? 강아지들이 심장사상충에 잘 걸린다고 하던데?”

“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기는 하지만 제가 보기엔 감염되지는 않았어요. 예방약을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여름에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조심하고 기침을 한다던가 하면 즉시 병원에 데리고 오세요.”


수의사는 양심적인 것을 넘어서 봉사활동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치와와에게 주사를 놔주고 비용을 받지 않았듯이 영구에게도 심장사상충 약을 무료로 주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개원기념으로 무료 검진을 해준다고 하지만 약이 어디서 공짜로 생기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약을 받아 들고 밖으로 나온 오누이와 영구. 


“저 병원은 곧 망하겠다.”


어린 정희도 세상 이치를 안다. 고맙지만 걱정되는 것이다.


“남원장이라고 했니?”

“응. 남원장과 김간호사.”

 

동네에 귀한 사람들이 왔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성실하고 마음이 따뜻한 그런 사람. 자신의 이익보다 사회나 다른 사람에게 봉사하려 애쓰는 그런 사람 같았기 때문이었다.    

‘가까이 친하게 지내야 겠다.’

 

두꺼운 안경을 쓴 남원장의 얼굴을 떠올리자 든 생각이었다. 

 

“빨리 가자. 밥 먹고 도장 가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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